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29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02 18:00
조회
366
추천
4
글자
12쪽

뒷수습

DUMMY

“루시우스.”

“어, 어? 큼큼! 왜?”

“레시아 못 봤어?”


그의 표정이 멍해진다.

역시 모르는 것인가?


“레시아. 여기, 없는 거야?”

“그래.”


테르치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는 슐리아가 잡혀갔는데, 이번에는 레시아가 실종되었다.


한 명 한 명 줄어드는 동료들. 이대로 가다가 자신까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 그렇게 두지 않겠어.’


테르치아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너도 일어났으니까. 이제 출발해야겠네.”


부상을 입고, 동료를 잃었다고, 이렇게 가라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테르치아는 몸을 일으키는 루시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이번에는 졌지만, 그래도 수확은 있었어. 다음 마을에 도착하면 알려줄게.”

“으윽, 알았어.”


펄럭.


천막을 나서자 미리엘이 다가왔다.


“레시아는?”

“모른대.”


한쪽에서는 도르무와 듀릭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짐이 많이 가벼워졌군.”

“하아... 내 재료들......”


듀릭의 말에 테르치아는 처연한 표정으로 절벽 위를 바라봤다. 그녀가 구한 재료들은 전부 저곳에 있다.


하지만, 가지러 갈 수가 없다.


그에 피눈물이 흐를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저곳에 군단장이 아직 있다면 이번에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기에.


“으... 아직도 몸이 쑤셔.”

“...한참을 싸웠으니 당연하지.”


루시우스는 밤새도록 절벽 위에서 사투를 벌였다. 몸이 쑤신 것은 당연한 일.


마음 같아선 조금 쉬게 두고 싶었으나.


“빨리 가야 돼. 언제 그가 올지 몰라.”


군단장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은 그들로 하여금 여유로운 휴식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채비를 마친 용사 일행은 길을 나섰다. 그들이 경계하던 군단장 알버트는 아직까지도 고치 속에 있었다.


*


알버트를 피해 이동하는 용사 일행.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의 피해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파일렛. 검은 용 군단과의 전쟁터 후방에 위치한 작은 도시. 현재 후퇴한 저항군이 새로 자리한 본거지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루시우스와 달리. 도시에 도착한 테르치아는 위화감을 느꼈다. 도시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술을 반값! 반값에 드리겠습니다!”


호탕하게 웃으며 술통을 바닥에 내려놓는 남자.


“안주는 여기 있소. 나도 오늘은 반값만 받지.”


요리사 앞에 멧돼지를 내려놓는 사냥꾼.

길거리에서 흥청망청 술을 들이키는 용병들까지. 도시는 아주 축제분위기였다.


“분위기 좋기만 하구만......”


생각없는 루시우스의 말에 테르치아는 표정을 구기며 그를 쳐다봤다.


저항군이 마왕군에게 밀려 후퇴한 것이 어제다. 그런 심각한 상황에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말이 되는가?


혼란스러움에 이마를 부여잡고 있던 테르치아는 그들의 옆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물어보았다.


“아, 소식을 듣지 못하셨나 보군요.”


그는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제 저항군이 도시에 들이닥쳤을 때만 해도 도시 분위기는 우중충했었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요. 저희도 어제 이곳에 왔었거든요.”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어제는 모두가 짐을 싸느라 난리였습니다. 피난 준비였죠. 당장이라도 마왕군이 밀려올 것만 같았거든요.”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건가요?”


남자는 끌끌 웃으며 술을 한번 들이켜더니 풀린 얼굴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때! 그가 나타났습니다!”

“...그라뇨?”

“용사님! 강한성 용사님이 나타나! 홀로 마왕군을 쓸어버리셨습니다!”


테르치아의 혼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건가?


우리가 뭣 빠지게 고생해가며 군단장 하나를 몰아세우는 동안 누구는 홀로 군대를 날려버렸다고?


이걸 믿어야 하는 것인가......


“자, 잠깐! 그럴 리가 없어! 혼자서 군대를 물리친다니!?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

“...지금 용사님을 모욕하는 겁니까?”


루시우스가 강변했으나 돌아온 것은 싸늘한 시선이었다.


