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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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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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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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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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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마두의 제자 [12]

DUMMY

따각.


흑돌이 바둑판에 놓이며 청명한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상당히 비싼 바둑판인 모양이다. 흑돌을 놓은 젊은 사내는 천천히 부채질을 하면서 말했다.


"낭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 참에 확고한 세력을 갖추려는 듯 합니다."


"세력? 그가 세력을 갖추어서 무엇하겠나? 그것도 낭인들로 세력을 갖춘다고?"


사내가 마주앉아 백돌을 쥐고 있는 사내는 보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인이었다. 그는 아무런 근심이 없는 듯 온후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아마도 지존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젊은 사내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백은 신중하고 강력하게 흑을 압박해 왔으나 그는 생각이 복잡하여 바둑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빙존이 죽었으니까?"


"예. 낭인들은 조직화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닙니다."


중년인은 빙긋 웃었다.


"아닐세. 지금 중요한 것은 그가 아니야. 더 넓게 판을 보게나."



"빙존의 제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지랄맞은 성격이 제자를 키웠는가? 참으로 신기한 일이군."


사내는 중년인의 대답을 듣는 순간 잘못 집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빙존의 제자를 목격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근거없는 소문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지. 아마 수형쌍도를 만나봐야 할 걸세."


"하지만 아버님께서는 빙존이 반드시 어딘가에 그의 결실을 남겨 놓았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런가? 난 아까워서라도 누구에게 못주고 전부 무덤까지 가져갈 영감으로 보이는데."


중년인은 옛생각이 난 듯 연신 껄껄거리며 웃었다. 대국은 이미 끝을 향해가고 있었고 젊은이는 돌을 던졌다.


"어차피 제자가 있다해도 내공이 얼마 안되는 새파랗게 어린 아이일 걸세. 세력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 게다가 그 아이가 세상에 나온다면 빙궁에서 먼저 움직일 것이야. 맹이 움직이는 건 그 이후여도 늦지 않지."


"그보다는 검은 창을 쫓으시게나. 정작 중요한 건 그쪽이니까."


중년인은 젊은 사내에게 한 번 열심히 해보라는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년인이 떠나자 사내는 바둑돌을 정리하며 정원의 연못을 바라보았다.


정원에는 높으신 분들의 기나긴 자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다 지쳐 미칠지경인 사내가 낚시대로 애꿏은 연못에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시선을 느꼈는 지 그도 고개를 들어 마주보았다. 사내 귀보는 무림맹주 한번 보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기다린 자신을 마음속으로 저주하고 있었다.


"귀보 씨, 들으셨겠지요?"


"아무 것도 못들었는데..."


"당신은 검은 창을 쫓아주셔야겠습니다."


"이거 처음과 이야기가 다르잖아!"


귀보라고 불리는 사내는 역정을 냈다.


'이거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


그는 올해 들어 가장 끔찍한 의뢰를 맡았다고 생각했다.




*****************************************************




연곡시전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간 많은 시전을 거쳐왔는데 연곡시전은 그 중 제일이었다. 시전 여기저기에 활기찬 모습이 풍요로웠고 그 풍요가 고을 전체로 퍼져나가는 듯 했다. 넉넉한 고을이었다.


그 활기찬 모습에 한린까지 넉넉해지려던 참이었는데...


"왜 이렇게 죽고 싶어 환장한 놈들이 많은거지?"


요즘들어 되는 일 하나 없는 그였다.


시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 해가 조금씩 산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정아 누님은 역시 그 때의 지령때문인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모습을 감추었다. 온종일 고민한 한린이었지만 결국 상관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참이었다.


아, 정아 소저라고 부르다가 소저라는 호칭이 모순이라고 생각해 누님으로 타협했다.


갈등했지만. 어차피 깊게 들어갈수록 혼란스러워질까 시원하게 마음을 정했는데... 이 겁모르는 부나방들은 뭐란 말인가? 피곤하게시리.



이미 표행이 머물던 객잔 안은 쑥대밭이 되어버린 후였고 제법 많은 수의 표사들이 부상을 입고 쓰러져있었다. 그에 비해 상대들의 피해는 전무한 상황. 남은 표사들은 쉽게 나서지 못하고 상인들을 호위한 채 대치하고 있었다.


한린은 결국 만두를 포기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목적이 뭐지? 날 노리는 것인가?"


그는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흑의인 중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에게 다가갔다. 그 자는 지난번에 흑의여인에게 지령을 건네었던 자였다. 한린은 아마도 저자가 우두머리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녀의 움직임을 통제하지 말라는 명령때문에 제멋대로인 행동들도 감수하고 넘겨왔지만, 너희 빌어먹을 상단과 결탁한 것을 알게 된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어이... 너 뭔가 오해를...'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희를 없애 혹시 모를 위험의 싹을 제거하겠다."


