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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38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03 18:00
조회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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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한성, 또 사고 치다.

DUMMY

-모르겠네.


기대와 달리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해오는 카르투스. 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회복하는 괴물을 바라봤다.


‘마왕의 부하 같기는 한데......’


느껴지는 마력은 마왕군 특유의 마력과 동일하다. 그런고로 저놈은 마왕과 관련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또 저놈이 품은 마력의 강도를 생각하면 보통 위치는 아닐 것이다.


부글부글......


놈의 잘려나간 손목 부위가 부글부글 끓어가며 새로운 손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내 손에 박살 난 하반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얼굴을 구겼다.

너무 징그러웠거든.


-잠깐만 기다려보게.


카르투스의 말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달려가서 짓밟았을 것이다.


-틀림없네. 마왕군에 대해서는 아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네만, 내 저런 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네.

“그럼......”


아, 혹시 이놈은 마왕군의 비밀병기인가?


내가 듣기로 검은용 군단장이 이 방향에 있을 것이라고 들었었다.


그래서 이쪽으로 와봤는데 군단장으로 보이는 놈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대신 눈에 띄는 것이라곤 이 혐오스러운 고깃덩어리밖에 없다.


“...군단장이 중요하긴 한가 보네.”


패퇴한 군단장을 구출하기 위해 마왕성에서 보낸 비밀병기.

이게 내가 생각한 빨간 괴물의 정체였다.


그보다도, 이 정도로 강한 생물을 버림패로 사용하다니... 마왕군은 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것 같다.


나는 마음속으로 마왕군에 대한 경계도를 살짝 올리고, 앞을 바라봤다.


-으으......


신음을 흘리며 일어서는 빨갱이.

놈의 몸에 휘감겨있던 촉수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감히... 내게 이런 수모를......

쿠와앙!!


되도 않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놈의 주둥이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머리가 으깨져 신음 한 번 뱉지 못하고 날아가는 붉은 괴물. 이놈에게는 안타깝겠지만 나는 이놈이랑 놀아줄 생각이 없다.


“참 생긴 것도 더럽게 생겼네. 기분 나쁘니까. 그만 죽어라.”


내게 맞고 공중을 활공하는 놈을 거인의 기세로 찍어눌렀다.


-끄아아아!!


내 공격에 노출된 괴물은 전신이 이리저리 뒤틀리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고통스러운 호소에 답해주지 않았다.


푸와아아!!


대신 출력을 최대한 높였다.


-꺼......


결국, 붉은 괴물의 육체는 완전히 곤죽이 되었다. 나는 바닥을 나뒹구는 괴물의 시체를 조용히 내려다봤다.


꿈틀거리며 생존을 알리던 놈의 움직임이 멎을 때까지.


“뒤졌나?”


나는 손을 내렸다.


놈의 움직임이 없어졌거든.


동시에 놈을 짓누르던 거인의 기세도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내 나는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필요하냐?”

-필요 없네.


그럼 저 불결한 시체를 만질 필요는 없겠네. 듣던 중 반가운 말에 얼굴이 펴지는 것 같다. 요즘 내 맘대로 풀리는 일이 없어서 슬펐는데 이번만큼은 마음에 든다.


나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혹시라도 카르투스가 번복할지 모르니까.


“...시발?”


환경이... 왜 이러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주변을 둘러봤다.


새빨간 핏덩이와 기분 나쁘게 반짝이는 촉수. 이들이 스멀스멀 움직이며 숲을 점령하고 있었다.


꾸에에엑!


갑작스레 울리는 비명 소리에 그 방면을 바라보자 촉수에 붙잡힌 사슴 한 마리가 발악하고 있다.


슈각!


나는 재빨리 팔을 휘둘러 사슴을 풀어줬지만, 이미 늦은 것일까?


“끄르르륵......”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던 사슴.


그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푸바바박!!


사슴의 가죽이 순식같에 찢겨나갔다.


“그르르르......”


그것은 더 이상 사슴이 아니었다.


붉은 네발짐승의 형태를 한 괴물.

그 정도로 정의할 수 있으려나?


사슴에서 변이한 괴물이 촉수를 스멀스멀 흔들고 있었다. 그 괴물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세상에.”


이게 무슨 지옥인가?


나는 뒤를 돌아봤다.


이 광경은......


