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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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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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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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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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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로레이드와의 만남

DUMMY

루시우스들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검은용 군단장. 방금 그가 죽은 것을 확인했다.


그러니 통쾌함을 느껴야 할 텐데......


‘뭐야......’


루시우스가 지금 느끼는 감각은 오직 허무감 뿐이었다.


검은용 군단장이 누구인가?


치열한 사투 끝에 그를 패배시킨 라이벌이다. 그랬던 이가 하루아침에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저기, 먼저 출발한 강한성 용사님이 군단장을 쓰러뜨린 게 아닐까?”

“아니야.”


미리엘의 말을 끊고 덧붙였다.


“난 둘 다 싸워봐서 알아. 이건 한성이 낸 흔적이 아니야.”


루시우스는 손을 뻗어 군단장을 가리켰다.


“이 녀석. 마력에 짓눌려서 죽었어.”


루시우스가 보는 한성은 전형적인 전사였다. 검술과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적과 정면에서 싸우는 투사.


그런 한성이 이렇게 압도적인 마력으로 적을 짓눌러 죽이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 맞아. 이 사람 마력에 짓눌려서 죽었어. 웬일이래? 맞는 말을 다 하고.”

“...너무하네.”


테르치아의 칭찬에 입꼬리가 귀에 걸렸던 루시우스는 뒤이은 말에 축 처졌다.

그런 용사의 모습을 빤히 바라본 테르치아는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서부턴 조심하면서 이동하자. 군단장을 이 꼴로 만든 상대가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어.”

“너무 경계하는 거 아니야? 군단장을 쓰러뜨렸으면 우리 편이잖아.”

“아냐. 무조건 아군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어.”


테르치아는 군단장의 시체를 향해 이질적인 액체가 담긴 포션병을 던졌다.


촤앙!


그러자 군단장의 시체가 기괴하게 뒤틀리다가 축 늘어진다.


“저, 저건......”

“맞아. 이 시약엔 아까 전 일어난 지진으로부터 추출한 마력이 담겼어.”


끔찍하게 몰려드는 괴물들은 물론 죽은 군단장의 시체까지 이 마력에 반응한다.


그러니, 군단장을 쓰러뜨린 상대는 분명히 숲에 나타난 괴물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인물을 아무런 경계 없이 만나러 간다고? 그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어쩌면 이 마력의 주인이......”


쿠워어어어!!

“제길! 또 온다!!”


저 괴물들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테르치아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또 다른 시약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포션병에서부터 한 줄기의 마력이 뻗쳐 나와 그녀의 마법에 섞여들었다.

푸르게 변한 테르치아의 마법은 지체없이 괴물을 향해 들이닥쳤다.


“나이스! 테르치아!”


테르치아의 활약으로 자리를 빠르게 정리한 용사 일행은 조심스럽게 길을 가기 시작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괴물과 알버트의 시체만이 남아있었다.


스르륵......


아니, 한 사람 더 있었다.

허공에 파문이 일며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 회색 후드를 덮어쓴 그는 떠난 용사 일행의 뒤를 빤히 쳐다보는 중이었다.


“없네.”


무엇이 없다는 것일까?


가래 끓는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은 인영은 곧바로 군단장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정말 먹기 좋게 차려뒀구나.”


후드 안쪽으로부터 괴기한 웃음소리를 흘리는 그의 손에서부터 진득한 마력이 뿜어져 나와 알버트의 시체를 휘감았다.


“ilrowe suera nai......”


그의 주문에 맞춰 알버트의 시체가 미친 듯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방에서 밀려든 붉은 안개가 그 장소를 불길함으로 가득 채웠다.


*


허공을 수놓는 피 안개.


기사단장의 목에서부터 시작된 그 광경을 본 나는 분신을 역소환했다.


“진짜 살려줄 거라 생각했냐?”


겉으로는 비굴한 척 온갖 재롱을 부렸으나 눈 속에 담긴 굴욕감과 증오는 지우지 못했다. 참 웃기는 새끼였다.


얼마나 부하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쓰러진 채 꼼짝 못 하는 것 가지고 죽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었겠는가.


부하들이 듣지 못할 것이라 착각한 기사단장이 민감한 정보들을 쏟아내는 그때 내 분신은 쓰러진 기사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부분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 하더군.


특히나 심했던 것이 부단장이었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

커졌다, 작아졌다. 갈피를 못 잡는 동공.

숨을 쉬는 것도 잊어 새파랗게 변한 얼굴.


그 뒤는 간단했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났고.

