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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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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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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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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300

작성
12.10.07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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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0쪽

신룡제 [01]

DUMMY

“오라버니! 같이 가요.”


독봉 당희강은 차마 기루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그 이름도 외모도 사내같지만 그 본질은 여인의 몸이라, 난생 처음으로 기루에 발을 들이는 일이 낯뜨겁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오라버니라고 물린 사내, 모용세가의 소공자 모용유정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커다란 기루의 중심을 향해 걸어갔다. 결국 그에게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그녀도 기루 안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를 놓쳐버린다면 혼자가는 길은 더 민망할 일이다.


“오라버니. 그렇게 안 봤는데 이런 곳에 자주 들락거리신 모양이군요. 이처럼 태연하게 행동하시는 것을 보니 말이에요.”


“그 녀석을 자주 만나려다보니 이렇게 되었지. 영이는 남궁세가에 머무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그를 만나려면 무조건 이 기루를 가로질러가야 하거든.”


희강의 핀잔에도 유정은 그저 넉살 좋게 웃었다. 그가 만난다는 이는 남궁세가의 둘째 아들이자 신룡 남궁태의 친동생인 남궁영을 말하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사내길래 집보다 기루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는 말인가. 항상 명문가의 일원들은 남들의 이목을 주의해야 한다고 배워온 당희강은 기가 막혔다.


“그런 사람을 왜 오라버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지 모르겠네요. 평판도 좋지 않고 실제로도 기루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는다면서요. 그런데도 정말 오라버니 말처럼 실력이 뛰어나다면 엄청 특이한 사람이 분명해요.”


“특이한 걸로 치면 너도 만만치 않잖아. 사내처럼 하고 다니는 당문의 장녀.”


“그래도 전 불건전한 행동은 안 한다구요!”


유정은 볼멘소리를 하는 희강의 머리를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의 이런 아이 같은 모습을 보는 것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희강은 그런 그의 손길이 생소했으나 싫지는 않았다. 그를 제외하면 누구도 그녀를 이처럼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해주지 않는다.


희강이라는 이름에 담겨있는 것처럼, 당문에서는 병약한 첫째를 대신해 둘째만큼은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대했다.그러나 그렇게 태어난 둘째는 건강했고, 무공에 대한 재능도 뛰어났으나 여아였다.

기대가 크면 그 만큼 실망도 큰 법. 여자아이로 태어난 그녀는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났다. 자신이 사내아이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에 은연중에 영향을 받은 그녀는 점점 사내처럼 모습을 꾸미고 사내처럼 행동했다.

무공까지 뛰어나니 세간 사람들은 그녀를 당문의 소공자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는 독봉이 되었다. 장차 당문의 가주가 되더라도 손색 없을만큼 독하고 사내같은 여인이라는 뜻이었다.


“너는 그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모두 처지가 비슷하거든.”


유정은 여전히 빙긋 웃으며 말했지만, 그 의미를 아는 희강은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그가 말하는 처지라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신룡의 재능을 넘어설 수는 없는 자신의 처지, 그리고 재능과 실력을 가졌음에도 여인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녀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천재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괄시를 받아야만 하는 그자의 처지가 말이지요?”


그녀의 말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녀석이야.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건 널 꼭 닮았지. 난 둘이 좋은 동행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몰라요. 이런 곳에 드나드는 남자는 질색이지만, 뭐 오라버니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시니 일단 만나나 보지요.”


희강의 반응은 오묘했다. 그녀는 뛰어난 무인을 소개시켜주겠다는 유정에 말에 여기까지 따라왔다. 그의 좋지않은 평판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왠지모를 기대감이 드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기루를 가로질서 도착한 곳에는 작은 정원과 별채가 서 있었다. 그 곳이 신룡의 동생이 머무는 곳이라고 했다. 별채의 문 앞을 지키던 문지기가 모용유정을 알아보고 길을 비켜주었다.


“이 커다란 기루가 그자의 소유라고요?”


신룡의 나이가 고작 20대 중반이다. 그런데 그 동생이 안휘성 최고의 기루를 소유하고 있다고?


“맞아. 그는 이곳의 기녀와 사랑에 빠졌거든. 기루에서 그녀를 내주지 않자 결국 이 기루를 통째로 사버렸지.”


“남궁세가의 자제가 기녀를 사랑해요?”


