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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56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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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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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혈투의 끝

DUMMY

“너! 감히 내 동료를!”


동료들이 날아가는 것을 구경만 하던 루시우스. 이제야 알버트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했으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촤좌좌좌!!


알버트는 그 순간에도 동료들을 공격하고 있었으니까.


“크윽! 젠장, 막기도 힘들군.”


그런 알버트에게서 남은 동료를 지키고 있는 것은 도르무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화아아.


“후우... 고맙다 미리엘.”


미리엘의 신성마법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도와주세요! 용사님!”


도르무는 도와줄 생각 하나 없어보이는 레시아를 짧게 흘겨본 뒤 그녀에 대한 짜증까지 가득 담아 적을 노려보았다.


검붉은 안개.

소름 끼칠 정도로 이질적인 마력.

그가 움직일 때마다 저 끈적끈적한 마력이 온몸에 달라붙어 움직임을 방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쪽 방면의 전문가가 필요한데, 그 전문가가 레시아다.


“레시아! 용사는 그만 놔두고 이쪽을 부탁한다! 군단장의 마력 때문에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 그치만......”


대체 뭐가 문제야!

도르무는 속으로 윽박지르며 덤벼오는 알버트의 촉수를 쳐냈다.


“...손이.”


촉수를 쳐낸 손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다. 군단장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부상으로 다 죽어가던 놈이,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냔 말이다.


“나, 나는 화이트레온의 적법한 왕이야...... 누구도 날 통제할 수 없어!!”


순간 군단장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촉수 줄기가 폭사 되었다. 도르무는 멍한 얼굴로 정면을 보았다. 빼곡히 들어차 도무지 어딜 막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촉수의 벽.


그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칙칙한 생각이 올라오려 했으나......


“와라!!”


도르무는 절망을 억눌렀다.

대신 대검을 치켜들었다.


“피하지 않겠다.”


그의 뒤에는 동료 미리엘이 있었기에.


“목숨을 구걸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목숨 구걸만큼 추한 것도 없으니까.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지 않으리라.


“으아아!!”


도르무는 대검을 들고 촉수의 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촉수의 벽도 그를 향해 밀려들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도르무의 육체는 실 떨어진 연처럼 하늘하늘 날게 되었고, 용사의 목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친다.


“도르무!! 미리엘!!”


도르무는 루시우스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칼날이 파리처럼 날아다니며 촉수와 대적하는 그 모습은 결과를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주었다.


‘잠깐... 미리엘?’


그가 그렇게 지키려던 동료의 이름이 왜 용사의 입에서 나온 것일까?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도르무의 왼팔에 누군가가 매달렸다.

그에 도르무는 힘없이 고개를 돌렸고, 볼 수 있었다. 미리엘이 그의 팔에 매달려 전신으로 신성력을 뿜어내는 모습을.


그녀, 미리엘의 눈빛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희망으로 가득 찬 눈빛에 도르무는 올라가는 입술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희망은 있는가......’


그 생각을 끝으로 도르무의 의식은 끊어졌지만, 미리엘은 여전히 그에게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바랬다.


부디, 우리를 먼저 떨어진 동료들에게 보내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그리고, 신은 그녀의 기도에 응답했다.


*


“바보 같은 놈!”


루시우스는 자책했다.


“병신! 멍청이! 호구 같은 놈!”


채찍처럼 휘둘러오는 촉수를 후려치며 스스로를 욕했다.


“나는 누구의 생각대로도 되지 않아...... 내 운명은 내 꺼야......”


군단장의 공허한 목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자책했다.


‘이게 뭐야......’


그는 정말로 자신 있었다.

그래, 자신만 있었다.


자신 있게 나서서 싸울 수는 있었지만, 상대를 쓰러뜨릴 힘은 없었을 뿐이다.


그 결과는 이것.


일행의 전멸을 가지고 왔다.


이제 용사파티에 남은 사람이라곤 루시우스 자신과 레시아 한 명밖에......


레시아?


루시우스는 번개같이 고개를 들었다.


‘레시아는 어디에?’


군단장과 싸우는 와중에도 눈을 굴리며 레시아를 찾았으나 그녀는 온데간데없었다.


서, 설마......

루시우스의 표정이 빠르게 굳는다.


엄청난 위기상황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동료. 이를 생각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설마... 그녀도 당한 거야?


하지만, 루시우스는 ‘누구나’가 아니었다.


그의 호구성은 레시아가 튀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가, 감히......”


대신 루시우스는 화를 냈다.


“감히 내 동료들을 전부......”


