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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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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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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02.0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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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의 제자 [23]

DUMMY

광무곤(狂武棍) 장천은 여러모로 빙마봉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한린은 어려서부터 늘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 마두 사부는 작은 키에 머리도 크고 구부정한 신체를 가졌는데, 장천은 기골이 장대하고 키도 보통 사람보다 머리 두개는 더 큰 장신이었다. 거기에 빼어난 미남이기도 했다.


한린은 장천을 형처럼 따랐다. 그는 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빙마봉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기를 자처하는 사람이었다. 마두 사부의 그 지랄맞은 성격도 늘 웃어넘겼고, 전택의 지나친 깐깐함에도 항상 맞춰주었다. 그는 빙마봉에서 가장 약자인 한린조차도 배려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잘생긴 미남자였고 자신을 비추어 남을 배려하는 군자였으며 광무(狂武)라고 불리울 정도로 명성이 높은 무인이었다. 한린의 생각에는 아무래도 이 외진 빙마봉과 어울리지 않았다. 장천은 어린 그가 아는 사내중에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늦도록 혼인을 하지 않았는데, 한린으로서는 늘 그 점이 의문이었다. 그가 혼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사부는 '미련한 곰만도 못한 놈'이기 때문이라 하였고, 전택은 죽어버린 옛 여인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무인치고는 공부를 많이하여 아는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사부는 늘 그를 '멍청이'라고 불렀다. 한린이 이유를 묻자, 전택은 그를 '미련할 정도로 순해빠져서 미워할 수도 없는 짐덩어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 참고로, 이는 한린이 순화시킨 표현이다. '원래는 미워할 수 없는 개자식'이었다.


"장천 어르신은 왜 혼인하지 않으십니까?"


한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을 때, 그는 남아도는 양기를 처리하지 못해서 애를 먹던 소년이었다. 왜 여인에 대한 궁금증이 들끓다못해 흘러넘치는 시기가 있지 않은가.


"하하하. 남자들이 볼 때는 잘생긴 얼굴일지 몰라도, 난 여인들에게는 매력없는 얼굴일세. 남녀는 외모의 기준이 다르니까."


그의 겸연쩍은 변명에 한린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빙마봉에서만 갇혀 지내는 한린이라도 장천이 어떻게보든 추남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또한 마을의 남자들이 혼인할 때, 추한 외모가 그리 문제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린이 이런 마음을 느꼈는지, 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자네, 왜 첫사랑이 실패한다고 생각하나?"


뭔소리야, 갑자기? 장천은 또다시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의 고질병이었다. 한린은 이처럼 가끔 튀어나오는 괴짜같은 행동 때문에 그가 사부에게 늘 미련하다고 구박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부의 그 제자인 한린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린은 일단 경청해서 들었다. 아무래도 관심 분야니까.


"그야 당연히 남자라는 짐승들은 여자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잘 할 수 있겠나?"


"방법을 모르는 남자들은 서툴고 거칠어서 결국 사랑하는 여인에게 상처만 주게 되지. 진심은 잘못된 방식과 오해로 가려지고 결국 아픔 밖에는 남지 않게되네. 여인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니까."


"그래서 결국 첫사랑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거라네. 그리고 남자는 그 실패를 통해서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게 되지."


'그러니까 여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는데 왜 혼인을 안하냐고.'


한린은 답답함에 짜증이 치밀어올랐지만 결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남자의 사랑이 바로 그 서툰 상처투성이의 사랑이라네. 한심하지만 그게 '남자가 사랑하는 방식'이야. 아무런 꾸밈도 없는 가장 순수한 연모(戀慕)말일세."


"안타깝게도 그 순수한 마음은 두번째 부터는 탁해질 수밖에 없어. 어떤 방식으로든 여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버렸으니까. 가장 순수한 진심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거야. 그래서 남자라는 짐승들은 첫사랑을 못잊는 경우가 허다하지."


'결국 첫사랑을 못 잊어서라는 거잖아!'


한린은 터무니없는 궤변으로 말을 빙빙 돌려서하는 장천의 모습이 황당했지만, 역시 사파에서 손꼽히는 고수의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말 할 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하죠? 저도 실패할 수밖에 없나요?"


한린의 질문에 그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실패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어찌하겠는가. 세상이라는 놈은 잔혹해서 결코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네."


"음, 만약 세월을 거슬러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봐... 또 혼자 너무 멀리 가잖아.'