“왜? 여자인 너도 기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런건 아니지만...”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그녀는 사실 기녀들을 만나본 적도 없었다. 늘 사내들과 내외없이 어울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몇몇 후기지수들이 기루에 드나드는 것까지 따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남궁세가쯤 되는 명문가의 자제가 기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기루를 통째로 사들이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하인에게 안내를 받은 두 사람은 드디어 신룡의 동생을 만나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이야? 천하의 황룡 나으리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하하하. 그래도 내가 연장자인데 자리에서는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니니?”


“설마 형 대접받으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기녀의 무릎을 벤 채로 과일을 먹고 있던 사내는 유정의 말에 귀찮다는 듯 몸을 일으키면서도 그의 방문을 반겼다. 그 사내가 이 기루의 주인인 남궁영이었다.

그는 황룡과 독봉이 자신을 방문했음에도 전혀 놀라지 않은 듯 태연했는데, 희강은 곧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전에 입구에서 만난 문지기가 어느새 그의 옆에 도열해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 짧은 시간 안에 우리를 앞질러 여기까지 도달한 건가?’


뛰어난 수하도 아니고 일개 문지기가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긴 어려웠으나, 그것이 아니면 현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희강은 새삼 기대가 어린 눈빛으로 남궁영을 바라보았다.

유정이 장담한 그 대단한 사내는 무공이라고는 전혀 익히지 않았을 법 해보이는 미남자였다. 피부는 백옥 같았고 머릿결은 여인의 것처럼 부드러웠다.

덩치가 크고 잘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는 신룡과 달리 날씬한 체형, 그리고 그 장난스러워 보이는 표정때문에 꼭 닮은 이목구비가 아니었다면 아마 형제라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차를 좀 준비하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그를 품에 안고 있던 기녀는 차를 내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독봉은 또 한번 깜짝 놀랐는데, 그 기녀가 자신이 지금껏 봐온 어떤 여인보다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그녀가 가지 못하도록 억지로 끌어당겨 품에 앉았다.


“가지 마. 은록銀鹿. 내 옆에 있어.”


그 모습에 잠시 가졌던 그에 대한 좋은 인상은 산산히 깨어졌다.

사내가 여인에게 교태를 부리다니. 대장부라면 호연지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유정은 그 모습을 한 두번 본 것이 아닌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한창 좋을 때 흥이 깨졌어. 손님까지 데려왔으니 분명 용건이 있겠지? 어서 털어나봐.”


"그 전에 소개부터 하자구나. 이쪽은 남궁세가의 청전靑電 남궁영이다, 이쪽은 당문의 독봉이라고 불리는 당희강."


"그 별호로 날 부르는 사람은 정형 뿐이야."


"잘 부탁드립니다. 대협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당희강이 먼저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당문의 독봉이라면 나도 익히 들어왔지. 사내처럼 꾸미고 다니는데도 생각보다 예쁘네."


갑작스레 예쁘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니, 당희강의 얼굴이 당황한 듯 붉게 물들었다. 워낙 고지식한 관념을 가지고 있는 그녀로서는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초면에 희롱을 당한 것과 같은 수치심이었다.


"하하하. 천하의 독봉에게 첫 대면부터 그런 말을 하는 사내는 너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절친한 모용유정의 옆이라 이렇게 잠자코 있는 것이지, 아마 다른 사내가 이처럼 그녀의 외모를 품평했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만큼 평소에는 불같은 성격이었다.


"거참, 칭찬을 해줘도 불만이구만. 나야 늘 사내들보다도 훨씬 독한 여인이라고 듣기만 하였으니, 정말 사내처럼 우락부락하게 생긴 자일줄 알았지.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이야, 잘만 꾸며놓으면 상당한 미인이겠어."


"그만하세요. 제가 여인인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듣고 있던 당희강이 발끈했다. 그녀는 무인으로서 함께할 동행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처음부터 대화의 주제가 자신이 여인이라는 사실이나 외모에 집중되는 것은 불쾌한 일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남궁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어리군. 그러는 너도 내가 신룡의 동생이라서 찾아온 것 아닌가?"


무공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고, 평판도 개판이다. 그 대단한 신룡과 같은 핏줄이라는 것이 아니면 도대체 당문의 독봉이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남궁영의 허를 찌르는 물음에 당희강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 것이다.


"자자, 둘다 진정하고 일단 이야기나 들어봐."


결국 두 사람을 중재하기 위해 황룡 모용유정이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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