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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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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0

작성
12.01.3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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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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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두의 제자 [20]

DUMMY

곽해(藿孩)


이 남자는 지금 흔적을 쫓고 있다.


처음은 아니다. 그녀의 돌발행동은 언제나 있어왔다. 오히려 그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정도의 무위를 가진 자를 쉽게 다룰 수는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자신의 주인은 그녀를 꼭두각시로 만들었음에도 철저하게 이용하지 못했다. 우습게도 철천지 원수가 되었음데도 혈육의 정은 끊어지지 않는다.


"내버려두어라. 흔들리는 갈대같은 아이다. 뿌리까지 흔들릴 수는 없다는 걸 그 아이가 더 잘 안다."


하지만 곽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흔들리는 검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길을 열어주었던 그녀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양날의 검이다. 자신들도 그녀의 날카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곽해는 그녀를 쫓고 있었다.


"다행이도 그년은 꽤 다루기 쉬운 검이지."


강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다루기 쉬운,


그녀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최고의 병기였다.




* * *




어둠 속을 틈타 3명의 인영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소름끼치게 고요한 밤이었으나 세사람은 덮어쓴 검은 망토가 어둠 그 자체라도 되는 것처럼 능숙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한린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더 나은 대안이 있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터무니없는 계획입니다."


"보통 획기적인 계획들은 거의 다 터무니없지. 강자들은 늘 가장 직접적이고 추진력있는 방식을 택해, 약자들은 말도 안된다며 손사래치지만 결국 그 탁월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지!"


"그래서 누님 홀로 팽가의 병력들을 상대하시겠다는 겁니까? 획기적이고 탁월하게?"


"물론" 정아는 아무문제 없다는 듯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한린은 걱정이 태산이었고, 석소희는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정아의 계획은 이렇다. 두 가문간에 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석소희가 은밀하게 팽지창을 만나 오해를 풀고 그를 돌아가게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는 두가지 난관이 있었다.


"먼저, 과연 팽지창이 고분고분 소희 소저의 말을 받아들여 물러설 것인가하는 점입니다."


"만약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초강수로 나가야해. 이미 혼인을 약속한 정인이 있다고 말이야. 그 대역을 맡을 사람이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전 걱정이 되는데 왜 누님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요... 일단, 제쳐두겠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팽가의 1/3이나 되는 호위를 어떻게 피해서 은밀하게 그를 만나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미끼가 되서 시선을 끌어줄게."


"...... 참 쉽네요."


한린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신중함과 치밀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계획이었지만 어찌되었든 두 가문간의 혈투를 사전에 피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있는 방법이었기에 석소희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못 되었다. 정아에 이어 석소희마져 간곡하게 부탁하는 통에 한린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획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세 사람은 하북팽가의 병력들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숙영지에 다다랐다. 역시 무림 육대세가의 하나인 세가의 무인들답게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다.


"자 그럼 먼저 시작할테니 너희는 각별히 조심해서 팽지창을 만나. 동생의 보법이라면 아마 문제없을거야. 만나면 우물쭈물하지말고 확실하게 끝맺음해야 한다."


정아는 한린이 물러터진 성격이라 똑바로 못할것이 뻔하다며 소희에게 몇 번이나 당부를 하고서야 작전을 시작했다.


일각정도 기다리자 그녀가 들어간 곳에서부터 소란이 일기 시작했고, 팽가의 무사들은 신속하게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저희도 그럼 출발할까요. 너무 늦어지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안에 신속하게 가겠습니다."


한린이 석소희를 안은 채 쾌풍변천을 전개했다.



'무슨 소란이지...'


내일 석가장을 방문할 생각에 잠 못 이루던 팽지창은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보고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석가장에서 선수를 친 것인가?"


만약 석가장의 선공이라면 곤란했다. 자신은 석도백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내일의 만남은 팽가와 석가장의 다툼이 아니라, 석도백에게 허락을 얻어내고 그녀와 맺어지는 자리이니까.


여태껏 형의 그늘의 가려 인정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고, 어린 호기심에 주색에 빠져 허우적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도 진심이었고 아버지와 석도백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진심이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었음에도 누구도 그것을 믿거나 축복해주지 않았을 때 그는 좌절했다. 석도백의 반대는 물론, 하북팽가 사람들의 회의적인 반응은 그녀와 혼인한다는 장미빛 꿈에 찬물을 끼얹졌다. 두 사람의 사랑을 초라하게 만드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했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는 홀로 마음 아파하며 가슴앓이할 그녀를 생각하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자신을 믿어달라고, 석도백의 허락을 받아내고 그녀를 데려와 아버지에게 인사시키겠다고. 그가 인정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단 한명이라고 했나? 결코 죽여서는 안되며 반드시 생포해서 나에게 데려와라. 인원은 얼마가 투입되든 상관없다.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네! 분부대로 이행하겠습니다."


