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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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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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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34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0.12.31 18:00
조회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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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혈투

DUMMY

알버트의 주먹과 성검이 부딪히는 순간 알버트는 남은 팔을 힘차게 휘둘렀다.


꽈앙!

“악!”


루시우스는 피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알버트가 그의 성검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알버트의 일격은 루시우스의 가슴팍에 제대로 꽂혔고, 루시우스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버트가 유리해진 건 아니다. 덤벼든 것은 루시우스 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부우웅!


루시우스를 상대하느라 무방비해진 알버트의 어깨를 향해 묵직한 대검이 떨어졌다.


쩡!


기겁하며 대검을 후려치는 알버트였지만, 아무래도 힘이 부족했던 것 같다.


푸화악!


도르무가 휘두른 대검은 당초의 목적을 달성했다. 잘려나간 알버트의 팔이 허공을 맴돈다. 그에 알버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쓰레기들이!!”


알버트의 분노 서린 일격이 도르무의 가슴팍에 작렬했다. 도르무는 장렬한 비명을 내지르며 수풀사이를 뒹굴었다.


“끄으읍!”


그 틈에 알버트는 잘린 팔을 집어 들었지만, 그때 테르치아의 화염 마법이 날아들었다.


“젠장......”


콰아앙!!


“잡았어, 확실하게 들어갔다고! 지금이 기회야! 루시우스 준비됐지?”

“으윽, 머리야... 준비?”

“버프 말이야 버프! 버프 받을 준비 하라고!”

“자, 잠깐만, 지금 우리가 이기고 있잖아. 그러니까 버프는 아껴 두는게......”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이 멍청......”


쿠와아아아!!!


“야! 저놈 정신 차렸잖아!”

“어, 어!? 걱정 마! 내가 해치울 수 있어!”

“테르치아,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돼?”

“...그래, 미리엘 그만해도 될 것 같아. 위대한 용사님께서 버프가 필요 없으시다는데 잘못되도 용사가 알아서 하겠지.”


테르치아는 미리엘을 챙기며 재료들을 한 쪽에 치우기 시작했다.


“버프는 없는 건가.”

“응.”

“그럼 내가 여기 있을 필요는 없겠군.”

“맞아, 먼저 가서 싸우고 있어. 난 이것만 치우고 갈게. 위험한 재료가 있어서.”


듀릭은 그녀의 말을 듣고 대형방패의 앞부분에 달려있는 작은 방패를 분리했다.


“그럼 먼저 가지.”


그리고, 걸음을 옮기며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날카롭게 갈린 칼날이 달빛을 머금고 빛난다. 듀릭은 칼날을 한번 훑어보고 싸움터로 뛰어들었다.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 검.


양손에 두 장비를 드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러 만도 했다. 이 조합은 그를 한 번도 배신한 적 없는 최고의 조합이었으니까.


쩌엉!

“큭! 장난 아니군.”


듀릭은 군단장의 빈틈을 노렸으나, 군단장의 대응은 빨랐다. 그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 팔꿈치를 휘두르는 군단장.


팔꿈치와 방패가 부딪히며,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나왔지만 듀릭은 그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공격을 막은 그의 팔이 찌르는 듯이 아파 왔으니까.


“꺼져라!”


‘이런!’


듀릭이 팔의 통증에 움츠러든 사이에 군단장이 그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위험하다.’


위기의 순간 듀릭은 반사적으로 방패를 들어 올리며, 전신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알버트의 발끝이 그의 방패를 걷어찼고, 듀릭은 뒤를 향해 날아갔다.


“쥐새끼 같은 놈.”


알버트는 풀밭을 뒹구는 듀릭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 뱉고, 몸을 돌려 덤벼드는 용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텅!


허나, 그의 주먹은 희뿌연 보호막에 가로막혀 용사에게 닿지 못했다.


“도대체 몇 놈이냐!!”


어릴 적 읽었던 용사전기에서 등장한 용사는 동료를 적게 데리고 다녔었다.


대부분 한 명을 데리고 다녔고, 아니면 두 명, 정말 많았던 경우는 셋이 고작이었지.


헌데, 이건 뭔가?


용사를 팼더니 전사가 나왔고 전사를 치우니까 마법이 날아왔다.

