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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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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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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47
추천수 :
223
글자수 :
549,536

작성
21.1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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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안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제안을 받고나서 4일이 지났다.


부청장, 크라데이번이라고 했나. 신대륙으로 모험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그리고 난 당장 결정을 하는 것 보단 보류하는 쪽으로 미루었다. 정확히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고 사전에 조사를 하고 싶었다. 정보를 알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는 점은 그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이 기다리고 있는 곳은 60번째 마을 그라니안.’


아직 신대륙의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 스승님이 있는 그곳은 인류가 개척하고 있는 미지의 세계이며 최전선에 해당한다. 현재 63번째 마을을 개척중이라고 하니 60층은 거의 최전선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녀석 또한 그랬었지.


-너 다녀왔었구나? 나처럼.

-당연하지. 인간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곳은 우리 같은 수준은 지천에 널렸거든.

-그럼 그 움직임은 어디에서 배웠지?


녀석에게 알아낼 수 있었던 정보는 세 가지.


첫째로 신대륙과 이곳은 자유롭게 왕복이 가능하다는 점, 둘째는 강자들이 즐비하다는 점, 세 번째는 경공이나 보법을 알고 있다는 점.


‘이쯤 되려나.’


우선 수집된 정보는 여기까지다. 이것을 토대로 신대륙이 대충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으나 아직은 모자란 감이 있다. 또한 그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필요하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떠한 정보도 없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정보를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


‘아. 그러고 보니 걱정하고 계시겠네.’


단장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 * *


어두컴컴한 지하의 석실엔 한 구의 시체가 누워있었다.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곳곳에 그을리거나 심각한 화상을 입은 시체였다.


끼이이익 덜컹!


사방이 막혀있는 석실에서 유일한 철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곳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석실 벽면에 달려있는 마법등불에서 일렁이는 빛으로 인해 사람들의 그림자들이 벽면에 가득 새겨졌다. 대충 그 숫자를 확인하니 다섯 명 정도다.


“시작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그중 마법사로 보이는 한명, 푸른 로브와 큰 지팡이를 들고 있던 중년의 마법사가 시체의 복부를 향해 손을 올렸고 그곳에서부터 푸른빛의 마법진이 주위를 확장시키며 떠올랐다.


“오오오오...”


둥그런 원형의 마법진에 기형학적인 문양 새겨져 있었고 공중에 떠오른 진은 천천히 시계방향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탄성을 흘리는 마법사를 시작으로 예의주시하게 바라보고 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마침내 다른 문양을 보게 되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그것인가...”


시체의 복부에서 초록빛으로 이루어진 문신이 들어났다. 동그란 원을 파이처럼 여섯 조각으로 나누었을 때 한 조각처럼 보이는 데, 그 조각의 내부는 퍼즐의 단면처럼 모두 모와야 알 수 있는 그림과 함께 고대의 언어인지 신화속의 언어인지 모를 문장이 새겨져있었다.


“추출해 주시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들 중 가운데 있던 사람이 가장 높은 신분이었을까. 마법사에게 무언 갈 원했고, 마법사는 그의 말에 공손히 답하였다. 그 후 마법사의 왼손은 푸른 마법진을 유지한 채 지팡이를 쥐고 있던 오른손은 공중으로 들어 올려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실행하였다.


존재의 추출(Extraccion de la existencia)


그러자 들어 올려진 지팡이에선 보기에도 위협적인 전류가 흘러나와 마법진을 유지하고 있던 왼쪽 손등으로 이어진다. 전류를 받은 마법진은 더욱 좁아지며 이제는 직경 30cm 정도의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지만 더욱 강한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으으윽.”


석실 내부는 전류의 빛과 마법진의 빛으로 환해지고 마법의 기운으로 인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마법 등불이 위태롭게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며 모든 이들의 머리와 수염, 그리고 옷들이 펄럭거렸다. 하지만 마법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 정신을 집중해서 의식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뿌드득.


복부가 들어 올려질 만큼 허리가 꺾여있던 시체가 마침내 다시 드러누웠다. 기괴했던 방금 전 상황과 다르게 공중에선 특수한 광물로 이루어진 조각이 마법진의 바로 아래에 둥둥 떠있었다.


“후우~ 다 되었습니다.”

“오오오!! 수고 많았소.”


마법사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공손히 파편을 넘겼다. 그러자 파편을 건네받는 이는 미소를 지어내며 황홀한 표정을 지어낸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 힘이다. 눈동자에는 탐욕이라는 욕망이 일렁거리며 징그럽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의 손에 있는 건.


