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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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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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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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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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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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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부활

DUMMY

머나먼 곳에서부터 찾아온 신비한 빛의 파편이 허공에 뭉치고 있다. 뭉쳐진 빛은 둥그런 형상을 그리며 서로 엮이더니 이내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병으로 화했다.


[축하합니다!]


[‘생명의 숨결’에 당첨되셨습니다!]


팡파레가 터지며 오색의 깃털이 내 머리 위로 흩뿌려진다. 중력에 순응한 깃털이 땅바닥과 마주하자 폭죽으로 변해 천장으로 치솟는다.


삐유우웅!!

파팡! 파파팡!


하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드르륵.


옆의 벽장을 열면 방금 뽑은 물건과 똑같은 물건이 가득 쌓여있었으니까.


“씨발......”


생명의 숨결.


이 신비한 병은 사실 내가 뽑으려던 ‘1up!!’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은 물건이다.


“한 단계만, 한 단계만 낮으면 됐는데......”


무려 생명연장 박스 패키지의 5등 상품이나 되는 것이다.


6등인 ‘1up!!’보다 한 단계 높은 5등!!


이걸 뽑은 이가 나만 아니었어도 환호성을 질렀으리라. 나처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을 뽑았다 하더라도.


“이걸 팔 수도 없고.”


생명연장 박스 패키지의 상품은 기본적으로 비매품. 뽑았다가 되파는 것 따윈 불가능한 귀속상품이다.


-생명의 숨결을 또 뽑은 것인가?

“...그렇게 됐네.”

-흠... 만약 필요 없다면 나에게-

“저번에 줬잖아.”

-...다른 상품이지 않은가? 혹시 저번 물건이랑 다른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터져 나오는 한숨을 막지 않고 손위에서 생명의 숨결을 휘리릭 돌렸다.


어느새인가 반대쪽 손에도 들려있는 생명의 숨결. 그렇게 생명의 숨결이 하나하나 늘어나더니 탁자의 절반을 메웠다.


“그래 기다리면 줄게.”

드르륵.


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또 하나의 나.


탁 찰락- 물이 담긴 나무통과 비어있는 통 몇 개를 바닥에 내려놓고 포션을 쥐었다.


뻥- 쪼르르르...... 그리고, 빈 나무통에 생명의 숨결을 쏟아 넣고, 비운 포션병은 나한테 넘겼다.


포션 병을 받아다 물을 채워 밀봉하고 벽장에 집어넣는 것이 내 역할.


“분석이 없었으면 몰랐겠지.”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생명의 숨결’이란 포션을 뜻하는 게 아니라 포션이 든 병을 뜻한다.


안에 든 걸 다 마시더라도 마실 수 있는 아무거나 채워 넣으면 포션으로 변한다.


물이던, 술이던 재료는 상관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뿐.


모든 병과 상처를 치유하는 궁극의 포션.


엘릭서를 양산할 수 있는 아이템.


그것이 바로 ‘생명의 숨결’의 정체다.


“내 목숨까지 살려주면 좋겠는데.”


아무리 엘릭서라도 시체 하나 안 남기고 소멸한 나를 살리는 것은 무리다.


나는 벽장에 생명의 숨결을 채워넣고 문을 닫았다.


-그 엘릭서는 내게 가져다주게. 직접 쓰기는 무리여도 약초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엔 제격이니.


안타깝게도 능력으로 복사한 엘릭서는 회복 이외의 용도로는 써먹지 힘들다.


영약으로 써먹으면 잠깐의 도핑 외에는 효과를 보기 힘들고.


파는 것도 무리다.

능력 풀리면 사라지는 물건을 맘대로 판매했다간 사기꾼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몰리는 게 아니라 그건 사기꾼이 맞지.’


벽장에 쌓아두고 숙성시키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후우.”


그 날.


마왕과 공멸한 이후로 3년.


몸을 숨긴 채 포인트 벌이에 온 힘을 다 한지 삼 년이 지났다.


말해서 무엇하랴.


그동안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린다.


[‘화려한 음각의 대형 침대’외 3개의 상품이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13,700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팔렸다.”


하루에 만 포인트를 벌게 된 것은 불과 3개월 전이다.