그의 전신에서 투명한 녹빛을 띠는 마력이 솟구쳐 올랐다. 그렇다 각성한 것이다.


한성이 보았다면 어이없음에 한탄을 터뜨릴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그는 각성했다.


하지만, 시뻘개진 루시우스의 얼굴은 가라앉지 않을 생각이 없었다.


이건 보통 각성이 아니었으니까.


동료의 죽음으로 인한 각성!


평소의 루시우스에겐 로망인 상황이었으나, 막상 상황이 자신에게 닥치니 그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으드득!

빡친 루시우스는 뵈는 게 없었다.


그리고, 분노를 풀 상대는 눈앞에 있었다.


“용서 못 한다!!”


루시우스는 괴성을 내지르며 성검을 마구 휘둘렀다. 그렇다 할 기교하나 없는 마구잡이식 휘두르기였으나 이곳에 벨 것은 매우 많았다.


촤좌좌좌좍!!


화난 루시우스의 칼질에 촉수들은 도축장에 끌려간 가축처럼 썰려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검에서 뿜어져 나온 칼날들도 촉수 도축에 한 몫 보탰다. 그들은 올해의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누가 먹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촉수를 썰다 못해 갈아버리는 루시우스.

이렇게 희망이 생기는 것인가?


아니.


그러기엔 촉수가 너무 많았다.


“죽어라!! 용사!”


또한, 군단장 알버트도 루시우스에 못지않게 필사적이었다.


그렇게 밀고 밀리는 싸움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무려 동이 틀 때까지.


“널 쓰러뜨리고, 증명할 것이다. 내 운명은 나의 것이란 사실을!”

“...난 절대 지지 않아.”


똑같은 레퍼토리의 대화를 동이 틀 때까지 하고 있다니...... 아주 미친 새끼들이다.


허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는 법.


드디어 치열한 싸움의 끝이 도래했다.


“끝이다!! 나 루시우스의 모든 힘을 불어넣은 성검! 이걸로 모든 것을 끝내겠다!”


누가 보면 마왕을 마주한 용사라 착각할 정도로 비장한 얼굴로 성검을 치켜드는 루시우스. 그 정도의 힘이 남았으면 진작에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한 방 싸움을 하겠다고?


이 상황에서도 기어코 로망을 챙겨야 한다는 루시우스의 욕심을 볼 수 있었다.


“죽어, 주, 주겨버릴거야. 나, 나는......”


그리고 상대 알버트는 정상이 아니었다.


“받아라!! 썬더 크로스 스피릿 블레이드!!”


루시우스의 감성이 듬뿍 담긴 일격. 실상은 성검에 마력을 듬뿍 담아 휘둘렀을 뿐이었으나, 루시우스의 뒤틀린 감성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파지지직!


전격 마법도 쓰지 못하는 루시우스의 성검에 번개가 맺힌다. 그렇다. 그의 감성도 아주 쓸데없진 않았던 것이다.


치직! 츠파파파팟!!


루시우스의 강렬한 휘두르기와 함께 성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전격!

세상에 드러난 전격은 십자 형태로 흩어져 알버트의 촉수들을 지졌다.


그게 루시우스의 패인이었다.


“무슨!”


핏줄기 같은 촉수들은 성검의 전기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로 루시우스를 향해 쇄도했고, 그의 전신을 후려쳤다.


“으아악!!”


동쪽에서 태양이 살짝 비치는 그 아름다운 광경 속에서 절벽 아래로 자유낙하하는 루시우스가 감상을 방해한다.


“어떻게 된 거야! 내 썬더 크로스... 필살기가!”


왜 통하지 않은 걸까?


그것은 테르치아가 당한 이유와 상통한다.

알버트의 촉수는 마법저항력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테르치아는 준비성이 투철하다.

싸울 일이 없는 평소에도 보호 마법을 두르고 다니지.

아무리 기습을 당했다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쓰러질 그녀가 아니었던 것이다.


허나, 알버트가 가진 촉수의 특성이 이 모든 것을 망쳤다.


용사 강한성이 짜놓은 판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알버트의 피해의식.


이것은 그의 촉수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 어떤 것으로도 억누를 수 없는 촉수!

이는 마법에게 즉각적인 효력을 나타내었고, 테르치아의 보호막을 관통했다.


전문 마법사의 마법도 통하지 않은 촉수였다. 겨우 루시우스의 아마추어 마법이 통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루시우스의 감성은 그에게 새로운 필살기를 가져다 주었으나, 루시우스는 그 감성으로 인해 패배하고 말았다.


아마, 전에 쓰려다 실패한 필살기.

