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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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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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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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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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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잔혹동화 - 2

DUMMY

-뭐하는가? 한성.

“저기. 가봐야지.”


요정에 의한 납치극이 벌어지고 있는 저 장소. 내 감각은 저곳까지 닿는다.


점멸로 단숨에 이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달성된 것이다. 그럼 내가 멍 때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 되네.”


시도는 좋았으나 성공하진 못했다.

공간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비틀린 시공간에 가로막혀 무산되었다.


-그러면 어쩔 생각인가.

“걸어야지-”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나무가 흠칫 몸을 떨었다. 나무의 뿌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것치곤 굉장히 튼실하다. 이 정도면 몇 날 며칠이고 달릴 수 있지 않을까?


가지는 또 어떠한가.


성인 몇 명쯤은 가뿐하게 태우고 갈 수 있을 만큼 크고 우람하다.


“걸어갈 필요는 없겠네.”


나무의 보석 같은 눈동자에 비친 내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걸 본 나무의 눈은 순수하게 빛났다.


-꾸워어엉!!


짧은 시간이 지나고, 불쌍한 나무의 눈물겨운 비명이 사위를 장악했다.


한 인간의 희열로 가득 찬 외침이 나무의 비명을 뒷받침했다.


“하하!! 너 내 탈것이 돼라!”

-......


카르투스는 작게 탄식했다.


나무를 두들겨 패서 마차로 만들어 버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니 기분이 이상해졌기에.


나무인간을 납치해 별장을 늘어놓는 요정.

나무를 협박해 친환경 자동차로 만들어 버린 한성.


이러면......


한성이나 요정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똑바로 서라 나무.”

-쿠우우......

“자랑스러운 나뭇가지를 이렇게 말라고.”


바닥에 그린 멋진 그림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지만, 나무는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말고!”


가지를 말아 암모나이트를 만드는 나무에 가슴을 치며 호통쳤다.


아니, 저 어려운 것도 잘만 하면서 이 간단한 거 하나를 못하는 걸까?


-뭘 그렸길래 그러는가?

“침대.”

-...침대?


입꼬리를 올리며 그림을 가리켰다.


“봐! 똑같이 생겼잖아.”


화려한 곡선을 그리는 동체!

나뭇잎으로 푹신푹신한 시트!

따가운 햇볕을 가리는 친환경 커튼까지!


누가 보아도 완벽한 침대가 아닌가!


-어... 내 눈엔 성게로 보인다만......

“......”


뭐? 성게?


“아니, 아무리 내가 못 그렸어도 그렇지 어떻게 침대를 성게로......”


음... 듣고 보니 그렇게도 보이네?

묵직한 팩트가 가슴에 때려 박혔다.


-보게. 겉에 가시가 빼곡히 박혀있네.

“...가시 아니야.”


그건 나뭇잎이라고.


-형태는 원형이네.

“아무래도 살아있는 나무니까 동그란 모양이 만들기 쉽지 않을까?.”


네모난 모양을 만들려면 여기저기 잘라내야 할 것이다.


-가시 사이의 통통한 부분을 보게 거칠거칠한 것이 딱 성게의 껍데기 같지 않은가?


그런가?


사실 tv에서나 봤지 실제로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나는 얼굴을 구겼다.


-흠. 침대라면......


침음을 삼키던 카르투스가 뭔갈 했다.


한줄기 마력이 여럿으로 갈라져 침대 그림을 향해 돌진하더니.


스스스슥.


빠르게 내 그림을 고쳐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


카르투스의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나무 또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처척! 꾸드득!! 빠드드득!


그렇게 그럴듯한 나무침대가 완성되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침대를 바라보았다.


“...잘 만들었네.”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있을 건 다 갖춘 나무침대.


떨떠름한 동작으로 침대에 앉았다가.

눈가를 살짝 구겼다.


감촉이... 찝찝하다.


풀 특유의 냄새도 없고.

끈적한 수액도 없지만, 너무 축축하다.


그래도 탈 것이 있는 게 어딘가.


톡톡. 나무줄기를 두들기며 손짓했다.


“가자.”

-구우웅!


대기를 울리는 외침과 함께 나무의 힘찬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쾅! 쩍!

-기오오옹!!


시작과 동시에 멈췄다.


“너무 흔들린다.”

-구우......


나무는 소심하게 한 걸음 내디뎠다.


