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195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8 14:55
조회
7,540
추천
31
글자
10쪽

마두의 제자 [14]

DUMMY

한린과 정아는 다음날 아침 일찍 객잔을 나섰다. 자신들 탓에 표행이 엉망이 되었으니 되도록 상단의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도망치듯 나서는 길에 마음이 불편한 것이 당연했지만 한린은 그녀와 떠나는 길이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제법 날씨가 따뜻하네요. 슬슬 봄이 오려나 봅니다."


한린이 빙마봉을 떠나 처음 길을 나설 때만해도 눈이 내리던 한겨울이었다. 혼자인 것이 두려웠고 지독하게 외로웠다. 추위에 익숙한 그였기에 당연하게 알았는데... 새삼 따스함을 느끼는 그였다.


"그러게. 어제만 해도 찬공기가 가득했는데. 거짓말같아."


어제만해도 그녀에게 지독하게 추운 밤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매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루밤만에 그녀에게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사천이 어느 방향인지도 모른채, 두 사람은 정처없이 걸었다.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혼자일 때보다 편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평화라는 건 그리 오래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하남(河南) 방산현(房山縣)


두사람이 도착한 곳이었다. 하남성 서북에 있는 현으로 옛부터 농산물과 물산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고을이다. 섬서성으로 가는 길에 그나마 머물 곳이 적당한 큰 고을이라고 하겠다.


무슨 문제인지... 두 사람은 시전 한쪽 담벼락에 등을 대고 웅크리고 앉아 티격태격하는 중이었다.


"여비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사천까지 터무니 없네요."


"내가 쓰면 얼마나 쓴다고 그래? 동행 첫날부터 너무 쪼잔하게 구는거 아냐?"


"좀 더 계획적으로 움직이자는 겁니다. 여비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무일푼은 아니었지만 넉넉하지는 못했다. 빙마봉을 내려올 때 어느 정도의 여비는 챙겨왔지만 대부분의 물건이나 재산은 산에 남은 몇몇 식구들에게 전부 주고 왔다. 정아는 조직에서 갑작스럽게 뛰쳐나온만큼 상황이 더 안좋아 약간의 금전이 전부였다.


"저는 일단 섬서성(陝西)까지는 간 후 일거리를 찾아볼 생각이었지만, 표행이 실패한 이상 지금 가진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사천까지는 물론이고 섬서까지도 힘들 것 같네요. 방금 한끼에 얼마가 쓰였는지 아십니까?"


"먹는거 가지고 치사하게..."


"좀 아껴쓰자는 거지요. 여행의 다른 말은 돈낭비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마 이 정도 씀씀이면 3일 안에 여비가 바닥날 겁니다."


"3일이라니! 비약이야."


"비약 아닙니다. 신중한거지요."


사실 한번이라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빈손에 돈만가지고 밖에서 생활하다가는 돈이 말그대로 물흐르듯 빠져나가게 된다. 게다가 정아의 씀씀이는 너무 컸다. 매사에 신중한 한린이 하루만에 제지를 가할 정도로...


"그래서...?"


"숙소는 저곳으로 합니다."


한린이 가르킨 객잔은 '허름함'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간판과 녹이 잔뜩 끼어있는 철문, 삐걱거리는 계단은 정아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건물 자체의 누르스름한 색은 그 객잔의 유서깊음(?)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어떻게 나 같은 미인을 저런데로 데려갈 생각을 해??"


"안 그래도 누님때문에 사전조사를 마쳤습니다. 주변에 객잔을 다 살펴봤고 가격면에서 탁월하고 시설도 나쁘지 않은 곳이 저곳입니다. 꽤나 전통있는 객잔이라 평판도 좋고 막상 들어가면 괜찮습니다."


"그건 네 기준이고. 안돼! 차라리 방을 하나 잡더라도 저기 하남명가(河南名家)로 가겠어"


늘 조직의 돈을 썼기에 금전 감각이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없어도 누추한 것은 싫었다. 정아와 같은 미인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돈이 없으면 벌면 되고, 구하면 되는데 무엇때문에 지금 돈이 있음에도 아낀단 말인가.


".... 안되겠군요. 여기서 제 갈길 가면 되겠습니다."


