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197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2 11:40
조회
9,489
추천
44
글자
9쪽

마두의 제자 [5]

DUMMY

사실 많은 인원이 행렬에 맞춰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처럼 화물이 많은 표행같은 경우에는 짐을 끄는 말들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기에 맞추어 걷기에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오래 걷는 것은 무공의 고하와 관계없이 하반신에 부담이 가는 일임은 틀림없다. 내공이고 뭐고 서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 발바닥의 기혈이 정체되고 발목과 발등에 신체의 하중이 실리게 된다. 이는 내공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신법을 연마할 때는 늘 한시진마다 쉬어주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두 발을 망치게 된다.'


'인간도 금수와 다를 바가 없다.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을 때 이상적인 중심을 갖고 단전이 확장된다.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것은 천리에 역행하는 일이니. 경신법을 펼칠 때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풍존의 무공에서도 꼿꼿하게 서있는 자세는 가장 지양해야한다고 하였으며, 입공에 비해 좌공이나 와공이 발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 오래 걸으면 좀 쉬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겠소!"


표행의 선두에서 중앙표국의 표사 한명이 표두의 결정을 고용된 외무사들에게 전했다. 벌써 반나절을 걸었다. 조금 여유를 부려도 이정도 속도면 사흘안에 천진을 벗어나 하북에 들어설 수 있을 터였다.


마부들은 서둘러 말에게 먹일 건초들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상인들은 잠시 여유를 틈타 분주하게 상품들을 관리하며 혹시 유실되거나 손상된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표사들은 하나 둘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는데 보통 휴식시간에는 중앙표국에서만 경계를 서고 외무사들은 자유롭게 쉬는 것이 관례인 모양이었다.


한린은 적당한 위치에 있는 소나무 그루터기에 등을 대고 걸터앉았다. 지급받은 건포를 먹으며 한린은 빠르게 사람들을 훍기 시작했다. 한린에 오랜 습관이었다. 까다로운 변태 사부에게 맞추다 보니 주변에 모든 정보와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사람들을 한 시선에 담아둘 필요가 있었다.



한린은 느긋하게 등을 기댄채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표행은 총 10개조로 나누어 움직이는데 한린이 속한 4조는 비교적 값이 싼 생필품들이 들어있는 마차로 총 8명의 표사가 있었다. 그 중 3명은 중앙표국에서 배치한 표사였고, 5명은 그처럼 외부에서 고용된 외무사였다.


그 중에서 한린을 제외하면 외무사는 4. 검을 든 이가 둘, 권사로 보이는 중년인 한명, 그리고 삿갓을 쓰고 창을 등에 맨 무인이 한명으로 그 복색과 모습이 다양했다.


먼저 검을 든 이들을 살펴보면 두명은 일행으로 보였는데 여러 표국을 전전하며 표사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비슷한 복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다른 표국에서 지급한 표사의를 그대로 입고 온 모양이었다.


권사로 보이는 이는 불혹가까워 보이는 중년인으로 풍기는 기도가 제법 무겁고 고절한 것이 무공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상당한 실력의 권사가 가장 보수가 낮은 표사로 참여한다는 것은 의외였으나 외무사들이 무림인들 중에서도 가지각색의 사정을 가진 자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한린의 사고 범위 내였다.


'저 자는 아무리 봐도 수상한 데 말이야.'


문제는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창을 맨 흑의인이었다.


낭인처럼 보이는 복색은 문제가 없었지만 한린이 얼핏 보기에도 삿갓 아래로 보이는 흑의인의 얼굴은 여성의 것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미인의... 창을 맨 낭인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 낭인이 상당한 미인이고 낭인 복색으로 표행에 참여 했다는 것은 상당히 수상해보였다. 흑의인은 표행내내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인에 별 관심이 없는 한린이 알아챌 정도라면 이미 다른 사람들도 그가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흑색 삿갓을 아래로 흠칫흠칫 보이는 그녀의 외모는 주변의 시선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표국 쪽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이를 참여시켰는지 모르겠군'



사람들이 모이면 사람들 간의 힘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사람이 분쟁을 만들고 분쟁이 사고를 만든다. 정치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권력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여인들이다. 저 아가씨는 여러모로 소란을 일으킬 여지가 충분했다.


'제발 분수 모르는 무림인이 수작을 건다거나 더럽게 생긴 산적두목이 여자는 놓고 가라는 중원의 흔하디흔한 이야기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


한린은 빙마봉에서 생활하기는 했지만 과거 사부를 수행하여 무림에 나와본 경험이 있었고 전택이나 장천을 통해서도 무림지사에 대해서도 익히 들어온 터였다.



이동 중에도 부산스러운 이야기 소리가 조금 들리더니, 결국 검을 든 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이 거기 아가씨. 그렇게 혼자 앉아 있지 말고 우리와 함께 어울리는 게 어떻겠나?"


'아 역시 고루한 전개를 벗어나지 못하는군.'


한명이 가볍게 수작을 걸기 시작했다. 분명 상대가 무인임을 염려했는지 제법 예를 차린 말이었지만 흑의인은 묵묵부답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여인임이 알려지는 것이 불쾌한 모양이었다.


"하하하. 제법 세침한 아가씨구만 그렇지 말고 함께하지. 하남까지 가려면 분명 먼 길인데 그렇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갈 수는 없지 않나?"


