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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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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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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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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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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계획

DUMMY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올려다보는 로레이드를 향해 차갑게 웃어준 뒤.


그의 목덜미를 낚아채 가마솥으로 던져넣었다.


“읍! 으읍!!”


격분한 시선으로 발악하는 로레이드.


자신에게 치욕을 준 나에 대한 분노일까? 아니면 몸값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항의했으나, 팔다리가 묶인 그의 발악은 한낱 애벌레의 춤에 지나지 않았다.


“흐읍, 흐......”

우웅.


그렇게 벌레 한 마리가 던전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시원한 얼굴로 감상한 인간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 또한 던전으로 뛰어들었다.


우우우웅......


시계가 잔뜩 일그러지고 붕 뜬 감각이 지속된다. 손끝에서부터 감각이 돌아오며 시계가 안정되기 시작한다.


“응?”


던전에 입장한 내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나타난 지점은 허공이었으니까.


펄펄 끓는 가마솥 위의 허공이었으니까!


“씨빡!”


반사적인 점멸로 피하지 않았다면 저 무시무시한 녹색 액체에 절여졌을 것이다.


“우으으읍!!!!”


...저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로레이드처럼.


“왔는가.”

“야이 씨! 왜 입구에 저딴 걸 깔아둔 거야!”

“...로레이드를 위한 나의 환영식일세.”

“미친새끼......”


욕설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엄숙히 선언하는 카르투스.


나는 일단 물러섰다.


이 자식 눈이 맛이 갔다.


“왜 그러는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프로젝트는 완성됐냐?”

“후후! 물론일세! 아주, 아주 완벽하게 완성했다네!! 자네도 보면 놀랄...... 웁.”

“얼굴 치워라.”


무섭다.


카르투스의 얼굴을 밀쳐내고 가마솥을 향해 다가갔다. 이 액체는 나와 카르투스가 심혈을 기울여 증식시킨 독액이었다.


‘독에는 독. 이란 생각으로 만든건데......’


감각 증폭과 간지럼 효과가 있는 독액이었으나,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계획이 변질되고 말았다.


“미안하다. 병신아.”


나는 점액에 빠진 병신을 향해 동정심 어린 시선을 쏘아 보냈다.

로레이드는 울면서 웃는 얼굴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 새끼가 느끼고 있을 감각.


조금은 알고 있다.


저건 나로 인해 탄생한 독액이거든.


저 점액이 피부에 한 방울 튀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고통스러운 것 같은데, 전혀 아프지 않으면서도 뭔가 시원한 감각에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지극히 고통스러운 그 감각.


겨우 한 방울만으로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는 지독한 독.


지옥탕.


나는 회한 어린 눈으로 지옥탕을 보았다.


모든 것의 시작은 로레이드를 위해 카르투스가 만들어둔 독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


“아, 한성. 방금 독이 완성되었다네.”


무색무취의 액체가 가득 담긴 가마솥을 보여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카르투스.


“효과는?”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내가 불만스러운 모양이다.


“후우... 자네가 말한 효과에 더해서 몸속을 벌레떼가 기어 다니는 감각까지 추가했지. 이 안에 담궈 둔다면 누구라도 지옥의 고통을 받게 될 것일세.”

“그래?”

“이걸 만들기 위해 마석을 꽤 많이 소모했다네.”

“...마석이 들어갔다고?”

“맞네. 어차피 고문용인데 그것 좀 섞으면 어떠한가.”


꺼림칙한 눈으로 가마솥을 바라보았다.


마석이 들어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액체가 지옥에서 갓 퍼올린 악마의 가래침처럼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려나?


“그런데. 이건 누구한테 쓸 생각인가?”

“...있어 그런 놈이.”


누구에게 쓰긴 로레이드한테 써야지.


난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


돈으로 장난질하고,


독을 먹인 것도 모자라.

누명까지 씌우려 한 천하의 씹새끼.


다른 건 몰라도 내게 누명을 씌우려 했다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누명에는 누명이라고 선동과 날조로 로레이드에게 나쁜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반격했으나.


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다.


“그런가? 하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알겠네. 아, 잠깐 기다리게. 중요한 재료를 하나 빠트렸군. 다녀오겠네.”

