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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37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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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잔혹동화

DUMMY

새빨간 선혈이 흐르고, 분노 서린 외침이 자리한 대지.

전의로 들끓는 대기는 이곳이 전장이라고 알리고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광경은 도저히 전쟁이라 할 수 없었다.


“죽여라!!”

“엑라스트님의 원수!!”


셀 수 없이 많은 동료의 시체를 밟고 달려드는 마왕군.


짧은 순간 일어난 어마어마한 학살.


일반적으로 압도되어도 무방한 상황이었지만, 달려드는 마왕군의 눈에는 단 한 줌의 공포도 나타나지 않았다.


퉁!! 쾅!! 콰쾅!!


그들은 전장의 한 가운데 나타난 불투명한 장벽을 두들기고 있었다.


“놈이 지쳤다!”

“방벽에서 끄집어내!”


방벽을 두드리던 병사의 손목이 부서진다.


“못 부술 거면 나와!!”

뻐억!!

그러자, 뒤에 있던 병사가 그를 쓰러뜨리고 방벽에 도끼를 휘두른다.


쾅!! 쾅 콰쾅!! 쩍!

“흥! 이건 못쓰겠군.”


휘두른 도끼가 망가지자 밟혀 죽은 동료의 무기를 뺏어 들더니.


“빌린다!”


방벽을 미친 듯이 내려찍는다.

그야말로 광기가 느껴지는 현장.


바깥의 미친놈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꺽... 꺼헉......”


목을 붙잡힌 채 꺽꺽대는 마족 한 마리.

나는 그의 전신을 신중하게 훑었다.


“너는 정체가 뭐냐......”


역시.

닮았다.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다.


아까 내가 죽였던 마족과 똑같이 생겼다.


놈의 외모를 확인하고 다시 결계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부숴!

-못 움직이면 죽어라!!


이 방향에만 수십이다.

내 손에 잡힌 놈과 똑같이 생긴 마족들이 수십이나 된다고.


무기와 차림새에 외모도 모자라 마력 패턴까지 동일한 새끼들.


복사기에서 찍어낸 것만 같은 새끼들이다.


나는 손에서 힘을 풀었다.


“켁, 커헉! 켈룩, 켈룩!!”


목을 붙잡고 바닥을 뒹구는 마족.


“네 이름이 뭐냐.”


질문을 들은 마족의 얼굴이 기묘한 각도로 돌아갔다.


“나, 내 이름은, ...다.”

“...뭐?”

“...다.”


이름을 말하는 대신 입만 뻐끔거리는 마족. 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지만, 제대로 들을 게 맞았다.


“상관없어.”

“흐억!!”


바닥을 뒹구는 놈의 육신을 허공으로 끌어올렸다. 몸을 휘감은 마력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마족은 돌연 결연할 얼굴이 되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


너의 입장은 필요치 않다.


‘분석.’



[73번째 경비원]


전래동화 ‘레이닉스의 108경비대’를 중심으로 마왕 엘비아 유르 멜카디아스가 생명을 불어넣어 탄생한 마족.


약간의 마력과 맹목적인 신념만으로 움직인다.



레이닉스의 108경비대라면 나도 알고 있다. 마왕이 탄생하기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화책이다.

용사에 대해서 조사할 때 읽었었..


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시너지 효과로 인해 시공 너머 평행세계의 지식을 업로드합니다.]



나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후 평행세계의 내가 쓴 메모가 올라올 것이다.



[메모 : 마왕이 옛날 동화책에서 끄집어낸 부하다. 말이 통하고, 생각도 하는 것 같지만, 이들에게 지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들은 순수한 도구.


지휘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만으로 움직이는 새끼들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싸우는 내내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방벽을 두드리는 저놈들은 무엇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


저 모습을 보아라.


결계를 두드리는 동료가 지치자, 뒤에있던 마족이 지친 동료를 내동댕이치고, 자신이 결계를 두들긴다.


그동안 마족을 꽤 많이 봐왔다만 저런 모습은 처음 본다.


[놈들에게 지능은 미미하다. 대신 힘이 세더라. 대충 기사하고 1대1이 가능할 정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두들겨 패는데 손맛이 괜찮았거든.


[근데, 그들의 힘은 중요한 게 아니야.]


갑작스레 바뀐 필체에 내 마음도 함께 요동쳤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다음 문장을 보았다.


[이 새끼들은 절대 하나만 나타나는 경우가 없어. 숫자가 엄청 많거든.]


“...하.”


[만약 이들을 하나라도 발견했다면 빨리 놈들 근원지를 공격하는 게 좋을거야.]


“씨발.”


[놈들은 근원이 되는 책이 남아있는 한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지.]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저 멀리 레비와 눈을 마주쳤다.


[한 달이면 이 세상의 세 국가 국민들 다 합친 것보다 많아질걸.]


