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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205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0 19:44
조회
1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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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6쪽

마두의 제자 [1]

DUMMY

한린은 아침 수련을 마치자마자 허겁지겁, 부엌간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이제 슬슬 악랄한 사부가 일어날 시간이니까.


그는 아침상을 내기 전이면 늘 미리 스승을 위해 탕약을 끓여놓아야 했다. 만일 일어나자마자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사부는 또다시 빌어먹을 제자 놈이라 하여 보름은 자신을 못살게 굴 것이 뻔했다.


어찌 아프다면서도 그런 힘이 나는지 그 성질머리는 기력도 안 빠지는 모양이다. 아니 하루 종일 쌍장을 부려대며 날아다니는 걸 보면 아프다는 것도 다 거짓부렁일 것이다. 그 평생을 안고 살아온 욕심이 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약에까지 옮겨가는 것이겠지. 나이가 들다보니 몸에 좋다는 각종 보약들은 다 탐이 나는 모양이다.


"아이고, 내 신세야. 언제 이 잡혀 사는 인생을 벗어나 나도 자유로워질까~"


그만 좀 풀어달라고. 나도 장가가고 싶다고. 요즘 한린은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그의 나이도 올해 스물여덟. 어찌 이 빙마봉의 생활이 갑갑하지 않으랴. 그래도 그의 무공 수위가 이제 어느 정도 무르익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반쯤 죽여 놨을 사부도 스승을 보필하지 않는 제자만큼 쓰레기가 없다며 욕지거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사실 말뿐이지 그도 사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밖에서는 사상 최악의 마두라고 두려워하는 영감이지만, 13살 때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자신을 강제로 끌고 와 무려 15년을 부려먹고 있는 악한이기는 하지만...


겁간과 살인을 밥 먹듯이 일삼고 평생 남의 재산을 뺏고 살았으며 수많은 무인의 무공을 탈취해온 스스로도 인정하는 인간쓰레기 영감탱이지만...


정이 무섭다고 이제는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자, 가족이었다.

한상에 밥 먹고, 한집에서 자고, 아프면 기댈 수 있는 그런...


노환이 점차 심해지면서 입에 달고 사는 죽는 소리에 별 걱정은 안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이곳 빙마봉에도 눈은 찾아온다. 아침부터 바람이 차더니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한린은 탕약이 식을세라 급하게 사부가 기거하는 안채로 약사발을 옮겨갔다.


"사부님. 제자 한린 약을 달여 왔습니다."


"사부님"


"사부님?"


'영감탱이야! 약 식는다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으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네. 이렇게 추운 날 아침부터 어딜 가셨지?'


빙마가 추위를 타겠느냐 생각하겠지만 모르는 소리다.


우리의 마두 사부는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다. 굳이 귀찮게 내공까지 써가며 뒷간에 갈 바에야 그가 치울 것을 알기에 방 앞에 볼일을 보면 봤지... 밖에 나다닐 사람이 아니다.


결국 그는 달여 놓은 약을 방에 놔두고 사부를 찾아 나섰다. ‘뭐 찾아 나설 것까지야.’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찾는 척이라도 해야지. 가만있었다가는 스승이 없어졌는데 찾지도 않는다며 종일 타박을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생활도 15년째, 사부한테 완전히 길들여진 신세다.


'아 눈물이 앞을 가리네.'


한린은 자연반사적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행동에 일종의 서글픔을 느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기를 운용하여 기감을 최대한 확장하니 금방 사부를 찾을 수 있었다. 사부가 굳이 숨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빙마봉 내의 기척은 모두 느낄 수 있는 그다.


사부는 마당에서 산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이 마당이지 주로 무공을 수련하는 연무장이니 꽤나 널찍한 공터였고 눈을 맞으며 서있는 그 뒷모습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이럴 때 보면 역시 천하십대고수의 한명답다.


"사부님. 제자 한린이옵니다. 추운 날씨에 눈을 맞고 계십니까. 약을 준비했으니 들어가시지요."


"한린아. 이 사부의 나이가 올해 몇이더냐?"


그는 비천한 제자의 청 따위는 들은척도 안하고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아 참고로 이건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거다.


"산수하고도 여섯해를 더 지내셨습니다."


한린은 사부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 빙마는 사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최대한 편안히 모시는 게 빙존의 제자의 첫 번째 자질이라고 가르쳤고 한린은 그러한 요건을 성실히 충족시키고 있었다.



"네가 내 밑에서 배운 지는 몇 해냐?"


'얼레? 왜 오늘따라 이토록 멋을 내는 거야?'


"올해로 15년째입니다."


"그래……. 내가 왜 너를 제자로 받아들였는지 기억하느냐?"


느낌이 이상하다. 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제가 지금껏 보아왔던 아이들 중에 가장 영리해서라고 하셨었습니다."


사실 한린은 뛰어난 무재는 아니었다. 무(武)보다는 오히려 문(文)에 더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한린은 사부가 단순히 그를 종처럼 부려먹기 위해 제자로 두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5년 전 사부가 말했었지. 넌 내가 데리고 있던 아이들 중에 가장 똑똑하다고. 아무리 강해도 영리하지 못하면 힘만 센 바보에 불과하니 진정 군림하는 자는 영리한 자라고.


"그래. 넌 영악한 녀석이지. 이득을 볼 줄 알고 계산이 빠르니까 거기에 침착하고 현실적이기까지 하지. 하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영리하고 총명한 녀석들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넌 내가 왜 널 택했다고 생각하느냐?"


'뭐야. 불안하게.'


그는 바짝 긴장했다.


이건 뭐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 아닌가. 그가 당황하여 아무 말 못하는 기색이 우스워 보였는지 사부가 피식 실소했다.



"그런데도 넌 좋은 녀석이기 때문이다."


'음??'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사부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넌 빙존의 제자이니 내가 완성한 무공으로 하늘아래 군림해야 한다."



"넌 누구보다도 자유로워야 하고 누구도 널 막을 수 없어야 한다."



사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긍지인 것처럼.



"명심하거라. 넌 빙존의 제자이니라."




그 말을 끝으로, 사부는 보이지 않는 천길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다.


작가의말

저는 아마추어로서 독자님들에 의견을 글에 적극 반영할 의사가 있습니다. 재미있게 보시고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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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마두의 제자 [18] +11 12.01.31 6,670 39 10쪽
18 마두의 제자 [17] +7 12.01.30 6,687 38 7쪽
17 마두의 제자 [외전] +6 12.01.30 6,531 34 7쪽
16 마두의 제자 [16] +10 12.01.30 7,023 36 6쪽
15 마두의 제자 [15] +10 12.01.29 7,347 38 8쪽
14 마두의 제자 [14] +7 12.01.28 7,541 3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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