분신을 통해 부단장에게 살짝 귀띔해줬다.


-네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귀띔하며 그와 부하들에게 살의를 한 바퀴 흩뜨리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는 보는 바와 같다.


기사단장은 목이 달아났고, 부단장은 기사들을 모아 파일렛을 향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 있다.


“잘도 숨었다.”


나는 지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유령의 꿈은 로레이드가 땅 밑에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분명 이곳 어딘가에 놈의 아지트로 내려가는 길이 있겠지.


굳이 발로 뛰어가며 찾을 필요는 없다.


휘릭.

촤아악!


손짓으로 주변의 수풀을 잘라 적당한 자리를 마련하고, 그 위에 누웠다.


심장 고동이 등을 통하여 퍼져나간다.

사방을 잠식한 파장이 알려준다.

땅밑에 무엇이 잠들어 있는지를.


그렇게 찾은 지하동굴.


로레이드의 아지트.


그들은 파티를 하고 있었다.


산해진미를 탁자 위에 얹고, 신나게 술을 퍼마시는 그들의 모습에 짜증이 치솟았다.


“나는 시궁창 같은 음식을 먹는 동안......”


저 새끼들은 사치를 부리고 있었네.


쿠구구구궁......


-우, 우아악!

-뭐야! 지진이다! 마법사!!


아! 시원하다.


내 작은 장난은 그들의 즐거운 점심시간을 순식간에 파토냈다.


지진을 막기 위해 마법사들이 몰려와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지만 소용없다.


이건 지진이 아닐뿐더러, 그들의 마력은 거인의 기세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이이!! 네 이놈들! 좀 더 힘쓰지 못하겠느냐! 돈을 그렇게 처먹어 놓고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가!!

-크윽!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어디서 말대꾸인가!

-이, 지진! 보통 지진이......

-으, 으와악!


아.


나는 재빨리 마력을 갈무리했다.


-으으......


방금 돌덩이에 처맞은 병신.

저 새끼가 바로 로레이드 공작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편히 보내줄 수는 없다.


“카르투스.”

-재료는 모두 모였다네.

“그럼 로레이드만 있으면......”

-크크. 바로 시작 가능하다네.


나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아지트의 구석에 분신을 하나 소환했다.


화려하게 치장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혼란으로 가득 찬 지하의 그 누구도 내 분신의 존재를 신경 쓰지 못했다.


“빨리 움직여!!”

“보석! 보석부터 챙겨라!!”

“마법사! 마법진은 아직인가!!”

“얼마 안 남았소! 조금......”


콰직!


어딜 도망가려고.


마법사를 닦달하던 귀족은 멍청한 표정이 되어 그 자리에 엉덩방아 찍었다.


“히이익...... 디스 경!! 여기!! 침입......”


상황파악이 끝났는지 급하게 기사를 불렀으나 기사는 그를 구해주지 못했다.


“꺽, 꺼억......”


검을 들었든, 두터운 갑옷을 입었든 심장을 꿰뚫렸는데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은 드물 테니까.


그리고, 안타깝게도 기사 디스는 뚫려도 살아남는 인간은 아니었다.


“너, 너는... 용사, 용사!! 무슨 짓이오!”

“청소.”

“이익!! 용사가 되어서...... 크악!”

“그래서 분리수거하고 있잖아.”


용사니까 모범을 보여야지.

소리치는 귀족을 두들겨 조용히 시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으악!! 용사!!”

“용사가 침입해왔다!!”

“도와줘!! 용사가 한 명이 아니야!!”

“한 명이 아니라니 무슨......!?”


열댓명의 분신들이 로레이드의 아지트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항해보려 무기를 뽑아 드는 귀족들이었으나 그들의 저항은 무의미하기 그지없었다.


부하 하나 죽으면 놀라서 검을 떨구는 찐따들이다. 그런 놈들이 무기를 들어 봤자 의미가 있었겠는가?


“아주 쥐새끼 같은 놈들이야. 아니 쥐보다 못한가?”


쥐였으면 도망갈 구멍 정도는 따로 파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완전히 밀폐되어 오직 마법으로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다.


비상사태가 터지면 도망도 못 치고 꼼짝없이 뒤져야 하는 곳이란 말이다.


나는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귀족들을 무시하고 머리를 얻어맞고, 기절한 로레이드를 집어 들었다.


“잘 있어라, 등신들아.”


귀족들은 로레이드를 들고 사라지는 한성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 갔나?”


