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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177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8 04:18
조회
7,561
추천
32
글자
7쪽

마두의 제자 [13]

DUMMY

밤하늘에 새초롬한 만월이 서글프다.


여인은 추적추적 객잔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의 상대는 쉽지 않았는지 그녀의 몸에는 자잘한 검흔들이 가득했고 오른쪽 허리부근에는 미세하게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확고한 검이었어.'


결코 자신보다 강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소리없이 사라질 무인도 아니었고 진중하면서도 날카로운 검은 그녀의 옆구리에 꽤나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상처부위를 손으로 압박하여 지혈한 채 비틀비틀 걷는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보면 깜짝놀랄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숨쉬는 것만큼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는 귀식대법은 대로 한복판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숨겨준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마치 그녀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듯 자신의 길을 더욱 재촉할 뿐이었다.


상처 입은 옆구리에서 피와 함께 마음까지 빠져나가는 듯 하다.


그녀는 지쳐가고 있었다. 살수로 활동한 지도 5년여.

깨끗하게 살아온 삶은 아니었지만 원한도 없는 자들을 계속해서 죽이는 현실은 그녀를 점점 피폐하게 만들어갔다. 그녀의 목표들은 악인이 드물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살아갈 가치가 있는 자들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녀는 달에게 물었다. 그녀가 짊어진 짐이 오늘따라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이제 그만할 것이다. 조직에서 내려오는 지긋지긋한 의뢰도 이제 끝이다. 하지만 그자는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기계적인 살인의 연속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녀는 피 묻은 창대를 지팡이 삼아 거리의 담벽에 잠시 몸을 기대었다.


그녀는 기댈 곳이 필요했다. 이 차가운 담벽에라도 의지하지 않으면 쓰러져버릴 것 같은 밤이었다.



객잔에 돌아온 정아는 벌어진 풍경에 깜짝 놀랐다. 이미 소란이 한바탕 지나간 후였고 중앙표국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돌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 역시 부상을 입었지만 그렇다고 일반 표사들이 기척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사실 부상자가 너무 많아 그녀는 눈에 띌 일도 없었다. 그녀가 객잔 중앙으로 들어서자 양표두와 이야기를 나누던 한린만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당신과 연관된 자들의 소행이에요.>


한린의 전음. 그녀는 한숨을 폭 내쉰다.


'결국 표행도 여기까지인가...'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윗층으로 향했다. 일단 그녀는 쉬고 싶었다.



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지 일다경 정도 지난 후에 한린이 들어왔다.


이미 전음으로 방문을 전한 상태였기에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금창약을 바르며 태연자약한 모습이었다. 아니 일부러 태연한 척하는 그녀였다.


"어떻게 된거야?"


어색함이 생길까 두려웠는지 한린이 들어오자마자 정아가 물었다.


"전에 당신과 접촉했던 흑의인이 동료를 데리고 객잔을 급습했습니다. 아마도 당신과 나 때문이겠죠. 그 과정에서 꽤나 많은 표사들이 부상을 입었고 현재는 양표두와 남은 표사들이 진위를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래도 몰살하진 않았네?"


"몰살이란 단어를 참 밝은 표정으로 쓰시네요. 제가 그정도는 능력이 됩니다."


그녀는 눈꼬리를 올리며 '제법인걸?'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때 표행은 가능할 것 같아?"


"부상자가 너무 많습니다. 표행을 재개하려면 표사들을 새로 모아야 할겁니다. 설령 그렇게 표행이 이뤄진다고 해도 당신이 표행에 참여하긴 힘들테구요."


"왜? 그놈들이 뭐라던데? 난 잘못한 거 없어!"


"당신의 독단적인 행동을 두고 볼 수 없다는데요."


"..."


한린은 탁자위에 걸터앉으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정아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굳이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아마 표행은 중단될 겁니다. 이미 중앙표국에서 외무사들의 수당과 치료비를 마련하고 있어요. 게다가 당신은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이 없어요. 안 그래도 별로 안친한데."


...


그녀는 못들은 척 상처를 돌 볼 뿐이었다. 둘 사이에 잠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깨끗한 천을 이용해 상처를 지혈한 정아는 몸 곳곳에 금창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손이 잘 안닿는 듯 한데. 제가 도와드리죠."


결국 참다못한 한린이 금창약을 들었다. 그녀도 순순히 등을 내보였다.


"동생 오늘따라 친절하네. 무슨 생각이야?"


"이제 마지막이니까요. 잠시 동안의 악연이지만 좋게 끝내지요."


말은 무뚝뚝했지만 손길은 따뜻했다. 정아는 상의를 좀 더 내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랬다가는 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청년이 손을 멈출까 겁이 났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떠날 생각인가보지?"


"저도 그닥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여기 머물러서 좋을 일이 없지요. 사실 흑의인들의 표적은 저였으니까요."


한린 역시 너무 크게 소란을 일으켜 이미 표행에 머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 다 발랐습니다. 받으시지요."


"...... 앞에도 발라줘. 팔을 다쳐서 힘들어."


"미친...."


순간적으로 험한 욕이 튀어나온 한린이지만 결국 금창약을 들어 조심스럽게 여인에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녀가 유별한 것은 흑의 여인도 비켜가지 않는 지 숨 막힐듯한 어색함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어디로 가는데?"


"사천으로 갑니다. 원래 목적지가 사천이었거든요."


"정말? 나도 마침 사천으로 가는데!"


"...... 순간적으로 사부에게 배운 손가락 욕을 쓸 뻔했습니다."


"아... 역시 안되려나?"


그녀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비장의 눈 마주치기."


"..."


"내일 아침에 바로 떠날 겁니다."


"나도 내일 아침에 떠나."


"왜 함께 가려는 겁니까?"


"가는 길도 같고, 이왕이면 둘이 낫잖아?"


"... 사천까지만 입니다."


"누님이라고 불러."


한린은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왜인지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날 밤, 여인은 조직으로 전서구를 보냈다. 지령을 완료했다는 마지막 연락이었다. 이 연락은 잠시의 시간을 벌어줄 뿐이었고 곧 조직에서도 자신이 변절한 것을 알게되겠지만 그녀는 편안한 마음이었다. 그녀는 조직을 두려워 한 적이 없다. 다만 혼자인 것이 두려웠을 뿐이다.


'수형쌍도 전택 제거, 완료.'


이것이 마지막인 것을 비둘기도 아는지, 밤하늘을 가르며 세차게 날아올랐다.


작가의말

오늘 알았는데 cafe 삼도천의 작가님 필명도 서현이시네요. (한자는 다르지만...) 전 정말 몰랐습니다. 전 결백해요!!

게다가 저는 본명이랍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그럼 결백한 거 맞죠? 음??
문제가 되면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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