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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54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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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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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해

DUMMY

마왕이 사라진 옥좌.


옥좌를 감싸던 장막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다. 레우스는 사라지는 장막을 눈에 담았다. 오랜 시간 마왕과 함께한 그는 장막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는 장막으로부터 짜증과 실망을 느꼈다.


레우스는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에 천장에 잠들어있던 검은 새들이 눈을 뜬다.


“가라.”


스르르르......


검은 새들이 커다란 날개를 펼쳐 창문을 향해 날아간다. 그 큰 덩치를 생각하면 성 내부가 날개 치는 소리로 가득 찰만 한데.


이들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레우스는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검은 구름을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누구도 그분께 해를 끼칠 수 없다......”


눈동자 깊이 가라앉은 살의가 들끓는다.


*


살의를 품은 칼날이 허공을 종횡무진 수놓는다. 늑대의 목을 친 범상치 않은 외관의 검이 다음 희생양의 허리로 돌진했다.


촤악!!

“꾸에에엑!!”


베도 베도 끝도없이 몰려오는 몬스터 무리. 루시우스는 달려오던 오크를 그대로 양단한 후 성검을 털었다.


“이놈들, 대체, 어디서 몰려오는 거야!”


지겨움을 나타내는 루시우스의 고함소리가 현재 그들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래도,”


파츠츠츳!

키에에!!

쿠라아아!!


날카로운 전격이 몬스터 사이를 종횡무진 휩쓸었다.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하나둘 쓰러지는 몬스터.


숨돌릴 시간이 생겼다.


“이 녀석들 쫓겨온 것 같아.”

“쫓긴다고?”

“응. 이 몬스터들 전부 한 방향에서 오고 있어.”

“생각해보니 그렇군. 그들이 앞에서만 나타난 덕에 너와 미리엘을 보호하기 쉬웠다.”


용사일행을 덮친 몇인지 세기도 힘든 몬스터들. 그들은 이상하게도, 루시우스들이 향하는 방향에서만 나타났다.


“나도 본 것 같다. 감히 내 근육에 이빨을 박아 넣은 놀에게 신경이 팔린 사이 몇 마리가 내 옆으로 지나가더군...”

“아앗! 상처 났음 빨리 말해야지!”

“이 정돈 상처라 할 수 없다.”

“...어라?”


도르무는 소매를 걷혀 물린 자국을 드러내며 말했다.


미리엘은 그 상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턱 힘 세기로 유명한 놀에게 물렸다.


피가 철철 나도 모자랄 상황인데, 그 자리엔 피는커녕 생채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니, 너무 작아서 점처럼 보이는 멍 몇 개만 남아있을 뿐.


“포위당할 줄 알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놈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놀란 미리엘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도르무는 이어서 말했다.


“역시.”


그에 테르치아는 골치 아픈 얼굴로 지팡이를 고쳐잡았다.


“...우리가 가는 방향에 무언가가 있어.”


지팡이를 쥐고 심호흡을 한 테르치아는 굳은 시선으로 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어때?”

“안 돼. 한성을 만나 경고해줘야 해. 이곳에는 군단장을 능가하는 괴물이 있어. 만약 그 괴물과 한성이 만난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그 눈빛에 테르치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빨리 가자. 아무리 우리라고 영원히 싸울 수는 없어.”


끼에엑!!

키에에에!!


진실을 알고 나니 저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을 보고 미쳐서 덤벼들던 모습에서 공포스런 괴물을 피해 도망치는 피난민의 모습이 엿보인다.


“도망을 칠라면 도망만 치라고!”


우린 그냥 내버려 둬!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루시우스는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몬스터들을 쏘아보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몬스터를 몰아 용사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가 있다.


“절대 용서못해!”


성검이 공포에 질린 불쌍한 거미의 다리를 모두 빼앗았다.


*


다리가 모두 잘린 거미 한 마리.

공포에 잠긴 시선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야 구석에 나타난 하얀 얼굴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에 작은 홍조를 피운 채 웃으면서 다리를 잡아 뽑은 괴물. 저 가증스러운 얼굴만 보면 죽어간 동족들이 생각난다.


“히히히......”


잘 포장되어 가마솥에 빨려 들어가는 거미의 모습을 관찰하는 괴물.


괴물은 바로 레비였다.


