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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243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5 21:07
조회
7,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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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6쪽

마두의 제자 [11]

DUMMY

한린은 고심했다. 상황을 분석했다. 흑의 여인을 만난 이후로 도대체 알 수 없는 상황들이 그를 그답지 못하게 만들었다.


'몇달 전만 해도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얼마나 진지한지 그는 '이것이 사부의 빈자리인가?'라고 까지 생각했다.


한린은 길을 걸으면서 사부와 함께하던 자신을 생각했다. 그가 죽었을 때 눈물조차 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는 사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실 그의 세상에서 그의 스승이 너무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한린의 이런 혼란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 힘으로 제압해야 하나?'


여인에대해 사부에게 배운거라고는 힘으로 하는 협박뿐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흑의 여인에게는 가능한 수법이 아니었다. 실력행사를 했다가는 소란스러워질 것이 뻔했다. 허나 그렇다고 이렇게 흑의 여인에게 질질 끌려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한린은 오랜만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너 되게 귀여워. 다루기 쉬운 것이 누구한테 길들여진 것 같아."


"..."


"장난이야. 그렇게 죽일 듯이 노려보지 말라고."


흑의 여인의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한린이었다.



크고 작은 소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조용할 날 없는 무인들에게 이는 당연한 일상이다. 한린의 맘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표행 자체는 아주 평온한 일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4조의 다른 표사들은 흑의 여인을 피했고, 표면적으로 그는 아직도 흑의 여인을 전담하고 있었다. 한린과 여인이 4조의 가장 뒤에서 나란히 걸었다. 흑의 여인에 등에는 커다란 흑창이 그녀가 무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한린은 소지품마저 다 화물과 함께 싣고는 아무 것도 없는 빈손이라 마치 산책나온 한량 같은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한린이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주변에 시선이 계속해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자신이 말이라도 거는 날에는 정말 이상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들이 다 아는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한린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대다수의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주변에 관심이 많군요. 그럼 당신 이름은 뭡니까?"


"어머? 숙녀 이름은 왜??"



아, 반응 참...


"... 계속 흑소저라고 부르겠습니다."


"아냐 아냐. 누이라고 불러. 정아 누이. 난 린이 동생이라고 부를게."


... 한린은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지병인 만성두통이 엄습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후...도대체 몇 살입니까?"


"서른 여섯."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답했다.


"서른 여섯에 그 외모라니 터무니없군요."


"내가 좀 동안이기는 해."


"서른 여섯에 그 정도 무공도 터무니 없습니다."


"여섯 살때부터 무공을 익혔거든 30년 내공인 셈이지. 게다가 어려서부터 온갖 영약과 벌모세수 속에 파묻혀 자랐으니 이 정도가 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한린은 절정의 무공과 실력이라는 것이 중원에서는 가장 귀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사부는 늘 그를 가르치면서 얼마나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인지 수십번씩 강조하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아주 덤덤하게 응답했고. 한린은 그녀가 명문가의 자제이거나 매우 중요한 인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긴 출신이 좋지 않으면 여성이 어린 나이에 고강한 무공을 가지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정리하면, 소저는 어려서부터 전문적으로 무공을 익혀온 창을 잘쓰는 36세의 여성 고수라는 이야기군요."


"'미모의'라는 수식어를 빼먹었어! 그리고 나이는 빼주는 게 어때?"


"아, 네... 그러면 소저는 어려서부터 전문적으로 무공을 익혀온 창을 사용하는 미모의 여성 고수, 맞습니까?


정아라는 여인은 한린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칭호를 바꿔주자.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런 표행에 참여하는 겁니까?"


생각해보면 그것이 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도대체 이 여인은 이런 평범한 표행에 표사로 참여할 이가 아니었다. 유심히 지켜봤지만 흑의 여인과 표행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었다. 그저 방향이 같다는 것 정도. 이런 허름한 표행에 저 까다로운 여인이 참여할 이유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거기서부터가 한린의 예상 밖이었고 결국 흑의 여인의 모든 행동이 한린의 예상을 벗어났다.


"글쎄..."


여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였다.


"...........니까."


"???... 잘 못들었습니다?"


"아니야. 못 들었으면 됐어."


한린이 거듭 물었으나 그녀는 말 실수를 했다는 듯이 황급하게 먼저 앞서나갔다.



'보름 후에 상단이 연곡시전을 지날 것이오. 그 때 지정된 장소로 가시오. 목표는 혼자 움직이니 어렵지 않을 것이외다.'


그가 엿들었던 여인과 흑의인과의 대화,


한린은 사실 이것을 물어 볼 생각이었다. 끌려가는 것이 싫어 되도록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느새 날짜는 오늘로 다가왔고 오늘 밤 상단은 연곡시전에서 머물 예정이었다.


이대로라면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아마 그녀는 어떤 조직의 해결사, 혹은 자객일 것이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지령을 받고 있는 듯 했다. 오늘의 임무는 그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어떤 인물의 암살.


한린은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밤 그녀를 지켜볼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그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과연 자신이 지금 이성적인지 의문이 들었다.



"외로우니까."


정확히 듣지 못한 그녀의 마지막 말을 생각했다.


분명 잘 못 들은 것이리라.




-


작가의말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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