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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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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24,655
추천수 :
223
글자수 :
549,536

작성
21.1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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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재판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미엘은 아버님의 의도를 알기에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사건이 사건인지라 따라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님,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거라. 너의 사람이니 같이 가는 건 당연하겠지.”

“감사합니다.”


‘저 아이가 어지간히도 리안을 마음에 품고 있는가 보군.’


딸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내심 놀랬다. 첫째는 자기를 닮아서 거칠고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둘째는 아내를 닮아서 그런지 언제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얼음장 같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조용하지만 항상 신중하고 나서기 보다는 주변의 것들을 이용해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딸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가자꾸나.”

“네 아버님.”


이번 기회에 마리오체에게 빛을 지어두더라도 나쁘진 않겠지. 그가 이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가 중립을 표방하지만 이번에 도움을 주게 되면 언젠가 자그마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재미있어지겠군. 하하하하하하.”


후작의 웃음소리가 통쾌하게 울렸다.


* * *


웅성웅성


왕도 하이젠 시아의 광장은 때 아닌 공개재판으로 인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3년 전 열린 팔라그라스 연쇄살인마의 집행을 이후로 개최되지 않았던 공개재판은 평민이 귀족에게 폭행을 입힌 것으로 열리게 되었다. 전무후무한 이 사건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고 갔지만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에 사람들을 더욱 재판에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게 정말인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가 사실은 몰락귀족이라는 말도 있고...”


그 평민은 사실 귀족이며 같은 귀족에게 모욕을 받자 폭행을 했다는 말도 있었고.


“그렇다니까... 이건 우리 친구가 지나가다가 봤는데 오히려 그 평민이 흠씬 두둘겨 맞았다던데? 그런데 평민들에게 엄포를 놓으려고 이렇게 공개재판을 해버린다고 하더구만. 사실 이런게 정치적인 모략이지. 앞으로 평민들은 더욱 귀족들을 대하기 어려워지겠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다녀야겠네.”

“그러게 말이여.”


귀족에게 평소 불만이 많던 평민들을 교육하고자 이번 일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었다. 보통 평민이 귀족을 상하게 하면 이런 재판이 열릴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을 당해도 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피곤하게 재판이 열리는 것을 보면 떠돌던 이야기도 어쩌면 진실일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쪽 주장도 있었다. 일명 낙관론.


“이번 재판은 앞으로 평민들에게도 동등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자 한다는 말이 있던데?”

“그 말이 참말인가?”

“그렇다는구만. 내가 아는 분이 행정관이신데 그분이 모시는 귀족이 그랬다고 하더구만.”

“정말 세상이 바뀌긴 바뀌나보네. 그럼 앞으로 최소한 억울하게 죄는 뒤집어쓰진 않을 것 녀?”

“그렇지. 사실 즉결처분인데 최소한 재판이라도 받으면 더 낳지.”


이처럼 귀족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평민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물론 그 죄목이 재판을 받아도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한쪽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허허허, 백성들의 반응이 의외로 뜨겁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찮은 것들이 귀족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을 똑같이 받게 해주니 감격한 모양입니다 그려, 허허허.”

“평민에게 재판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은 대우이긴 하나. 전하의 말씀대로 귀족들을 다시 보게 될 사건임에는 분명합니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미리 와있던 귀족파의 귀족들은 우매하고 하찮은 평민들을 바라보며 멀리서 손을 흔들어 주었고 이러한 기회를 열어주신 마르커스 슈라이어 공작전하의 이름을 사람을 풀어 알렸다.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평민들을 보며 귀족들은 한층 더 인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길 잠시 후.


“미리 와 계셨습니까?”

“이게 누구십니까. 법무대신께서 직접 오시다니요.”

“포르돈 백작이 직접 오시다니 허허허.”