던전의 가마솥에서 발생한 자연의 신비(?)에 감동받은 레비는 즉시 던전 밖으로 뛰쳐나왔고, 던전 가마솥을 들고다니며 주변의 몬스터들을 닥치는대로 때려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들도 저항했다.


이빨과 독, 발톱과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했으나 그녀의 엄청난 힘 앞에 허무히 사그라들 뿐이었다.


그렇게 한 마리가 도망치고, 두 마리 세 마리 늘어나더니 어느새인가 숲에서부터 죽음의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레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잡을 몬스터는 지천에 널렸고, 몬스터가 없으면 동물을 동물도 안 보이면 나무라도 뽑아가도 되었으니까.


“끼, 끼이이잉......”


꼬리를 말고 몸을 웅크린 귀여운 새끼 늑대 한 마리. 도망간 부모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늑대는 레비와 눈이 마주친 순간 간질환자처럼 거품을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비의 입에 걸린 미소는 누가 보면 마왕이라도 강림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살벌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스륵.

“끼......”


레비의 손길이 늑대에게 닿기 직전.


“멈춰!!”


들려온 소리에 레비는 고개를 돌렸다.


“...?”

“얘, 얘들아... 거, 겉모습에 방심하면 안 돼... 저 녀석. 저 여자 엄청나게 강해!”


호구 파티?


근처에 인간이 몇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호구 일행일 줄은 몰랐다.

식은땀을 흘리며 검을 들이미는 용사를 본 레비는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조심해!!”


그에 기겁을 하며 물러서는 용사.


그저 손을 흔들어 줄 생각이었는데.


빈정 상하게......


나를 향해 겨눈 장난감들이 같잖다.


어차피 피부 하나 가르지 못할 것인데 어찌 저리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일까?


“너지? 군단장을 쓰러뜨린 괴물이.”


군단장?

그런 놈을 잡았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있네?


프레온의 레이비욘!

마왕군 대장이라길래 기대했었는데 너무 쉽게 이겨버려서 재미없었지.


“역시! 군단장을......”

“루시우스 진짜 싸울 거야? 아무리 봐도 저 사람 적의가 없어 보이는데.”

“아니야, 미리엘 나는 느낄 수 있어. 저 녀석의 체내에 도사린 거대한 악의를......”


장황하게도 설명하네.

뭘 그렇게 많이 안다고.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리고, 희망은 있어...”


멍청한 용사가 눈을 감는다.

나니까 이렇게 기다려주는 거지 본체였음 진작에 두들겨 맞고 뻗었다.


“군단장에게 패배하고 천막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깨달았어 나에게 무엇이 부족 했는지를......”


지능이 부족했겠지.


풉.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아니 지금도 속으로 웃고 있다.


“그리고, 약점을 극복한 지금! 나는 더욱 강해졌어! 이젠 그 녀석! 검은용 군단장도 혼자서 이길 수 있을 거야!”

“그, 그래?”

“맞아. 또, 나는 혼자가 아니지.”


루시우스가 그윽한 눈빛으로 동료들을 돌아본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동료들은 눈을 피했으나 지능은 물론 눈치도 없는 그에게 분위기를 읽기는 힘들리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저 녀석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어!”


크게 하품했다.

이제 곧 덤벼들 것이다.


흠... 죽이면 안 되겠지?


“저 녀석은 얼굴도 예쁘고 강하지만! 혼자! 우린... 어, 여, 여럿이야!!”


호구는 이상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용사.

이 세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본체의 목표는 튜토리얼의 끝을 보는 것.


엔딩을 보고 훌륭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헌데, 지금 호구를 죽여버리면 클리어 등급이 떨어질지도 모르잖아?


아니면 모를까 정말로 등급이 떨어지면 본체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


정말로 죽이진 않겠지만.


나는 혼나기 싫다.


“스읍! 여자라고 봐주지 않겠다.”


그럼 결론 나왔지?


“각오해라!! 군단장과 싸우며 강해진 나 루시우스의 힘을 보여주......”


특별히.


“사라졌......”

뻐억.


너뿐 아니라 동료의 명줄도 붙여주겠다.


“으어억!!!”

“듀릭!!”

“루시우스! 집중해!”


화아아!!


“버, 버프! 이거라...... 도르무?”


루시우스는 보았다.

상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붙잡혀 허무히 날아가는 도르무의 모습을.


콰아앙!


도르무는 커다란 바위에 틀어박혔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도르무!! 감히!!”