칼날 뭐시기를 썼다면 일이 이렇게 흘러가지는 않았으리라.


루시우스는 허공에서 몸을 틀어 절벽 위의 알버트를 바라봤다.

그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으나 루시우스는 그가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루시우스는 알버트의 눈을 노려봤다.


이 패배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듯.


알버트 또한 마주 보았다.

일그러진 루시우스의 얼굴을 보니 개운함이 느껴졌다.


“크큭.”


알버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웃음을 터뜨렸다. 기쁘지 않을 리가 있을까?


용사의 그림자에 짓눌려 허덕이던 알버트였다. 그런 그가 용사를 쓰러뜨린 것이다!


괴물에게 한 방 먹였다는 통쾌함!

하늘을 찌를 정도로 치솟는 전율!

이는 그의 입가를 헤프게 만들었다.


크하하하하!!


동이 트는 절벽가에 울려 퍼지는 통쾌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고개를 들어 올리는 태양마저도 알버트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


“후우. 일단 쉬어야겠군.”


웃음을 멈춘 알버트는 사방으로 뻗친 촉수를 되돌렸다. 되돌아온 촉수는 알버트의 몸을 꼼꼼히 감쌌다.


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막을 내리고, 싸움이 있었던 그 자리엔 핏빛으로 번뜩이는 커다란 알만이 자리 잡았다.


*


햇볕이 내리쬐는 천막.

천막에 맺힌 이슬이 또르르 굴러 내려가다 아래로 떨어진다.


“으음......”


그 물방울에 맞은 남자는 작게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두둑.

“으윽.”


몸을 뒤틀 때마다 울리는 통증에 몸을 떨면서도 끈질기게 몸을 푸는 어리석은 남자.


그의 이름은 루시우스.

얼마 전까지 군단장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루시우스다.


“헉!”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던 루시우스는 경악성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꿈이었나?’


꿈이었다면 그것은 악몽이리라.

군단장에게 용사 일행이 전멸해버린 꿈.


“크으......”


그때 루시우스의 가슴을 찌르는 통증.

꿈이 아니었구나......


루시우스는 처연하게 고개를 내렸다.

그의 손등에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진다.


루시우스 제외한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


‘나 때문이야.’


이 모든 것은 어리석은 루시우스 자신 때문일 것이다. 만약 테르치아의 버프를 받았다면 군단장을 잡을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럼 루시우스가 버프를 거부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버프의 재료비가 아까웠기 때문에? 아니다. 루시우스는 금전 감각이 거의 없다.

테르치아가 소중히 여기는 재료들을 소모해야 하기에 미안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긴 했으나 크지 않았다.


그가 버프를 거부한 이유는 아주 순수한 이유였다. 고작 버프에 필요한 포션이 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새끼......’


그렇게, 루시우스가 과거의 어리석었던 자신을 욕하던 와중.


펄럭.


천막이 펄럭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일어났네.”


그때 천막을 걷고 나타난 테르치아.

그녀의 말에 루시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테르치아?


그의 표정에 경악이 떠올랐다!


“너, 넌 죽었을 텐데......”

“...안 죽었어.”


루시우스의 헛소리에 테르치아는 그를 힘차게 쏘아보고, 앞에 있던 나무 밑동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미리엘 덕분이야.”


그때는 진짜 죽을 줄 알았다.


군단장에게 당하고, 절벽에서 자유낙하 할 때 그녀는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짜 듀릭을 데리고 물가에 뛰어들었다.


듀릭을 살리기 위해.


가슴에 큰 상처를 입은 테르치아와 달리 듀릭은 상처가 없었다. 고로 땅에 부딪치지만 않는다면 그가 죽을 일은 없다.


테르치아의 시도는 성공했고, 듀릭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 뒤는?


테르치아는 응급처치하려는 듀릭을 막고 입을 열었다. 가는 길 유언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한 소절을 떼는 순간.

물가에서 큰 소리가 났다.


물속에서 나온 것은 도르무.


그리고, 미리엘이었다.


횡설수설하는 루시우스를 뒤로하며, 테르치아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미리엘.

그녀가 아니었다면......

테르치아는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죽음 직전의 상황을 생각하며, 멍하니 서 있던 테르치아는 루시우스에게 본론을 꺼내놓았다.


그가 깨어나길 기다린 이유.


레시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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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요정 +1 21.01.28 27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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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4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9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9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6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1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3 4 12쪽
77 불화 21.01.12 321 4 13쪽
76 오해 21.01.10 334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8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70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 혈투의 끝 21.01.01 369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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