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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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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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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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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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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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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잔혹동화 - 3

DUMMY

“3페이즈가 있네.”

-그건 무슨 소린가?


데스웜은 쫓겨나고, 호구는 지쳤다.


뽀삐가 도망간 데스웜을 쫓아간 것을 감안하더라도 루시우스... 아니, 김호수에게 가망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호구도 마지막 수단이 있었다.


“현직 용사가 생명력을 불태우고 있어.”

-...용사가 생명력을?


호구가 줄기차게 뿜고 있는 붉은 마력에는, 잘게 부스러진 생명력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러다 호구가 죽는 건 아닐까?


-정말이군.


내가 전해준 소식에 채널을 옮겨온 카르투스가 침음을 삼켰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서 그의 고뇌가 느껴졌다.


“나서야 하려나?”


생명력이 바닥나면 죽는다. 그렇기에 그런 힘은 아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지.


하지만, 눈이 돌아간 호구는 그런 것 따윈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아 보인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붉은 참격이 대지를 넘어 대족장의 몸을 가르더니 하늘에까지 큰 상처를 남긴다.


호구는 생명력을 담보로 한 리스크가 큰 힘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면을 착용했다.


날뛰는 루시우스를 제압해야 한다.

난 그저 현상유지가 목표일 뿐이지 호구가 죽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괜찮을 것 같네.

“뭐가?”


카르투스가 제지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튀어나갔겠지.


-용사를 보게. 정확히는 그의 마력을. 생명력을 담보로 한 것 치곤 무척 안정적이지 않은가?

“듣고 보니......”


그렇네?


일반적으로 폭주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제힘에 못 이겨 이성을 잃고 날뛰다 자멸하는 광경이 떠오른다.


허나, 루시우스는 달랐다.


정적이고 절제된 마나의 흐름.


생명력이 담겨 있지 않았다면 도저히 폭주하는 자의 마력이라고 할 수 없는 기운이다.


그때 내 눈이 크게 뜨였다.


“응?”


루시우스의 참격에서 살짝 떨어진 장소에 어둠이 뭉쳐 대족장의 모습을 구성했다.


“살아있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다시 충돌하는 대족장과 호구.

나는 시야를 극도로 활성화한 채 루시우스의 붉은 마력을 노려보았다.


폭주하고 있음은 확실하나, 아까보다 안정적이다. 더 놀라운 건 실시간으로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러면 쉽게 죽진 않겠네.”


마나 폭주, 대충 주화입마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은 어감에 맞게 무척 위험하다. 한번 잘못 걸리면 죽거나 폐인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마나 폭주가 무슨 일을 일으키기에 이리 위험한 것일까?


-다시 봐도 놀랍군. 보통 폭주한 마력은 적뿐만 자신의 육체까지 망가뜨리기 마련인데... 오히려 신체를 활력을 돋우고 있어.


폭주한 마력에는 눈이 없거든.


적이고 나고 가리지 않고 다 조진다.


저렇게 생명력만 소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저게 바로 용사의 힘인가?


카르투스의 감탄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편리하기만 한 건 아니야.


내 분석은 실시간으로 호구의 상태를 파헤치고 있다.


용사 특수는 매우 훌륭하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


하지만, 호구는 준비가 안 됐다.


용사 특수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까지 커버해주진 못한다.


분석이 전해준 정보에 따르면, 호구는 이 싸움이 끝나고 탈진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몇 주간 깨어나지 못하겠지.


-저 모습은 폭주라기보단 한계돌파라 해야 할 것일세.


한계돌파는 맞다.


숙련되기만 한다면 작은 대가만으로 큰 힘을 거머쥘 수 있게 되겠지.


“어디까지나 준비가 되었다면.”


이후의 볼일은 없다.

이제 내가 할 일에 집중......


-케르투스 무슨 일이지?


저쪽에 사건이 생긴 모양이다.


-뭐? 로레이드가 날뛰고 있다고?


로레이드란 단어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발 그 새끼는 또 왜... 아 그렇지 참.


로레이드의 구성품이 문제다.

그의 몸에는 성검이 섞였다.

지금 폭주하고 있는 호구의 성검이.


성검의 주인이 마왕보다 흉악한 모습으로 변해서 날뛰고 있다. 용사의 성검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한성! 잠깐 다녀오겠네! 케르투스! 잠시 이쪽을 부탁한다. 꼭 끝까지 녹화해야한다! 그럼... 로레이드! 이 멍청......


한바탕 소란이 일고.


-흠. 녹화라... 어떻게 하는거지?