성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의 오만의 파편(Fragments of Oman)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가치. 바로 존재의 힘, 혹은 세계의 비밀이라고 불리는 힘이다.


“어, 어서 상자를 주게.”

“여기 있습니다.”


뒤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작은 함을 공손히 건넸고 파편을 잡고 있던 자는 상자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파편은 자체적으로도 빛을 내는지 은은한 빛을 주위에 뿌리고 있었는데 사람을 매료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말 고맙네. 탑주님께는 내가 잘 말씀 드리겠네.”


악수를 건네는 높은 자와 그 손을 공손히 잡는 마법사, 그 중 높은 자의 손에는 푸른 보석이 세공 된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돌아가세.”


끼이이익 쿵!


그렇게 석실에는 처음과 같이 한 구의 시체만 남게 되었다.


* * *


깜깜한 저녁, 이 시간이면 풀벌레 소리가 울리는 제롬의 검투장이 오늘만큼은 시끄러웠다. 그건 바로 며칠 전 용병으로 의뢰를 떠난 리안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제롬은 거기에 대해 별말하지 않았다. 바로 전날 아도리스에게 대충 들었고 어쩔 수 없는 상황 이였으므로 간섭이나 추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껏 무얼 했는지가 궁금했다. 부상을 입은 리안이 치안청까지 옮겨지고 호크미온 용병대는 쫓겨나듯이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까지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이후의 일이 궁금했다.


“그러니까.. 그게...”


리안은 사실대로 부청장에게 직접적인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놓았고 제롬은 담담히 그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흠. 리안의 가치를 알아본 자가 생겨버렸군. 이거 곤란한데... 부청장이면 크라데이번 백작 아닌가...’


이미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선에 놓이게 되었다. 이럴 땐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보다 더 높은 신분을 이용하여 찍어 누르는 길.


‘어찌 보면 잘 되었군. 안 그래도 이야길 꺼내려 했는데 말이야.’


제롬은 자신이 서부에 대해 아는 걸 이야기 해주기보다는 한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바로.


“나보단 그 분께서 많이 아시지. 어때 생각있는가?”

“음...”

“잘 생각해 보게. 후작일세. 자네는 신대륙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제가 아직 이게 좋을지 저게 좋을지 솔직히 분간이 잘 안가는데... 그래도 단장님께서 추천해 주셨는데 만나는 봐야겠죠?”

“다 자네를 위해서 해주는 말일세. 특히 크라데이번 백작님은 솔직히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분이야.”


‘확실히...’


부청장, 크라데이번 백작은 솔직히 종잡을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뭐랄까. 사람에게 어렵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단장과 같은 거상들을 이끄는 마리오체 후작이라는 사람도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거라고 짐작이 든다.


‘어쩌지...’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해야 가장 이익으로 다가올까. 우선 만나는 봐야 하니 나중에 생각하자.


“좋아요. 언제 보면 되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있지.”

“그런데 그건 좀 곤란할 것 같네요.”

“왜 그러는가?”

“그게 말이죠.”


뚜벅뚜벅


리안은 제롬의 말에 대답하기 전 문으로 걸어갔고 그대로 열었다.


끼이익.


앗!


“이분 때문이죠.”

“아아...”


루시, 바로 그녀였다. 오랜만에 보니 더욱 반가운 건 사실이다. 곧장 제롬의 집무실로 올라왔으니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건넬 겨를이 없었고 이야기를 끝내고 난 후 모두를 만나려고 하였다.


물론 가장 먼저 볼 사람은 루시였다. 하지만 루시는 참지 못하고 올라왔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니 기다리다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엿들었나 보다. 하지만 그녀의 기운이 가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했었고 마침 제롬의 성급함을 잠시 식히고자 엿듣고 있던 루시를 보여줌으로서 답변을 하게 되었다.


“크흠. 그럼 언제가 가장 좋을 것 같은가?”

“내일 가요. 오늘은 모두와 인사하고 루시랑 같이 있고 싶네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잘 모르는군. 그리 하게나.”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그러게.”


루시는 자신이 방해가 된 것 같아서 황급히 리안을 멈춰 새우려 했지만.


“나 때문에 이렇게 할 필욘.”

“아! 괜찮아. 괜찮아.”


끼이이..


루시를 데려나가려는 리안은 문을 닫다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젊으니까 이런 것도 하는 거죠. 하하하. 가볼게요.”

“...”


오늘따라 첫사랑이 보고 싶은 제롬이었다.


* * *


“이렇게 나가도 괜찮아?”

“괜찮아. 오늘 같은 날 쉬는 거지.”

“오늘 같은 날이 뭔데?”