한린은 선을 그었다. 그에게 돈 문제는 맞춰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버리는 빠른 판단력은 마두 제자의 필수자질이지 암...


"으으...읔. 까짓것 별면 되잖아! 어차피 하남 가서 할 일 지금하면 되겠네!! 따라와!!"


정아는 갑자기 일어서서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한린도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




사내 귀보(貴寶)는 지도를 보여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악귀같은 제갈씨가 건네준 정보였다.


'검은 창은 지금 요기 쯤에 있을 겁니다."


무림전도에 동그라미 하나 달랑 그려져있는 지도. 하지만 그도 그 귀신같은 년을 이정도까지만 추적한 것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 왜 내 주위에는 귀신같은 년놈들 뿐이 없는가!"


그는 늘 골치아 픈 의뢰만 걸리는 자신의 처지에 절규했다.


이 지도를 건네준 귀신 일(一) 제갈담은 자신의 이름의 귀(貴)자가 귀신 귀(鬼)자와 한자의 음이 같아서 그런 것이라며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어머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이름을 바꿀 수는 없는 일! 그는 체념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귀보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늙은 꽃(老花)이었고 나이든 기녀는 이 곳 무림의 질서에서 가장 낮은 곳에 속한다. 하지만 그녀는 늦은 나이에 얹은 그녀의 아들을 '귀한보물'이라고 이름짓고 보물처럼 소중히 여겼다. 자신의 몸을 망쳐가면서도 아들만큼은 부족한 것 없이 키웠다.


귀보는 너무 어렸고 당연히 그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지 못했다. 그는 수많은 자식들처럼 자신이 받은 것을 당연히 여겼고 어미의 등꼴을 빼먹으며 철없이 어머니를 힘들게 하였다. 그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후였다.


뒤늦게 그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평생을 속죄하며 살 것을 다짐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 벽장 한 곳에 숨겨두었던 의문의 책자 하나를 건네며 도사 한 분을 찾아갈 것을 명했다.


어머니는 말했다. 진정 자신을 생각한다면 이 책자를 힘써 익히고 도사님을 어미라고 생각하고 모시라고.


귀보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도사를 찾아 나섰다. 그 때가 귀보의 나이 18세 였다. 그는 긴 여정 끝에 젊은 여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외딴 섬에서 도사를 찾을 수 있었다. 도사는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 빛에는 광채가 서렸으며 마치 신선과도 같았다.


귀보는 그 날로 구배지례를 올리고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것을 청했다. 도사는 그를 보더니 매우 흡족해하며 몇 가지 규율을 지키는 조건으로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첫째, 무공 수련을 위해 여인 보기를 돌 같이 하고 결코 허락없이 섬 밖을 나가지 않는다.

둘째, 몸 안의 양기를 소중이하고 음기를 멀리하며 금수의 짝짓기조차 쳐다보지 않는다.

셋째, 가르침을 받은 후에는 군에 자원하여 3년간 실전 수련을 쌓는다.


도사는 이 세가지 조건을 지킨다면 뛰어난 조상의 재능을 물려받지 않아도, 뒤늦게 무공을 익혀도 강대한 내공을 갖출 수 있다고 하였다. 귀보는 스승의 가르침을 성실히 따랐고 스승을 어머니라 생각하고 모셨다.


가끔 이성에 대한 욕구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는 더욱더 무공 수련의 정진하며 어머니가 겪은 고통을 떠올렸다.


"하산하여 어머니를 만날 때까지는 스승님의 말씀을 반드시 지킨다."


귀보가 5년간의 수련을 끝마쳤을 때, 스승은 사문의 보장(寶仗)인 용곤(龍棍)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군 복무를 명했다.


"무공의 모든 요점은 이미 다 전수했다. 이제 군에 가서 실전 경험을 쌓거라. 하지만 군에서도 여인을 멀리해야 한다. 군에서 더욱 양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야."


귀보는 군대에서 양기를 축적할 수 있다는 말에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 말 없이 스승의 명에 따랐고 5년에 걸친 군역에 자원했다.


귀보는 떠나는 마지막 날 스승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스승님, 무릇 기(氣)라는 것은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더욱 현묘한 힘을 가진다고 들었습니다. 왜 저는 양기만을 모아야 하는 것입니까?"


