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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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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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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0

작성
12.01.2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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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두의 제자 [10]

DUMMY

"넌 빙존의 제자이니 내가 완성한 무공으로 하늘아래 군림해야 한다."


한린은 사부의 마지막 말을 생각했다.

하늘 아래 군림이라... 말은 쉽지.



빙황군림(氷皇君臨)


사부가 평생을 바쳐 창안한 무공이었다. 월음빙정신공과 5개의 절정 무공으로 이루어져 있는 무공으로, 한혈수도와 빙백신장이 그중 둘이었다.



세번째는 쾌풍변천(快風變天)


풍존에게서 빼앗은 바로 그 무공이다. 고금제일의 보법이자 신법, 아니 그 자체로 하나의 심법이기도 한 이 터무니없는 무공을 얻고나서 사부는 본격적으로 무림맹과 육대세가의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십존의 일인인 빙존이 풍존의 무공까지 빼앗은 사건은 무림맹으로서도 간과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천하제일 무공중 둘을 얻은 것이니까.


만일 쾌풍변천을 대성한다면 단순히 십존의 일인의 수준을 넘어 천하제일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도 사파출신의 마두가. 무림맹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무림맹의 끈질긴 견제는 오히려 한혈대마가 무림에서 운신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사부는 어쩔 수 없이 쾌풍변천을 온전히 익히기 위해 빙마봉의 은거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무림맹에서 알고 있는 정보다.


한혈대마가 풍존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 숨어있다. 악랄한 마두에 맞서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무림군사 제갈현은 두 명의 지존과 100명의 무림맹 정예가 포함되는 쌍천무림진(雙天武林陣)을 고안해낸다. 그리고 마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를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부는 천하제일검이자 검존인 매화선자(梅花先者)와는 싸울 생각도 없지만 무림군사 제갈현에게는 말 한마디조차 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부가 은거한 진짜 목적은 4번째 무공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빙황탄(氷皇彈)


한린의 우수가 허공으로 뻗어졌다. 하늘을 향한 손바닥 위로 새벽의 냉기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응결(凝結)


폭포수의 습기와 새벽의 냉기가 만나 급격하게 엉겨붙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마치 괴기스러운 괴물이 주변의 차가움을 빨아드리는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한린에 손바닥 위로 나타난 수십개의 빙환(氷丸). 내력을 끌어올린다. 작은 얼음구슬에 내력을 싣는 것은 극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폭(爆)


빙환들이 쇄도한다. 한린에 손에서 쏘아져나간 얼음탄환들은 얼려져 마치 하나의 벽처럼 서있는 폭포에 닿자마자 굉음을 내며 비산했다. 폭발의 여운이 가신 폭포는 이제 그 원래 모습이 폭포였는지조차 분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사부는 풍존의 무위을 보는 순간 이 무공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고 한다.


사부는 비도라는 무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빙공을 떠올렸고


그 어떤 활보다 강력하게 하기 위해 구슬이라는 암기를 연구했다.


빙환은 신풍비보다 빠르게 쏘아져 나간다. 응집된 내력을 폭발시키는 방식은 극성의 빙백신장에서 따왔다.


"이 것이 최강의 무공이다."


"무식한 검강, 이기어검 따위보다 훨씬 세련되고 효율적이지 않느냐."


그 악랄한 영감이 눈물 흘리는 모습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마공으로는 정공을 이길 수 없다. 어차피 마공으로는 입신(入神)의 경지의 닿을 수 없었다.사부는 이것으로 괴로워했다. 자신의 방식으로 최고가 되지 못하는 것이 사부에게는 못견디게 괴로운 현실이었다.


빙황탄은 그런 사부가 얻어낸 자신에 대한 증명이었다.

고금 제일의 무공은 아니었다.

절대적인 무의 극(極)도 아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잔혹한 최강의 살인술.


"이제 고고한 신선인척 지랄하는 놈들의 면상에 구멍을 뚫어줄 수 있겠구만"


사부는 그 사실에 빌어먹을 제자 앞에서 울었다.



아 그런데 마지막 무공은 뭐냐고? 뭐겠어. 빙룡편이지.