뭐, 그래도 빈털터리지만.


뼈 빠지게 포인트 모으면 무엇하는가.

버는 족족 뽑기에 싹 다 꼬라박는데.


도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나에게 풍요 따윈 오지 않는다.


나에겐 무리인 일이지.


부활하려면 씨발, 도박을 해야 하는데 굴레에서 벗어나면 어떡하냐고!


부활 가격이 천 이백만 포인트야!

그걸 언제 다 모아서 부활하냐?


엘릭서?


그래 엘릭서만 완성되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한 병에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을 넘나드는 물건이니까.


하지만, 엘릭서는 언제 완성될지 모른다.


현재 벽장에 박혀있는 생명의 숨결 넣은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근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


1년 동안 무슨 반응이라도 있었다면, 희망에 찌든 채 엘릭서 코인을 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없잖아!


-야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이번에 용사랑 걔네들이 손잡았다나 봐.


그때 내 감각에 잡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나는 눈을 감고 그들에게 집중했다.


와자지껄 떠들며 술을 마시는 술집.

술집 구석에 몇 명의 남자가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병신, 너 아직도 몰랐냐? 용사가 프레온하고 손잡은지 얼마나 됐는데.”

“아 병신아. 그걸 모르겠냐 모자란 새끼야 그렇게 불같으니까 머리가 빠지지.”

“뭐 이색......”

“닥치고 끝까지 들어! 이번에, 그 뭐냐. 아! 리오스! 리오스 왕국의 왕당파랑 용사가 손 잡았다고.”


아 그 이야긴가?


“리오스가 망한지 얼만데 무슨 왕당파?”

“그동안 리오스의 잔당 문제로 말 많았잖아. 우리도 당할 뻔했지. 그날 강한성 용사님이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멸망한 리오스 왕국의 잔당이 분열했다고 들었다. 내가 프로이슨에서 난리 친 그날을 기점으로.


왕당파와 귀족파.


둘로 분열한 그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흩어졌다고 들었다.


이건 그 일의 연장인 모양이다.


“...그분 얘긴 하지 마. 분위기가 가라앉잖아. 술맛 떨어진다고.”

“후우. 어쨌든 그중 왕당파가 용사랑 손잡고 리오스를 탈환하려는 모양이야.”


나는 그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쉽지 않을 텐데.”


저들은 모르고 나는 아는 게 있다.


귀족파가 군단장이랑 붙어먹었다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강해진 군단장인데 리오스의 귀족파까지 흡수한 마왕군이면.


‘아슬아슬하겠네.’


저쪽에 분신 하나 투입해야겠어.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아 좋다.”


몸을 감싸는 침대의 감촉은 매우 좋았다.


툭하면 사라질까 봐 잠도 못 자가며 영양제 퍼먹고 버티던 그 시절.


1년을 버티다 못해 기절하듯 쓰러졌을 때는 정말 죽은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지.’


시공분신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다.


수면은 물론 스킬에 능력까지 사용할 수 있더라고. 심지어 분신까지 쓸 수 있다.


“근데... 리오스를 탈환할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몰라. 삼 년 전 마왕이 죽은 이후로 군단장들 엄청 강해졌잖아.”

“...난 아직도 이해 못 하겠어.”

“뭐가?”

“마왕이 죽었는데 왜 군단장이 강해진 거야?”

“어...”

“마왕이 죽었으면 부하들 약해져야 정상 아닌가?”


내가 마왕의 갑옷을 부순 순간.


마왕은 분홍빛 마력을 줄기차게 뿜어냈다.


그건 마왕이 죽었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듣기론 그날 이후 군단장도 분홍색 마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신 아직 안 부활했잖아. 마왕.”

“하긴... 꿀꺽꿀꺽. 크하! 역시 용사님이야. 마왕, 죽어도 하루면 부활한다던데 아직 죽어있잖아.”


이 대목에서 나는 짧게 코웃음 쳤다.


나도 좆됐지만 마왕도 성친 않았다.

신전에서 마왕의 죽음을 공표했는데 삼 년이 지난 지금도 놈의 부활을 공표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아. 마왕이 죽은 지금이 적긴데.”

“내 말이. 지금 마왕성에 침투하면 바로 봉인할 수 있잖아.”

