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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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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24,659
추천수 :
223
글자수 :
549,536

작성
21.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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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일상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탕탕! 캉! 휘리릭!


[제롬 검투사 양성소]


어느때나 마찬가지로 구슬땀을 흘리며 무기를 휘두르는 검투사들, 그들의 틈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선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금발의 미남자가 있었으니.


-후웅! 화아아 후웅! 화아아아


범상치 않은 검이지만 역시나 휘두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듯 무기의 주인이 내려치는 바로 아래의 지면엔 무언가 쓸리는 듯한 모양새가 새겨지고 있었다. 검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흙으로 이루어진 지면에 고운 입자가 바람에 쓸리고 있는 현상이리라.


-후웅 화아아아아


“이야, 역시 모험가 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다르긴 다르네.”

“그러게 말이야. 역시 우리 양성소의 자랑이야.”


그 주위엔 꿈틀대는 근육을 주최하지 못하는 검투사들이 연신 추켜 세워주기 바쁘지만 검을 휘두르는 청년은 들리지 않은 모양인지 더욱 집중하며 검을 내려쳤다. 그러다.


“음?”

“뭐야? 기를 모으는 건가?”

“조용해봐 하나라도 더 눈에 넣어야 우리도 강해지지.”

“크, 크흠.”


그가 양손으로 검을 잡고 머리위로 든 체 잠시 멈추었다. 그를 따라 주위의 사람들의 일제히 바라본다. 훈련이 끝난 모양인지 아니면 잠시 쉬는 건지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인해 모두가 그 청년을 바라봤다.


한동안 그렇게 세상이 조용해졌다. 그가 움직이지 않자 왜인지 모르게 움직이면 안 될 것만 같았기에 따라서 가만히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곳 침묵과 정지는 그로부터 다시 변화하였다.


-후웅!


우우우우웅! 쩌저적.


“어어어!!”

“뭐, 뭐야 따, 땅이!!”


계속 될 것만 같았던 그의 검이 무겁게 더욱 무겁게 그리고 깊은 무언가가 가득 응축되어 내려왔다. 분명 속도가 눈에 보일 만큼 느렸지만 눈에 보이는 이 광경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바람에 의해 지면의 먼지가 쓸린 수준이 아니다. 검이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땅이 울리며 2m 가량 갈라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검이 지면에 닿지 않았다는 것.


“뭐, 뭐야 이거.”


모두가 똑똑히 보았다. 내려치긴 했지만 그것도 느리게 내려쳤다. 그런데 모두가 느낄 만큼 땅에서 진동이 느껴지며 갈라지다니. 그 순간 이런 기적을 선보인 청년의 입에서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바로 중검의 묘리인 파동(波動)인가.”


나직하게 울리는 그의 말, 듣긴 하였으나 워낙에 심오한 경지라 알아 듣지를 못하겠다. 방금 전 그러한 경지를 선보인 청년이 검을 검집에 다시 넣었다. 그런데.


“어엇! 다들 보고 있었어요?”


육중한 근육이 꿈틀거리는 검투사들의 뜨거운 시선에 크게 당황해하는 리안이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컨셉이라고 할까.


* * *


오늘은 모처럼 루시와 함께 시장에 왔다. 역시나 자신의 단골가게를 돌며 여러 가지를 설명하는 그녀의 뒤를 졸래졸래 쫒아 다녔지만 밝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기분이 편해지고 좋아졌다. 며칠 전 모험가 시험으로 인해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리는 것만 같다.


“리안, 이거 봐. 싱싱하지?”


그녀가 한 손에 든 바다가재를 자랑스레 가리키며 물어왔다. 그렇게 가끔 그녀가 내뱉는 질문이나 즐거워하는 반응에 적당히 답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역시나 왕도의 거리는 시끌벅적하면서도 사람냄새가 그득한 곳이었다. 새들은 곳곳에 심어진 나무 주위에 모여 있거나 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들을 쪼고 있으며 짐이 가득 실린 수례를 끄는 말의 고삐를 잡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나이드신 분이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주위는.


“리안,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아우 깜짝이야. 응? 아니 그냥. 곳 있으면 나 신대륙으로 떠나잖아. 눈에 가득 담아두려고.”


그 말에 루시의 눈이 침울해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미묘한 반응일 뿐이었지만 역시나 리안은 알아차렸다. 그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입을 열자니 여간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하겠다.


“크흠, 그나저나 다 샀어?”

“응. 이정도면 돼. 요즘 아저씨들이 조금 많아져서.”


잠시 화제를 돌릴 겸 주제를 다른 곳으로 전환하자 루시도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더욱 밝게 반응했다. 하긴 그녀의 말대로 검은 사신이 소속된 제롬의 검투사 양성소는 인기가 높아져 계약 검투사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조금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리안, 제 아이솔 아니야?”

