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189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2.08 23:02
조회
5,008
추천
36
글자
10쪽

마두의 제자 [27]

DUMMY

먼 거리를 걸어가는 길이지만 바쁠 것이 없는 여정이었고, 이어지고 이어진 길은 드디어 하남성(河南省)을 벗어나 섬서성(陝西省)에 다달았다. 섬서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사천(四川)이었다. 한린은 점차 목적지가 가까워 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한린은 평가하기에 처음의 걱정보다는 평안한 여정이었다. 아직 마두사부의 철천지 원수들을 만나지도 않았고, 별다른 공격도 받지 않았다. 석가장에서의 일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이렇다할 어려움 없이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빙마봉을 나설 때만 하여도 혹여나 무림군사 제갈현의 지휘아래 무림맹의 고수들이 그를 추적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위험이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를 쫓는 본격적인 움직임은 시작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빙마봉이 있던 길림성에서 섬서성까지 먼 길을 오면서 고단했던 여정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었다. 중원에 나서면 마두사부가 유산으로 남겨놓은 수많은 적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행스럽게도 조금 이상하지만 괜찮은 동행들을 얻었다. 뭐 여러가지 불안요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비교적 평안한 여정이었다.


'이제 사천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군.'


한린은 오히려 조금 빠르게 여정의 끝이 다가온다고 느꼈다. 아직 사모님을 만날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이제 새로운 생활에 조금 익숙해졌는데. 사부가 죽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신세라고 생각했는데 한린은 어느새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빌어먹을 사부는 하늘에서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으려나.'


사부와는 전혀 다른 강호행을 하는 제자에게 온갖 욕을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한린을 지켜보고만 있다면... 이제는 아버지보다 그가 더 그리웠다.



세 사람은 섬서에 들어서자마자 객잔부터 들렸다. 산길을 거쳐 오느라 고단했기 때문이다. 정아야 미인이라(?) 원체 노숙을 좋아하지 않았고 귀보는 군생활을 많이했기 때문에 노숙이라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군부 출신이니까 보통은 노숙이 익숙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무슨 소리! 많이 했으니까 더 이상 하기 싫은게 정상이제. 게다가 나는 적은 나이도 아니라고."


귀보의 능청스러운 대꾸에 한린이 쿡쿡 웃었고 정아는 몸도 가누기 힘든 영감탱이가 왜 졸졸 따라오냐며 면박을 주었다. 귀보는 아직 50도 되지 않았는데 누가 영감이냐며 노발대발했고, 한린은 누님도 결코 적지 않은 나이라며 그의 편을 들었다가 진정 죽을 뻔했다.


객잔에 도착한 일행은 짐을 풀고 여독을 풀었다. 섬서성의 초입임에도 제법 시설이 괜찮은 객잔이었다. 귀보와 한린이 한방에서 머무르게 되었는데, 정아는 이제 귀보가 있으니 한방에서 잘 수가 없다는 소리를 하여 한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귀보는 깜짝 놀랐다가 이내 감탄하며 부러운 눈으로 한린을 쳐다보았다. 그가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이며 말했다.


"젋은 친구가 능력이 좋구만"


"저기, 어르신 오해..."


"크흠, 두 사람이 한방에서 머물고 나혼자 밤을 보내도 괜찮네!"


조금 억울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저녁이었다.



객잔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린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귀보는 정체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대할 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린은 사람보는 눈이 있는 편이라 아마 그의 예감은 맞을 것이다.


별다른 고난 없이 이대로 여정이 이어진다면 빠른 시일내에 사천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한린은 침구를 준비하면서 이대로 평온한 일정이 이어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정이 들어버렸나?"


한린은 곧 다가올 헤어짐에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감상에 불과했으니... 그들의 평온은 바로 그날 밤에 깨어져버리고 말았다.



빠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막 잠이들었던 한린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공격에 대한 반응은 귀보가 훨씬 빨랐으나 신속한 머리회전은 한린이 우위에 있었다.


'옆방은 정아의 방이다.'


상당히 큰 소음이 이어지는 것이 옆방에서 전투가 벌어진 듯 하였다. 한린은 바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자신에게 엄습해오는 공격을 피하는게 먼저였다. 이미 그에게도 수십명의 자객들이 간격을 좁혀오고 있었다.