“군단장만 그대로였어도 우리의 완승이었는데......”


이대로만 이대로만 계속되어라.


내가 부활하기 전까지.


분신의 육체에 불과하나 3년간 하루도 수행을 빼놓지 않았다. 그날의 나와 오늘의 나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금도 두렵지 않다.


촤아아아!!


그때였다. 프로이슨의 중심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뻗쳐 나온다. 하늘에 닿은 그 기둥은 한 가닥의 뜻을 품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표정을 굳혔다.


나를 스쳐 지나간 빛은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마왕이 부활했다는 사실을.


“씨발.”


되는 일이 없네.


허나, 마왕을 상대할 나는 아직 부활하지 못했다.


벽장을 열고 엘릭서들을 꺼내 카르투스의 던전에 집어넣었다.


-무슨 일인가?

“마왕 부활했데.”

-...올것이 왔군.


*


촤아아악!!

쿠콰콰쾅!!


연이은 굉음속에 두 인영이 교차하며 빠르게 공격을 주고 받고 있다.


“흥!”


대호와 같은 기세를 지닌 남자가 키의 두 배가 넘는 할버드를 내리친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덥썩- 할버드의 날을 움켜쥔 손에 의해서.

콰앙!!

할버드가 멈추는 순간 날아든 강렬한 킥에 창대가 부러질 듯 크게 휘었다.

상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어- 쩌어엉!!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후려쳤다.


“크아아악!!”


남자는 피를 뿌리며 날아가 벽에 박혔다.


“너의 생은 여기까지다. 로우빅.”

“쿠헙, 쿨럭... 로우빌, 백작이다, 애송아.”


흉부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통증에 시야가 가물가물함에도 로우빌은 눈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왜 군단장에게 나라를 팔았지.”

“크, 크흐흐흐흐...”


로우빌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리, 리오스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것뿐이었으니까.”


로우빌 백작이라고 어찌 고향을 마족에게 팔고 싶었겠는가.


단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당파... 멍청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군대의 뒤에 숨어 명령만 했기에 왕당파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상대하는 존재가 어떠한지를.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귀족파란 이름으로... 우릴 내친 멍청이들은......”


분홍빛에 휘감긴 채 덤벼드는 데스나이트.


언데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색이었지만, 내용물은 조금도 귀엽지 않았다.


“우린, 창백한 지휘자...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로우빌은 최후의 마력을 끌어모아 몸 상태를 바로잡았다.


“창백한. 아니, 이젠 분홍색이 된 리치의 힘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졌지.”


전신의 마력을 폭주시켰다.


“나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전신 세포 하나하나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이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그는 시체 하나 남지 못하고 사라지리라.


하지만, 상관없었다.


언데드로 영락해 죽어서도 고통받을 바에야 흔적 없이 소멸하는 것이 낫기에.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용사.”


마왕과 공멸하고 전설이 된 용사 강한성과 달리 눈앞의 용사는 미숙하디 미숙한 햇병아리와 다를 바 없다.


“우습구나.”


양 주먹을 그러쥐며 자세를 잡는 용사.

그 보잘 것없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성검을 잃어버린 용사라.”

“......”


그 순간 용사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뭔가 있긴-”


있었군.


로우빌의 눈앞에서 사라진 용사.

하지만, 로우빌은 그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기세.


너울이는 진득한 죽음의 향.


‘그렇군.’


놈도 전력은 아니었나 보구나.


파화아!


로우빌의 가슴팍이 앞으로 터져나간다.

손에서 느껴지는 찝찝하고도 익숙한 감각.


용사는 등을 관통한 팔을 뽑았다.


파스스스......


로우빌의 육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대단하구나.”

“......”

“역시 용사는 용사란 것인가.”


용사라......


죽어가는 로우빌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용사 루시우스. 너라면, 그녀를 쓰러뜨릴지 모르겠구나......”


그 말을 끝으로 로우빌은 사라졌다.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용사는 웃었다.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제는 부끄러운 기억.


용사는 입술을 깨물며 내뱉었다.


“내 이름은 김호수다.”


그런 그를 빛의 동심원이 지나갔고-


“...마왕?”


루시우스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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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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