아까 죽인 그 괴물이 만든 광경인가?


...이런 천하에 죽일 놈을 보았나!

나는 이미 뒤진 시체를 욕했다.


정면으로 밀고와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마왕군이면서도, 정정당당히 싸우진 못할 망정에, 애꿎은 숲에다 바이오 테러까지 해!?


“악마 같은 새끼. 사슴이 무슨 죄가 있다고......”


나는 달려드는 사슴의 머리통을 후려쳐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읊조렸다.


“겨우 싸움 좀 편하게 끌고 가겠다고......”


불쌍한 사슴을 죽이며 슬픔에 잠긴 나의 모습을 레비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그래, 넌 토끼였지.


숲이 더러운 마왕 군의 수작으로 인해 오염되었다. 그로 인해 죽어가는 수많은 동식물들. 그중에는 필히 토끼도 있으리라.


그렇기에 그녀 또한 슬픔을 표하고 있는 것이겠지.


“......”


레비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누가 누구를 욕하는가?


빨갱이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숲을 오염시켰다. 아마 오염된 동물들의 군대로 인간을 공격해올 생각이었겠지.


그럼 본체는?


실시간으로 빨갱이를 욕하고 있는 본체.


그는 필요하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마석을 뿌린다. 쓸 때마다 끔찍한 혼종이 탄생하는 방사능 마석을.


그로 인해 탄생한 혼종이 셋이나 된다.


폭발하는 마석인간.

젊음을 되찾은 던전의 수호자.

심지어 현재 프레온에서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을 그린까지!


현재 숲을 오염시킨 괴물은 죽었다.

방사능 마석을 남용하는 본체는 살아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세상을 오염시키기에 적합할까? 불 보듯 뻔하지.


레비는 태평하게 육포를 씹었다.


본체가 난리치든, 빨갱이가 어떻든 간에 그녀는 아무 상관 없었으니까.


“카르투스. 이곳을 처리하고 가자.”


심각한 상황 아니었나?


빨갱이의 행태를 욕하던 본체가 상큼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 모습은 방금 전까지 화내던 사람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었다.


본체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네?


뭐 본체 기분이 무슨 상관이랴.


레비는 마지막 육포들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녀는 단지 본체의 지루한 쇼가 빨리 끝나길 기다릴 뿐이었다.


*


해가 내리쬐는 언덕 한 남자가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가 지나간 자리에선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나는 분명히 말렸다네.


카르투스의 질책 어린 말투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쿠워어어어!!


물론, 내 뒤를 신나게 쫓아오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은 아니다.


-이걸 어떻게 할겐가!!

“...어떡하긴 뭘 어떡해.”


평범한 용사인 내가 무슨 수로 이 상황을 수습한단 말인가?


크와아아!!


나는 내 앞을 가로막는 적녹빛의 괴물을 걷어차며 말했다.


“이렇게 될 줄 낸들 알았겠냐!”


콰아아앙!!


내 발에 차인 괴물이 산산히 흩어져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그래,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흩어진 괴물의 몸 조각에서 싹이 돋아나기 전까지는.


부와아악!


괴물의 신체를 양분 삼아 돋아난 싹이 오색찬란한 빛을 흩뿌리며 엄청난 속도로 자라난다. 그렇게 비대해진 싹은 꽃봉오리를 맺었고, 꽃봉오리 속에는 괴물이 있었다.


“씨발.”


꾸에에엑!!


이것이 내가 죽어라 뛰고 있었던 이유다.


츠화아악!!

스슥!


어느새 나를 쫓던 괴물을 처리한 레비가 내 옆에 내려섰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도 나를 바라봤다.


지긋지긋하다는 그녀의 시선.


결국 나는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모든 일은 나의 순수한 마음에서 태동했다. 오염된 숲을 정화하고 싶다는 순수한 생각 속에서 시작되었지.


하지만, 카르투스가 말했다.


이미 변한 것은 돌이킬 수 없다고.

아니, 돌이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 끔찍한 오염이 퍼져나가기 전에 내 손으로 숲을 불살라버리라더라.


나는 그를 거부했다.


어떻게 그런 재미없...... 아니! 잔인한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이 작은 숲에서 살아가던 동식물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도저히 숲에 불을 지를 수 없었던 나는 대안을 생각해냈다.


‘맞불이다.’

