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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53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1.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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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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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뽀삐

DUMMY

“뭐가 속삭여?”

“...뽀삐께서.”

“아니, 뽀삐가 뭔데!?”


뽀삐는 내가 기르는 애완동물 이름이다.

뽀삐는 매일 던전에서 레미르랑 뛰놀고 있는 평범한 개냥이란 말이다.


그런데 뭐가 어쨌다고?

어둠 속에서 속삭여?

걔가 무슨 아몬...... 크흠.


“진짜란 말입니다! 저도 놀랐다구요!”

“......”


나는 멍해진 얼굴이 되어 속사포처럼 쏟아져나오는 비륵의 목소리에 파묻혔다.


“그날은 언제나처럼 신자들과 담화하던 중이었습니다.”


비륵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의문을 느꼈던 비륵은 신자들을 둘러보았고. 충격에 빠졌다.


“신자들이 멈춰있더군요.”


열광하는 그대로 멈춰선 신자. 비륵의 귀에 들리던 환호는 이명이 되어 사라져갔고, 신전은 적막함으로 감싸이게 되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굳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그를 짙은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 내 귀에 목소리가 들렸죠.”


아니, 그것이 목소리가 맞을까?


비륵은 알지 못했다.


*


아이야.

나를 섬기는 나의 첫 번째 종아.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 것이냐.


“누, 누구십니까?”


내가 누구인가.

그것이 중요하더냐.


“그, 그게......”


너에게는 중요하겠구나.

나는 네가 끝없이 부르짖던 이란다.


“뽀, 뽀삐......”


너희는 나를 그런 이름으로 불렀지.


“정말로... 뽀삐십니까?”


목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긍정이라고 느낀 비륵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두렵습니다.”


용사가 두렵다.

비륵과 부족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멸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용사가.


“저는, 무섭습니다......”


몬스터들이 무섭다.

비륵의 거짓말이 탄로 나는 순간 대족장을 주축으로 한 몬스터들이 몰려와 그와 부족민들의 사지를 찢어버릴지도 모르기에.


“저는......”


비륵은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매일 밤 꿈을 꾼다.


그가 나타나는 꿈을.

용사가 모두를 죽이는 꿈을.


“저는......”


매일 아침 보는 대족장.


비륵은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대족장의 의심 가득한 시선을.


비륵의 눈이 커진 때는 그때였다.


“뽀, 뽀삐?”


패닉에 빠졌기에 깨닫는 것이 느렸지만, 비륵은 느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뽀삐를 찾았다.


그를 감싼 어둠에서 그를 느낄 수 있다.


뽀삐를 영접했다.


가짜였다고 생각한 어둠의 신을 영접했단 말이다. 이제 대족장의 의심은 한낱 허울에 불과해졌다.


이제야 깨달았구나.


“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아!!”


몸을 휘감는 어둠이 느껴진다.


어둠은 지극히 포근해서 당장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또한, 그 속에 담긴 힘은 비륵으로서 감히 측정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했다.


[나와 영원히 함께할 테니]


그것을 끝으로 비륵은 태어났다.


거짓으로 점철된 가짜 선각자에서 처음으로 신과 영접한, 진정한 선각자로 거듭난 것이다.


크아아!!

선각자 비륵!!

선각자!!


몬스터의 환호성이 돌아왔다.


선각자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몸에서부터 짙은 어둠이 흘러나온다.


푸화아아!!!


그의 주위를 맴돌던 어둠이 사방으로 폭사되어 환호하는 몬스터들을 감싸 안았다.


선각자.


비륵은 경건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감싸인 몬스터의 표정은 평온했다.


*


“그렇게 된 것입니다.”

“......”


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또 사고 쳤다.’


이번엔 역대급 사고다.


“난 그저 뽀삐를 찾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고블린을 협박하고, 깔끔하게 잊어버렸다. 뽀삐도 찾았으니 나로선 나쁠 것도 없었지.


근데, 그것이 커지고 커지더니 이제는 수습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비대해졌다.


어둠의 신 뽀삐라는 이상한 신이 이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자네... 또 무슨 짓을 한겐가......

“나도 몰라......”


뽀삐 교단의 교세는 현재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몬스터에서부터 시작된 세력은 던전 탐험가를 타고 프로이슨을 넘어 사방으로 뻗쳐가고 있단 말이다.


그들을 이용한다는 나의 계획은 아무 생각 없이 짠 계획이 결코 아니었다.


사이비 종교에 물든 광신도라면 내 계획에 거리낌 없이 협조할지도 모르니까.


문제는 뽀삐교는 사이비가 아니었다는 것.


“아! 방금 뽀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뭐.”


