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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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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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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0.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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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분 - 2

DUMMY

“언제쯤 연락이 되려나......”


벨레이스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팔찌를 내려놓았다.


‘이래선 안 돼.’


그는 머릿속을 감도는 불경한 생각에 고개를 크게 휘저었다.


“알버트님도 생각이 있으셨겠지.”


수도를 습격한 군대에 테리오스 하나 없다고, 아군을 덮치러 뒤도 안 돌아보고 갔을 리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그는 전쟁까지 내던졌다.


소강상태가 아닌 전쟁 도중 최고 지휘관인 군단장이 부하를 두고 홀로 떠난 것이다.


그러니까 군단장 알버트에게는 분명 생각이 있을 것이다.


벨레이스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니, 믿었다.


‘일단... 전투는 승리했다.’


최고전력인 알버트가 빠져나갔지만 그렇다고 저항군이 승기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알버트는 빠져나갔지만, 벨레이스는 예정대로 별동대를 투입했고, 뒤에서 덮친 별동대에 저항군은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결사대를 희생양 삼아 후퇴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브루스만 아니었다면......”


좀 더 확실하게 짓밟았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브루스를 견제해줘야 할 알버트가 없었는데 벨레이스가 뭘 할 수 있었겠는가.


벨레이스는 얼굴을 구긴 채 이마를 부여잡았다. 조금이었다. 알버트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저항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전투는 확실히 이겼는데 굵직한 소득은 하나도 없다. 그들이 해친 자들은 겨우 병사나 기사같이 자잘한 것들뿐. 저항군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영웅들은 한 명도 못 잡았다.


“브루스라도 잡았다면......”


이렇게 짜증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벨레이스는 입술을 짓씹고 단검을 뽑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등에 내리 찔렀다.


푸슉!

“흐읍!”


단검이 헤집은 환부에서 느껴지는 불을 지지는 듯한 통증. 벨레이스는 그것에서 고통보다는 시원함을 느꼈다.

마치 몸속에 쌓인 화가 손등의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다.


“살 것 같군.”


벨레이스는 손등에서 단검을 뽑아 품에 집어넣었다. 이 낡은 단검은 그의 보물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고, 벨레이스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해줬으며, 이렇게 스트레스를 관리해주기까지 한다.


벨레이스는 품속의 단검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벨레이스님!! 큰일입니다!”


피칠갑을 한 병사가 그의 천막에 구르듯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냐?”

“전멸했습니다!”

“...어디가?”

“후방부대가, 전멸했습니다!!”


...지금 어디가 전멸했다고?

다시 뜨거워지는 머리에 벨레이스는 이마를 짚고 물러섰다.


‘후방이 전멸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후방은 검은용 군단의 전초기지를 말한다. 벨레이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초기지 말이다. 그곳에는 현재 군단 병력의 절반이 대기 중이었다.


그들은 분명 완전히 무장한 채 게이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전초기지에는 벨레이스가 고안한 함정까지 가득했다. 그곳을 무너뜨리려면 얼마나 강한 병력이 필요할까.

벨레이스는 단언할 수 있다.

알버트를 포함한 원정군 정도의 전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저항군과 상대하며 강화해온 전초기지는 그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다.


“적은 얼마나 되지?”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 해방되었다는 프레온에서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군단장인 레이비욘을 포함한 군대를 쓰러뜨린 상대다.

그 정도면 전초기지를 무너뜨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한 명입니다.”


그래. 한, 만 명쯤 되는 전력이라면 우리 전초기지도 충분히......


“뭐?”

“한 명이었습니다.”


벨레이스의 상상도가 대번에 꼬였다.


...환각인가?


환상이라면 이해가 된다.


이 불쌍한 전령은 분명 적의 환술에 걸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떻게 혼자서 전초기지를 털어먹느냔 말이다.


‘마왕이라도 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마왕이 여기서 부하들을 습격할 리가 없지 않은가?


‘적측엔 굉장히 뛰어난 환영술사가 있다.’


그럼 이쪽에선 어떤 전략을......


쿠구구구......


“와, 왔다!! 놈이 왔어!!”


지진이 일어난 듯 떨리는 대지.

미쳐서 횡설수설하는 전령.

벨레이스는 뼛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름에 몸을 떨었다.