마법을 대비해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움직이니, 방패를 든 곰탱이가 나타났고, 이젠 사제까지 나타났네?


퍼퍼퍼퍼퍼퍽!!


알버트는 보호막을 엄청난 속도로 두들겼으나 금하나 가지 않는다. 마력을 불어넣어 두들겨도 소용없었다.


불어넣은 마력이 마왕의 마력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테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마왕의 마력은 이미 다 썼다.


테리오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이리저리 뒹굴다 보니까. 어느새 비어있더라.


짐승들에게서 빼앗은 마력은 전부 이미 회복에 투자한 상태.

알버트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거짓이 아니라 이대로 간다면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


찾아야 한다.


멧돼지, 사슴, 하다못해 토끼 한 마리라도 좋다.

그들의 피를 흡수해 마왕의 마력을 회복한다면 저들을 확실하게 피할 수 있으리라.


“하아아!!”


생각하는 동안 눈앞의 용사가 모든 준비를 마친 모양이다. 성검으로부터 쏟아져나온 칼날들이 시퍼렇게 빛났다.


‘이제 곧 벽이 사라진다.’


벽이 사라지는 순간, 칼날들에 몸을 내주고 숲으로 달아난다. 그리고 저들을 피해 피를 흡수하는 것이다.


알버트는 눈을 빛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용사의 일행들이 하나씩 나타나 그를 포위하고 있다.

그래도 알버트는 자신 있었다. 저들이 아무리 용의주도하게 나오더라도 살을 내어주며 도망치는 자신을 막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버트의 눈은 신중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럴 수밖에.

그에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었으니까.


용사의 성검.


외부의 칼날들은 상관없다.

하지만, 저것에 찔린다면 아픈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알버트는 눈을 부라리며 용사를 노려보았다. 그가 조금이라도 움츠러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편 그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갔다. 도주 경로를 짜기 위해서.


스르르......


시간은 흘러 보호막이 일렁이며 사라지기 시작한다. 보호막이 옅어질수록 그들 사이의 긴장감이 과열된다.

마침내 보호막이 사라지는 순간.


첫 시작은 루시우스였다.


“가라!!”


허공에 떠 있는 수십 개의 칼날이 알버트의 몸 곳곳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흐아압!”


알버트는 크게 기합을 내질렀다.

잠시 후 있을 고통을 참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뛰어들었다.

그를 포위한 칼날을 향해서, 곧이어 날붙이들이 알버트의 전신을 난자했다.


푸슈슈슈슈......


허나, 알버트는 작은 신음하나 내지 않고, 칼날을 향해 몸을 밀어넣었다.


“뭐야?”

“저놈... 미친건가?”


알버트의 행동에 대한 용사 일행의 경악은 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못 오는군.’


당연하다.


칼날을 통제하는 것은 용사겠지만, 칼날에는 눈이 없다. 다가가면 동료든 뭐든 가볍게 잘려나가게 되는 것이다.


예상이 적중한 것에 알버트는 웃으며 숲을 향해 몸을 던졌다.


“빠져나갔다!!”

“걱정 마! 멀리는 못 갈 거야!”


과연 그럴까?


알버트는 그들을 비웃으며 몸을 웅크렸다.


으드득! 우득!


움직이는 육회로 보일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알버트. 그의 전신이 으깨지더니 둥그런 고기 경단의 모습을 갖췄다.


푸직! 촤좌좍!


그리고 고기경단이 된 알버트의 몸에서 촉수가 튀어나오더니, 멀리 떨어진 나무들을 붙잡으며 숲을 활공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자기가 무슨 스파이......”


용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오자 알버트는 안도했다.

그리고 자괴감에 속으로 울부짖었다.


‘화이트레온의 왕이 되었어야 할 내가......’


이런 비참한 꼴이 되어 저따위 것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다니......


일이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그날부터였다.


화이트레온이 멸망했다는 소식에 죄 없는 부하를 눌러 죽였던 그 날.


‘...오늘이잖아.’


생각해보니 그 날이 오늘이었다.


알버트는 시간대를 차례로 배치하며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화이트레온이 멸망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소식에 전령을 죽였다.


화이트레온을 부순 것은 테리오스의 군단.