한린이 먼저 신속하게 바닥을 향해 구르면서 덮고 있는 침구를 이용해 날아오는 표창들을 흐트려 막아냈다. 용곤을 다리 사이에 끼운채로 안고 잠을 자던 귀보는 그의 붉은 용곤을 적들을 향해 세웠다.


좁은 방 안에 비해 그들을 노린 자객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못해도 수십은 되보이는 숫자였다. 한린이 자객들을 상대하는 사이 내공을 끌어올린 귀보는 호기롭게 말하며 용곤을 휘둘렀다.


"일단 크게 한방하고 시작할까?"


"네?"


광은룡(狂慇龍)


곤의 끝부분을 잡고 뒤쪽에서부터 크게 호를 그리는 일격. 용곤의 머리부분의 가득 담기 양기가 분출되며 곤봉의 궤적에 따라 용의 형상을 그린다. 한린이 귀보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커다란 폭발음이 객잔을 울렸다. 귀보의 일격은 덤벼드는 자객들과 함께 객잔의 한쪽 벽면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헉....'


막 자고 일어나서일까? 충만한 양기로 밀어부치는 힘있는 일격에 지붕이 무너져내리면서 검은 밤하늘에 그들의 모습이 시원하게 들어났다. 어마어마한 내공에서 나오는 약간은 비현실적인 파괴력에 한린과 자객들의 입에서 절로 헉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비좁으니까 밖으로 나가죠"


벽이 허물어지면서 조금은 공간이 열리긴 했지만 아직도 방안은 비좁았고 적들의 수는 너무 많았다. 한린과 귀보가 밖으로 신형을 날렸고 어느새 폭발을 틈타 옆 방에서 빠져나온 정아도 두 사람과 합류했다.


객잔의 2층 방에서 뛰어내려 마당앞에 내려서자 순식간에 80여명의 자객들이 그들의 주위를 둘러쌓다. 한린은 만약 자신이 목적이라면 그들이 누구일지 생각했다. 죽은 빙존의 무공을 노리는 자들일 수 있고, 좀 더 강대한 세력이라면 사부를 늘 견제하던 제갈세가나 혹은 빙궁일 수도 있었다. 누구라도 손 쉬운 상대는 아닐 터였다.


"이거 많이도 몰려왔구먼"


"그러게요."


하지만 자객들은 수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자객들이 정아의 방에 들어선지 일다경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짧은 시간만에 세 사람은 자객들의 공격을 막아냈고 객잔을 날려버렸으며 객잔의 마당으로 내려섰다. 그들의 기습에 세 사람이 너무나 빠르게 대응하자 자객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중에 누굴 노리는 것이여? 창귀? 아니면 한린동상?"


"......"


두 사람 모두 찔리는 것이 있는지 귀보에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 습격을 받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공격 받는 것이 당연할 정도의 위험한 동행이었다.


한린은 세상을 적으로 돌리던 무림공적의 제자이고, 무림십대무공 중 둘을 가지고 있다. 정아 역시 무단으로 조직을 이탈한 상황이었고 아직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귀보도 쫓기는 처지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누가 공격 받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에 적이 누구를 노리는 지 판단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딱히 서로를 탓하거나 미안해 할 필요도 없으리라.


정아를 가운데 두고 귀보와 한린이 약간 앞서 적들과 대치하고 있는 진형. 상당히 많은 적들의 숫자에 세 사람 역시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긴장감흐르는 대치상황이 계속되자, 결국 행동력이 빠른 정아가 결단을 내렸다.


"일단은 따로 나누어 상대하자. 영감 30, 동생 30, 나 20 어때?"


"누가 영감이여!"


"왜 가장 강한 누님이 20인 겁니까."


빠른 속도로 적들의 숫자를 헤아린 정아는 마치 당과를 세 사람 몫으로 나누듯이 자객들을 배분해버렸다. 이러한 처사에도 귀보는 영감이라는 호칭에만 반응했고, 한린은 공정치 못한 분배에 딴지를 걸었다.


"난 여자잖아! 우대해 줘야지."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여인에 대한 경험이 없는터라 그녀에게 약했다.