“이건 대체.”


콰과과과광!!


힘차게 천막을 헤치고 나오자 보이는 광경은 이리저리 짓눌린 듯 바닥을 뒹구는 병사들. 그 충격적인 광경에 벨레이스는 환영을 보았다.


그 환영은......


검은 용이 검은 지렁이가 되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광경이었다.


“후, 후퇴......”


후퇴하라!!


벨레이스가 할 수 있는 일은 후퇴를 외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벨레이스는 너무 성급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외침은 이 상황을 일으킨 주인공에게까지 들어가고 말았으니까.


“네가 지휘관?”


왠지 모르게 무진장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검은 머리의 남성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어딨냐? 군단장.”


남자. 한성의 물음에 벨레이스는 그저 몸을 떨 뿐이었다.


*


벨레이스가 그렇게 찾고 있던 사람.


알버트는 현재 인적이 없는 숲을 홀로 걷고 있었다. 얼마나 처맞았는지 온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안 보인다.


“크륵......”


알버트의 입에서부터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 아니 저걸 입이라 불러야 하나?

아래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덜렁덜렁 흔들리고 있는 혓바닥.

그의 턱만 뜯긴 것이 아니었다.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였고 머리는 반쯤 함몰되어있으며 하나 남은 눈은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으어......? 흐악!”


걸어 다니던 산송장이 갑작스레 발작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풀을 뜯던 사슴을 발견한 것이다.


그대로 사슴을 향해 날아오르는 알버트. 사슴은 재빨리 도망치려 했으나. 비참한 몰골과 달리 알버트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꾸엑!!


한순간에 붙잡혀버린 사슴은 알버트에게 뱃살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찌익! 찌지익!

우드득! 꿀꺽!


알버트는 사슴을 씹으려 했으나, 그에게는 턱이 없었다. 잠시 벙쪘던 알버트는 신경질적으로 사슴을 잡아 쥐어뜯었다.


그리고 사슴의 내장을 먹기 좋게 주물 거리더니 목구멍으로 쑤셔 넣었다.


치지지......


알버트의 환부에 거품이 인다.


상처가 회복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거품이 일 때마다 알버트는 몸부림을 쳤으니까.


“끄으으......”


함몰된 머리통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분쇄된 눈알이 제모습을 되찾는다. 초점이 사라졌던 눈은 의식을 되찾았고, 혓바닥이 말려 올라가며 턱이 서서히 자라난다.


“크흡! 우웨엑!”


곧이어 그의 목구멍에서 보라색의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물렁하고 역겨운 그것은 바깥공기를 쐬더니 죽은 사슴을 향해 스물스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버트는 그것을 바라봤다.

한껏 찌푸린 얼굴로.


“빌어먹을 테리오스......”


알버트는 왕성에서 마주친 테리오스를 한껏 경계했다.


부하를 부른다면 골치 아플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버트는 중대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테리오스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실제로 알버트는 이렇게 생각했다.

테리오스는 문제가 아니다.

그의 부하들이 문제지.


알버트는 과거의 자신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었다.


“테리오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테리오스는 경계하는 알버트를 보며 그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이것은 너와 나의 싸움이다.

부하들은 싸움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에 알버트는 쾌재를 불렀었다.

놈은 마왕의 이름을 걸고 맹세했다.


주변의 쓰레기들이 끼어들 여지가 사라진 것이다. 놈은 약속을 어길 수 없을 것이다.


마왕의 이름을 건 맹세를 어긴다면 마왕의 적이 된다. 그럼 그것으로 끝.


맹세를 어긴 자는 마왕의 옥좌 앞으로 이동될 된다. 그리고, 마왕은 적을 그냥 둘 리가 없을 것이다.


모든 걱정을 덜어낸 알버트는 테리오스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덤벼들었다.


자신 있었다.


무식한 소 새끼는 절대로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솥뚜껑 같은 주먹이 알버트의 명치를 두드렸을 때 깨달았다.


오늘 죽을 수도 있겠구나.


열심히 클로를 휘두르며 저항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무기는 테리오스의 가벼운 손짓 몇 번에 손목과 함께 사라졌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수련해온 기술들을 총동원해서 공격했다. 그에 대한 테리오스의 대응은 간단했다. 휘둘러진 모든 공격을 가볍게 쳐내고 반격한다.