'아무래도 그녀는 조직에서 별로 신뢰를 받지 않고 있는 듯 하구만.

날 살려준 것도 독자적인 행동이었던 것 같고....'


한린은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저 흑의인은 분명히 밀담을 엿보던 한린의 존재를 보았었는데 정아가 그를 죽이지 않고 행동을 같이 하고있으니 수상하게 여긴 모양이었다. 사실 그도 그 상황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지만...


그리고 그녀가 중앙표국과 관계하고 있는 것도 조직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일인 듯했다. 어쩌면 한린을 중앙표국의 인물로 생각하고 그녀와 중앙표국이 암암리에 결탁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어쩌면 내가 표국 사람이라고 둘러댄 것 때문인가?'


한린은 자신의 실수가 있었는지 검토하며 살짝 뜨끔한 마음이 들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는 표정으로 양표두를 쳐다보는 것을 잊지않았다.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상대는 일곱이었다. 모두 같은 흑의를 입고 있었고 서로 손발이 잘 맞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제법 혹독한 수련을 겪은 자들로 보였다. 중앙표국에서 이름난 표사들도 당했으니 아마 상당한 실력일 것이다. 방심할 여유는 없었다.


흑의인들의 신형이 순식간에 한린을 향해 좁혀온다.


'실력을 숨기고 적당히 상대해야하나?'


한린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계속되는 표행으로 몸이 다소 피로해져 있었다. 게다가 흑의 여인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았는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빨리 끝내고 쉬어야지."


흑의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읊조리는 그였다.


생각을 정리하자 한린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인다. 이미 주변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그가 달려들자 가장 앞에 선 이가 검을 들어 대응했고 그는 첫수에 날아드는 검 날의 옆면을 손으로 잡고 한혈수도의 수법으로 내공을 주입해 그 날을 부러뜨려 버렸다.


반토막난 검날을 그대로 잡고 좌상으로 베어올렸다가 가라앉으며 다시 횡으로 벤다. 교차하는 검로. 가장 먼저 접근에 오던 흑의인 두 명의 목 언저리에서 왈칵 피가 쏟아져나오며 한 수에 절명했다.


'일단 두 놈.'


나머지 흑의인 다섯 명을 한쪽 방향으로 하여 위치를 점한 후 좌장을 그대로 뻗어 빙백신장! 객잔에 벽면으로 작렬하는 냉기. 흑의인들은 방출된 내력에 밀려 구석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쇄도하며 수도로 한 명의 심장을 꿰뚫고 다시 앞선 좌족을 축으로 뒤로 돌려 오른손에 들고있던 검날을 던져 하나 더. 흑의인 하나가 날아온 검날에 이마를 꿰뚫린 채로 무너졌다.


'합이 네 놈'


한린의 무위에 순식간에 4명의 동료가 쓰러지자 흑의인들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실력으로는 쾌풍변천의 움직임을 쫓는 것조차 어려웠다.


당황한 틈을 타 밑으로 파고든 한린은 마지막 두명의 목을 움켜쥐고 상하로 메다 꽂았다. 한 명은 바닥에 쳐박고 다른 한명은 그대로 회전력을 이용해 객잔의 천장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한린의 소매에서 일어난 강풍이 흉흉한 객잔을 감돌았다.


"휘유~"


한린이 숨을 고르며 손을 털자. 손을 감싸던 냉기와 함께 손을 감싸던 얼음 알갱이들이 두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여섯. 특히 마지막에 처박힌 흑의인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홀로 남은 한명은 충격으로 이미 넋이 나가버린 듯 제자리에 묶여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자결하지마.>


머릿속으로 날아드는 전음. 그리고 왠지 모르게 올라가는 듯한 한린의 입꼬리.


마지막 흑의인이 정신을 차리고 뒤로 달아날 때는 이미 한참 늦은 후였다.


한린의 손에서 날아간 2개의 빙환이 흑의인의 양 무릎에서 폭발했다. 상대는 자신이 어떠한 무공에 두 다리를 잃었는 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네 녀석의 목숨은 해가 뜰 때까지 살려주지. 꼬리를 달고 다닐 순 없으니까."


"협조하는 것이 좋을꺼야. 곧 꺼질 목숨일수록 반나절의 시간이 더 소중한 법이거든. 마지막으로 마음을 정리할 수도 있고 후회를 하거나 하늘에 용서를 빌 수도 있지."


"게다가 날 도와주면 마지막 유언 정도는 들어줄 수도 있어."


여러모로 사부보다는 손속이 매섭지는 않은 한린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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