포르돈 백작, 법무기관인 홀리디션의 주인이다. 홀리디션은 집행과 행형 등 왕국을 운영하는데 있어 법무행정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곳이었다. 물론 이때까지는 귀족에 한하여 진행되었던 재판이었지만 그에게 따로 명을 내린 국왕으로 인해 직접 나서게 되었다.


[공작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군. 그대가 재판을 맡게]


국왕은 그를 따로 불러 지시한 내용이었다. 과연 하이젠시아에 있는 공작의 사람들이 이 재판에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이 일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지만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땐 정공법이다.


“국왕폐하께서 이번 사건을 매우 염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직접 이번 재판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구려. 공작전하께서는 평민도 귀족과 같이 공평하게 재판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평소 말씀하셨지요.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말이지요. 허허허. 아무튼 잘 부탁드리겠소이다.”

“전하께서는 백성들을 사랑하시는 군요.”

“암요.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 하시지요. 백성이 먼저다. 라고 말이지요.”

“알겠습니다. 그가 죄가 있으면 죄 값을 받아낼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죄가 있다면 죄를 받아야지요. 공정하게 법대로 해주시구려.”


포르돈 백작은 중립에 위치한 인물이기는 하나 최근 국왕파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도 잠재적인 적이 될 인물이니 그를 멀리 하기로 한 귀족파의 귀족들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갔다.


‘무슨 꿍꿍이지...’


어째서 평민이 재판까지 받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하였다. 저들이 주장하는 평민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시답지 않은 개소리다. 저들이 원하는 건 아마도.


‘백성들의 지지인가?’


그나저나 안타깝게도 이번 재판은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 같았다. 죄목은 귀족폭행죄 및 귀족 모욕죄다. 죄목만 본다면 재판을 할 필요도 없이 즉결처분을 하여도 상관없는 대죄였다. 그런데 공작이 원하는 건 재판이다. 귀족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을 평민도 받게 하다니. 그것도 아무런 힘도 없는 말 그대로 평범한 백성.


‘아니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나름 조사된 양피지를 훑어보니 최연소 B등급의 챔피언이 되었고 그 어렵다는 모험가 시험에서 최우수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마리오체 후작을 에이전트로 두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마리오체를 염두에 두는 것인가.’


그럼 이번 재판은 저들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해야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귀족을 폭행하였다는 점이 가장 걸렸고 여기서 사형을 내리지 않는다면 귀족의 권위는 땅으로 떨어져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판례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중립성향을 가진 귀족들 뿐만 아니라 국왕파의 귀족들도 이에 불만을 품고 노선을 갈아탈 수도 있었다.


‘어찌 해야 하나.’


그때 한쪽에서 소란스럼움이 커졌다.


‘왔군.’


마리오체 후작, 그가 나타났다. 하이젠에서 가장 돈이 많은 그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엔 하비에르 후작이 보였다. 언제부터 저 둘이 같이 다녔던가.


‘뭐지. 저 둘이 왜 같이 오는 건가. 설마 마리오체 후작은 이미 국왕파에 투신한 것인가?’


포르돈 백작은 일이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하하하, 포르돈 백작께서 직접 재판을 진행하시다니 이번 사건이 정말 엄청나긴 한가보군.”

“두분께서도 어서 오시지요.”

“포르돈 백작, 이번 재판은 정말 공정하게 해 주게나. 백성들이 보고 있음이야.”


호탕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넨 하비에르 후작에 이어 마리오체 후작은 의미심정한 이야기를 하였다. 공정하게 재판을 해달라고 한다면 오히려 손해가 아닌가?


“암요, 전 언제나 공정함을 잃지 않습니다. 어서 두분께서도 자리에 앉으시지요.”

“그러지. 바쁜 사람을 붙잡고 있었네.”


양측의 귀족들이 서로 반대편 방향의 자리에 앉아 재판을 진행하는 포르돈 백작을 응시하였다. 백작은 정면에 있는 단상 위 상석에 앉아 진행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재판의 시작을 알렸다.


