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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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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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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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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룡제 [02]

DUMMY

“너도 명왕비고가 발견되었다는 소리는 들었겠지?”


두 사람의 중재를 나선 모용유정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는 친분을 다지기 어려울 것 같았다. 본론을 꺼내야 그나마 상호 협력을 도모해 볼 가능성이 있다.


“뭐야, 정형도 신물神物을 노리는 거야?”


모용유정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궁금하던 차였던 남궁영은 그의 입에서 명왕비고가 언급되자 습관적으로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명교의 보물들이 숨겨진 비고가 발견된 소식은 분명 흥미로웠지만 근래 거의 모든 무인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뻔한 주제이기도 했다.


모용유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영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 그렇지. 이권 싸움이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남궁세가의 가신들도 그것 때문에 난리니까.”


“네가 함께 가줬으면 좋겠다.”


"뭐 목숨이 아까우신 어르신들이 후기지수들을 위주로 탐사대를 꾸리려고 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정형이 이런 제안을 할지는 몰랐네."


명교의 마지막 교주, 명왕의 위세는 과거 전국시대의 제왕들만큼 대단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계곡하나를 가득 메워서 무덤을 만들만큼.

그런 그의 무덤에 남겨졌다는 일곱 가지의 보물들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왕비고에는 신물이 있다고들 하였다.


그럼에도 그 욕심 많은 구파일방 육대세가에서 고작 후기지수들을 내보낸다면 뻔했다. 그 무덤의 발을 들이는 것이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겠지.


“난 우리 영감에게 보물이나 구해다주기 위해 목숨을 걸 생각은 없어.”


모용유정은 그 정도 반응은 예상했다는 듯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잘 생각해봐라. 우리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다.”


유정의 말에 남궁영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가 말하는 기회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제왕무적검강을 두 눈으로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제왕帝王과 무적無敵이라는 광오한 네 글자를 그 이름으로 품고도 오랫동안 존속될 수 있는 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직접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천하제일무공을 지닌 노력하는 천재. 신룡을 늘 곁에서 보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사내는 아마 모용유정이 유일할 것이다.


“명왕비고에는 자하신공도 있다.”


“그걸 어떻게 믿어?”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만 가지고 사지에 발을 들일 만큼 절실하다는 말인가. 그의 흔들림없는 눈빛에 남궁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게다가 다른 사룡은 어쩌고 나에게 제안을 하는 거야? 내가 듣기로는 사룡은 이미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던데."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이미 상당히 정보를 모은 모양이구나. 맞아 나는 권룡 황보기준과 함께 탐사대를 꾸리기로 했다. 내 제안은 나와 함께 가달라는 것이 아니야. 희강과 함께 가주었으면 한다.”


"뭐어?"


누구랑 같이 간다고? 이번에야 말로 그의 얼굴의 습관적으로 지어지던 지겹다는 표정이 싹 사라지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색이 드리워졌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기녀 은록은 소매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참나, 그냥 따라와달라고 부탁해도 고민할 판에 혹을 하나 달고 갔다오라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다.


“혹 아니다. 희강은 강해.”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쳐다도 못 보는 것 같은데?”


남궁영이 고갯짓으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당희강을 가리켰다.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 유정은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는 당희강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 남궁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커흠, 네가 너무 낯뜨거운 행동을 하고 있으니 그렇지.”


남궁영은 모용유정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신의 옆구리에 은록이라는 기녀를 끼고,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희롱하고 있었다.

워낙 집중력이 좋은 유정이야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던 남궁영의 두 눈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이미 은록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 당희강은 그 행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공자님, 이러시면 부끄럽사옵니다.”


은록은 이러한 두 사람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남궁영의 품에 안겨 더욱 교태를 부렸다.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는 남궁영의 지적에 평정을 되찾으려고 했던 당희강은 그 모습에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하하하. 방금 전까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번에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발개지는군."


남궁영은 그 모습에 박장대소하면서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그가 모용유정과 알고 지낸 뒤로 가장 재밌는 상황이었다.


“그녀와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가와 함께 간다고 생각해라.”


명문가에서 후계자들만을 사지로 내밀 리가 없었다. 당연히 젊은 무인들은 대표자일 뿐이고 그를 따르는 무인들이 주 전력이었다. 당희강과 함께 간다는 것은 당가의 무인들을 아군으로 얻는다는 뜻이었다.