자신의 무공에 빙황군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놨는데 그에 걸맞는 화려함이 없는 것이 사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철저하게 실용적인 무공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늘그막에 창안한 무공이 빙룡편이다.


"부채는 신선놀음하는 정파 나부랭이들이나 쓰라고 해. 그래도 황제라면 역시 채찍이지."


어휴... 이 변태같은 영감탱이...




*****************************************************




한린이 일행이 머물고 있는 객잔으로 돌아온 것은 묘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막 해가 뜨기 시작할 참이라 다소 어두웠지만 간단하게 아침 수련을 하고 있는 표사들이 보였다.


'무공은 모자람이 없다.'


사실 한린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벽수련을 감행한 것은 며칠 전에 있었던 흑의 여인과의 사건 때문이었다. 과거 사부를 따라 몇번 강호행을 한적이 있었지만 한린은 어떤 고수와의 대결에서도 치명적인 한 수를 허용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귀식대법을 처음 견식하였다고는 하지만 흑의 여인에게 목 언저리를 내준 것은 한린으로서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만일 사부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빙존의 제자가 망신을 당했다며 날 죽이려 들었겠지.'


방심했다. 아무래도 사부가 죽고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이 풀어졌던 모양이었다. 항상 치밀하게 움직이는 한린이었는데 그녀는 한린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움직였고 그는 이러한 빗나감이 곤혹스러웠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


낯선 감정이 한린을 업습해왔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하간 흑의 여인은 심상치 않다. 그리고 이미 자신이 연루되고 말았으니 앞으로의 행동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을 다짐하는 한린이었다.



아직 날씨가 추운만큼 아침을 들고 진시가 지나서야 표행이 다시 재개될 예정이었다. 한린 역시 아침을 들기위해 객잔으로 들어섰다. 일행인 표사들이 아침부터 어딜 다녀왔는지 물었고 한린은 요즘 속이 통 좋지 않다며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흑의 여인은 객잔에 한쪽 구석의 홀로 앉아있었다. 그녀는 한린을 신경쓰지 않는 지 그 사건 이후로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늘 평온한 표정이었다.


한린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흑의 여인이 앉아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며칠 간 한린은 다소 지나치게 그녀를 경계했다. 하지만 그녀가 무심한 태도를 취하니 굳이 피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그 날 밤의 사건 이후로 갑자기 흑의 여인과 거리를 두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터였다.


"어머~ 동생 왔어? 아침부터 어디갔던 거야. 한참 기다렸잖아."


흑소저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린을 반겼다.


"..."


한린은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 밤 사건 이후로 그녀는 그를 말그대로 '재미'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돌변한 모습과 태도에 행단의 사람들은 경악했고 한린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였지만 속으로는 대경실색했다.


"동생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군요. 제 눈엔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에이 왜그래~ 동생, 우리 사이좋게 지내기로 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요. 흑소저가 저한테 이렇게 말을 많이 할리가 없는데,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 모양입니다.


흑소저는 자신의 흑창을 손질하며 자신에게 협조하라는 무언의 협박을 보냈지만, 아침 훈련까지 하고 온 한린으로서도 오늘은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어느새 주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한껏 집중되어 있었다. 안그래도 이번 표행에서 암묵적으로 무언가 배후가 있는 존재, 어찌할 수 없는 존재로 통하던 그녀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강했고 아름다웠으며 얼마전까지 표행에서 말 한마디 내뱉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아무런 특색도 없는 평범한 청년인 한린에게 동생이라고 살갑게 굴다니...


한린은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들을 물리치는 것을 불가능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한린이 시끄럽게 떠들면 흑의 여인이 딱딱한 태도로 응대하였었는데 오늘은 흑의 여인이 교태를 부리고 한린이 차갑게 그녀를 대하고 있지 않은가. 며칠 만에 바뀐 두 사람의 상황에 주변인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나도 이 아가씨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침착하게 응대하고는 있지만 한린으로서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흑의 여인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그 연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한린은 그녀와 마주앉아 낮지만 강하게 말했다. 구경꾼들은 듣지 못할 크기의 소리였다.