“응? 어디? 아, 맞네. 그런데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거지? 지금쯤 서류속에 뭍혀 지낼 시간이잖아.”


리안의 말대로 최근 아이솔은 제롬으로부터 행정적 능력을 높이 사게되어 업무량이 증대되었다. 이제 검투사 양성소에 대한 운영은 아이솔이 전담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그럼 제롬은 무얼하냐. 그저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결심만 내릴 뿐이다. 그래. 그게 좋겠다.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등 말이다.


‘아이솔 표정이 이상한데.’


무언가 다급한 표정, 본능적으로 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평소 헤실헤실 웃으며 사람 좋은 인상을 가진 그가 이렇게 다급해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따라가 보자.”

“그래.”


루시도 궁금했던지 먼저 나섰다. 하긴 루시는 워낙 정의감이 투철하니 주위 사람이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와 있던 시간도 꽤 되었고 겪어도 봤기에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솔의 뒤를 몰래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 * *


- 30분 전

[제롬의 집무실]


“응? 나한테 편지가 왔네?”


서류더미가 가득한 집무실에 단장인 제롬님을 대신하여 검투사 양성소를 운영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현장경험이 전무하여 애를 먹기도 했지만 궁금한 것은 그때마다 정리하여 제롬에게 물었고 그렇게 차근차근 나의 것으로 학습해 나갔다. 비록 실수도 몇 번 하고 계산이 조금 틀려 예산사용에 있어 구멍이 난적도 있었지만 특유의 끈질김과 책임감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한창 바쁜 시간이 지나고 뻐근한 근육과 뼈마디도 풀 겸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응! 차아!


오랜 시간 앉았더니 허리는 휘어가는 것만 같고 거북목이 되는 듯 했지만 요즘 살맛이 나는 하루를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 능력을 인정받아 월급도 더 받고 주변 사람들도 아주 좋은 분들이 많았기에 달라진 일상이었다. 정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는 그 와중에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음. 어디서 보낸 거지?”


한바탕 급한 볼일은 끝냈기에 망정이지 정신없던 와중에 서류더미에서 작은 편지지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마침 눈을 돌린 곳엔 편지가 놓여있다. 발신자가 없는걸 보니 조금 이상했지만 우선 궁금하니 열어봤다.


-털썩.


같이 동봉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편지지를 들어 올릴 때부터 무게감이 느껴지더니 무언가가 있었나보다. 음.


“이, 이건.”


푸른 사파이어가 새겨진 펜던트, 푸른바퀴 상단으로부터 오래전 받았던 목걸이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믿기지 않는 듯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펜던트를 주어 들었다. 비범한 머리는 불길함을 간파해냈고 순식간에 전신을 엄습했다. 그리고 생각하기도 싫은 상상이 머리에 그려진다. 천천히 시선이 가는 편지.


“아, 아이린이 위험해.”


위험을 감지한 듯 확장된 동공이 크게 떨렸고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그만 편지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이럴 시간이 없었다. 황급히 집무실의 문을 열고 뛰어 나가는 아이솔, 그의 뒤로 떨어진 편지지가 바람에 살짝 움직였다. 그곳엔 빌어먹게도 대부업체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헉헉헉헉!!”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지만 하나뿐인 여동생이 위험하다. 육체적인 수련은 한 적은 없지만 속에서 토사물이 올라올 만큼 죽도록 뛰어 그들이 있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제 마을광장까지 왔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몸은 이미 지쳐버렸다. 하지만 녀석들에게 내가 싸움으로 이길 수 없다. 말만 잘 한다면 이 위기를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제롬의 곁에 있으니 없던 용기도 생겼다.


“하하하하!! 바보같은 자식이군.”


하지면 애초에 그런 걸 무서워할 작자들이 아니었다. 녀석들은 오히려 이런 쪽으론 더욱 악랄한 놈들이었다.


“오빠!!!”

“아이린!!!”


녀석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 네가 아이솔이라는 녀석이구나? 우리 애들이 신세를 좀 졌다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아! 그렇게 성질내지 마. 그저 못 다한 계산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보복인거냐! 그러면 나만 조용히 부르면 될 것이지 아무런 죄도 없는 내 동생을 가지고 대체 왜 그러는 건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쫙 찢어진 눈이 야비하게 생긴 남자였다. 키는 제법 크지만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값비싼 옷과 귀금속을 여러 차고 있었다. 옆엔 낯익은 녀석들이 보였다. 골목에서 자신을 먼지나게 두들기던 그 깡패놈들, 그러면 지금 앞에 있는 저 야비하게 생긴 녀석이 이들의 실질적인 두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파악을 하며 머리를 돌렸다.


“어허! 머리 굴리는 소리 난다!”

“하하하하.”


