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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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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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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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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0

작성
12.01.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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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7쪽

마두의 제자 [8]

DUMMY

귀식대법(龜息大法)

호흡과 내공은 일맥상통이다.

즉 내공을 숨기기 위해서는 호흡을 숨겨야 한다는 말이다.



듣기에 무공을 익힌 자들이 기척을 숨기기 위해 심장을 멈추는 수법이라고 하였다. 귀식대법이라 불리는 이러한 기예는 그 단계가 다양하다. 단순히 호흡을 멈추어 기척을 최소화 하는 것에서부터 높은 단계로 나아가면 정말 시체처럼 신체를 정지시키기까지도 하여 일반인은 시체들 사이에서 산사람을 구분해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나아가 마치 사물인 것처럼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귀식대법이란 가히 내공을 익힌 무인들이 사용하는 최상위의 은신술이라 하겠다.


이것이 한린이 사부에게 배운 귀식대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에이~ 말도 안돼.'


그는 들으면서도 사부에게 맞기 두려워 고개를 끄덕였을 뿐 술법이나 기예에 대해서는 허망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실 사부도 그닥 강조하지 않는 것이 귀식대법을 직접 본적은 없는 듯 했다. 만약 그런 기예를 보았다면 어떻게서든 얻어내고야 말았을테니.


그러니까 정말이지 말로만 들었다. 내공을 감추기 위해 심장을 멈추고 그 생기마져 감추어 사물과 하나가 된다는 귀식대법.


그 진귀한 술법을 생애 처음으로 마주했음에도 한린은 감탄의 한마디조차 내뱉을 수가 없었다. 이미 자신의 목젖에 닿아있는 창촉의 차가운 예기가 그를 극도로 집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인의 귀식대법은 그야말로 귀신과 같은 솜씨였다. 단순한 은신을 넘어선 그녀는 모습은마치 어둠과 하나로 동화된 것처럼 느껴졌다. 한린이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고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은 흑의 여인은 창촉은 그의 목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었다.



'꿀꺽'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한린이라도 이 거리에서 공격에 들어온다면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는 법.


'운이 좋으면 살 수도 있겠군.'



어쩐 일인지 창의 주인인 흑의 여인은 차가운 눈으로 창을 세운채 한동안 미동도 없었지만 한린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속하게 머리를 굴리느라 지금의 이 정적이 찰나와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어떻게 날 찾아냈지?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숨소리가 들렸으니까. 바람조차 없는 겨울밤은 소리를 숨기기에는

너무 고요하지."


역시 경험면에서 한린은 노련한 암살자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한린에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한린의 모든 신경은 이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집중되어 있었다.


"왜 바로 찌르지 않지? 중원의 살수들은 그 삶이 날이 선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아서 곧추 세운 무기 앞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고 들었는데."


한린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태연한듯 물었다. 어지간해서는 당황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적어도 지금이 위기라는 것은 분명했다.


"왜 날 미행했지?"


그녀는 한린의 말을 묵살하고 그의 질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날카롭게 물었다.



"그야...미행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니까."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여야 했다.

한린은 그의 오른손에 서서히 냉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지?"


흑의 여인은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당신의 행동거지는 누가 봐도 수상했어. 상단측에서 사람을 붙여 감시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내기의 비율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냉기만을 응집시키는 수법은 한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눈치채기 힘들다. 내공이라기 보다는 냉기자체로 공격하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니가 내 감시역이었단 말인가?"


'그럼 뭐였겠어?? 이 답답한 인간아.'


"그렇소."


오른손의 내공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니 상대의 생각이 분산되도록 대화를 이어나가야 했다.


"무공이 약하다고 방심했던 탓이군. 상승의 보법을 익힌 자였을 줄이야."


한린은 맥이 풀려서 하마터면 집중력을 잃을뻔 하였다.


'이거 절대로 내가 절정의 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구만.'


"정체가 뭐냐? 너 정도의 고수가 우리 표국에는 무슨 용무지?"


한린은 짐짓 중앙표국의 무사인 척 말했다. 일단은 표국의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나았다. 날 죽이면 표국측에서 움직일거라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중앙표국에 빌 붙게 되는구만.'


"니가 표국과 상관없는 자라는 것은 알고 있다."


'쩝...'


할말이 없었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아마도 표국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상단과 결탁해 있는 세력일지도 모르겠군.



'어쩔 수 없이 실력행사로 나가야 하나?'


그는 결단을 내렸다. 더 이상 망설일 틈이 없었다.


한혈수도(寒血手刀) 빙봉창익(氷鳳蒼翼)의 절(節)


내공이 혈맥을 따라 삽시간에 내공이 오른팔 가득 퍼져나갔고 그 내력이 진력이 되어 터져나간다. 순식간에 한린의 오른손이 날카로운 검이 되어 출수할 준비를 갖추었다.


"이 일을 발설하지 않을텐가?"


한린의 오른손이 흑의 여인의 창을 향해 쏘아져나가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그녀의 분위기가 변했다.



"뭐, 뭐지? 설마 날 놓아주겠다는 것인가?"


흑의 여인은 놀랍게도 한린을 향한 창을 거두었다. 자신을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한린은 당황하면서도 가까스로 튀어나가려던 팔을 멈추는데 성공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막상 상대방은 전혀 모르는 듯 하지만...'


한린은 당황했다. 그가 아무리 은둔 생활을 한지 오래되었다지만 흑의 여인의 한린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맹세한다면, 내가 볼 때 넌 이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구경꾼일 뿐이니까."


"상관없는 자이니까 오히려 죽여서 입을 막는 것이 더 깔끔하지 않나?"


한린이 의도적으로 조롱하듯 말했으나 그녀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구경꾼 하나 정도 있는 것도 재미있겠지. 게다가 니가 떠들고 다닌다고해서 달라질 것도 없어."


한린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재미라니. 이런건 그의 방식, 사부에게서 배운 방식이 아니었다. 단 하나의 불안요소조차 간과하지 않아야한다고 배운 그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린과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슬며시 퍼지는 그녀의 작지만 아름다운 웃음은 작은 분열이 이대로 이어지는 것을 긍정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한린에게 형언할 수 없는 이질감을 선사했다.


하늘을 가득찬 달무리 처럼 그녀의 화사로운 웃음이 새벽 속으로 퍼져간다.



그녀가 웃었다.


마치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이런식의 계산착오가 마치 나쁘지 않다는 듯이.


작가의말

7편과 함께 한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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