미친 인간은 작디작았지만, 그의 손짓은 매서웠다.


쩌적.

“야. 여기 금 갔다. 복구해라. ”


심각할 정도로.


보석처럼 반짝이던 나무의 눈동자에 물기가 어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좆같네.”


한성은 짧고 굵은 욕설을 입에 담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생물인지도 의심스러운 축생들이 자꾸 귀찮게 했기 때문이었다.


“케에엥엑!!”


저 박쥐만 해도 그렇다.

나보다 더 커 보이는 박쥐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이쪽으로 활공해오고 있지 않은가?


입을 쩌억 벌린 박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밥 줘.’


여기가 식당이냐?

녹색 코로나 새끼가......


“밥은 니집 가서 처먹어!”


박쥐의 표정이 매우 기분 나빴던 나는 있는 힘껏 소리치며 나무 위에 올라탔다.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나무의 위는 멀미가 일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박쥐도 그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정도 흔들림에 고생할 정도로 균형감각이 부족하지 않다.


콰앙!

-꾸워어엉!!


박쥐를 향해 날린 강렬한 주먹.

주먹에 실린 충격은 실로 막대해서 내가 탄 나무까지 실 끊어진 연처럼 춤을 추게 만들었다.


또한 박쥐에게도 효과만점이었다.


“캐애애앵!!”


수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박쥐가 탁구공처럼 튕겨 나갔다.


“코로나 컷!”


하지만, 안타깝게도 덤벼드는 괴물은 박쥐뿐만이 아니었다.


캬아악!!

쿠어어!!

끼아아악!!


온갖 괴짐승들이 눈깔을 뒤집고 나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이 새끼들은 어디서 오는 거야.”

-최소한 이 근처에 서식하는 것들은 아닌 것 같네.

“그걸 모르겠냐?”


이곳은 평범한 숲이 아니다.

아니 이 장소에 평범하지 않은 장소가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이곳은 특이 더 그렇다.


숲의 형상을 가진 호수.


나무도 있고, 바위도 있었지만, 모두 물로 구성되어있는 이상한 공간이다.


“물고기도 아닌 새끼들이......”


물고기 외엔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장소에 왜 동물의 왕국이 펼쳐지고 있느냔 말이다.


-그건 나도 모르네.

“그럼 가만히 있어!”


나는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의 불길이 전신을 타고 오른손으로 모여들었다.


‘이런 곳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어.’


이곳은 물로 이루어진 숲이다.

나로서는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장소다.


이곳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이계화된 세상에서 태어난 괴생물체 뿐이다.


내가 이곳을 가로지를 수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내가 타고 있는 나무 덕분이지.


이 상황에서 나무를 잃는다?


내가 죽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나는 하나로 모은 의지를 바탕으로 손바닥 위에 마력 덩어리를 형성했다.


위이잉......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거인의 마력이 몸을 크게 뒤틀었고,


꽈앙!

-구워엉!!

“아오 씨발.”


거인의 힘에서 막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나무가 가장 큰 피해자였지. 나무가 크게 휘청인다.

내 시야도 같이 휘청인다.

멀미가 일기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내 집중력을 깨기엔 이것도 부족하다.


“좀만, 버터라!”


고통을 호소하는 나무를 격려하며 거인의 마력에 사고를 집중했다.


휘오오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마력을 중심으로 몰아치는 강렬한 바람.


“다 됐다.”


휘몰아치는 폭풍은 거인의 마력과 동화되었고, 나는 입술을 비틀며 거기에 작은 마석을 섞어 넣었다.


“선물이다.”


손바닥만 한 폭풍이 괴수들을 향해 전진했다. 이를 드러낸 괴물들은 작은 폭풍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패인이었다.


쿠쿠쿠쿠......

“키에......!?”


괴수들의 중심에 도달한 작은 폭풍은 엄청난 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꾸에에엑!!”

“끼이이잉!! 끼이잉!!”


모든 괴수를 집어삼키는 것도 모자라 주위의 물까지 흡수해 비대해졌다.


하늘까지 닿은 워터 토네이도!

그 안에서 발악하는 괴짐승들!


상쾌함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하하하!!”


나는 큰 소리로 웃었다.

이제 곧 후속타가 몰아치겠지.


우우웅!!


소용돌이를 유유히 유영 중인 마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익숙하면서도 혐오스러운 붉은 빛 방사능 마석이 발작을 시작했다.