“자 그럼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정의와 공정의 신이신 테네스님을 모시는 스콜라 금성사제님을 모시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길 바랍니다.”


테네스의 금성사제 스콜라가 입장하였다. 누가 보기에도 자애롭고 푸근한 인상의 노인이 새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입장하였다. 상석에 앉은 재판관 포르돈 백작과 나란히 옆에 앉은 스콜라 금성사제는 주위에 친분있는 귀족들과 간단하게 눈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이후 진행은 계속 되었다.


“다음으로 원고와 피고는 중앙으로 입장하기 바랍니다.”


웅성웅성


이번 일의 주인공인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한쪽은 멀쩡히 걸어 나왔으나 피고인 리안은 손목엔 마나구속팔지를 착용한 체 두 기사에 이끌려 들어왔다. 죄인이나 다름없는 취급이었다.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의 혐의사실요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대륙력 7912년 6월 11일 피고 리안은...”


진행관은 양피지에 적혀있는 혐의 사실에 대한 요지를 낭독하기 시작하였다. 내용은 대충 평민이 귀족을 폭행하였다는 점이었다. 리안의 입장에선 그 이전의 내용들이 거의 제외가 되어있는 즉 정말 표면적인 내용들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재판은 시작이다.


“...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입장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피고측에서 반론을 할 수가 있으며 참고인 및 증인의 출석 또한 가능하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진행관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매뉴얼대로 알려왔고 그의 말이 끝나자 원고 측에서는 그란지노 자작이 일어났다.


“진행관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우선 저희 아들은 평소 선량하며 아카데미 성적도 상위권에 머물 만큼 평소 행실과 학업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의 아들이 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최근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 사업은 급전이 필요한 평민들에게 싼 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그란지노 백작은 자신의 아들의 성실한 점과 평민을 위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였고 역시 귀족이 평민을 위하게 된다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알리며 분노에 찬 표정으로 리안을 째려보기도 하였다. 앞으로 평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말과 함께 다시는 평민들을 위한 어떠한 사업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번 사건의 억을함을 알리고 떨어진 귀족의 권위를 바로 세우자며 주변의 귀족들에게 호소를 하기도 하였다.


“음음.. 잘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측 의견이 있는지요?”


그란지노 자작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앞으로 평민들에게 잘해 줄 필요가 없겠다고 느껴졌다. 진행관도 같은 자작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었다. 이에 대해 평민들은 괜히 귀족을 자극한 리안을 두고 욕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재판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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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가자! 신대륙으로 (1부 종료) +2 21.12.22 120 0 13쪽
101 재판 21.12.22 31 0 12쪽
» 재판 21.12.21 38 0 12쪽
99 정치 21.12.20 32 0 12쪽
98 정치 21.12.17 43 0 12쪽
97 정치 21.12.16 46 0 12쪽
96 일상 21.12.15 52 0 11쪽
95 일상 21.12.14 44 0 12쪽
94 일상 21.12.13 50 1 13쪽
93 분수령 21.12.10 64 0 13쪽
92 분수령 21.12.09 64 0 12쪽
91 분수령 21.12.08 62 0 12쪽
90 분수령 21.12.07 69 0 12쪽
89 개천에서 난 용 21.12.06 74 0 12쪽
88 개천에서 난 용 21.12.03 79 0 12쪽
87 개천에서 난 용 21.12.02 66 0 12쪽
86 개천에서 난 용 21.12.01 70 0 12쪽
85 개천에서 난 용 21.11.30 79 0 11쪽
84 팀에서 적응하기 21.11.29 75 0 12쪽
83 팀에서 적응하기 21.11.26 76 1 12쪽
82 숙련평가 21.11.25 80 1 12쪽
81 숙련평가 21.11.24 73 1 12쪽
80 숙련평가 21.11.23 76 1 11쪽
79 합류 21.11.23 82 1 12쪽
78 합류 21.11.19 93 1 12쪽
77 기초평가 21.11.18 86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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