나는 짜증에 잠긴 채 결계 너머를 노려보았다.


“그래. 이래야지.”


아주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마왕군을 침공을 막는 일은.


“쉽게 풀리면 그게 인생이냐.”


가만히 앉아 마왕군의 진로만 틀어막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아야 하는 상대가 너무 많다.


나는 마왕군 저편으로 분신을 하나 소환했다. 나와 눈을 한번 마주친 분신이 숲 저편으로 사라진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자명했다.

이 자리에서 마왕군을 분쇄하는 한 편.

마왕이 만든 책이라는 이름의 병영을 불태워야 한다.


목적지는 이미 알고 있다.


[책의 위치는 경비대원 마력 분석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장소에 경비대는 널려있지......


“사라졌다!!”

“죽여!!”


가장 먼저 달려드는 두 마리의 머리를 으깨며 일어섰다.


어느새 내 손에든 붉은 노을이 나타나 햇볕에 반짝이고 있다.


*


목적지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곳이었거든.


하지만, 그곳에 입장하고 막혔다.


드드득! 휘릭.


다리를 휘감은 나무뿌리를 짓밟아 잘게 부수었다.


-파스스!! 키이잉!!


뿌리가 손상되어 화난 나무가 덤벼들기에 몸통에 손바닥을 꽂아 주었다.

텅!! 쩌적-!

치명적인 일격에 나무의 허리가 꺾였다.


“나무면 식물답게 가만히 있어.”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차가운 어조로 말했건만, 나무는 나를 포기하지 못한 것일까?


나무가 강렬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며 몸을 떨었다.


-치키이이.....

들썩들썩


대지가 들썩거린다.

푸아악!


나무뿌리가 지면 위로 드러나더니 나무가 몸을 일으켰다.


-키르르르!!

“그래. 알았다.”


이곳은 나무의 영역. 고로 이놈만 치우면 날 막을 것은 없다는 뜻이다.


굳이 싸우겠다면 피할 필욘 없겠지.

손가락 사이로 짙은 마력이 깃든 바람이 통과했다. 거인의 힘이 깃든 마력이.


일촉즉발의 상황.


-키라락!!


괴성을 내지른 나무가 달렸다.


쿵쿵쿵쿵!


...도망갔다.


나는 멍한 눈으로 도망치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간 보는 거였냐?”


도망치려고.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왠지 기분이 떨떠름했다.


“생각보다 온순한 놈이었나?”


나무를 떠나보내고,

막막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인조마족이 가진 마력을 가이드 삼아 이곳까지 찾아 왔지만, 이곳의 환경은 마력의 추적을 불가능케 만들었다.


더 이상의 길 안내는 기대할 수 없겠지.


기괴하게 뒤틀린 분홍빛 하늘.

마왕의 존재가 세상에 새긴 깊은 상처.

이곳은 이계화가 진행된 숲.


마왕과 내가 공멸한 그 장소다.


-여기는 오랜만이군.

“그러게.”

-여기서 로레이드를 잡았었지.

“......”


나는 똥 씹은 얼굴로 허공을 노려봤다.


-...알겠네. 그의 이야긴 그만하지.

“그래서. 무슨 일?”

-무슨 일이 있어야만 연락하나?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끊는다.”

-아닐세! 장난이었다네! 내 말을 좀 들어보게!


진작 그랬어야지.


나는 혀를 차며 나무토막에 앉았다.


“축축하네.”

-무슨 소린가?

“아무것도.”

-그럼 얘기해도 되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렇게 쉬고 있을 이유가 없었겠지. 나뭇잎을 모아 의자에 깔았다.


-크흠! 이번에 그린에게 들었다네. 이계화 된 숲에 나타난 요정의 이야기를.

“요정? 이 환경에?”

-그렇네. 그린이 두 눈으로 봤다더군.


파란 대신 분홍색이 된 하늘.


싱그러운 풀 내음 대신 싸구려 사탕에서나 날 듯한 새콤달콤한 냄새.


커다란 괴물이 적당히 씹다 뱉고, 그럴듯하게 뭉쳐놓은 것처럼 생긴 숲의 경관.


씨발, 이딴 곳에 사는 요정이 있다고?


진짜라면 그것은 분명 지옥의 요정이겠지.


-거짓말 같지 않더군. 왜. 그린은 거짓말할 때 티가 나지 않은가?


그래서 문제다.

그린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안 변했냐?”

-안 변했네.


그린은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간색으로 변하거든. 방사능 마석의 그 빨간색으로.


거짓말을 하면 폭탄처럼 터지는데 어찌 거짓을 말할 수 있겠는가.


“아쉽네.”

-...진심인가?


나는 아쉬움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린이 폭발하는 모습을 본다면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데. 맨날 타이밍이 안 맞는다.


“아무튼 요정이라.”