다리를 휘두르면 다리를 분질렀다. 팔을 휘두르면 팔을 으깼으며, 머리로 들이받으려 했더니 머리를 박살 냈다.


최후의 저항마저 턱이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 무산되자. 알버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저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테리오스를 바라볼 수밖에.


“젠장......”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점은......

놈은 무기를 들지 않았다.

테리오스는 알버트를 맨주먹으로 두들겨 팼던 것이다.


그 이후 정신없이 도망쳤다.

알버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테리오스는 그의 도주를 막지 않았다.


알버트가 살아있는 이유다.


“부족하다.”


회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피가 필요하다.


알버트는 굶주린 얼굴로 이리저리 휘청이며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이쪽이에요.”


어두운 숲속을 거니는 6개의 인영.


“정말 이 방향이 맞는 걸까?”

“절 못 믿는 건가요?”

“하지만, 이 길은......”


빛을 뿜는 검을 든 남자가 앞서 걷는 여자를 향해 말했다.


“수도로 가는 방향이잖아.”


화이트레온의 수도.


빛나는 검을 든 남자. 루시우스와 그의 일행들이 여행을 시작한 장소다.


“다친 군단장이 왜 수도에 있겠어?”

“글쎄요. 그건 저도 잘......”


길 안내를 하는 중인 레시아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화이트레온이 망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로서는 군단장의 행보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나라가 망한 것을 알았어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설마 적대 국가가 망했다고 잔뜩 화가 나서, 나라를 멸망시킨 아군을 공격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뛰쳐나갔다는 진실을 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어쨌든 이 방향이 맞아요.”


레시아는 손에 들린 나무촛대를 들어 올렸다. 초의 불빛은 이 방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 촛대, 믿을 수 있는 거 맞아? 그거 슐리아꺼잖아.”


루시우스는 찝찝한 눈빛으로 촛대를 바라봤다.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배신자의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은 꺼림칙했다.


“슐리아는 이쪽 마법으론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또, 촛대는 제가 이미 확인해 뒀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배신자를 감싸다니, 그것도 널 함정에 빠뜨리려던 배신자를... 레시아 넌 너무 착한 것 같아.”


화르륵!


그때 촛불이 격렬하게 타올랐다.


“어, 어! 찾았어?”

“쉿. 검은용은 가까이 있어요.”


어두운 숲을 비추던 마력의 불빛이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도르무, 주변 좀 살피고 와줘.”

“알았다 테르치아. 그럼... 이 절벽 아래부터 갔다 오겠다.”

“듀릭, 가방에서 재료 좀 꺼내줘.”

“낮의 버프인가? 기다려라.”

“응. 미리엘 신성력은 충분해?”


지팡이를 짧게 흔드는 것으로 대답했다.


“하긴, 시간은 충분했지. 그래, 루시우스. 이번엔 시간 끌면 안 된다.”

“...알았어. 나한테 맞겨.”

“...진짜 믿어도 되지?”


그들의 대화를 지켜본 미리엘은 고개를 돌렸다.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은 군단장.


오늘 그들 중 한 사람을 쓰러뜨린다.


검은용의 죽음으로, 인류는 마왕을 향해 반격의 효시를 올리게 되리라.


미리엘은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지팡이를 꼭 움켜쥐었다.


“...숙여라. 찾았다.”


도르무의 속삭임에 미리엘은 수풀에 몸을 숨겼다.


“크윽... 피가 부족해......”


미리엘은 테르치아와 눈을 마주친 뒤 그녀의 손위에 지팡이를 가져다 댔다.

테르치아는 눈을 감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뭐야!?”


수풀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져나왔다. 그에 알버트가 눈을 가린 그때! 루시우스가 튀어나갔다!


“이번에야말로! 널 쓰러뜨리겠다!”

“큭! 또 너냐!”


성검과 주먹의 충돌과 함께 군단장과 용사의 운명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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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요정 +1 21.01.28 271 3 13쪽
90 잔혹동화 - 3 +1 21.01.27 280 4 13쪽
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6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7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4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3 4 11쪽
83 부활 +1 21.01.19 309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2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4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2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8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3 5 12쪽
»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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