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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31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20 18:00
조회
303
추천
4
글자
11쪽

어둠의 신

DUMMY

-뭐? 마왕이 부활......

-그,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긴 좆된 거지.

혼란스러워진 도시의 정경을 느끼며 마지막 짐을 인벤토리에 던져넣었다.


“준비 끝.”


이걸로 출발 준비는 끝났다.


-괜찮겠나.


그런 내 귀에 들려오는 카르투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심란하다.”


마왕은 부활했는데 나는 죽어있다.

이길 수 있고 없고 자시고 간에 내가 뒤져있는 이상 싸움이 성립할 수가 없다.


아니, 성립되어선 안 된다.


“마왕을 쓰러뜨리면 나는 아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것이 이번 튜토리얼의 목표니까.


“근데. 나는 죽어있단 말이야.”

-그렇지.

“마왕을 죽이고 돌아갈 본체는 이미 없고, 내가 가진 몸은 분신에 불과해.”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본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구로 돌려 보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나는 진지하다.


-후우... 피곤한 일이군.

“그래, 피곤하지.”


그렇기에 마왕을 쓰러뜨리지 못한다.

오히려 마왕을 보호해야 할지도 모른다.

호구가 마왕을 무찌르지 못하도록.


솔직히 그놈이 마왕을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럼 향후의 계획은 어떤가.

“현상유지.”


마왕의 진출을 최대한 늦추고 호구의 발목을 붙잡는다.


최대한 상황을 질질 끌 필요가 있다.


내가 부활하기 전까지.


카르투스와 대화하는 동안 프로이슨을 빠져나왔다.


내가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다.


내 손발이 되어줄 부하가 필요하겠지.


또, 인간 부하를 쓰기는 힘들다.


인류를 위협하는 마왕.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은 인류의 숙원이다.


용사의 앞을 가로막는다는 건.

인류의 숙원을 방해한다는 것.

그런 작업에 인간을 이용한다?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물론 보상과 협박을 들이밀면 얼씨구나 하고 덥석 물 새끼들도 많겠지. 근데.


‘그런 새끼들이 더 위험해.’


보상?

더 큰 보상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협박?

또 다른 협박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지.


항상 붙어서 감시한다면 모를까, 내가 그것들을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잖아.


배신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포인트가 아깝다.


마왕의 진출을 늦추는 쪽으로도 못 쓴다.


‘그러기엔 너무 약해.’


군단장 하나에도 쩔쩔매는 것들이 마왕이 일으킨 공세를 가로막아?


그게 가능했으면 한참 전에 마왕성 뚫고 마왕을 봉인했겠지.


-키메라가 필요한가?

“그것도 괜찮긴 한데. 아직은 아냐.”


그렇지만 막막한 기분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이용하기 딱 좋은 놈들이 있어.”


나는 양 입술을 씩 끌어올렸다.


*


몬스터들이 점령하고 있는 대로.

로브를 쓴 인영이 홀로 그곳을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멈춰라.”


다른 놈들보다 머리 하나쯤 큰 육중한 덩치의 오크가 이빨을 위협적으로 딱딱이며 걸어왔다.


“후드 걷어라.”


오크는 후드를 걷으라 명령하며 손을 뻗어 강제로 후드를 걷었다. 직접 행동할 거면서 말은 뭣하러 한 걸까?


나는 근육 덩어리를 훑어봤다.


“파하하!”


오크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뜬금없이 고개를 쳐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행동에 옆에 있던 몬스터들 또한 같이 웃기 시작했다.


끼헤헤헥!

푸헤헤겍!

쿠레쿠부와학하악!!


그 괴상망측한 웃음소리는 알 수 없는 마력이라도 서려 있는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짜증이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흐흐. 검은 머리, 검은 머리! 검은 눈!”


오크 새끼가 말을 걸지 않았다면 저 새끼들은 머리통과 이별했을 것이다.


“너! 나 안다.”

“아니 난 너 몰라.”

“아니! 나 너 안다.”


그 말에 나는 표정이 굳었다.


이 오크 새끼가 어떻게 내 정체를......


어디서부터 흘러나간 걸까?


