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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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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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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60
추천수 :
223
글자수 :
549,536

작성
21.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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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개천에서 난 용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찰싹.


방금 전에 있던 대결은 정말 대단하였다. 분명 아버님이 전력을 다 내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절반 이상은 진심으로 보였다. 하이젠을 대표하는 기사로써 아버님의 강함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런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리안이 잠깐이나마 소드마스터인 아버님과 제대로 된 검술을 나누었다. 그가 이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


찰싹, 찰싹.


분명 아버님은 미소를 지었었다. 오랜만에 보는 미소, 평소에 보이는 그런 흔한 미소가 아닌 정말 즐거운 상대를 만나 대결을 하였을 때만 보이는 그런 미소였다.


찰싹.


마지막에 리안도 큰 기술을 사용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분명 아버님은 그 기술을 막아낼 것이지만 대결이 더욱 과열되어 리안이 크게 다칠까 염려되었기 때문에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리안은 기절해서 쓰러져 있었다.


찰싹. 찰싹.


“음...”


그래도 다행이다. 정신이 안 들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가 깨어났다. 아버님의 무지막지한 발차기를 맞고서 죽었을까봐 염려되었지만 다행히 맷집도 훌륭한 편이었다.


“정신이 드니?”

“으...음.”


찰싹.


빠르게 깨어나는 걸 도와주기 위해 뺨을 한번 더 때렸다. 그러길 잠시 후. 드디어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을 뜨는 리안, 그런데 방금 전 정신을 차린 것 치고는 눈빛에 많은 의문을 담고 있었다. 혼란이 아닌 의문을.


“몸은 좀 괜찮아?”

“아...예...그런데 뺨이 조금 얼얼하네요. 가슴 쪽을 차인 것 같았었는데.”

“아니야. 얼굴도 맞았었어.”

“그래요? 음. 아, 네, 뭐.”


주위를 둘러보니 티그리스, 파르도스, 그리고 에스피노까지 걱정이 된 모양인지 옆을 지키고 서 있었다.


“평민이라서 그런지 튼튼하네. 스승님의 발차기를 맞고 잠깐 기절한 것으로 끝이라니.”


파르도스도 이상한 말을 하며 위로를 하였고, 티그리스는 그저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에스피노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리안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도 있었다.


‘로렌 하비에르 후작. 정말 강했어. 아직은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만한 상대는 아니야.’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았다. 분명 남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신대류에는 후작보다 더 강한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분명. 그리고 그때마다 이렇게 질 수 없었다. 다행히 목숨을 빼앗지 않는 선에서의 대결이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살해당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었다. 그의 이야기대로.


‘내 자아라고 했지.’


방금 전 꿈인지 무엇인지 모를 몽롱한 기억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그 녀석은 후작을 가르켜 감히 죽이네 살리네 하는 말까지 하였다.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분명 엄청 강할 것이다. 그가 나 자신이라고 했지만 전혀 다른 느낌.


‘하지만 기운은 같았어. 그럼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건가? 그건 내 잠재력이라고 해야 옮은 걸까. 하...모르겠다. 우선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어.’


방금 전 내 자아와의 대화를 상기하게 되었고 결과를 지금 도출할 수 없었다. 그만큼 매우 복잡한 기분과 어려운 문제가 당면해 있었다. 우선 복잡한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우선 내 집에 온 걸 환영한다. 아까 이름이 뭐라고 그랬었지?”


연이어 후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대결 전에 취했던 위압적인 표정과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인정을 받은 모양이었다.


“리안입니다.”

“무튼 내가 조금 거칠게 환영인사를 했군. 그 사과의 의미로 네놈의 이름을 내가 기억해 두겠다.”

“아...예. 감사합니다.”

“하하하하하. 기분이 안 좋은 가 보구나. 이해한다. 네놈의 나이때에 맞지 않게 강하더군. 그 정도 실력이면 이때까지 누군가에게 져본 적이 없었겠지. 내가 최초로 패배를 안겨주었나.”


‘사실. 라우펠로스에게도 졌는데.’


라우펠로스때의 기억은 정말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뭐라고 해야할지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작의 말은 그려려니 하고 넘겼다.


