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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55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05 18:00
조회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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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유령의 꿈

DUMMY

수풀이 우거진 숲의 절벽 위.


얼마 전 루시우스와 알버트의 목숨을 건 대결이 있었던 그 장소.


푸화악!

키에에엑!!

“으악! 기분 나빠!”


그 싸움이 있었는지 얼마나 되었다고, 용사 일행은 피를 뒤집어써가며 괴물과 싸우고 있었다.


“이 괴물들은 뭐야!!”

“나도, 모른다!”


루시우스는 성검의 힘을 이용해 몸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강한성! 그 녀석은 대체 어딨는 거야!”


루시우스는 지면을 흐르며 반짝이는 액체를 짜증 섞인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런 그를 향해 동료들이 띠꺼운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걔만 있으면 군단장의 부하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질 거야!”


루시우스는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들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느끼지 못한 것일까?


촤아악!!

“키아악!!”


그 와중에도 괴물들은 끈질기게 덤벼들고 있다. 죽이고 또 죽여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부활하는 괴수. 심지어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짓이기면 어디에선가 다시 돌아온다.


루시우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괴물들은 분명 검은용 알버트가 만들어낸 괴물일 것이다. 근거는 충분하다.


“그 녀석 촉수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윽, 번들거리는 것 좀 봐. 저게 내 가슴에 구멍을 냈다고?”


괴물들이 휘두르는 촉수가 익숙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촉수의 생김새가 군단장이 휘두르던 촉수와 똑같이 생겼다! 또! 휘두르는 스타일까지 비슷한 데다, 심지어......


“루시우스! 이쪽 좀 도와줘! 이것들, 마법이 잘 안 통해!”


마력에 강하다는 특성까지.


유일한 다른 점이라고는 색이 붉은색이 아니라는 점?


촤아악!


루시우스의 칼질에 촉수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린다. 그렇게 테르치아의 곁에 내려선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이 괴물들이 있으면 군단장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어.”


1대1은 자신 있다.

어제 루시우스가 어떠했는가.


각성하자마자 군단장과 밤새도록 치열한 혈투를 벌이지 않았었는가?


하지만, 한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군단장은 늘 부하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점이었다.


1대1로 이길 수 있음 무엇 하는가?

군단장은 혼자서 덤비지 않을 것인데.


그렇게 고심하던 루시우스에게 희소식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최후의 방어선 파일렛에 도착하자마자 알게 되었던 충격적인 사건.


[용사 강한성이 홀로 적군을 쓸어버렸다.]


한성의 검은용 토벌에 대하여 듣게 된 루시우스는 생각했다.


‘한성은 혼자서 군단장의 부하들을 무찔렀어. 하지만, 그곳에 군단장은 없었지.’


검은용 군단장은 루시우스를 포함한 용사 일행과 싸우고 있었을 테니까.


적군에 군단장이 건재했다면 한성이 군대를 무찌를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루시우스의 결론이었다.


“저기, 루시우스.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뭔데? 미리엘.”


그 방면을 돌아보자 미리엘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용사님은 왜 찾으러 가는 거야?”

“아! 내가 말 안 했나?”


루시우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군단장을 1대1로 상대할 수 있어.”


하지만, 많은 수의 군대를 그 혼자 상대하기에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한성은 혼자 군단장의 부하들을 견제할 수 있지.”


하지만, 한성이 군단장을 1대1로 상대하는 것까지는 힘들 것이다.


루시우스는 한성과 그의 차이가 마법사와 검사의 차이 정도로 생각했다.


“나와 그 녀석이 힘을 합치면......”


1대1에 강한 루시우스와 다수에게 강한 한성. 한성이 그보다 강할 것이라고는 곧 죽어도 생각하지 않는 루시우스였다.


“군단장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 그렇구나. 하하.”


무척이나 놀랐는지 절로 입이 벌어지는 미리엘을 보니 뿌듯함이 치솟는다.


뿌듯함에 사로잡힌 루시우스는 성검을 하늘로 쳐들며 선언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성을 찾아야 해! 검은용 군단장을 무찌르기 위해서!”


루시우스의 쇼를 가까이서 관찰한 테르치아의 감상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웠다.


‘병신 지랄한다.’


테르치아는 루시우스의 한심한 행태에 한숨을 내쉬며 한 손을 뻗어 촉수를 쥐었다.


“도르무.”


연구를 위해선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한 마리 산채로.”

“알았다.”


전에는 무식하기 짝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리가 없다.


찌이익.


테르치아는 단검으로 촉수를 찢었고,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를 병에 옮겨 담았다.