"일단 흩어지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정확히 누구를 노리는 것인지를 알 수 있겠지요."


한린이 대책을 내 놓았다. 이에 두 사람은 빠르게 납득했고, 한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아가 즉각적으로 숲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런 정아를 향해 대략 20명 정도의 무인이 쫓아갔다. 적들의 실력이 상당해보였지만 그녀라면 쉽게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뒤이어 귀보가 적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그 반대방향으로 신형을 전개했다. 마찬가지로 20여명의 무인들이 놓치지 않기 위해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귀보 어르신이라면 능히 상대해내리라.


"잠깐만... 이렇게 되면..."


한린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80여명 중에 두사람을 쫓아 각각 20여명이 빠져나갔으니. 그는 대략 40여명의 자객과 함께 객잔 앞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휴, 이러면 내가 목표라는 말이 되는 건가?"


상황을 판단한 한린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지만 적들이 대답해 줄 리는 없었다. 귀보와 정아가 각각 20씩인데 자신 혼자 40이라니.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 그래 나는 이런 놈이었어.


존경하는 사부는 그에게 너무나 많은 적을 유산으로 남겨주었다. 한린은 새삼 자신의 신세를 절감하며 상황이 무사히 종료되면 그 때문에 잠을 설친 동행들에게 사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작가의말

음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바꾸자 5분, 그대로 11분이네요. 사실 저는 능글맞은 말투를 표현하고 싶었던 거지 사투리를 쓰려던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ㅜㅜㅜ 전라도 독자님들 분노를 거두어주세요.

일단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사투리를 아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거북할 수 있으므로 빨리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전라도 사투리를 쓰도록 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말투를 고민해보겠습니다. 좋은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내일 출판사에서 미팅을 갖기로 했습니다. 계약은 아니구요. 저는 출판은 무리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이라 걱정도 드네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두의 제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마두의 제자 6권 완결 +2 12.09.26 1,178 0 -
32 신룡제 [02] +2 12.10.17 1,164 18 10쪽
31 신룡제 [01] +2 12.10.07 1,408 15 10쪽
30 신룡제 [00] +4 12.10.02 1,740 24 3쪽
29 마두의 제자 [28] +11 12.02.09 5,359 35 12쪽
» 마두의 제자 [27] +11 12.02.08 5,009 36 10쪽
27 마두의 제자 [26] +24 12.02.07 5,339 33 9쪽
26 마두의 제자 [25] +16 12.02.06 5,176 40 11쪽
25 마두의 제자 [24] +11 12.02.05 5,579 35 10쪽
24 마두의 제자 [23] +10 12.02.05 6,043 30 10쪽
23 마두의 제자 [22] +10 12.02.02 6,268 41 8쪽
22 마두의 제자 [21] +12 12.02.01 6,105 33 8쪽
21 마두의 제자 [20] +17 12.01.31 6,317 32 11쪽
20 마두의 제자 [19] +6 12.01.31 6,616 40 9쪽
19 마두의 제자 [18] +11 12.01.31 6,669 39 10쪽
18 마두의 제자 [17] +7 12.01.30 6,686 38 7쪽
17 마두의 제자 [외전] +6 12.01.30 6,531 34 7쪽
16 마두의 제자 [16] +10 12.01.30 7,022 36 6쪽
15 마두의 제자 [15] +10 12.01.29 7,346 38 8쪽
14 마두의 제자 [14] +7 12.01.28 7,540 31 10쪽
13 마두의 제자 [13] +7 12.01.28 7,562 32 7쪽
12 마두의 제자 [12] +3 12.01.27 7,919 37 9쪽
11 마두의 제자 [11] +3 12.01.25 7,903 34 6쪽
10 마두의 제자 [10] +6 12.01.24 8,302 37 13쪽
9 마두의 제자 [9] +3 12.01.23 8,320 35 8쪽
8 마두의 제자 [8] +7 12.01.23 8,680 35 7쪽
7 마두의 제자 [7] +3 12.01.22 8,916 41 7쪽
6 마두의 제자 [6] +7 12.01.22 9,082 39 8쪽
5 마두의 제자 [5] +3 12.01.22 9,489 44 9쪽
4 마두의 제자 [4] +6 12.01.21 10,218 4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