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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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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192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2 16:30
조회
9,082
추천
39
글자
8쪽

마두의 제자 [6]

DUMMY

"스승님, 스승님은 왜 어여쁜 여인에게 더 못살게 구십니까?"


늘 궁금했던 것을 용기내어 물었다. 어려서 빙마봉에 잡혀온 한린은 여인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스승이 잡아온 여인들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몇몇과는 친누이처럼 지냈다.


하지만 사부는 항상 여인들을 못살게 굴었다. 아름다운 여인들을 강제로 잡아와 놓고 한번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적이 없었다. 한린은 늘 그것이 불만이었다.


"망할 제자야. 명심해라. 미인은 피곤한 존재란다. 이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명제이지."


"..."


"게다가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여인은 더 피곤한 존재란다."


"..."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피곤해진다는 것이지."




아 오랜만에 사부와의 정겨운 추억이 떠올랐다. 이 정도면 사부와의 추억중에 정겨운 편에 속한다. 그리고 한린은 사부의 이러한 가르침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다.


이게 다 저 소란의 예쁜이(?) 때문이었다. 표사들간의 분쟁으로 부상자가 생기자 표행의 분위기는 극도로 어지러워졌다. 결국 그 2명의 사내는 표행을 포기했으나 아무도 4조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고 상인들도 표사들을 피하는 눈치였다.


흑의 여인의 수상한 행색과 예상을 뛰어넘는 무위는 4조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 평온할 것으로 예상했던 여정이 부지불식간에 힘겨워진 한린이었다.


4조는 단합되기도 전에 분열되고 있었다. 중앙표국의 표사들은 흑의 여인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중년인 역시 여정내내 자신보다 높은 여인의 무위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이어갔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결국 보다 못한 표두는 한린에게 흑의 여인을 전담하여 관리해주기를 부탁했다.


'아, 내가 왜??'


추가 수당이고 뭐고 한린은 이런 피곤할 일을 맡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표행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양표두는 이대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한린에게 통사정을 했다. 4조의 속한 인원들 중 한린만이 유일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로써는 한린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양표두는 흑의 여인을 어찌할 수 없는 입장인 듯 했다. 흑의여인 쪽에서도 더 이상의 소란을 만들지 않고 협조하겠다는 확답을 양표두가 받아낸 후에야 결국 한린은 양표두의 부탁을 수락하기로 했다.


'구색만 맞추면 될 일이지. 어차피 이 표행도 얼마 남지도 않았다.'


일단 양표두의 부탁을 들어주는 척하며 시간을 끌다가 기미가 좋지 않으면 일부의 보수만 받고 미련없이 빠질 생각이었다.


이렇게해서 한린의 평안해야할 여정은 흑이 여인과 행동을 같이하며 그녀를 감시하는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되었다.게다가 이상하게도 흑의여인 역시 한린을 거부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 왜 날??'


흑의 여인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자신의 행동에 심하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으로 한린이 유일했고, 실상 숙식을 함께하는 표행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대화와 관계도 없이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이 정도의 감시를 타협으로 받아들였고 묵묵히 한린과 행동을 같이 함으로써 요구의 응했다.


'도대체 그녀가 이런식으로까지 이 표행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매사의 직접적이고 명료한 것을 추구하는 한린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흑소저, 하북까지 왔는데 역시 오리구이를 먹지 않을 수 없겠지요? 거기에 가볍게 대청주도 한잔 주문하면 정말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겠습니다요. 그렇지요?"


흑의 여인이 별다른 경계를 보이지 않자. 한린은 점차 뻔뻔하게 구는 것이 속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의 실력이면 창에 어깨가 관통될 위험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양표두를 비롯한 일행들을 한린의 행동이 놀라울 뿐이었다.


한린은 흑의 여인을 흑소저라고 불렀다. 이름을 물어보기 번거로워 호칭을 찾던 중 아무렇게나 '흑소저'라 부르기 시작했고 흑의여인도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애초에 중원 제일의 마두 빙존과도 15년을 생활한 한린이다. 그 어떤 고수를 데리고 와도 후안무치한 태도로 살갑게 구는 것이 가능했다.


'게다가 계산은 흑의인이 하니까.'


그로써는 빌어먹은 사부가 남겨준 재산이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흑의인은 딱히 한린을 부르는 호칭이 없었다. 아니 한린을 부르지 않았다. 표행길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한린은 개의치 않았고 마치 아무일 아니라는 듯이 한자리에서 고기를 뜯고 술잔을 나누었다.


일행들은 말한마디 없이도 수상한 고수에게 스스럼없이 행동하는 한린을 신기해하다가도 흑의인이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꼬박꼬박 술잔을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 경악해 했다.


사실 한린 역시 여인의 고분고분한 태도가 의외였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는 편했기에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이상한 것으로 치자면 표국측에서 흑의 여인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게다가 저 정도의 외모라니.'


본능의 충실한 사부를 둔 덕에 제법 많은 미인을 봐았던 한린조차도 손에 꼽을 만한 미인이었다.


"캬아~ 역시 사람은 세상 넓은 것을 알아야 한다더니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내 생전 처음 먹어봅니다. 다시 출발하면 한동안 객잔에는 들리지 못할텐데. 한마리 더 어떻습니까?"


"그래."


들릴듯말듯한 목소리였으나 한린은 분명이 들었다.


"오호~ 역시 맛있는 음식은 미인도 목소리를 내게 하는군요. 좋습니다. 이모님 여기 한마리 추가요!"


흑의 여인이 오히려 한린의 뻔뻔한 태도를 편하게 여기니 한린으로서도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한린은 흑의 여인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왕 이렇게 된 것 흑의인에게 들러붙어 편하게 숙식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 수록 흑의 여인의 무공은 심상치 않았다. 아무리 한린이 절정의 무인이라도 남의 내공을 살피는 것은 쉽지 않은데, 흑의 여인은 은은히 뿜어 나오는 기도만 하더라도 심상치 않았다. 여인이 이정도의 내공이라니....더구나 여인의 아름다운 외모는 나이까지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한린은 흑의 여인에 대한 감시를 놓지 않았다. 피곤하긴 하지만 눈앞의 위험요소를 파악해두지 않는 것 만큼 멍청한 짓도 없었고 한린은 그것을 용납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차라리 빈틈없이 살피는 것이 영리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흑의여인과 함께 행동한 지 행동한지 아흐레, 드디어 한린의 감시망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흑의 여인이 경계를 피해 상단을 빠져나갔다. 등에 맨 창을 분리해서 허리에 걸친 것이 분명 무슨 용무가 있으리라. 한린은 조심스럽게 그 뒤를 밟았다. 흑의 여인이 아무리 실력을 짐작하기 어려운 고수라 하여도, 최상위 보법인 쾌풍변천까지 알아챌 리는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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