숨어다니려고 능력까지 구매했건만 그 지출은 무의미한 일이-


“선각자. 말했다. 검은 머리, 검은 눈. 가진 인간. 조심하라고.”


그 말에 살짝 안도했다.

뭐야, 그런 이유였어?


“파흐흐. 나 너 잡는다. 잡아서 신께 바친다. 모두가 나 우러러본다! 쿠르르헬헬!”

“신이라......”


내가 찾던 놈들이 맞나?


“우리. 어둠의 신. 뽀삐!”


맞구나.


나는 입꼬리를 최대한 올리고 오른 손가락을 말았다.


“나. 신 곁에-”


쿠와아아앙!!

뿌에에엑!!


내 중지 끝으로부터 발생한 막대한 충격파가 오크를 덮쳤다. 오크에게 다행스럽게도 충격파의 중심은 그를 살짝 비켜나갔다.


대신 그의 곁에 서 있던 불쌍한 가재 인간을 강타했고, 가재 인간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큼직한 바위에 깊이 박혔다.


쩌적.


가재를 받아낸 바위에 금이 갔다.


쩍!

콰지지직!


금이 간 바위가 무너지며 가재의 몸을 뒤덮었다.


“어. 엉?”


오크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즉석으로 만들어진 돌무덤을 돌아보더니. 귀신이라도 본 표정으로 삐걱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정확히는 내 손가락을 바라봤다.


치이이......


딱밤을 날린 중지에서 작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 선각자. 말할 수 없다!”


땀을 뻘뻘 흘리는 오크가 물러선다.

그가 도망가는 만큼 걸어서 추적했다.


“너! 모른다! 선각자!”


한 걸음씩 물러서며 손을 휘젓는 오크의 모습은 더없이 처절해 보였다.


“나! 아무것도!”

“선각자. 고블린이지?”


결의 어렸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걸. 어떻게......”

“난 그놈이랑 아는 사이야.”

“......”

“오랜만에 만나야겠네.”


내 얼굴에 살벌한 미소가 걸렸다.


“안내해 줄 거지?”

“하, 하지만.”

“그럼 내가 직접 찾아갈까?”


오크는 혼이 나간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몸을 웅크렸다.

웅크린 채 벌벌 떠는 모습이 퍽 애처롭다.


“부탁... 제발. 선각자 목숨은......”

“안 죽여.”


그런 와중에도 타인의 목숨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얘들이 몬스터가 맞나 싶다.


그렇게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지만, 오크는 결국 나를 안내하게 되었다.


“약속. 잊지 마라.”

“어. 알았다니까.”

“선각자. 손대면......”


나는 짜증을 담아 오크를 노려봤다.


“안내나 해.”

“아, 알겠다.”


이 오크 말은 할 줄 알지만 멍청하다.


내가 아는 것은 선각자가 고블린이라는 것 하나.


그의 위치 따윈 전혀 알지 못한다.

오크의 안내가 없으면 그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네 목숨은 구했잖아.’


덜덜 떨며 걷는 오크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뇌까렸다.


뽀삐 교단의 수장을 찾으며 만난 몬스터는 이들이 처음이 아니었다.


웃기는 신 이름과 다르게 이들의 신앙은 진짜였다. 뭔 짓을 해도 시원하게 불지를 않는 지독한 놈들이었지.


“뽀삐. 우리의 신. 선각자. 보호해주길.”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속임수와 블러핑이 아니었다면 오크가 날 안내해주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었겠지.


‘대체 뭘 한 거야.’


프로이슨 던전을 떠나던 시점.


내가 한 일이라곤 고블린에게 애완동물 뽀삐를 찾아달란 부탁뿐이었다.


우호적인 마음을 품고 친절한 목소리로 부탁을 했었는데 어째서 뽀삐는 신이 되었고.

고블린은 뽀삐를 모시는 성자가 되었을까?


참으로 모를 일이다.


인생사... 아니 고생사 새옹지마란 이야기를 뼈저리게 느끼며 오크의 뒤를 따랐다.


“여기다.”

“오.”


은은하게 빛나는 구슬로 치장된 아름다운 신전. 신비로우면서도 아득한 느낌에 빨려드는 것만 같다.