공포에 질린 채 한참을 눈만 굴리던 귀족 중 하나가 입을 트자. 그제 서야 분위기가 안정되기 시작한다.


“용사란 작자가 감히......”

“귀족을 위협하고, 납치까지 하다니!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입이 터지자 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한데 모여 용사를 흉보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용사를 욕하기 시작했다.


증오와 분노에 찌든 상스러운 욕설은 그들이 정말로 귀족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모두 모이십시오! 저 무도하기 그지없는 용사를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배그루오 남작의 말이 맞다. 저런 이가 마음대로 활보한다면 우리 귀족들의 권위가 손상될 것이다.”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십니까? 티르본 후작 각하. 방금 본 용사는 엄청나게 강했습니다.”

“알고 있네. 배그루오 남작. 하지만, 그는 혼자일세. 그 하나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지.”


티르본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군대를 모아 프로이슨을 치는 것이네. 놈의 뒤를 봐주는 프로이슨을 정복한다면 놈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네.”

“오! 역시 후작님이십니다!”

“별거 아닐세 남작.”


정말 쓰레기 같은 계획이십니다.


배그루오는 속으로 뒷말을 씹으며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군 편성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흥! 일단 나는 기사단을 내놓겠네.”

“오! 정말 훌륭하신 결정이십니다!”

“티르본 기사단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요!”


술을 하루에 5통이나 비우는 기사단이?

이번에도 속으로 삼키며 말을 이었다.


“저는... 병사 100명을 내놓겠습니다.”

“음? 자네. 영지도 있었나?”


매우 꼬왔으나 속으로 참았다.


‘개 같은 새끼들......’


방금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하하호호 웃으며 계획을 세우는 귀족들을 바라보며, 배그루오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짓씹었다.


미친 새끼들아.


이 무능한 작자들은 용사가 똥으로 보이는 것인가?


이들은 이 아지트에 어떤 마법이 걸려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최근 신화를 쓰고 산화한 연금술사 카르투스 정도는 아니어도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왕국의 게이트 연구소장.


이곳은 그가 직접 구축한 세상에서 격리된 요새다. 배그루오가 늘 품고 다니는 고대의 탈출 스크롤도 통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장소란 말이다.


그런 곳에 용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왔다.


심지어 나가기까지 했다.


무려 로레이드 공작을 데리고!


그런 괴물 같은 이를 적대한다고?


‘미친 짓이다.’


이들이 멍청한 이유 두 번째.


“그럼 7일 뒤 정오에 프로이슨을 공격하기로 하겠다!!”


프로이슨을 침공하려 하고 있다.


실전으로 다져진 수많은 던전 탐험가들이 도사리는 마굴로 기꺼이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승산이 전혀 없는 일이었다.


베그루오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로레이드는 욕심은 많았으나 무능하지는 않았다.


이곳에 생각이 트여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분명 얼마 없으리라.


‘로레이드에게 숙청당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로레이드는 없다.

빠져나가더라도 아무 문제 없으리라.


그러니......

틈을 노려서.

이들에게서 벗어나야겠다.


“마법사!! 마법진은 언제 다시 작동되는가!”

“적어도 3일은 필요하오.”

“오늘! 오늘 안에 작동시키면 100만 골드를 기부하겠다.”

“...!!! 최대한 노력해보리다.”

“하하하하!! 일단 마시......”


쿠구구구구......


“어, 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는 지하.

그에 귀족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또 지진이다!!”

“걱정 마라! 이번에도 금방 멎을 것이다!”


정말로 그럴까?


배그루오 남작의 머릿속에선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


쿠구구......


나는 지면에서 손을 떼고 일어섰다.


“읍! 읍읍!!”


눈이 충혈된 채 발악하는 로레이드를 돌아봤다.


“안녕? 초면이지?”


그리고,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툭.


로레이드는 의문이 담긴 눈으로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25골드.”


용사 지원금 만골드를 500골드로 줄였다.


그것과 같다. 25골드는 내가 받은 500골드를 똑같은 비율로 줄였을 뿐이다.


“귀족 따위가 용사랑 같은 돈을 받아선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러냐?


씨발놈아.


이제 넌 내 노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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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요정마을 21.01.29 274 4 12쪽
91 요정 +1 21.01.28 272 3 13쪽
90 잔혹동화 - 3 +1 21.01.27 281 4 13쪽
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4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9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9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6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1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3 4 12쪽
77 불화 21.01.12 321 4 13쪽
76 오해 21.01.10 334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8 5 12쪽
»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4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70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9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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