“그래. 천천히 갔다 와.”


나는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투명한 액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잘 보니 녹색의 이질적인 마력이 드문드문 보이는 것 같다.


멍하니 앉아 기포를 바라보던 와중.

번개같이 떠오르는 생각.


‘어차피 마석을 섞었으니까......’


로레이드에 대한 나의 분노는 마석을 더 많이 섞으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나는 분노를 받아들였고,

붉게 빛나는 마석을 소환했다.


불안정하게 번쩍이는 마석. 터지지 않게 마력으로 살며시 감싸고, 액체와 방사능 마석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넌 뒤졌다.”

퐁당.


이죽거리며 가마솥에 던져넣었다.


부글부글......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가마솥의 내용물이 미친 듯이 끓어오르며 이질적인 점액을 사방으로 폭사했다.


“아잇! 씨발!”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던 나에게까지 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큰 것은 나를 빗겨나갔다.


내가 맞은 것은 고작 손등에 튄 한 방울의 점액뿐. 근데 그것도 보통이 아니더라고.


“으으으......”


눈물을 머금고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분명히 손등에 떨어졌을 텐데 왜 온몸이 뒤집어지는 것 같을까?


“무슨 일인가!!”


비명을 듣고 뛰어온 카르투스가 가마솥을 보고 경악성을 내질렀다.


“이, 이게 뭐야!!”


가마솥 안에서 요동치는 녹색의 괴물.


그것을 홀린 듯 바라보던 카르투스는 딱딱하게 굳은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무슨 짓을 한 겐가.”


괜히 뜨끔한 기분에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게, 마석을 넣었다길래. 빨간 것도 하나 넣어봤지.”


그 말을 들은 카르투스가 이마를 짚었다.


“자네, 정말...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네. 내가 미안하네.”

“아니 네 잘못은 아냐. 그리고, 어차피 고문용인데 저 정돈 괜찮지 않냐?”

“...그건 그렇네만, 저걸 보게. 저게 어딜 봐서 고문용인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녹색 지옥의 탕.


그것은 아까 전 모습이 양반처럼 느껴질 정도로 격렬하게 난리 치고 있었다.


“저건... 닿자마자 그 자리에서 녹아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네만......”

“괜찮아. 방금 내 몸으로 경험해 봤어. 적어도 죽지는 않아. 그리고 무슨 걱정이야. 저기엔 로레이드가 들어갈 텐데 우......”


카르투스의 목이 귀신처럼 삐걱이며 이쪽으로 돌아왔다.


실수했나?


“로레이드?”


실수했군.


화이트레온과 관련되는 순간 맛이 가는 연금술사의 스위치가 꾹 들어갔다.


“크흐흐... 로레이드......”


카르투스의 그윽한 목소리를 뒤로하며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오빠?”

“자, 레미르. 저쪽으로 가서 놀자. 옳지.”

“웅. 까르푸스가 간식 준다고 했는데.”

“간식은 내가 줄게. 짜잔 맛있는 케이크.”

“우왕!”


케이크에 눈이 팔린 레미르를 데려가며 뽀삐에게 눈으로 말했다.


‘내가 허락하기 전에 레미르와 카르투스를 만나게 하면 안 된다. 알겠지 뽀삐?’

“갸르릉......”


퉁 투퉁.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 좋게 그르렁거리는 뽀삐에게 참치캔을 잔뜩 선물해준 뒤. 레미르를 안고 움직이다가.


슬며시 칼을 소환해 방금 나온 방문을 향해 휘둘렀다.


촤좌좍.


카르투스가 틀어박힌 방문에 ‘출입금지’라는 단어가 큼직하게 새겨졌다.


*


그날 이후 카르투스는 두문불출하며 연구실에 틀어박혔고, 나는 밖에서 그와 소통하며 지옥탕을 완성 시켜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거다.


“흐흐흐... 로레이드. 너무 걱정하지 말게.”


로레이드에게 불만이 많던 나와, 로레이드를 괴롭히고 싶은 카르투스.

두 사람의 니즈가 교차하며 탄생한 끔찍하기 그지없는 계획.


“이 카르투스가 자네를 최강의 키메라로 만들어 줄 터이니......”


최종병기 로레이드 프로젝트.