“가장 오른쪽 구슬 보이냐? 거기서 한 칸 떨어진 곳에 녹색 구슬 있을 거야. 거기다 마력 집어넣어라.”

-...이건가? 오. 작동되는군. 고맙다.

“별거 아냐.”


카르투스의 의형제 케르투스.


내게 심하게 당한 탓에 한참 동안 시험관에 잠겨있었다.


-저게 용사 루시우스인가?


현재는 생전의 기억을 되찾고 완전히 부활했지만 말이다. 물론 이것도 내 덕이다.


“어. 내가 말한 호구가 쟤다.”

-흠... 호구 같이 생기진 않았는데.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생각보다 잘 싸우진 못하는군.

“그러냐?”


케르투스는 프레온이 건재할 때 왕족에게 검술을 가르치던 검술천재. 그런 이의 눈에 루시우스의 모습은 마땅치 않은 걸까?


-뭔가 근질근질한 게 한바탕 뛰고 싶군. 내가 그쪽으로 가도 되나? 용사에게 한 수 가르쳐주고 싶다.


왕족의 스승님의 못마땅한 목소리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의 목소리에서 답답하게 게임하는 스트리머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감정이 묻어났거든.


“카르투스가 녹화하라지 않았냐?”

-후. 그런 것쯤이야... 콰직! 쭈와악!


던전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


-마석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거 중요한 물건 아니냐?”

-몰라. 어차피 지금 안 쓰잖아. 나중에 되돌려놓으면 카르투스도 모를 거다.


‘지랄.’


케르투스의 무식함에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물건을 부수고 마석을 적출 해놓고 나중에 돌려놓으면 모를 거라고?


개똥 같은 소리도 정도가 있......


-됐다. 이제 자동으로 녹화가 진행될 것이다. 용사. 가마솥을 꺼내라 이제 곧......

“잠깐! 자동으로 뭐?”


녹화는 분명 수동이었을 텐데.


-하. 날 너무 무시하는군. 카르투스와 함께하며 봐왔던 게 있는데 이 정도 조작 하나 못할 것 같으냐?

“......”


‘이 자식, 그럼 일부러.’


마석 장비를 박살 냈구나.


이걸로 확실하게 느꼈다.


이 새끼는 무식한 것이 아니다.


-가마솥은 멀었나?


떨떠름함을 감추며 가마솥을 꺼내놓았다.


‘아주 미친 새끼네 이거.’


-입구가 열렸군. 내가 간다.


곧 가마솥에서 케르투스가 튀어나왔다.


“아주 맑은 공기군.”


첫 만남과 몰라보게 달라진 외모.


무감정했던 얼굴엔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려있었고, 아무렇게나 길러 엉망이던 머리칼은 말총머리로 단정하게 묶여있었다.


“갑옷은?”

“내 몸이다.”

스칵!


“오?”


단검 vs 맨몸.


몸이 잘려나가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강력한 개조인간 케르투스의 손날은 단검을 가볍게 잘라냈다.


“검 하나면 충분하다.”


나를 향한 뜨거운 시선에 눈썹을 한번 까딱이며 검을 하나 만들어 줬다.


케르투스가 검을 쥐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척.

“흠.”


역시 검사는 검사인가?

무기에는 엄청 신경쓰는 타입이네.

케르투스는 내가 만든 검을 다방면으로 돌려가며 깔 부분을 찾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찾지 못했는지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좋은 검이군.”

“누가 만든 검인데.”


빌어먹을 부활을 위한 포인트를 벌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동안 만든 물품들을 다 합하면 수백만 포인트를 훌쩍 넘긴다.


갑자기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개씨발 수백만을 뽑기에 쏟아부었는데.

10등 이내의 당첨은 딱 2회.

그 두 번도 문제다.

둘 다 5등.

생명의 숨결만 2번 나왔단 말이다!


“왜, 왜 그러냐? 혹시 화났......”

“...아니야.”


개발사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되뇌며 내면의 불씨를 가라앉혔다. 그제 서야 한숨을 내쉬는 케르투스.


“화내지 마라. 용감한 나는 몰라도 남들은 다 겁낼걸?”


구라치지 마라.

니 다리 떨리는 거 다 봤다.

다시 구겨지는 내 표정에 식은땀을 흘리던 남자는 도망치듯 외치며 자리를 떴다.


“나, 난 볼일이 있어서 이만!”


나는 케르투스의 뒷모습을 똥 씹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뽑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


내가 투자한 돈이 얼만데 원하는 건 한 번도 나오지 않느냔 말이다.