나는 영창 가는 군인의 마음으로 비륵을 돌아보았다.


“용사님께 협력하라 하시는군요.”

“...왜?”

“그건 저도 잘......”


어둠의 신이라는 작자가 왜 날 도우라는 걸까? 살짝 의문이 들긴 했으나. 그래도 마음은 좀 풀리는 기분이다.


“그러니 최대한 협조하-”

“잠깐.”


나는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새끼 또 왔네.’


3년만의 던전 입성인데 환영해주진 못할망정 죽어라고 달려드는 돼지 새끼가 있다.


“크라라락!!”

콰아앙!


“아! 수호자! 뭐 하는 짓인가! 멀쩡한 문을 왜 부숴!!”


부숴진 문 사이로 시뻘개진 얼굴이 나타났다. 바위트롤 3년 전 나에게 크게 데였던 불사의 문지기다.


“키르르라학!!”


게거품을 문 바위트롤이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상당한 수련을 쌓았는지 그의 손동작은 절제되어 있었다. 분노에 사로잡혀있음에도.


트롤의 마력이 물결치며 허공에 수십 개의 권영을 드리운다.


놀랍게도 그것들이 노리는 곳은 하나같이 내 급소. 하지만, 나는 코웃음 쳤다.


“되겠냐.”

파아아앙!

“끄리야아-”

꽈아앙!!

“악! 내 신전이!!”


손짓 한 번에 발출된 폭풍은 권영과 함께 바위트롤을 날려버렸고, 뒤에 있던 벽까지 박살 내며 동굴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쿠구구구......


그 방향에서 들리는 은은한 굉음이 폭풍의 존재를 알릴 뿐이었다.


“더... 강해졌......”


그러다 숨넘어가겠다.


“그럼 강해졌지, 약해졌겠냐?”

“하, 하지만,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긴 했지.”


나는 자조적으로 목 뒤를 만졌다.


“그래도 약해지진 않았어.”


죽음으로 인한 퇴보 따위는 내게 통용되지 않는다. 마왕에게 통용되지 않듯이.


“그럼 마무리해 볼까.”

“...뭘 말입니까?”


뚫린 벽을 향해 걸으며 말했다.


“바위트롤.”


이대로 두면 또 부활해서 덤벼들 것이다.


그러니 당장 부활하지 못하도록 찢어다가 던전 곳곳에 던져둘 것이다.


“아! 잠깐 기다리십쇼! 수호자는 우리 편입니다!”

“응?”


이건 또 뭔 소리람?


“그는 1년 전 우리 뽀삐 교단에 입단했습니다.”

“...쟤가?”

“그렇습니다. 현재는 교단의 수호자로서 침입자를 구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 내.


나 없는 동안 별일이 다 있었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지만, 이건 무슨 산이 바다로 바뀐 느낌이다.


“야. 내 계획 돕겠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럼 설명-”

“설명은 괜찮습니다.”


설명을 안 들으면 뭘 돕겠다는......


“용사 루시우스의 발목을 잡는 일은 저희에게 맡겨 주십쇼.”


...뭐?


입이 절로 벌어진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안 거냐?


“후후. 뽀삐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좀 이상하긴 해도 신은 신인가?


“그럼 도시 밖으로 안내해줄까?”

“그것도 괜찮습니다.”


뽀삐 신에게 은신과 관련된 권능이 있기라도 한 것인가? 그래도 좀 걱정된다.


“거기까지 좀 멀 텐데.”


여긴 던전 지하 5층이다.


프로이슨을 떠나려면 다섯 층을 거치고 사람들이 가득한 도심지를 빠져나가야 한단 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탐험가.


높은 전투력을 보유한 그들은 몬스터가 빠져나가는 걸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은신해서 지나치거나 모두 무찌르고 지나가야 할 텐데.

아, 가장 좋은 방법이 있네.


“혹시 공간이동이라도 가능하냐?”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건 내가 줄곧 써먹고 있는 방법이니까.


“크흠. 지상에 교단의 거점이 몇 개 있습니다. 교단에 입단한 탐험가들을 통해 지었죠.”


신성한 검은 마력이 비륵의 몸을 감쌌다.


“그거면 됩니다. 뽀삐께서 주신 이 힘이라면 그곳과 연결된 게이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


살짝 못미덥지만, 할 수 있다는데 계속 달라붙어 있을 순 없다.


내가 해야할 일도 있고 말이지.


“그럼 용사는 네게 맡긴다.”


나는 점멸로 그 장소를 벗어났다.


순식간에 바뀌는 풍경.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방금까지 어두침침한 던전에 있었더니 햇빛이 밝게 느껴진다.


“...엄청 늘었네.”


프로이슨과 멀리 떨어진 작은 숲속.