-요정일세. 시간이 있다면......

“알았어.”


어차피 들린 거 요정을 찾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몸이 후끈후끈한 것이 좀 움직이고 싶다.


“잠깐.”


후끈후끈해?


이상을 느낀 나는 즉시 자리를 벗어났다.


-응? 왜 그러는......


콰화아아아!!


사방에서 불기둥이 피어올랐다.


불기둥은 살아있는 것처럼 숲을 돌아다니며 생명을 불태웠다.


끼에에엑!!

캬아아악!!

캬하악!!


불을 미처 피하지 못한 괴물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땅을 뒹굴지만, 저건 아무 의미 없다. 오히려 명을 재촉하는 일이지.


쿠화아악!!


불기둥의 머리 쪽이 부드럽게 휘더니 땅을 뒹구는 괴물을 집어삼켰다.


쿠흐으으......


괴물을 집어삼킨 불기둥은 입맛을 다셨고, 곧 놈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적응이 안 되네, 적응이.”


어느새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나는 서서히 하나로 합쳐지는 불기둥을 바라보았다.


“너도 여깄었냐?”


옆에는 나를 피해 도망갔던 나무가 벌벌 떨고 있었다.


“너. 내 덕에 목숨 구한 거다.”


화아아아!!


모두 모여 하나가 된 불기둥이 허공으로 폭사 되었다.


하늘 끝까지 닿을 기세로 피어오르는 화염은 구름에 접촉하자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불이 구름에 흡수되는 것이다.


“와.”


쿠르릉......


그렇게 탄생한 불타는 구름에서 청록색 불의 비가 쏟아져 내린다.


여기부터가 장관이다.


시퍼런 불비가 잿더미가 된 숲에 내려앉자. 불탄 대지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새싹은 줄기가 되었고, 줄기는 사방으로 뻗쳐나간다.


그렇게 자라난 나무줄기에 청록색 불길이 옮겨붙는다.


마지막에 이르러 화염과 줄기가 어우러져 한 그루의 나무를 구성했다.


불탄 숲 전체에서 일어나는 신비.


그렇게 아름다운 화염의 숲이 탄생했다.


-정말... 굉장하군. 내 눈으로 이걸 보게 될 줄이야......


인위적인 일이 아니다.


이는 이계화된 땅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자연현상이다.


이계화로 인해 생명을 얻은 숲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자정작용.


“...내가 틀렸네.”


아까 전의 끔찍했던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보통 숲보다 아름다운 공간.


벌써부터 청록빛의 불을 품은 새가 하늘을 활공하고 있다.


“이건 요정이 살만하네.”


괴이하고 끔찍하게 변할 수 있다면, 신비하고 아름답게도 변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순식간에 변하는 생태계 속에 요정의 탄생 정도는 이상한 일이 아니리라.


새롭게 눈이 뜨이자 감각이 새로운 영역으로 치달았다. 기묘한 충격이 몸을 타고 사방을 헤집다 돌아온다.


“이제 느껴져.”

-무슨 소린가?


이계화되어 뒤틀린 환경.

이런 장소에서 감각을 100%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었다.


불기둥이 나타나기 직전에서야 이상을 느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제약이 풀렸다.


“이제 확실히 알겠네.”


끊어졌던 마력이 다시 이어졌다.


마왕의 동화책이 있는 장소와.


아직은 흐릿하지만, 곧 익숙해지리라.


“요정도 찾은 것 같아.”

-정말인가!!


눈앞의 화염의 숲이 아닌 저 멀리 몽환적인 숲속에 분주히 움직이는 작은 인영이 느껴진다.


“근데... 생각했던 모습은 아니네.”


요정은 전쟁을 하고 있었다.


그럼 침략 당하는 쪽이냐?

아니, 침략을 하는 쪽이었다.


들고 있는 꽃잎에서 쏟아져 나가는 마력탄이 움직이는 나무 인간의 몸에 적중.


“존나게 호전적이야.”


-캬하! 잡았다!


치즈처럼 몸이 숭숭 뚫린 나무 인간을 산채로 붙잡아 어딘가로 끌고 간다.


-넌 이제 내 집!


그렇게 불쌍한 나무인간 하나가 집으로 간택 당했다.


이는 그 하나로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너 멋있게 생겼다. 내 집 할래?

-시, 싫다! 난 집이 아니...... 우와악!


“하.”


저 미친 것들을 굳이 만나야 하는 걸까?


나는 격한 회의감에 번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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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잉크 +1 21.01.31 255 4 13쪽
93 레이닉스 경비대 21.01.30 276 3 13쪽
92 요정마을 21.01.29 273 4 12쪽
91 요정 +1 21.01.28 271 3 13쪽
90 잔혹동화 - 3 +1 21.01.27 280 4 13쪽
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09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2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8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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