“아깝다.”


내가 만든 제품으로 번 돈이 수백만.


그 포인트를 전부 투자해서 명작을 하나 만든다면... 어쩌면 ‘1up!!’을 살 돈을 마련했을지도 모른다.


제작실력이 늘면 늘수록 머리통을 후려치는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어.”


나는 던전에 있을 작품들을 생각하며 화를 삭였다.


지구의 추억 같은 특별한 의미가 담긴 명작. 현재 카르투스의 던전에 전시되어 있는 나의 보물.


전부 팔면 백만 포인트는 가뿐히 넘길 자신이 있는 내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팔아선 안 될 추억들이지.’


아무리 부활이 고프다 해도 추억까지 팔아넘길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다.


또, 절찬리에 던전에서 숙성되고 있는 엘릭서만 완성되면 부활을 위한 포인트는 차고 넘칠 테니까.


보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풀린다.


크게 숨을 들이켰다.

상쾌한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운다.


“이쪽은 끝!”


요정에나 집중......

-나 왔다! 케르투스. 녹화는 잘... 크헙!!


카르투스가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내뱉는 비명.


그래 놀랐을 것이다.


케르투스가 그의 방에 설치된 장비를 부수고 마석을 채취했을 테니까.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 어쩌면 카르투스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케르투스가 무얼 했던가.


카르투스의 어깨너머로 배운 마법을 활용하지 않았던가? 의형제의 성장에 흐뭇한 마음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


-내 커피포트!!


웃는 표정 그대로 굳었다.

씨발 지금 뭐가 박살났다고?


-케르투스! 이 자식!! 감히 내 커피포트를!


내가 만든 커피포트가 부숴졌다고?


나는 차가운 눈으로 날아가는 케르투스를 노려보았다.


커피포트가 무엇인가?


내가 지구에서의 추억을 되살리며 만들어낸 걸작 중 하나가 아니던가?


‘아니야.’


그냥 걸작도 아니다.


케르투스에겐 한낱 커피포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커피포트는......


그 커피포트는!!


포인트 감정가만 35만!

이것도 최소로 잡은 금액.


경매에 올린다면 하나만으로 100만을 넘길지도 모르는 엄청난 물건이다.


[깊은 추억의 커피포트]


내가 현재까지 만든 최대의 걸작.


그 어떤 커피를 타더라도 추억을 구현해내는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케르투스......”


과거를 꿈꾸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


저것을 통해 만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자면 언제나 지구에서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커피포트의 힘으로 구현된 과거는 매우 사실적인 공간.


나는 그곳에서 먹고 싶었던 것도 마음껏 먹고 보고 싶던 영화도 마음껏 보며 지구 문명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었지.


그런데 이제 그건 옛말이 되었다.


-제엔장!! 아직 루미노프 영애에게 고백도 하지 못 했는데!!

“......”


그 목소리에 갑자기 머릿속이 탁 트였다.


잠깐만.


왜일까?


어째서 카르투스의 방에 내 커피포트가 있는 것일까?


왜 내가 화려하게 장식된 탁자에 올려두었던 커피포트가 어째서 어두침침한 카르투스의 방에 설치되어 있었는냔 말이다.


“카르투스......”

-크아! 케르투... 왜, 왜그러는감 하, 한성?


나는 친절함을 가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위협을 느끼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나의 보물이 왜 네 방에 있지?”

-...그게 말일세, 사실......

“깔끔하고 화려한 장소에 모셔둔 내 보물이 왜 더럽고 음침한 네 방에 있던 거야?”

-어, 어... 그게......


일부러 친절함으로 가장했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용암이 끓는 듯한 목소리로 선고했다.


“너희 둘 다... 일 끝나고 보자.”

-...씨발.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닐세!


나는 타고 있던 나무를 두들겼다.


-그오옹?


나무는 큰 괴수의 몸을 뜯어먹고 있었다.


“맛있냐?”

-그워엉!

“그래. 맛있게 먹어라.”

-그워어엉!!


아.


힐링 된다.


설마 이 나무 괴물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 곧 헤어져야겠지.’


안타깝지만, 곧 떠나보내야 한다.


-히야! 단단한게! 아주! 안락하구나!

-헉! 끄억! 그만! 해라악!!


불쌍한 나무가 저 악마들에게 붙잡혀 집으로 간택 당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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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요정마을 21.01.29 273 4 12쪽
91 요정 +1 21.01.28 271 3 13쪽
» 잔혹동화 - 3 +1 21.01.27 281 4 13쪽
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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