“오랜만에 우리가 본 날이지.”

“안본 사이에 조금 대담해졌네. 리안?”

“내가 이번에 느낀 게 많아서 그래.”

“뭐가?”

“그런 게 있다.”

“멋있는 척 하지 말고 말해봐. 뭐야.”


그렇다. 우리 둘은 어느새 이렇게 친해져있었다.


‘죽으면 아무런 소용없다는 거. 인생 즐겨야지.’


정말 포기했었다. 녀석이 달려오는 그 순간 아무런 힘도 없었으니.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나중에 호크미온 일행들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죽음을 받아드리고 눈을 감았는데 살아있으니 뭐랄까.


“있을 때 잘해야 된다는 느낌?”

“...”

“목숨.”

“아.. 그래...”

“왜? 뭐 기대했어?”

“아니. 내가 뭘 기대해?”

“에이. 뭘 기대한 것 같은데...아니야?”

“응. 아니야.”


귀엽다. 루시를 이렇게 놀려대니 정말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녀는 귀족이지만 한없이 착하고 밝은 햇살과 같은 사람이다. 결코 더러움에 물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순수한 백합같은 사람. 그래서 그녀가 정말 욕심이 난다. 작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남작의 영애. 신분상으로 이어질 수 없는 그런 존재다.


그런 그녀와 이렇게 나란히 걸으며 장난을 치니 한편으로는 이게 맞는걸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스승님과의 약속만 아니라면 루시와 계속 있고 싶은데. 이제 그럴 수 없다.


‘미안해.’


루시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은 떠나야 한다. 언젠가 여행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게 되는 그날. 그녀를 내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


“저기 루시. 있잖아.”

“응?”


걷다보니 검투장 내에서 가장 인적이 드물지만 꽃이 피어있는 장소로 오게 되었다. 어느새 저녁은 달이 떠있고 그 아래서 찬란하게 빛나는 그녀가 빤히 날 바라본다.


꿀꺽.


아래서 위로 바라보는 눈동자에 깊이 빠져드는 것 같다. 달빛 때문인지 이곳이 아름다워서 그런건지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아니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만든걸까.


“있잖아.”

“응....”


그녀도 알아차렸을까. 새하얀 피부에 붉은 홍조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두운 밤이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달이 워낙 크고 밝았기 때문이다.


“나 곧 있으면 떠나.”

“...”

“그런데 있잖아.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분명 너도 좋은 사람이 생길 수도 있잖아. 난 보다시피 평민이고 넌 귀족이니 아마 더 좋은 분을 만나게 될거야.”

“...”

“하지만 언젠가 돌아와서 그때도 네가 혼자 일 때. 그때 내가 다가갈 수 있을까.”

“리안...”


미안했다. 결코 그녀가 이런 걸 원하지 않겠지만 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해버렸다. 무책임 할 수도 있다. 그녀가 나에 대해서 정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으응.. 잘 다녀와.”


고개가 번쩍 들어 올려졌다. 그녀는 날 응원해 주었다.


‘그래. 이걸로 만족해.’


그리고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날은 달빛이 유난히도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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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가자! 신대륙으로 (1부 종료) +2 21.12.22 119 0 13쪽
101 재판 21.12.22 31 0 12쪽
100 재판 21.12.21 37 0 12쪽
99 정치 21.12.20 32 0 12쪽
98 정치 21.12.17 43 0 12쪽
97 정치 21.12.16 46 0 12쪽
96 일상 21.12.15 52 0 11쪽
95 일상 21.12.14 43 0 12쪽
94 일상 21.12.13 50 1 13쪽
93 분수령 21.12.10 64 0 13쪽
92 분수령 21.12.09 63 0 12쪽
91 분수령 21.12.08 62 0 12쪽
90 분수령 21.12.07 69 0 12쪽
89 개천에서 난 용 21.12.06 74 0 12쪽
88 개천에서 난 용 21.12.03 78 0 12쪽
87 개천에서 난 용 21.12.02 66 0 12쪽
86 개천에서 난 용 21.12.01 70 0 12쪽
85 개천에서 난 용 21.11.30 79 0 11쪽
84 팀에서 적응하기 21.11.29 74 0 12쪽
83 팀에서 적응하기 21.11.26 76 1 12쪽
82 숙련평가 21.11.25 80 1 12쪽
81 숙련평가 21.11.24 73 1 12쪽
80 숙련평가 21.11.23 76 1 11쪽
79 합류 21.11.23 82 1 12쪽
78 합류 21.11.19 93 1 12쪽
77 기초평가 21.11.18 86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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