“루시우스!! 듀릭이......”

“...뭐?”


첫 공격에 적중당한 듀릭은 의식을 잃은 채 강에 떨어져 세찬 물살에 저 멀리 흘러가 버렸다.


“오지 마!!”


파지지직!!

화르륵!! 콰앙! 콰아앙!!


움직이지 않는 목을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사색이 된 얼굴로 마법을 쏟아내는 테르치아. 직격되면 루시우스라도 무사하지 못할 마법이 적을 향해 소나기처럼 날아간다.


콰아아아앙!!


마지막으로 아티팩트까지 동원한 최후의 일격이 여성에게 직격 되었다.


스륵.

“히익!”


하지만, 마법은 그녀에게 상처하나도 주지 못했다.


퍽.

“악!”


그녀의 손짓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테르치아. 루시우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 그와 미리엘만......


“미리엘?”


분명히 여기에 서 있었는데?


후웅.

데굴데굴......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던 중 미리엘을 발견한 루시우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나, 곧바로 시커멓게 죽었다.


굴러온 미리엘의 의식은 이미 끊어져 있었다.


‘이제, 나 혼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 그와 매우 친숙한 감정이다.


공포.


“...아니야!”


고개를 휘저어 공포를 떨쳐낸 루시우스는 있는 힘을 다해 등 돌린 레비를 향해 뛰어들었다.


“나는 겁쟁이가 아니야!!”


발악스러운 외침과 함께 빛을 뿜는 성검.

무방비 상태로 등을 내보인 레비.

장애물 하나 없이 적의 목을 향하는 성검의 궤적. 루시우스의 눈에 희망이 어렸다.


“이길 수......”

덥썩.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손으로 성검을 붙잡은 순간. 희망의 불씨는 꺼졌다.


“......?”


그리고, 성검을 붙잡은 레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으아아아!!”


자포자기한 호구가 덤벼든다.


얼굴을 향하는 주먹을 쳐내고, 명치에 팔꿈치를 들이밀었다.


루시우스는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하지 못했다.

이성을 잃고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그에게 있어 갑작스러운 반격을 피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으니까.


결국, 레비의 팔꿈치는 루시우스의 명치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그 모습을 황당하게 쳐다보는 레비.


빈틈이다.

반격의 기회를 잡은 루시우스는 성검을 레비에게 찔러 갔다.


탁, 퍼버벅!


그에 대한 레비의 대응은 루시우스의 전의를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날아드는 성검을 가볍게 쳐내고, 방금 맞은 명치에 연타를 날린다.


어찌나 빨랐는지 루시우스는 그녀의 손끝 하나 보지 못했... 아니, 보았다.


연타의 끝으로 레비가 날린 주먹이 그의 눈에 크게 확대되었으니까.


콰직!!

“꾸아악!!”


콰득! 콰드드득! 우득! 우직!


요란한 소음이 그의 등을 때린다.


우지지직......

까드드득...... 쿵!


그가 지나간 자리는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로 장식되었다.


콰직!


그의 활공은 단단한 바위에 막힐 때까지 계속되었다.


“쿨럭.”


루시우스는 명치를 붙잡은 채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아냈다.


“마,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그의 머릿속을 점령한 생각이었다.


‘나는 강해졌는데......’


죽은 검은용 군단장은 루시우스를 드높은 영역으로 올려주었다.


동료의 소중함을 알려주어 잠재된 힘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참혹한 패배를 알려주어 부족함을 메울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깨달음을 얻고 강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괴물 같은 강자가 나타나 그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것인가?


루시우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끄으윽.”


그가 기댄 바위 근처에서 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강한 여자가 존재했다니......”


어......?


“도, 도르무?”

“크읍, 루시우스인가?”

“살아있었어?”

“...그럼 죽었겠냐? 크윽!! 더럽게 아프군.”


루시우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음? 근데 너 어디 갔냐?”

“바보야 난 여기있......”

“너 말고. 성검.”


성검?


루시우스는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항상 그의 손에서 빛나던 성검이......


어느 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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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요정마을 21.01.29 274 4 12쪽
91 요정 +1 21.01.28 272 3 13쪽
90 잔혹동화 - 3 +1 21.01.27 281 4 13쪽
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4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9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9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6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1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3 4 12쪽
77 불화 21.01.12 321 4 13쪽
» 오해 21.01.10 334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8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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