"물론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때로 양기라는 것은 음기와 만나지 못하고 막혀있을 때 매우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지. 우리 사문의 무공은 그것에 착안한 무공이다."


과연 귀보는 군에서 생활하면서 양기가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을 때 얼마나 강대한 힘을 가지는 지를 몸소 실감했다. 그는 군대에서 5년동안 목숨을 건 사투를 거치며 성장했고 끊임없는 수련 끝에 새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그가 깨달았을 때 머리 속에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몸 안의 양기가 한 부분으로 쏠리지 않고 온 몸에 고르게 퍼지게 되었다. 아무리 육체를 혹사시켜도 피로를 느끼지 않았고 몸 속에 양기가 흘러 넘쳤다.


귀보가 군 복무를 마친 후 스승을 찾아갔을 때 스승을 귀보를 보고 매우 만족하며 그 역시 이미 도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귀보는 매우 기뻐하며 어머니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이미 노인이 되어 있었지만 장성한 아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귀보는 이제 어머니 곁에서 혼인도 하고 자식도 낳아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왠일인지 귀보는 여인을 보아도 욕정이 생기지 않았다. 여인을 보면 고추가 커지기는 커녕 온몸에 양기가 샘솟으며 내공이 회복되었다.


아... 그제서야 귀보는 알게 되었다. 그의 무공이 동자공이라는 것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식을 가질 수 없으니 이름을 남기기 위해 무림맹에 들어갔다. 무림맹에서의 생활도 벌써 5년... 뼈아픈 회상을 마친 귀보는 지도를 접었다.


갑자기 귀신같은 년의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아름다운 외모가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신품(新品)이나 다름없는 보물 1호를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대마법사 등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두의 제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마두의 제자 6권 완결 +2 12.09.26 1,178 0 -
32 신룡제 [02] +2 12.10.17 1,165 18 10쪽
31 신룡제 [01] +2 12.10.07 1,408 15 10쪽
30 신룡제 [00] +4 12.10.02 1,740 24 3쪽
29 마두의 제자 [28] +11 12.02.09 5,359 35 12쪽
28 마두의 제자 [27] +11 12.02.08 5,009 36 10쪽
27 마두의 제자 [26] +24 12.02.07 5,339 33 9쪽
26 마두의 제자 [25] +16 12.02.06 5,176 40 11쪽
25 마두의 제자 [24] +11 12.02.05 5,579 35 10쪽
24 마두의 제자 [23] +10 12.02.05 6,043 30 10쪽
23 마두의 제자 [22] +10 12.02.02 6,269 41 8쪽
22 마두의 제자 [21] +12 12.02.01 6,105 33 8쪽
21 마두의 제자 [20] +17 12.01.31 6,318 32 11쪽
20 마두의 제자 [19] +6 12.01.31 6,616 40 9쪽
19 마두의 제자 [18] +11 12.01.31 6,669 39 10쪽
18 마두의 제자 [17] +7 12.01.30 6,686 38 7쪽
17 마두의 제자 [외전] +6 12.01.30 6,531 34 7쪽
16 마두의 제자 [16] +10 12.01.30 7,023 36 6쪽
15 마두의 제자 [15] +10 12.01.29 7,346 38 8쪽
» 마두의 제자 [14] +7 12.01.28 7,541 31 10쪽
13 마두의 제자 [13] +7 12.01.28 7,562 32 7쪽
12 마두의 제자 [12] +3 12.01.27 7,919 37 9쪽
11 마두의 제자 [11] +3 12.01.25 7,903 34 6쪽
10 마두의 제자 [10] +6 12.01.24 8,302 37 13쪽
9 마두의 제자 [9] +3 12.01.23 8,320 35 8쪽
8 마두의 제자 [8] +7 12.01.23 8,680 35 7쪽
7 마두의 제자 [7] +3 12.01.22 8,916 41 7쪽
6 마두의 제자 [6] +7 12.01.22 9,083 39 8쪽
5 마두의 제자 [5] +3 12.01.22 9,489 44 9쪽
4 마두의 제자 [4] +6 12.01.21 10,218 4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