지옥탕과 카르투스의 연금술.


레비의 탐색능력과 나의 분신 능력을 총동원해 로레이드를 괴물로 만듦으로써 군단장과 대치시킨다.


카르투스는 로레이드를 괴롭힐 수 있어서 좋고, 나는 이 새끼를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어서 좋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최고의 계획이지.


로레이드는 제외한다.

저 새끼는 사람이 아니니까.


지옥탕에 둥둥 뜬채 간헐적인 신음을 흘리는 로레이드를 구경하던 나는 카르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완성했다.”

“흐흐흐... 음? 무엇이... 아! 갑옷이 완성되었는가?”

“엉.”


어느새인가 나의 손 위에 올려진 장비들.


광대도 혀를 내두를 법할 정도로 매니악한 생김새의 갑옷. 이것의 치수는 정확히 로레이드와 일치했다.


“자넨 손재주도 좋군.”

“별거 아니야.”


정말 별거 아니다.


황금손이 있는 이상, 어지간한 물건은 손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 장비에 깃든 잠재능력까지 로레이드가 쓰진 못하겠지만......


[기괴하게 뒤틀린 투구(New)]


[완성도 32]

[잠재능력 피해통증전환]

[제작자 강한성]


로레이드를 향한 나의 마음(노가다)은 갑옷의 모든 잠재능력을 피해통증전환으로 통일했다.


여기서 피해통증전환이란.


갑옷이 받은 피해를 착용자의 고통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살짝만 맞아도 존나게 아픈 대신.

상처는 나지 않는 그런 거?


근데 난 쓸 생각 없다.


‘너무 아프더라.’


갑옷을 한파츠 착용하고 살짝 두드렸는데 영혼이 가출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나만 끼워도 이런데 이걸 전부 착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조차도 몸이 떨린다.


“방법은 있냐? 잠재능력은 나밖에 못 끌어낸다니까.”

“흐흐, 그건 걱정하지 말게.”


촤르륵!

“...뭐하는 짓!”


카르투스의 손짓에 지옥탕에서 점액 한 줄기가 솟구쳐 올랐다.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던 점액은 탁자 위에 놓인 포션병으로 빨려 들어갔다.


‘유령의 꿈?’


포션의 정체는 남은 유령의 꿈.

설마 이러려고 저걸 남겨둔 것일까?


“자네는 스스로 만든 장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지.”


한 발자국 물러섰다.

저 번들거리는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저 유령의 꿈에는 자네의 사념이 남아있다네.”

“...씨발?”


나는 포션병을 돌아봤다.

안 그래도 기분 나쁘던 액체가 더 없이 좆같게 느껴졌다.


“자네의 사념이 담긴 유령의 꿈과 로레이드가 담긴 지옥탕의 액체! 이 두 가지를 잘 섞어 장비에 뿌린다면!”


촤르륵!


허공에 떠 날아오는 포션에 기겁을 하며 갑옷들을 집어던졌다.


다행히 포션은 내가 아닌 갑옷이 목적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갑옷 위에서 스스로 깨지는 포션.


촤아악.


허공에서 서서히 쏟아져 내리는 연녹빛깔 액체.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내 눈에는 속이 뒤집힐 만큼 더럽게 느껴졌다.


“이제 이 마갑은 로레이드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일세.”



[기괴하게 뒤틀린 투구 -> 유령의 한이 서린 고통의 투구(New)]


[완성도 32 -> 58]

[잠재능력 피해통증전환]

[제작자 강한성, 카르투스 플라이멜]

[카르투스의 증오가 서린 투구. 로레이드의 혈통에 한해 아무런 조건 없이 잠재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착용자가 로레이드의 혈통이라면 잠재능력 효과가 최대 3배까지 뛰어오른다.]



나는 멍하니 갑옷들을 쳐다봤다.


이게 뭐라고......


붉은 노을보다 완성도가 높은 거냐?


“크하하하하!!! 보게! 이 영롱하게 빛나는 투구를! 보게! 이 찬란한 갑옷의 광택을!”


카르투스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를 들으며 붉은 노을을 내려다보았다.


왠지 칼에 비친 내 눈에서 짙은 회의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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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4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9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6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1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3 4 12쪽
77 불화 21.01.12 321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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