시민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아니, 이 사람은 그냥 시민이 아니었다. 보통 시민이 눈에 마력을 담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에 테르치아는 루시우스를 향해 사과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웬일인지 루시우스는 알아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안심한 그녀는 머릿속의 혼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건 모욕이 아니라 현실을......”

“나를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다!”


이쪽의 멍청한 용사님께서 불붙은 남자에게 기름을 붓기 전까지는.


“나는 내 가족 하나 챙기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일 뿐이니까.”


루시우스의 현실 드립에 시민인척하던 용병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건 참을 수 없다!”

“...이리와.”

“나, 나도......”

“넌 오지 마.”


네 똥은 네가 치워야지.


처연한 표정을 짓는 용사를 뒤로한 채.

테르치아는 주위의 동료들을 데리고, 어느새 주위를 감싼 인파에 파고들었다.


“나와 내 가족들을 구해주신!”


인파에 파고든 테르치아는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정보가 필요했다.


“무슨 일이래? 이 좋은 날에.”

“글쎄. 나도 방금 와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용사님을 욕했다나 봐.”

“아니... 하. 사람들도 참 염치가 없어 우릴 구해주신 분을 왜 욕하고 그러는 거야?”

“믿을 수 없었다나 봐. 하긴, 그럴만해 나도 그걸 보기 전까진 못 믿었으니까.”


그걸?


“...못 봤데? 그럼 그거 보여주면 되는 거 아냐?”

“저 인간 성격에 그런 걸 생각하겠냐?”

“그건 그렇네.”


“필생의 은인이신 용사님을 모독하다니!”


성난 남자에게 붙잡혀 구경거리가 된 또 다른 용사 루시우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주위를 둘러볼 뿐이었다. 자신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기 위하여.


“도르무.”

“알았다.”


루시우스를 돕기 위해 인파를 헤치는 도르무의 모습을 뒤로한 테르치아는 나머지 일행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중앙에 있는 성을 향해.


저곳에 가면 ‘그것’이 뭔지 알 수 있겠지.


*


찌직......

투두둑.


해가 내리쬐는 절벽에 울려 퍼지는 섬뜩한 소리. 그 소름 끼치는 소리의 중심에 있는 새빨갛게 빛나는 고치.


군단장 알버트의 고치가 요동치고 있었다.


푸슉!


한참을 요동치던 고치에서 사람의 팔이 튀어나왔다.

아니, 이것을 사람의 팔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핏빛으로 일렁이는 팔은 고체라기보단 액체처럼 보인다.


밖으로 나온 팔을 허공을 몇 번 휘젓더니 갇혀있는 고치를 잡아당겨 머리를 꺼냈다.


“푸하!”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고치에서 빠져나온 알버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해.


“반나절...... 크읍!”


시각을 인지하는 순간 엄습한 갑작스러운 두통에 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와 함께 그가 잠들기 전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었나보군......’


불안정한 정신.

몸과 마음을 휘도는 마왕의 마력과, 나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현실에 좌절한 나머지.


그.


알버트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휘말려 이성을 잃어버렸던 모양이다.


그리고, 알버트는 느낄 수 있었다.


몸속을 휘도는 압도적인 마력을!

정신을 찢고 괴롭히기만 하던 마왕의 마력이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광경을!


“이건 대체......”


알버트는 경악했다.


그는 마왕으로부터 힘을 받았으나,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신.


마왕의 마력을 활용하면 할수록 그의 정신은 마모되었고, 그렇게 닳아 없어진 틈을 통해 내면의 광기가 흘러나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운명의 망령.


왕이 되겠다는 알버트의 꿈에서 탄생한 끔찍한 망령이었다.


“망령이... 죽었어.”


언제나 깊은 곳에서 그를 바라보던 놈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숨어있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알버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망령은 분명히 사라졌다.


용사에 대한 공포 속에서 탄생한 광기에 짓눌려 사그라들었다.


알버트는 손등을 향해 마력을 집중했다.


즈으으......


그의 뜻에 따라 손등에 형성되는 마력의 칼날. 이건... 클로가 없었을 때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크흐흐......”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냐?

알버트는 이제부터 마왕의 마력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실로 엄청난 변화다.


평소의 알버트는 그의 무술을 주력으로 사용했으며 마왕의 마력은 최소한으로만 사용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했다.