“마음에 들었다. 모험가 자격시험을 본다고 했었지? 우리 딸아이와 함께 팀을 이루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잠시 리안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후작. 그의 눈빛엔 형용할 수 없는 깊음과 무게가 담겨있었다. 그렇게 눈을 마주하며 바라보던 그가 뒤돌아간다. 작지만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눈빛이 좋군. 문제없겠어.”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선 돌아가 버렸다. 리안이 기절해 있는 동안 이미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끝낸 모양이었다.


“초대했는데 미안하다. 대신 갈 곳이 없다면 이곳에서 머물러도 좋다.”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미엘.


“아가씨. 그건 후작님도 분명 허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락은 필요없어. 허락을 안해주면 아버님이랑 다시는 이야기 안 할 테니까.”


그 동안 생각했던 이미지랑은 정 반대되는 발언을 하는 미엘, 이건 뭐 투정 아닌 투정이나 다름 없었다.


“같이 움직이면 좋으니 머물겠습니다. 돌아갈 곳은 있긴 하지만 여기 있어도 나쁘진 않겠네요.”

“잘 생각했어. 그럼 식사는 뭐, 내일 다시 하자. 우선 방 하나를 배정해 줄테니 그곳에서 쉬어. 엘시크. 리안이 머물 방 하나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아가씨.”


후작의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던 집사도 어느새 근처에 있었다. 그녀의 명에 적당한 곳에 있는 빈 방을 청소하기 위해 사라졌다.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 보자.”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미엘의 저택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빨리 흘러가게 되었다.


* * *


[여러분들은 지금 심화단계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수고들 하셨습니다. 이렇게 보니 다들 열심히 해 주셨다는 게 본 감독관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심화단계의 마지막 평가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 동안 정이라도 들었는데 감독관은 현재 남아있는 이들의 면면을 훑으며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을 어김없이 날려대고 있었고 연신 칭찬해대기 시작했다.


[그럼 평가를 준비하는 동안 잠시 간단하게 담소라도 나누고 계시길 바랍니다.]


그렇다.


미엘 아가씨의 저택에 초대를 받고 하이젠의 소드마스터인 로렌 후작과 대결을 한 지 6일이 지나있는 시점이었다. 어느새 29명의 응시자가 남아있는 상황, 그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집안의 지원을 받으며 그 실력을 드높인 사람들이 대부분, 이게 현실이었다. 허나 의외로 리안과 같이 평민출신의 사람들도 몇 남아 있었고 공자 팀으로 합류한 토테미즘 가면 녀석도 남아있었다. 여기서 탈락된다고 하여도 그들은 스카웃 제의가 넘칠 것이다.


“어이,”


다른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하는 동안 우연히 눈이 마주친 페트라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다가왔다. 기초단계 회피기 평가인 목각인형 피하기에서 감독관에게 제지를 당한 후 한동안 조용하더니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시험인 10명 살아남기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절 노리실 건가요?”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고는 나다. 평민 찌그레기는 짜져 있으라고.”


무언가 결여되어 있는 듯 리안을 매우 경계하면서도 싫어했다. 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귀족의 권위와 자신의 강함에 대한 신념에 한 없이 낮게 본 평민 따위가 상처를 입혔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독선이고 오만이다. 평민이라고 무조건 약하다고 생각하는 페트라의 고정관념이 잘못 된 것이었다.


“리안, 가자. 무시해.”


미엘이 옆에서 나섰다. 그녀는 페트라를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하면서도 차분하게 리안을 이끌었다. 그 모습에 페트라가 이를 갈았지만 리안도 그런 페트라를 무시하며 뒤돌아섰다. 그 모습에 또 발끈하려 했지만 이번엔 공자, 세피온이 다가와 페트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일일이 저런 거에 반응하지 마. 너답지 않다.”

“알겠습니다.”


크라데이번 백작가는 예로부터 공작가에 충성을 다했기 때문에 페트라는 세피온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야, 그냥 들이 받아버리지 그랬냐?”


파르도스가 아쉽다는 듯 입을 다셨다. 며칠 전 그의 실력을 봤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파로도스는 그때부터 리안을 인정하고 무시하는 걸 그만두게 되었으니 그때 받았던 충격이 얼마만큼 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말투는 아직까지 호전적인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확실히 평민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발언 또한 삼갔다. 그도 하비에르 후작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천성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강자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


“파르도스님 이라면 어떻게 했을 건데요? 상대가 공자였다면?”

“공자? 흠. 아무래도 가만히 있어야겠지.”