또 다른 이가 옆에서 거든다.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체로 표행에 참여하는 무사들은 되도록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관례였다. 유사시 전투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어느정도 안면정도는 익혀두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혹시 말 못하는 벙어리아닌가? 저잣거리의 아낙네들은 두런두런 모여서 이야기 꽃 피우는 게 낙이라는데 말한 마디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여인은 상대하지 않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고, 두사람은 점점 노골적으로 여인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노련한 표사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흑의인의 행색이 영 우스워보이는 모양이었다.


중앙표국의 표사들이 나서 두사람을 제지했지만 여럿이 모이면 바보가 된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두 사람의 언행은 점점 거칠어졌다.


'이거 사단이 나겠구만.'


흑의인의 우수가 슬며시 등 뒤에 맨 창으로 향하고 있었다.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보는 게 여정에 이로울 것이다. 무위를 보여주든지 아니면 자존심을 굽혀 어울리든지. 게다가 흑의인은 적어도 두사람보다는 강했다.


문제는 여인의 눈빛이 일수에 다 죽여버릴 것 같은 눈빛이라는 것 정도...?



"거기까지 하게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심하구만"


'오호~ 역시 한 수가 있었나?'


사내들을 막고 나선 것은 중년인이었다. 살생이 일어나면 표사단의 분위기가 더 험악해질테니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이상 하면 내가 가만있지 않겠네. 어서 사과하게나."


중년인은 연장자답게 소란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검을 찬 두 사내는 은은히 퍼지는 중년인의 기도에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강호에서 굴러먹는 삼류무사들을 이런 경우에서는 언제나 대처가 빠르다. 사내 중 한명이 나서서 작은 목소리로 우물쭈물 사과했다.


"미,미안하오. 그냥 장난이었소."


"그렇소 대인, 여정이 너무 고단하다보니 잠시 혹하는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오."


'사과를 여인이 아니라 중년인을 보고하는군.'


소란은 이렇게 일단락 되는 듯해 보였다. 삿갓 아래 흑의 여인의 표정이 아직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것을 한린만이 깨닫고 있기는 했지만...


"이것도 인연이니 잘 지내 봅시다. 하하하. 여기 대인도 있고 미인도 있으니 이거 즐거이 술이라도 한잔... "


'이봐. 그냥 사과만 하고 끝냈어야 했어.'


갑자기 한 사내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어찌나 빠른 움직임이였는지 두 명의 사내는 물론이고 중년인도 속수무책이었다.


흑의인의 창이 이미 사내의 우측어깨를 꿰뚫고 나와 다른 한명의 목에 닿아있었다. 중년인은 여인의 무위에 말을 잃었고 그녀는 얼음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창 끝을 응시할 뿐이었다.




'외모로나 성정으로나 분란을 몰고다니는 아가씨로구만.'


한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두의 제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마두의 제자 6권 완결 +2 12.09.26 1,178 0 -
32 신룡제 [02] +2 12.10.17 1,165 18 10쪽
31 신룡제 [01] +2 12.10.07 1,408 15 10쪽
30 신룡제 [00] +4 12.10.02 1,740 24 3쪽
29 마두의 제자 [28] +11 12.02.09 5,359 35 12쪽
28 마두의 제자 [27] +11 12.02.08 5,009 36 10쪽
27 마두의 제자 [26] +24 12.02.07 5,339 33 9쪽
26 마두의 제자 [25] +16 12.02.06 5,176 40 11쪽
25 마두의 제자 [24] +11 12.02.05 5,579 35 10쪽
24 마두의 제자 [23] +10 12.02.05 6,043 30 10쪽
23 마두의 제자 [22] +10 12.02.02 6,269 41 8쪽
22 마두의 제자 [21] +12 12.02.01 6,105 33 8쪽
21 마두의 제자 [20] +17 12.01.31 6,318 32 11쪽
20 마두의 제자 [19] +6 12.01.31 6,616 40 9쪽
19 마두의 제자 [18] +11 12.01.31 6,669 39 10쪽
18 마두의 제자 [17] +7 12.01.30 6,686 38 7쪽
17 마두의 제자 [외전] +6 12.01.30 6,531 34 7쪽
16 마두의 제자 [16] +10 12.01.30 7,023 36 6쪽
15 마두의 제자 [15] +10 12.01.29 7,346 38 8쪽
14 마두의 제자 [14] +7 12.01.28 7,541 31 10쪽
13 마두의 제자 [13] +7 12.01.28 7,562 32 7쪽
12 마두의 제자 [12] +3 12.01.27 7,919 37 9쪽
11 마두의 제자 [11] +3 12.01.25 7,903 34 6쪽
10 마두의 제자 [10] +6 12.01.24 8,302 37 13쪽
9 마두의 제자 [9] +3 12.01.23 8,321 35 8쪽
8 마두의 제자 [8] +7 12.01.23 8,680 35 7쪽
7 마두의 제자 [7] +3 12.01.22 8,916 41 7쪽
6 마두의 제자 [6] +7 12.01.22 9,083 39 8쪽
» 마두의 제자 [5] +3 12.01.22 9,490 44 9쪽
4 마두의 제자 [4] +6 12.01.21 10,218 4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