‘-무슨 말인가?’

‘불에는 불! 오염에는 오염! 저 끔찍한 살덩어리를 막기 위해선 이 수밖에 없어!’

‘-아니! 무슨 짓을 하려......’


처음에는 잘 될 줄 알았다.


‘이거 봐! 오염이 사라지고 있어!’


방사능 마석의 폭발에 밀려 사그라들기 시작하는 붉은 오염. 곧이어 오염지대가 더 이상 퍼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갔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신난 나는 마지막 오염까지 퇴치하기 위해서 마석을 던졌고, 그렇게 재앙이 시작됐다.


부워어어엉!!


허공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울림! 그것은... 붉은 오염과 방사능 마력이 공명하며 일어나는 소리였다!!


“미치겠다. 진짜.”

콰아아앙!!


그 뒤는 이렇다.


오염지대의 확산은 멎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오염지대에서 끔찍한 혼종들이 쏟아져 나오더라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새끼.


뒤지면 식물로 환생하는 괴물새끼다.


꾸에엑!


나는 갓 태어나 날뛰려는 식물 괴물을 분쇄했다. 더 이상 부활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하지만, 놈들의 수는 아직 많......


후우웅......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내 옆을 지나가는 괴물을 쳐다봤다.


훙! 후웅! 후후웅!


뭐라 말할 수 없는 생김새를 가진 형용할 수 없는 괴생물체.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것만 같이 생긴 괴물들은 바로 옆에 있는 나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지나쳐서 달리고 있다.


“저 방향은......”

-...화이트레온, 아닌가?


그 괴물들이 가는 방향은 멸망한 것으로 보이는 화이트레온의 수도.


아마 테리오스가 있는 그곳이 아닐까?


“가자. 레비.”


나는 레비를 데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염지대의 확산은 무사히 막았다.


이제 이곳에 볼일은 없는 것이다.


진짜, 이 마석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정말로 방사능이라도 섞여 있는 것인가?


-서두르게. 유령의 꿈의 지속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네.

“...씨발.”


나는 있는 힘껏 발을 굴렀다.

빨리 가지 않으면 그 미각을 테러하는 끔찍한 포션을 다시 한번 먹어야 할 테니까.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로레이드......’


네놈 새끼만큼은 용서 못 한다.


엉뚱한 곳에 원한을 푸는 한성이었다.


*


쿠구구구......


그들은 달렸다.

머릿속에 새겨진 적의의 지도를 따라서.


그들은 떠올렸다.

창조주가 새겨준 그들이 가야할 길을.


한성과 알버트가 만들어낸 끔찍하기 그지없는 괴생물체.


훗날, 어둠의 신의 권속, 공포의 사도, 화이트레온의 악의 등으로 불릴 괴물.


심연의 마수.


그들의 머릿속은 두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이트레온을 정벌하라.


붉은색의 창조주에 의하여 그들의 본능에 새겨진 목표. 그들은 이를 충실히 따르리라.


마왕을 무찔러라.


찬란히 빛나는 녹색 마석으로 그들을 계도했던 검은 머리의 남자.


그는 용사였다.


용사에게 새겨진 사명은 한낱 괴물에 불과한 그들에게도 빛을 내려주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따를 것이다.


용사의 사명을 받아들여 마왕군과 영원히 싸우리라. 그들의 영지가 부서지지 않는 한 그들의 죽음은 없을지니......


그들이 물러설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쿠와아아아!!


“뭐, 뭐야 저 괴물들은!”


그리고, 목적지가 코앞에 도달했다.

그들이 정복해야 할 화이트레온과......


“군단장님을 불러!!”


그들의 숙적.


마왕군과 마주쳤다.


쿠와아아아!!


평원에 늘어선 심연의 마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포효를 내지른다.


“겁먹지 마라. 한낱 짐승일 뿐이다.”


우워어어어!!


그에 맞서는 테리오스의 선언에 성벽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크르르르......

“준비해라.”


그리고,


쿠와아아아!!

우워어어어!!


양측의 함성이 교차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혈투가 시작되었다.


백년전쟁의 서막이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테리오스를 리타이어시킨 한성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죽고 싶다.”


오색 찬란히 빛나는 포션을 들고 있었다.

죽상을 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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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요정 +1 21.01.28 27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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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7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09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2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8 4 12쪽
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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