호랑이 수인이었던 알버트의 스승으로부터 사사받은 전투기술은 실로 엄청났으니까.


헌데, 운명의 망령에게 먹혔을 때는 어땠는가?


‘생각 없이 마력만 휘두르는 머저리가 되었었지.’


물론 마왕의 마력인지라 강력하긴 엄청났으나 그의 무공을 생각한다면 어마어마한 패널티였다. 오죽했으면 브루스에게 약해졌다는 소리를 들었으랴.


“이젠 다르다.”


알버트의 마력이 기괴한 형상으로 비틀리더니 수십 개의 촉수로 나뉘어 그를 감쌌다.


“절세의 무공!”


콰콰콰콰!!


알버트가 휘두른 클로가 빛을 발하자 수십의 나무가 쓰러진다.


“마왕의 마력!!”


쓰러지던 나무들이 이질적으로 비틀리더니 사방으로 촉수를 폭사해 주변을 감염시킨다.


“이 두 가지가 모인 이상!!”


핏빛 고깃덩어리가 스물스물 이동하며 모든 것을 오염시킨다. 그것에서 도망치던 사슴 한 마리가 촉수에 휘감기더니 괴물로 변이해 괴성을 내지른다.


“나는 무적이다.”


살벌한 목소리로 선언하는 알버트.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알버트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과거 그의 외모를 빛내주던 새하얀 살결은 이제 없었다. 오직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끔찍한 피부만이 남아있을 뿐.


과거 여심을 녹이던 부드러운 목소리도 이제 없다. 대신 듣는이를 소름 끼치게 할 지옥의 귀곡성 같은 목소리만이 남아있을 뿐.


엄청난 카리스마로 부하들을 지도하던 알버트는 이제 없다. 이곳에 존재하는 건......


촉수로 전신을 휘감은 빨간 괴인.


그것이 지금의 알버트였다.


-크흐흐하하하......


루시우스가 분투하던 절벽 위에서 끔찍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 크흐흐... 첫 번째 희생양이 기어 들어오는구나......


알버트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죽이진 않으마......


그가 각성하고 처음으로 만나는 인간.

죽이는 대신 그의 새로운 힘을 쓸 것이다. 그는 각성한 알버트의 영광스러운 첫 번째 부하로 재탄생되리라.


-찾았다!


촉수를 가진 알버트의 기동력은 가공할만했다. 숲의 중앙에서 끝까지 도달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얌전히 나의 양식이 되어라!!


알버트는 클로를 뽑아들고 덤벼들었다.

불쌍한 희생양은 그 자리에 굳은 채 오도가도 못 하고 있었다.


푸화악!!


아, 이 감각.


중독될 것만 같군......


전신을 감싸는 따스한 피에 알버트는 눈을 감았다. 손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따스한 감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난리를 친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쾌감에 알버트는 그 자리에서 몸부림을 쳤다.


허리 아래로부터 느껴지는 통증!


심장이 으깨지는 듯한 아픔!


머리가 터질듯한 감각까지!


이 모든게 그의 기분을 좋......


-...어?


왜 내가 날고 있지?


*


날아가는 빨간 괴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아가는 빨간 괴물을 바라보았다.


“이 새낀 뭐야?”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구토 유발하게 생긴 끔찍한 새끼가 상판을 들이미는 것일까?


나는 입술을 질겅여 짜증을 억누르며 카르투스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4 잉크 +1 21.01.31 255 4 13쪽
93 레이닉스 경비대 21.01.30 276 3 13쪽
92 요정마을 21.01.29 273 4 12쪽
91 요정 +1 21.01.28 271 3 13쪽
90 잔혹동화 - 3 +1 21.01.27 280 4 13쪽
89 잔혹동화 - 2 +2 21.01.26 286 4 12쪽
88 잔혹동화 +1 21.01.24 297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3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4 3 12쪽
85 뽀삐 21.01.21 308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3 4 11쪽
83 부활 +1 21.01.19 309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2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8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5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0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2 4 12쪽
77 불화 21.01.12 320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4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7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2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8 4 12쪽
»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3 5 12쪽
66 내분 - 2 20.12.30 407 4 12쪽
65 내분 20.12.29 428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