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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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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87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3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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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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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9쪽

마두의 제자 [19]

DUMMY

한린은 차마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그 적나라한 노출이라니. 상대가 예의를 차리는 만큼 그 민망함은 더 커졌다. 그것은 당사자인 석소희(石小熙)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정아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고 석소희에게 새로운 옷을 가져다 준 후에야 세 사람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커흠, 소희 낭자라고 하셨지요. 이 일은 너무 담아두지 않아도 됩니다. 절대 함구하겠습니다."


"아닙니다. 한린 소협. 오히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네요."


"하하하..."


마주 본 두 사람은 그저 멋적은 웃음뿐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리 큰일이라고 둘 다 얼굴이 빨개져서 그래? 그나저나 얘기 좀 해보지. 내 직감으로는 아가씨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말야."


"두 분은 어떤 분들인가요?"


"우리는 낭인이야. 보장된 신분은 아니지만 못 믿을 놈들은 아니지. 실력은 확실하지만 그렇게 나쁜 놈들도 아니야."


"저희가 나쁘지 않으면 누가 나쁜 놈들입니까?"


"야! 너 정도면 착해. 자신을 가져."


"아... 네"



정아는 생각보다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아무래도 연륜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연배가 낮은 이들과 대화를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깔깔거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자 남자인 한린은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있었다.


"그래서. 네 아버지는 절대로 싸움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시단 말이지?"


"네. 저는 차라리 당사자간의 대화로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워낙 완고하셔서..."


석소정은 진심으로 석가장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결국 지켜보던 한린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소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야. 엄한 거 물어보지마!"


정아는 여인들간의 대화에 남자가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며 제지했지만 한린이 더 빨랐다.


"도대체 팽가 쪽에서는 쳐들어와서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순간 정적. 한린이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아무리 팽가라지만, 무작정 무력을 이끌고 하나의 문파를 침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무력을 동원하면 어찌할 것이고, 무력으로 승리하면 어찌하겠다는 겁니까? 팽가가 석가장을 무너뜨려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소희 소저 하나를 얻기위해 팽가가 석가장을 친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이 것은 계속해서 한린을 괴롭히던 고민이었다. 명문세가의 자제들이 그리 좋지 않은 염문을 뿌리는 것은 있음직했다. 그리하여 두 가문이 갈등을 빚는 것 까지도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갈등을 무력으로 해결하다니... 무림에서 아무런 이득없이 명문 정파끼리 싸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협의라는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자들은 명분없이 힘을 쓰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들이 가면을 벗어서라도 힘을 써야 하는 경우는 오직, 이득에 직결될 뿐이다.


무림에서의 흔한 이야기


"그러니까. 넌 단순히 여기있는 소희 소저는 명분일 뿐이고,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거라는 뜻이구나?"


정아가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해결의 시작점이겠죠."


한린은 정확한 이해와 상황판단없이 일을 시작하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대답은 의외로 황당했다.


"그런 심각한 것이 아니에요. 결국 모든 건 소녀의 잘못된 술버릇때문이랍니다."



도존 팽산악의 둘째 아들 팽지창은 세간의 알려진대로 여색을 밝히는 망나니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의 혈기일 뿐이었다. 우연히 석소희를 만난 이후로 팽지창은 변했다.


전에는 여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 노련한 기녀들에게 이용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석소희를 만난 이후 그녀의 아름다우면서도 청순한 모습에 그는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뒤늦게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행동없는 말만큼 힘없는 것은 없다고 그의 고백이 진정으로 다가갈 리 없었다.


후기지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무리 자신의 마음이 진심이라 말하여도 아무도 믿지 않았고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예절 교육을 받았던 석소희는 친구들의 조언에 그를 멀리했다. 자신의 진심을 전할 기회조차 없으니 팽지창은 미칠 노릇이었다.


결국 팽지창은 정공법으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하고 몸가짐을 단정히 한 후 석소희를 찾아갔다. 헌데 이상하게도 그가 찾아간 곳은 하남의 한 주루였다. 하필이면 그 날 소희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술을 가르쳐 준다며 장난으로 그녀를 주루로 끌고간 것이다. 그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녀는 취할대로 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배인 예절은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그녀를 꼿꼿하게 만들었고 팽지창은 긴장한 마음에 미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석소희의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며 자리를 피해준 상황에서 팽지창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그것을 들은 석소희는 취기에 덜컥 그것을 받아들이고 만다.


"공자님께서 저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시면, 소녀도 제 마음을 드리겠어요."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석가장으로 가십시다. 내 오늘안에 꼭 허락을 받겠소."


"하지만 소녀는 조금 피곤하여 지금 걸을 수가 없사옵니다."


"그럼 내가 업고라도 가겠소!"


당연히 취해서 걸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팽지창은 자신의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일념하에 그녀를 업고 석가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를 업고 석가장에 도착했을 때 그가 얻은 것은 이미 정신을 잃은 그녀와 석도백의 분노 뿐이었다.


"지금 내 딸에게 무슨 짓은 한 것인가?"


"석도백 어르신. 저에게 따님을 주십시오. 따님과 혼인하고 싶습니다."


"당장 내 딸을 두고 썩 꺼지거라!!"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석가장주 석도백이 행실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팽지창이 마음에 들어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조신한 자신의 딸을 술에 잔뜩 취하게 하여 데려왔으니 석도백은 팽지창을 거뜰떠보지 않고 내쫓아버렸다.


"소녀가 다음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아버님께서 팽가에 가셔서 한판 하고난 이후였습니다."


"아니, 그래도 사실대로 말씀드려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소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요. 처음 술을 먹어본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게다가...?"


"아무도 팽공자를 믿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본 사람이 없으니까요. 지금도 다들 팽공자가 강제로 저를 범하고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그럼 팽가에서 석가장으로 온다는 것은?"


정아가 물었다.


"싸운다는 것이 아니라. 팽공자님이 아버님과 단판을 짓고 허락을 받겠다는 것 일거에요. 무사들은 혹시 모를 유혈사태에 대비한 호위에 불과하지요."


"세가 세력의 1/3을 고작 호위로 보낸다고요?"


한린이 깜짝 놀라 물었다.


"사실 도존께서도 팽공자님의 말을 믿지 않으시니까요. 이번 기회에 그분을 시험해 보시려는 것이겠지요."


"정리하면 막상 팽공자는 잘못이 없는데 그를 제외한 모두가 오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오해때문에 팽가와 석가장간의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진실을 알고 있는 건 당신 하나뿐이라는 건가."


꼬일대로 꼬일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쩔겁니까?" 한린이 물었다.


"방법이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지요. 아버님께도 말씀을 드려봤지만 이미 그날 팽가에 다녀오신 이후로 불 같이 화를 내시며 꿈쩍도 하지 않으세요. 너무 걱정입니다. 정말 큰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전 우리 석가장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석소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방년 20세의 미모의 아가씨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한린마져도 혹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그럼 그 전에 니가 가서 팽지창이라는 놈한테 이야기하면 되겠네! 그 때는 술취해서 실수한 거라고. 그러니까 포기하라고."


보다못한 정아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저 혼자 무슨 수로요. 게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팽공자가 포기하고 돌아설까요?"


소희는 여전히 울먹이며 물었다. 회의적이었다.


"우리가 도와줄게. 획기적인 방법으로!"


하지만 정아는 자신있게 답했다.



과연... 왠지 한린만 고생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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