쿠쿠쿠쿠......


널리 퍼진 마석들이 서로 공명한다.

일부에 불과했던 적색 빛이 녹색이었던 마석을 타고 사방으로 증식한다.


물의 소용돌이가 피의 소용돌이로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물론 핏빛으로 물든 소용돌이도 오래가진 않았다.


쿠콰콰콰콰쾅!!!


극한에 치달은 마석은 일제히 폭발했고.


괴물들은 소용돌이에 휩싸인 채 폭사했다.


쏴아아아아......


나뭇잎 천막으로 쏟아지는 물방울이 모든 것의 끝을 말해주었다.


“여긴 끝났고, 빨리 가자 나무야.”

-꾸어엉......


나무의 발걸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과도 같았다. 힘이 하나도 없는 발걸음에는 일말의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무는 멈추지 않았다.

나무는 멈출 수 없었다.

만약 반항이라도 했다간 자신 또한 저 꼴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을 걷는 나무의 두 눈은 지옥이 된 현장에 못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


헉, 헉...... 쿨럭! 쿠헉!


지옥이 된 풍경 속.

화려한 빛으로 감싸인 남자가 토혈했다.


그를 바라보던 오크는 무기를 거뒀다.


“드디어 지쳤는가.”


위기도 있었고, 기회도 있었다. 기회라 해도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밀린 것이 무슨 문제인가.


목적은 무사히 이뤘는데.


다사다난했던 싸움의 끝 마지막까지 서 있는 것은 그. 대족장이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리라.


“돌아가라.”


대족장은 용사를 바라보며 단언했다.


용사는 강했지만, 자신에게 결정타를 날릴 정도로 뛰어나진 않았다.


용사가 부른 비밀병기.

데스웜은 갑작스레 마수를 피해 달아났다.


대족장이 용사의 마지막 필살기까지 버텨낸 지금 용사에게 승산은 없다.


“왜냐......”


하지만, 용사는 일어섰다.


“어째서... 나를 막는거냐.”


입가의 피를 훔치며.


“네 녀석이 뭔데......”


살 떨리는 시선으로 노려본다.


“내 복수를 가로막는 것이냐!!”


그런 용사의 주먹에 핏빛 기운이 서린다. 핏빛 주먹은 지체 않고, 대지에 틀어박혔다.


쿠와아앙!!


핏빛 송곳이 대지를 타고 대족장에게 짓쳐들었다. 대족장은 혀를 차며 땅에 무기를 박아넣었다.


구웅... 쩌저적!!


대족장을 감싼 반투명한 구.

구체 주변을 빼곡이 감싼 칼날의 대지.


“흐아아!!”

꽈아앙!!


반투명한 구체에 용사의 주먹이 꽂혔다.


“듀릭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느냐!!”


용사의 이마가 보호막을 때린다.


“나, 나를... 지키다가......”


용사는 피눈물을 흘렸다.


듀릭의 최후는 비참했다.


김호수의 머리로 떨어져 내리는 분홍색 단두대. 틀임 없이 죽을 그 상황에서 듀릭은 그의 목숨을 구하고 두 동강이 났다.


“레시아, 미리엘도, 테르치아에, 도르무까지... 이제 내 곁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를 떠난 것은 듀릭 뿐이 아니었다.


레시아는 실종.


테르치아는 떠났다.


미리엘은 모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고,


도르무는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김호수의 어깨에 얹힌 중압감은 실로 거대해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복수하겠다.”


김호수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중압감을 견딜 수 없었던 루시우스는.]


“죽여버리겠다.”


김호수는 피로 물든 기운을 끌어올렸다.

[복수라는 이름의 도피처로 도망쳤다.]


“동료들의 죽음과 관련된 모두를......”


김호수가 입은 갑주가 피로 물든다.

[바보 같았던 과거의 이름을 버렸다.]


“이 손으로 다 묻을 것이다.”


김호수의 품에서 나타난 핏빛 손잡이.

[나는 루시우스가 아니야.]


“내 이름은......”

[이제 내 이름은......]


김호수는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김호수다.”

[김호수다.]


핏빛 성검이 주인의 손에 들려 요요로이 빛을 뿜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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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요정 +1 21.01.28 271 3 13쪽
90 잔혹동화 - 3 +1 21.01.27 280 4 13쪽
»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7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09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2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8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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