녀석들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아이솔을 압박했다. 하지만 아이솔은 이 빌어먹을 상황을 지혜롭게 빠져나갈 궁리를 멈출 수 없었다. 무력으로는 안되니 이런 식으로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우선 이야기는 꺼내봐야겠지. 그런데 그때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요즘 제롬 그 영감네에서 지낸다며, 그렇게 경계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물어보는 거야.”


그걸 알고 있는 녀석이 저렇게 나온다니, 제롬의 이름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그의 뒤에는 마리오체 후작이 있다.


‘핵심은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한 것인가?’


“돈은 다 갚았을 텐데 어째서 내 동생까지 괴롭히지?”

“이런, 내가 말 안했나? 돈은 네놈이 갚아야지 그 영감이 갚는게 아니라. 애들아 안 그러냐?”

“맞습니다.”

“지당하십니다.”


깡패 녀석들이 호응한다.


“무, 무슨 그런 억지를!! 이 사실을 제롬님께서 아신다면 네놈들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그 영감을 믿고 있었구나.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입 아프니까 설명은 생락할게. 이제 정산을 좀 해보자고. 그런데 내가 마음이 바뀌었어. 잘 생각해 보니까 구지 돈으로 받을 필요는 없겠더라고.”


글쩍글쩍.


의자에서 다리를 꼬며 건들건들 대던 남자가 귀를 파며 일어섰다. 그리곤 한쪽에 묶여있는 아이솔의 여동생인 아이린의 턱을 거칠게 붙잡고 얼굴을 들이댔다.


“꺄아악!”

“후후후.”


그 모습에 눈이 획가닥 돌아버렸다.


“이 개새끼야!! 꺼지지 못해!”


동생이 쓰레기같은 놈에게 범해지려는 순간 아이솔은 녀석에게 뛰쳐나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곤.


퍽!


남자가 아이솔에게 얼굴을 맞고 옆으로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주위의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아이솔이 뒤늦게 알아 차렸다. 무언가 이상했다. 순순히 맞을 놈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예전에 자신을 처참하게 때리던 깡패 녀석들이 옆에서 가만히 있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라라, 내 입술에 피가 나네?”

“네, 네놈이 먼저!!”

“당연히 장난이었지!! 그 영감이 돈은 다 지불했고 말이야. 순전히 장난이었어. 장난도 못쳐?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헤헤헤헤헤.

-하하하하하.


주위에 있던 녀석들이 야비하게 웃는다.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아이린, 그리고 혼란스러움에 주춤거리는 아이솔, 곧이어 남자의 입에서 떨어지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언.


“내가 귀족이거든?”


아이솔은 절망하였다. 평민이 귀족을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원이라는 것은 착한 사람에게 혹은 정의로운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뒤에서 뾰족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때처럼.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죠!!”


절망으로 범벅되어 눈물을 흘리던 아이솔이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곳엔 역시나 그때처럼 가녀리지만 위풍당당한 아름다운 소녀가 서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루시, 그리고 그 뒤엔 피곤하다는 표정과 하품을 하는 리안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하품이 끝난 입에서 한심스럽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이 튀어나왔다.


“또 너희들이냐? 지긋지긋 하다 정말.”


아까 전까지 웃고 있던 깡패 6인방이 조용해지고 그중 대머리 녀석이 그만 다리가 풀려 쓰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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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가자! 신대륙으로 (1부 종료) +2 21.12.22 120 0 13쪽
101 재판 21.12.22 32 0 12쪽
100 재판 21.12.21 38 0 12쪽
99 정치 21.12.20 32 0 12쪽
98 정치 21.12.17 43 0 12쪽
97 정치 21.12.16 46 0 12쪽
96 일상 21.12.15 52 0 11쪽
95 일상 21.12.14 44 0 12쪽
» 일상 21.12.13 51 1 13쪽
93 분수령 21.12.10 65 0 13쪽
92 분수령 21.12.09 64 0 12쪽
91 분수령 21.12.08 62 0 12쪽
90 분수령 21.12.07 69 0 12쪽
89 개천에서 난 용 21.12.06 74 0 12쪽
88 개천에서 난 용 21.12.03 79 0 12쪽
87 개천에서 난 용 21.12.02 66 0 12쪽
86 개천에서 난 용 21.12.01 71 0 12쪽
85 개천에서 난 용 21.11.30 79 0 11쪽
84 팀에서 적응하기 21.11.29 75 0 12쪽
83 팀에서 적응하기 21.11.26 76 1 12쪽
82 숙련평가 21.11.25 80 1 12쪽
81 숙련평가 21.11.24 73 1 12쪽
80 숙련평가 21.11.23 76 1 11쪽
79 합류 21.11.23 82 1 12쪽
78 합류 21.11.19 93 1 12쪽
77 기초평가 21.11.18 86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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