아무리 봐도 던전 깊은 곳에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다.


“나. 먼저 들어간다.”


오크는 무슨 짓을 하면 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얼굴로 나를 쏘아봤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어둠을 통해 뽀삐께서 속삭이셨다!”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


“어둠은! 어미 품처럼 깊으면서도 포근한 것이라고!”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세상엔 어둠을 희롱하는 몹쓸 존재가 있다!”


3년이나 흘렀건만 기억에 선명하다.


“어둠의 신! 뽀삐의 품을 피와 살육으로 덧칠하는 존재가!”


그는 처음으로 만났던 말하는 몬스터였으니까.


“마왕.”


그 순간 신전의 분위기가 깊게 가라앉았다. 폭풍전야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에-


“우리는! 싸워야만 한다!”


기억 속 목소리가 울부짖는다.


싸운다!

싸운다!

싸운다!


수많은 몬스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전해야만 한다!”


전한다!

전한다!

전한다!


“지상의 무지몽매한 것들......”


작은 몸에 하늘을 찌르는 기백을 품은 고블린의 동공이 확대된다.


고블린.


비륵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군.”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선언했다.


“담화는 이것으로 종료하겠다! 위대한 어둠! 뽀삐께 영광을!”


위대한 어둠! 뽀삐께 영광을!


무지하게 진지한 장면인데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나는 얼굴 근육을 최대한 경직시킨 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히, 히끅.”


나를 안내한 오크는 내 얼굴을 보더니 그 자리에서 굳었다. 하반신이 축축해지는 것을 보니 오줌을 지린 모양이다.


시팍, 뽀삐...... 크훕.


위험했다.

터질뻔했어.


만약 내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울그락 푸르락 해진 채 터질 듯이 번쩍이고 있겠지.


“자네도 돌아가게.”

“비륵. 나.”

“괜찮네. 나는 이 인간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알겠다.”


오크는 이쪽을 돌아본 채 천천히 걸었다.

그가 문을 나서는 걸 끝으로 문이 닫힌다.


그리고, 신전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조용한 신전에서 나와 비륵은 서로 마주 보았다.


오랜만에 본 고블린 비륵은 나를 보며 경건한 미소를 짓더니.


“죄송합니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무릎을 꿇었다.


“보, 뽀, 뽀, 뽀삐는 아짐 몬 차잤슴다!”


아까의 기백은 어디로 갔을까?


내 앞에 무릎 꿇은 찐따 고블린 한 마리.


하지만, 나는 그것 따윈 전혀 신경 쓸 수 없었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너. 나 알아보냐?”

“예, 예? 무슨 뜻입니까?”


멍청한 표정으로 되묻는 비륵.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 누구냐?”

“그, 그게... 용사님 아니십!”


그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아, 아니! 당신은 분명 죽었을 텐데!”


이제 와서 놀라는 모습을 보니 할 말도 안 나온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지?


“알아보네.”


나는 능력을 살펴봤다.



[완벽한 변장(D)]


변장 시 어지간하면 누구도 못 알아본다.


능력등급 D



뭔가. 애매한 설명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이 능력에는 손색이 없었다.


능력을 통해 변장하기만 하면 내가 뭘 해도 알아보질 못하더라.


말투, 습관, 행동이고 뭐고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평소랑 똑같이 행동하더라도 아무도 몰라볼 테니까.


그랬기에 더 놀랍다.


“그, 그게......”


이 새끼는 내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봤으니까.


“말해.”

“저도 처음엔 몰라봤습니다!”

“그래서.”

“근데 알 것 같았습니다.”

“뭐?”


이건 뭔 개소리야?


“그게... 뽀삐께서.”

“뽀삐?”

“예... 뽀삐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씹어뱉듯 말하는 비륵. 그가 한 말의 내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뽀삐 신. 니가 지어낸 거 아녔냐?”

“그, 그게... 처음엔 그랬었는데......”

“그랬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갑자기 비륵의 표정이 돌변했다.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뽀삐가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나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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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잔혹동화 +1 21.01.24 297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4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09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2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4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2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8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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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내분 20.12.29 4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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