‘이 괴물, 분석해야 돼.’


테르치아는 한껏 굳은 표정으로 표본을 바라보다가, 왼손으로 명치를 쓸어보았다. 저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마법에 저항력을 갖춘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꿈에 사로잡혀 앞뒤 분간 못하는 멍청이와차가운 현실에 눌린 채 약점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마법사.


둘의 대비되는 모습에 미리엘은 부조화를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또 있다! 공격해!”


또다시 나타난 괴물에게 덤벼드는 용사.


“뭔가, 적의는 없어 보이는데......”


우리를 향해 덤벼드는 모습이라기보단 우리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아 몰라. 갈게!”


용사는 루시우스지 그녀가 아니다.


명색이 용산데 알아서 하겠지.


미리엘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


치이이익......


귓가를 자극하는 맛있는 소리. 고기가 익어가며 사방에 퍼지는 고소한 냄새.


“씨발.”


그에 어울리지 않는 더러운 입담이 실시간으로 향기로운 분위기를 파탄 내고 있다.


나는 표정을 한껏 구긴 채 고기를 굽고 있다. 옆에서 눈을 빛내는 레비를 밀어내면서.


그럼 내가 길가다 말고 고기를 굽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유령의 꿈 때문이다.


나는 애증 어린 눈으로 포션병을 흘겨봤다. 내부를 가득 채운 푸른색의 형광액.


마시면 좆될 것 같은 색의 방사능 농축액.


절대로 마시고 싶지 않으나, 로레이드를 조지기 위해선 마셔야 한다는 지랄같은 이지선다를 강요하는 포션이다.


치이이익!

“저리 가!”

“이잉!”


야 이 시끼야.

나 슬픈 거 안보이냐?


고기가 노릇노릇해질수록 실시간으로 굳어만 가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냔 말이다!


결국, 뾰로통한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는 레비. 그녀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쉰 나는 포션병을 땄다.


“......”


그 포션을 레비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쩔 수 없어.”


나는 포션을 고기 위로 뿌렸다.


그때였다.


[서바이벌 가이드(D)가 완성되었습니다!]


“......”


시발?


나는 즉시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름 강한성

직관 74


-능력 (40/74)


[시공분신(S)][솟아오르는 활력(B)][황금손(C)][무술[D]][서바이벌 가이드(D)]


-스킬


[점멸(A)][도플갱어][환영무(A)][랜덤박스 마스터][거인의 기세(C)]


포인트 62,800p



‘세상에......’


이럴 줄은 몰랐다.


맨날 쓰는 무술은 몰라도 서바이벌 가이드의 숙련도는 잘 오르지 않았거든.


무술 능력을 완성하기 전에 이걸 먼저 완성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괴식 만드는 게 이렇게까지 효과가 컸을 줄이야......”


뭔가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럴 때가 아니지......’


예전부터 필요했던 능력이 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나는 즉시 분석을 꺼내 빈자리를 향해 꽂아 넣었다.



[띠링! 능력 분석을 활성화합니다!]

[시너지 효과를 발견했습니다! 능력 등급이 두 단계 상승합니다!]


[분석]


공간을 뛰어넘는다.


스킬등급 B(D)


시너지 효과 : 시공간을 활용 대상을 다방면으로 분석. 능력의 효율이 급증하게 된다.



‘오.’


괜찮은데?


그저 능력만 장착했을 뿐인데 성능이 상승했다. 그에 잠깐 기분이 좋아졌으나 곧바로 가라앉았다.


‘씨발’


이걸 진짜 먹어야 하나......


내 앞에서 오색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는 스테이크. 입에 넣기 심히 거부감이 드는 비주얼에 도저히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또, 이것의 끔찍한 맛을 알고 있는 내 신체는 거부하고 있다. 이 끔찍한 것을 내 입안에 집어넣는 것을.


“아.”


그래, 분석! 분석이야!


위기에 몰린 내 의식은 필사적으로 도주로를 찾았고, 이내 피난처를 찾을 수 있었다.


분석하는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자.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느라 몇 시간이나 허비했으면서 또다시 마음의 준비에 들어가는 쫄보 새끼. 그게 바로 나였다.


지이잉......


[유령의 꿈을 얹은 멧돼지 스테이크]


제조자 : 한성


먹는 이는 유령의 꿈이 발하는 원한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유령의 꿈은 맛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나, 조리자의 발악으로 인해 믿을 수는 있을 만큼 끔찍하다.



“씨발.”


이제 꼼짝없이 먹어야 되겠구나......