“당가도 참 인물이 없군. 저런 계집애를 보낼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아! 당가의 장남은 상병신이라 당문 밖으로는 나오지도 못한다고 하던가?”


천하의 당가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남궁영의 언변은 거침이 없었다.


“가문을 모욕하지 마시오. 저도 더 이상 참기 힘듭니다.”


그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당희강은 발끈했으나, 남궁영은 자신이 뭐 틀린 말을 했냐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모용유정을 보며 히죽히죽 웃을 뿐이었다.


“이거 어쩌나, 저 예쁜이도 나랑은 가고 싶지 않은가본데.”


"네 의도는 짐작이 가지만, 오늘따라 너무 심하구나."


모용유정의 표정이 굳어지자, 남궁영도 곧 희론을 멈추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명왕비고의 잠들어 있다는 기보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더군다나 당문은 암기를 사용하는 무가. 서로 합의를 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어.”


“당가쪽에서 원하는 건 뭔데?”


“봉황비도.”


“나에게 양보할 수 있는 건?”


“네가 선택해라.”


명왕의 무덤 깊숙이 숨겨져 있다는 7개의 명왕비고. 그리고 그 비고의 숨겨져 있다는 7가지 기보. 하나하나의 가치는 가히 신물이라고 하니, 그 소유주가 되는 것만으로도 무림에 명성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좀 땡기네."


모용유정과 함께 간다면 상대적으로 편안하기야 하겠지만, 자하신공이 진짜로 있다고 하더라도 내주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당가라면 검이나 무공 자체에 욕심을 낼 리는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독과 암기 뿐이니까.


“당가 쪽에서 날 원하는 이유는 뭐지? 나에게 이렇다할 세력이 없어. 기껏 개인 호위로 데리고 있는 자들뿐이지.”


“당가 쪽에서도 마땅한 동행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자가 여인이기 때문이지.”


그제야 남궁영은 어째서 모용유정이 당희강을 아끼고 그녀를 위해 이러한 수고를 해주는지까지 납득이 갔다.


“그래도 넌 사람을 성별로 평가하지는 않잖아.”


“뭐 당가라면 믿을 만하지. 생각해보고 답변을 줄게. 우리 꼰대 한테도 허락을 맡아야 하거든.”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구산을 말하는 것이었다.


“답변 기대하마.”


“단, 저 아가씨가 날 거부하면 나도 얼굴 붉히면서까지 갈 생각 없어.”


당희강은 남궁영의 지적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저런 자와 함께 위험한 탐사대를 꾸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더 이상 동행을 구하는 것을 늦출 수는 없었고, 기껏 소개시켜준 모용유정의 체면도 고려해야 했다.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잘 설득할 테니.”


모용유정의 대답해도 남궁영은 한참이나 아무런 반응없이 침묵을 지켰다. 마치 당희강이 직접 의사 표현하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무거운 침묵.


얼마나 지났을까. 끝내 희강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남궁영은 그대로 은록을 품에 안고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옆에 서있던 문지기가 두 사람을 배웅했고, 기루를 나온 유정이 희강에게 물었다.


“어때? 첫인상은?”


“최악이에요. 뭐 저런 무뢰한이 다 있죠?”


기루를 나오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당희강의 평가는 당연히 박했다. 생각해보니 여태껏 이렇게 희롱을 당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가 안하무인처럼 구는 건, 그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상대를 살피기 위한 특유의 전략이야. 평소엔 그러지 않는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변호해도 소용없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주의를 주는 건데. 오늘따라 남궁영의 행동이 심하기도 했고, 덩달아 그에 대한 당희강의 첫인상도 최악 중에 악 중에 악이었다.


“하지만 실력은 확실해. 그냥 아무나 정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마땅한 동행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잖아.”


유정의 진심어린 조언에 그녀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빠졌다. 분명 뭔가 있어보이기는 한다. 문지기의 실력도 예사롭지 않고, 기녀도 엄청 예쁘고, 더군다나 그 대단한 신룡의 친 동생이 아닌가.

그런데 막상 당사자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여인인 자신이 가문을 대표해서 나서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라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아 몰라요. 오라버니는 하필 사람을 소개시켜줘도 저런 인간을 소개시켜줄게 뭐람!”


그녀의 귀여운 불평이 안휘성 최고 기루라는 화영루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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