"이제 완전히 날 우습게 보는군. 한번 해보자는 것인가?"


"어머~ 동생 화내는거야? 꽤 귀엽네. 너무 그러지마. 난 그냥 반가워서 그러는 거니까? 우리가 보통 사이도 아니잖아?"


'여유가 넘치는 군. '


한린이 볼 때 이건 연기가 아니였다. 아마도 이게 원래 성격이겠지...


"이 모습을 보니 어떻게 그동안 조용히 있었는지 모르겠군.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지?"


한린의 목소리는 살짝 격앙되어 있었다. 아니 일부로 격앙되게 말했다.


<왜 이래? 내가 너의 목숨을 한번 살려주었으니 빚 갚는셈치고 협조해.>


전음이었다. 갑작스러운 전음에 살짝 놀랐지만 이상할 것까지 없었다.


아무래도 이 아가씨는 정말로 내가 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구만. 한기가 보통 내기에 비해서 기감으로 잘 파악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린이 그 때 대응할 수도 있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나도 당신의 비밀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음 좋겠는데? 갑작스럽게 친근한 척 하는 것이 더 이상하잖아. 게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동생, 동생 지껄이는 거요?"


"까아~~. 우리 동생 생각보다 거친 남자였네. 걱정하지마. 이 누이가 세상은 좀 살았거든. 우리 동생보다는 한참 어른이지."


아. 갈수록 가관이다. 갑자기 이렇게 돌변하다니. 한린은 머리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인을 이해하려 들면 안된다는 사부의 가르침이 한린의 귓가에 맴돌았다.


여인은 여전히 삿갓을 깊게 눌러쓰고 있었지만 살짝 보이는 윤곽만 보더라도 서른을 넘어보이는 얼굴이 아니었다. 스물여덞인 한린과 비교해서도 결코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어려보이는 모습에 비해 고강한 무공을 지닌 것도 사실. 귀식대법같이 신묘한 기예도 익힌 자인데 비교적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어머. 왜 부끄럽게 빤히 쳐다보고 그래?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그녀는 장난스럽게 삿갓을 들어 얼굴을 보였다. 순간적으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한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여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한린조차 깜짝 놀라게 할 외모였다.


그리고 그녀는 한린의 당황한 모습을 놓치지 않았는지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나이에 비해 진지한 면이 마음에 들었는데 동생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깔깔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한린의 미간이 살짝 찌그러졌다. 한린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떻게서든 반격을 하려는 참이었다.


"하하하. 두 사람이 그 사이 많이 친해진 듯 합니다. 항상 소저가 일행들과 어울리지 못한 듯하여 걱정이었는데 이제 좀 편해지신 모양이지요?"


"어머 양표두님. 늘 신경써주신 덕분이지요. 동생이 저한테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준답니다. 제가 원체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동생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번 표행의 표두를 맡고 있는 양천기였다. 한린에게 흑의 여인을 직접 부탁한 자이기도 했다.


"하하하 제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진 듯 하군요. 이 친구 제법 능력이 있어!"


양표두는 요 며칠간 흑소저의 변화무쌍한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안심한 기색이었다.


"표두님 그런 것이 아니라..."


한린이 양표두에게 무언가 변명이라도 하려는데, 한린이 양표두를 향해 돌아서자 마자 흑의 여인이 갑자기 그의 등을 끌어안아버렸다.


"전 우리 동생이 너무 좋답니다."


뒤에서 느껴지는 여인의 향기와 봉긋한 가슴의 감촉에 한린은 순간적으로 시기를 놓쳐버렸고 양표두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보통 여인답지 않은 적극적인 태도에 놀라면서도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표사들의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여온다.


이미 한린이 아무리 변명해봤자 받아들여질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얼마나 꼭 붙잡고 있는지 장법이라도 쓰지 않으면 떨어지지 않을 기세였다. 귀 뒤에서 미세한 웃음소리가 뚜렷하게 전해온다.


"몰래 훔쳐 봤으면 책임을 져야지."



'아 그 책임을 왜 이런 식으로 지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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