‘검은용 군단장이자 화이트레온의 적법한 왕인 나는 테리오스의 군단을 벌하기 위해 레이비욘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레이비욘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다름 아닌 용사의 손에.


그에 분노한 나. 알버트는 즉시 전쟁을 시작했고, 용사와 브루스를 피해 수도로 이동했다. 수도에 도착한 나는 상쾌한 마음으로 테리오스의 부하들에게 벌을 내리려 했지만,

그때 테리오스가 나타났다.


싸웠다.

패배했다.

도망쳤다.


그리고, 덜떨어진 용사......


용사?


과거를 되짚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짜증과 분노로 뒤틀린 이성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니까.


냉정을 되찾고 나자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을!


“그놈이었다......”


레이비욘을 죽이고!

테리오스를 화이트레온에 밀어 넣었으며!

알버트를 충동질해 화이트레온으로 가도록 유도함으로서! 손 하나 안 대고 그를 파멸 직전까지 몰아넣은 자!


“용사... 강한성......”


알버트는 수렁에 빠진 기분이 되었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온 진득한 공포가 그의 전신을 얽어맨다.


강한성.


그 악마 같은 용사는 대체 어디까지 내어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과연 이걸로 끝날까?


이것도 그의 계산범위가 아닐까?


테리오스가 그를 살려둔 것도.

이곳으로 용사 루시우스를 보낸 것도.

그가 절묘하게 빠져나간 것도!


전부 다!


...그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푸확!!

꾸웨엑!!


알버트의 촉수가 짐승을 꿰뚫었다.

비명을 지르는 짐승을 그대로 감싸 쥐어짜며, 짐승의 체내로 파고든다.


“그럴 순 없다......”


죽어가는 동물의 체내로부터 음산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용납할 수 없어......”


짐승에게서 흡수한 마력이 알버트의 절망과 반응해 메아리치듯 사방을 가로지른다.


“나, 나는......”


이름 모를 짐승이 찢겨나가며 핏빛으로 물든 알버트가 나타났다. 그는 한껏 웅크린 채 양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있다.


“난 장난감이 아니야!!”


괴성을 내지르며 머리를 치켜들었다!


허억! 허억!


알버트는 고개를 돌렸다.


“네 생각 대론, 안 될 거야.”


핏빛으로 물든 눈동자가 한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그거!!”


이내 미친 것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하는 알버트.


“너, 넌, 내가 도망칠 줄 알겠지......”


알버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한다.


“난! 안 도망가! 저놈들! 다 죽일 거야!”


그의 괴기한 미소에 맞춰 검붉은 색의 마력이 바닥에 깔린다.


곧이어 검붉은 안개에 감싸인 그는 용사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찾았다!!”


아까는 그렇게 보기 싫었던 놈들이었지만, 지금 보니까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뭐야!!”


알버트는 가장 먼저 소리친 방패를 든 남자를 향해 솟구쳤다.


“죽어!!”


꽈아앙!!


“듀릭!!”


알버트의 숄더태클에 정통으로 맞은 듀릭은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그가 날아가는 방향에 절벽이 있었을 뿐이었지.


“으아아악!”

“듀리익!!”


용사파티의 리더 루시우스는 비록 리더의 풍모는 보이지 못했으나 이때만큼은 누구보다도 리더 같아 보였다.


테르치아는 생각했다.


대체 왜 루시우스는 듀릭을 구하지 않는 걸까? 칼날 수십 개를 자유자재로 날리는 강력한 염동력이면 듀릭을 올려주는 것은 간단한 일일 텐데 말이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루시우스에게 정신 차리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울컥. 울컥.


군단장의 촉수에 명치가 꿰뚫렸거든.


“테, 테르치아......”


아 정말로 이렇게 죽는 건가.


아직 연애도 못 해봤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하고 싶었던 것들 전부 해봤어야 했는데......


“흐하하하!”


기분 나쁘게 웃는 군단장은 테르치아의 마음 따윈 신경 쓰지 않았고, 테르치아는 촉수에 꿰인 상태로 절벽아래로 던져졌다.


“테르치아아아!!”


눈물질질 짜며 이쪽을 향해 손을 뻗는 용사 새끼의 얼굴이 이렇게 짜증 나 보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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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잔혹동화 +1 21.01.24 2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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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09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2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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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2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8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 혈투 20.12.31 38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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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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