수하가 신속하게 방 안을 나가자, 팽지창은 고민에 잠겼다. 갑자기 침입자라니... 우연한 일은 아닐 테니 아마 석가장과 관련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석도백은 계략을 좋아하는 자가 아니었다. 신념과 패기로 승부하기로 유명한 이가 자신의 딸의 명예가 걸린일에 수작을 부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반드시 생포해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팽공자."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팽지창은 화들짝 놀랐다. 이토록 가까이 올 때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하다니, 게다가 이 목소리는 자신이 꿈에 그리는 석소희의 것이었다.


그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을 때 새초롬하게 서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곧바로 달려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와 그녀의 사이를 점하고 있는 처음보는 사내 때문이었다.


한린은 석소희의 앞에서 오른손을 가슴 높이까지 들어올린채 서서 그녀를 호위하고 있었다. 어차피 팽지창은 한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팽지창은 한린의 존재감에 쉽사리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왠지 공기가 차가워졌다고 생각했다.


"팽공자의 이런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팽가로 돌아가주셨으면 해요."


석소희가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니... 내가 이대로 돌아간다면 석도백 어르신께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고 우리의 마음도 이어지지 못할 것이오. 난 반드시 어르신을 뵈어야하오."


"공자님은 오해하고 계세요. 전 공자님에 대한 정분(情分)이 없답니다."


"오해...? 지금 오해라고 하셨소. 소저?"


"그래요."


큰 결심을 하고 작전을 감행한만큼 석소희의 태도는 단호했다.


"거짓말이오. 거짓이 분명하오. 나에 대한 마음이 하나도 없다고? 나보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소리요?"


"소저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예전에 포기했을 것이오. 당신이 가능성을 열어 주었기에 내가 이렇게 망설임없이 달려올 수 있었소.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나만의 오해라고 말하면 믿을 것 같소!"


상처받은 마음에 팽지창의 언성이 높아져갔지만 한린은 나서서 제지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석소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석소희는 정말 팽지창에 대한 마음이 없을까? 확신할 수 없는 문제였다. 아무리 술에 취한 상태여도 인사불성이 아니라면 싫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팽지창은 중원에서의 영향력만큼은 구파일방을 압도한다는 육대세가의 자제였고 그 우월한 혈통을 입증이라도 하듯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평판이 안좋기는 하지만 그를 처음 본 한린도 그의 심성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다른 이들이 의도적으로 그를 평가절하한 것일 수도 있겠지.'


석소희도 팽지창이 그녀를 몰아세우자 어쩔 줄 모르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도 그 자신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그것은 팽공자님의 오해가 맞아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까요. 만일 팽공자님이 무언가를 받으셨다면 그것은 정숙하지 못한 저의 변덕일 뿐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차가운 태도 때문이었을까, 팽지창은 충격에 따질 여유조차 없어보였다. 석소희는 그녀에게 사랑을 애원하는 남자앞에서 그 정도로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마음이 돌아선 여자만큼 남자에게 잔인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팽지창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렇게 된 이상 한린은 철저하게 석소희를 도와주어야했다.


"그녀는 나와 혼인할 것입니다. 우리 두 사람은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있지요. 그러니 팽공자께서는 그만 가문으로 돌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거짓말이오. 믿을 수 없어! 이렇게까지 나를 바보로 만드는데 내가 받아들일거라 생각하오."


팽지창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악을 쓰고 있었다. 그가 거부하는 현실이 그가 만들어낸 것인지 석소희가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들부들 떠는 그의 손이 허리의 차고 있는 도의 손잡이에 닿아있었지만 차마 뽑지는 못했다.


팽지창에게 더 이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듯 석소희가 한린의 품에 안겨온다. 한린은 팽지창의 모습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결국 그도 손을 들어 그녀를 안았다. 팽지창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린은 이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석소희는 당황하면서도 그를 받아들였다.


결국 도병에서 팽지창의 손이 떨어져나간다. 그는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가슴을 움켜쥐었다. 고통스러운 그의 신음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웠다.


가슴이 아려온다는 말. 심장이 아프다는 감정. 진짜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그 통증은 결코 상상이나 허구따위가 아니다. 사랑이 잘려나가자 심장은 아프다고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댔다.



"아아... 아아악... 아아..."


그 울음섞인 신음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돌아섰다.


작가의말

이사퀘사이님 죄송합니다.ㅜㅜㅜ 저는 진부한 전개를 벗어날 수 없나봐요 OTL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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