갑자기 그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장천은 곧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진솔함을 그 해답으로 택할 것 같구만. 수많은 오해를 걷어내고 자신조차도 감추고 싶어하는 그 진심을 보여준다면, 어쩌면 진심이 무지함과 서투름을 극복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 맞아, 솔직하게나. 자네는 그때가 오면 솔직했으면 좋겠군."


그는 한린을 앞에 두고 자문자답하며 홀로 만족스러운 결론을 내렸다는 듯 웃었다. 전택이 미워할 수 없다고 말했던, 한린이 좋아하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였다.




* * *



가끔씩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질 때가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생각이 많을 때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이미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한린은 창을 열었다. 열린 틈을 이용해 밤의 찬 공기가 들어온다. 그가 익힌 월음빙정신공이 음의 기운을 가진 무공이기 때문일까? 그는 달이 뜬 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고는 했다.


'그 남자는 누구일까?'


석소희와 팽지창을 만났던 그날 밤, 귀보가 그들을 도와주었지만 한린은 아직도 그 의문의 남자의 정체를 몰랐다. 석가장을 나선 이후에도, 정아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한린도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그에게는 자격이 없었다. 그 역시 그녀에게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나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지금의 동행은 너무도 불안정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벌써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과연 그가 빙존의 제자라는 것을 알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이후에도 동행이 지속될 수 있을까? 조직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녀가 무림공적의 제자와 공존할 수 있을까?


한린은 고개를 저었다. 회의적이었다.


그가 예측하기에 그녀는 현 무림정세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수임이 분명했다. 어쩌면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와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린은 얼마전에 명을 다한 빙존의 제자로 빙존의 무공과 풍존의 무공을 지니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녀는 어떤 조직의 살수인데, 그는 중원에 적이 너무나 많은 마두의 제자다.


아마도 그가 빙존의 제자임을 알면 이 동행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숨겨가면서까지 이 동행을 지속할 근거는 무엇인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 동행을 계속할 것인가?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숨기면서 그녀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까? 베일에 싸인 그녀와의 이 동행은 너무 위험한 것이 아닌가?


새벽녘의 고요는 그의 고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의 원래 방식이라면 취해야 할 행동은 명확했다. 자신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그 남자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 아니 사실은 그녀도 위험했다. 그녀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 또한 위험하다. 그는 자신을 숨기면서 그녀에 대해 알아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요소가 너무 많았다.


'아니, 아니다. 숨기는 것도 위험하다. 이 동행 자체가 위험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밝히고 이 동행 자체를 매듭짓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한린의 사고는 이미 가능한 최악의 상황까지도 상정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적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숨기고 싶지 않았지만 발생할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고, 숨겨서라도 조금만 더 동행이 지속되기를 바랐다. 아직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자 했다. 조금만 더.



"후... 이럴 땐 어떡해야하지?"


그가 머리 속의 물음을 소리를 내어 꺼내놓자. 이미 차가워진 방 안의 공기에 그의 한숨만큼 긴 입김이 생겨났다.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아니면 서로에 대해 숨겨야 하는가?


'망할 제자야.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 있거든 무조건 숨기는 것이 상책이다. 니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절대 내색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숨겨야 한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잘못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지는 경우가 이 세상엔 너무나 많거든.'


마두 사부의 가르침이 머리에 떠올랐다.


"빌어먹을"


한린은 욕설을 내뱉으며 침상에 몸을 털썩 뉘였다. 그는 마두 사부가 가르쳐 준 방식 외에는 배운 적이 없는 마두의 제자였다.



안타깝게도 지난 밤의 꿈은 기억이 나지 않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결코 무엇이 답인지 알려주는 법이 없다.








-


작가의말

2부 시작입니다. 이번 편은 서장 쯤 되겠네요. 서장이 이 모양이긴 하지만 이제 연애질은 그만.
1부를 바탕으로 액션, 무협, 전투, 카리스마, 다크한 주인공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거 벌써부터 재미있을 것 같죠? 아니라구요? 뭔가 부족하다구요? 그러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다이렉트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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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두의 제자 [28] +11 12.02.09 5,360 35 12쪽
28 마두의 제자 [27] +11 12.02.08 5,009 36 10쪽
27 마두의 제자 [26] +24 12.02.07 5,340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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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마두의 제자 [24] +11 12.02.05 5,579 35 10쪽
» 마두의 제자 [23] +10 12.02.05 6,044 30 10쪽
23 마두의 제자 [22] +10 12.02.02 6,269 41 8쪽
22 마두의 제자 [21] +12 12.02.01 6,106 3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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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두의 제자 [8] +7 12.01.23 8,680 3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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