“그렇죠? 저도 같아요. 제가 평민인데 귀족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죠.”

“그럼, 모험가 하지 말고 기사나 되지 그랬냐. 기사는 작위를 높일 수 있는데 말이야.”

“어딘가에 속박당하는 걸 싫어합니다. 저는.”

“하긴. 나도 그래.”


둘은 어느새 닮아있는 구석을 발견하였고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때 쯤 감독관의 설명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귀가 밝은 에스피노가 잘 듣고 있었고, 머리 좋은 미엘과 티그리스가 있으니 둘은 딴 짓을 해도 부담감은 없었다.


[자, 다시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10명을 선발하는 과정은 앞서 설명하였다시피 대련을 통해서 점수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을 위해서 당연히 공정성이 부과되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준비한 물건이 있습니다. 여기 보시죠. 저희가 준비한 물건은 숫자 공입니다. 이를 무작위로 뽑아서...]


평가방식은 간단했다. 한명씩 함에서 공을 뽑아 자신의 숫자를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가 되겠고, 자신의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숫자를 지목하는 것이 두 번째가 되겠다. 그럼 호명된 사람은 지목한 사람과 대결을 펼치면 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되도록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상대방의 목숨을 해칠 경우 그에 합당한 제재를 받게 된다. 그 제재란 예를 들자면 영구적으로 모험가 시험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더 복잡한 여러 가지 제재가 있었지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핵심적인 부분만 기억하였다.


[그럼 어떻게 진행을 하냐면 말입니다.]


제압 또는 항복을 받아내는 것, 그리고 평가를 책임지는 감독관의 판단에 따라 대결의 승패는 나뉘거나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대결은 모두 점수로 바뀌어 결국 최고점 10명을 합격시키겠습니다. 그러니 쓸데없이 살인 같은 걸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장 그 생각을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지요? 부디 원활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그쪽에 모여 계시는 분들부터 나오셔서 공을 뽑아주시기 바랍니다.]


삼각대 같은 곳에 목재로 이루어진 상자가 거치되어 있었고 그곳엔 손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었다. 그곳엔 구슬이라고 하기 엔 민망한 조금 큰 쇠구슬에 숫자가 잉크로 적혀있었고 그것들을 뽑아 자신의 숫자를 확인하면 되었기에 대결 상대를 추첨식으로 뽑는 건 흥미도 있었고 설렘도 있었다.


“와, 내 상대는 누굴까.”


단순한 파르도스가 벌써 반응을 하였다. 그의 혼잣말을 무시하고 추첨을 위해 상자로 다가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뽑는 순서는 이때까지 함께 했던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뭉쳐있는 형식이라 팀 그대로 공을 빼내오게 되었는데 지금 저들은 중위권의 팀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페트라를 쓰러트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씨익.


기회가 찾아왔다. 글라디움에서 못했던 귀족과의 합법적 결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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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가자! 신대륙으로 (1부 종료) +2 21.12.22 120 0 13쪽
101 재판 21.12.22 32 0 12쪽
100 재판 21.12.21 38 0 12쪽
99 정치 21.12.20 32 0 12쪽
98 정치 21.12.17 43 0 12쪽
97 정치 21.12.16 46 0 12쪽
96 일상 21.12.15 52 0 11쪽
95 일상 21.12.14 44 0 12쪽
94 일상 21.12.13 51 1 13쪽
93 분수령 21.12.10 65 0 13쪽
92 분수령 21.12.09 64 0 12쪽
91 분수령 21.12.08 62 0 12쪽
90 분수령 21.12.07 69 0 12쪽
» 개천에서 난 용 21.12.06 75 0 12쪽
88 개천에서 난 용 21.12.03 79 0 12쪽
87 개천에서 난 용 21.12.02 66 0 12쪽
86 개천에서 난 용 21.12.01 71 0 12쪽
85 개천에서 난 용 21.11.30 79 0 11쪽
84 팀에서 적응하기 21.11.29 75 0 12쪽
83 팀에서 적응하기 21.11.26 76 1 12쪽
82 숙련평가 21.11.25 80 1 12쪽
81 숙련평가 21.11.24 73 1 12쪽
80 숙련평가 21.11.23 76 1 11쪽
79 합류 21.11.23 82 1 12쪽
78 합류 21.11.19 93 1 12쪽
77 기초평가 21.11.18 86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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