던전 5층에서 점멸로 이동한 장소다.


나는 분신이 숨어있는 자리를 흘겨보고는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마왕령.


누구도 거기서 튀어나오게 둘 순 없다.


내가 부활하기 전까지.


그의 걸음은 뜀박질이 되었고 뜀박질은 활공이 되었다. 날 듯이 이동하는 한성의 모습은 한 줄기의 바람과도 같았다.


*


바람 속에 실린 마력을 주먹으로 파쇄하고, 마력을 분사해 응전했다.


쿠과과광!!


손끝에서부터 터져나간 수십 개의 금빛 마력의 구체가 거대한 오크의 전신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넌 뭐냐.”


그의 물음에도 오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직 무기를 고쳐들 뿐.


“언데드 같지는 않은데.”


만일 언데드였다면 파마의 힘이 담긴 그의 마력을 버텨내지 못했으리라.


“왜 나를 가로막는 거지.”


그래서 그.

김호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산자를 증오하는 언데드.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몬스터에게 있어서도 적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몇몇 몬스터 부족은 그와 해방군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호수는 주먹을 그러쥐고 오크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래, 알아들을 리가......”

“신께서 너를 막으라 하셨다.”

“...말을 했어?”


김호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간의 말을 하는 몬스터는 상당히 희귀했기 때문이었다.


“인간과 말이 통할 정도로 똑똑한 놈이.”


그래서 화가 났다.


“왜 언데드를 감싸느냔 말이다......”


짓씹은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이는 어둠의 신 뽀삐의 뜻.”

“뽀삐?”


또 뽀삐인가.


김호수는 침을 삼켰다.


얼마 전부터 나타난 사교 집단 어둠의 신 뽀삐 교단. 그들은 마왕군과 해방군 사이를 전전하며 싸움을 가로막고 있었다.


“돌아가라.”


오크의 몸에서 웅혼한 마력이 흘러나온다.


어두우면서도 따스한 그 기운은 실로 거대해 김호수의 마음에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후우.”


김호수는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누구냐.”


김호수의 물음에 오크는 눈을 반개했다.


“나는 푸른 늑대 부족의 대족장.”


어둠의 마력이 오크의 전신을 감싼다.


“그저 대족장이라고 불리는 자다.”


전신을 감싼 마력은 터질 듯이 부풀어 갑옷이 되었고, 남은 마력은 갑옷을 타고 올라 투구에 푸른 갈기를 형성했다.


“돌아가지 않을 거면 오라.”


투구 안쪽에서 시퍼런 안광이 폭사 된다.


“친히 돌려보내 줄 테니......”


김호수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날의 하늘도 이렇게 맑았었지.’


마왕이 나타났던 날.

마왕과 한성이 공멸했던 날.

김호수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그 날.


“참으로 더럽게 맑았었어.”


뇌까리는 김호수의 어깨에 서광이 서렸다.


파지직!


왼손에 금빛 전격이 타오르고 마력의 구체를 형성했다.


겨우 손바닥만 한 크기의 마력구.


하지만, 번개가 담긴 마력 덩어리가 내포한 힘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너야말로 물러서라.”


나는 너를 지나쳐.


“죽고 싶지 않으면.”


군단장을 죽일 것이다.


김호수와 대족장의 눈이 마주쳤다.


곧이어 둘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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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잔혹동화 +1 21.01.24 298 3 12쪽
87 마왕군 +1 21.01.23 304 3 12쪽
86 현상유지 21.01.22 305 3 12쪽
» 뽀삐 21.01.21 309 2 12쪽
84 어둠의 신 21.01.20 304 4 11쪽
83 부활 +1 21.01.19 310 4 12쪽
82 사투가 끝나고 +1 21.01.17 303 4 12쪽
81 고전 - 2 +1 21.01.16 319 4 13쪽
80 고전 +1 21.01.15 316 4 12쪽
79 마왕 +1 21.01.14 311 4 12쪽
78 불화 - 2 21.01.13 323 4 12쪽
77 불화 21.01.12 321 4 13쪽
76 오해 21.01.10 333 3 12쪽
75 지옥탕 21.01.09 345 4 13쪽
74 계획 +1 21.01.08 338 5 12쪽
73 로레이드와의 만남 +1 21.01.07 353 5 13쪽
72 기사 21.01.06 343 5 13쪽
71 유령의 꿈 21.01.05 369 4 13쪽
70 한성, 또 사고 치다. 21.01.03 379 4 12쪽
69 뒷수습 21.01.02 367 4 12쪽
68 혈투의 끝 21.01.01 368 4 13쪽
67 혈투 20.12.31 38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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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내분 20.12.29 42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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