[시너지 효과로 인해 시공 너머 평행세계의 지식을 업로드합니다.]


어?


메모 : 맛 개 끔찍하다. 이걸 먹을 바엔 차라리 뒤지는 게 나을걸? 뭐, 그래도 먹는 방법이 있긴 하다. 이 방법 쓰면 먹다 자살할 맛에서 하루 동안 기분이 나빠질 맛으로 격상할 것이다. 그 방법은......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나는 스마트폰을 향해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글자 하나하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유령의 꿈의 맛을 중화하는 방법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었으니까.


*


“꺼억.”


나는 시원하게 트림했다.

분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못 먹을 음식을 먹을 수는 있는 음식으로 바꿔주었으니까.


처음 유령의 꿈을 마시고 어떠했었는가?

정말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쓰고 달고 느끼함을 포함한 온갖 감각이 홍수처럼 몰아쳤고, 마시고 난 뒤엔 혀와 목구멍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 끈적 미지근한 괴상한 감각은 어떠했는가?


한참 동안 가시지 않고 나를 괴롭혔지.


그 맛이 어찌나 좆 같았는지 이성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놓았었지.


나는 뒤를 바라보았다.


저곳에는 그들이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정신 놓고 날뛴 결과 빨갱이 괴물과 방사능 마석이 혼합되어 끔찍한 혼종으로 재탄생 되었다.


처음에는 놈들을 막기 위해 노력해봤으나, 놈들은 의외로 나를 적대하지 않았고.


괴물들이 향하는 방향을 보니까 나랑 상관없어 보이더라.


그들이 향한 방향은 화이트레온.


아마 테리오스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그 장소다. 아마 지금쯤 한창 치고받고 싸우고 있으려나?


“됐다.”


내 눈앞에 서서히 드러나는 청회색 안개.


안개가 향하는 방면에는 로레이드가 있을 것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자리를 정리했다.


드디어 놈을 잡으러 갈 시간이 됐다.


첫날 돈으로 장난을 쳤고, 마왕군과 결탁해 브루스를 괴롭혔으며, 프로이슨에서는 나에게 독을 먹인데다가 마지막에는 누명까지 씌우려 했던 몹쓸 종자.


오직 그 새끼를 조지기 위해 프로이슨을 출발했는데 놈은 그것까지 예상한 것인지. 나를 프레온으로 던져넣었다.


레이비욘이 있던 프레온으로 말이다.


‘결정적으로 그 새끼는 자기 욕심 채우자고 화이트레온을 마왕군에게 팔았지.’


놈의 소행으로 인해 테리오스의 군대가 화이트레온을 무너뜨렸다.


아마, 레비가 보낸 것이 아닐 거다.


귀여운 우리 레비가 그럴 리가......


내 눈에 띈 레비는 두개골을 쌓아놓고 볼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와 눈을 마주치자 들고 있던 두개골을 내밀었다.


“......”


나는 조용히 눈을 피했다.


...아, 또 있었구나?


아까 내가 죽인 촉수 빨갱이.


그 괴물도 분명 로레이드가 데려온 괴물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마왕의 군대를 늘리려는 계획이었겠지!


‘내가 막았지만!’


빨갱이부대의 대장은 내 손에 뒤졌고, 괴물들은 마석 세례로 인해 마왕의 영향력에서 벗어났으니까.


“카르투스.”

-...아직 연구 덜 끝났네.


카르투스의 피곤함에 쩔은 목소리.


“뭘 연구하는데?”

-자네가 친 사고를 수습......

“내가 쳤다고?”

-음......

“따라해. 이건 다 로레이드 탓이다.”

-어, 그건......

“이건 다 로레이드 탓이다.”

-그, 그게......


그래.


이 모든 건 다 로레이드 탓이다.


내 탓은 조금도 없다.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걸었다.


유령의 꿈이 만들어낸 푸른 안개를 따라.


이 끝에 있을 만악의 근원을 향해.


저벅... 저벅....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발을 멈췄다. 나를 향해 직진하는 일련의 발소리.


‘기사들인가?’


갑옷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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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레이닉스 경비대 21.01.30 277 3 13쪽
92 요정마을 21.01.29 274 4 12쪽
91 요정 +1 21.01.28 272 3 13쪽
90 잔혹동화 - 3 +1 21.01.27 281 4 13쪽
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4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9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9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6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1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3 4 12쪽
77 불화 21.01.12 321 4 13쪽
76 오해 21.01.10 334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8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 유령의 꿈 21.01.05 370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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