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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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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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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69
추천수 :
223
글자수 :
549,536

작성
21.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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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정치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하이젠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삼대가문을 조심하라고. 그 말은 삼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귀족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들의 눈밖에 나면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평민은 물론 귀족도 마찬가지다.


그중 재력이라는 힘으로 무장한 마리오체 후작은 갑작스레 방문한 제롬으로 인해 뜻밖의 소직을 접하게 되었다.


“어쩐 일인가?”

“회주님, 그란지노 자작이라고 아십니까?”

“음...”


후작이라고 해서 무수히 많은 귀족들을 아는 게 아니다. 허나 그란지노라고 하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공작의 측근인 라시온 백작의 오른팔 아닌가? 그런데 왜 이리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조금 더 들어봐야했다.


“그래. 알고는 있지. 헌데 무슨 일인데?”

“다름이 아니오라 실은...”


제롬도 과연 후작이 리안을 보호하기 위해 공작의 사람에게 손을 뻗을지 궁금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으로 급히 온 것이 아닌가?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이야기를 털어놔야했다.


“리안이 그란지노의 장남을 폭행했다고 합니다.”

“음? 폭행을? 귀족을 말인가?”


골치 아프게 되었다. 아무리 그라도 평민이 귀족을 폭행했으면 두둔해 주기가 어려워진다. 그 아이는 무얼 믿고 그리 행동했는지 모르겠다. 곧 있으면 중요한 신대륙의 사업도 있거늘, 하지만 아직 제롬이 못다한 말이 있듯 입가를 씰룩거리는 것이 보여 자세한 내막을 듣기로 하였다. 분명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땐 명분은 저쪽에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있지 않을까.


“헌데 저희 양성소에 리안과 친한 아이솔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일부터 설명을...”


아이솔이 어째서 제롬의 양성소에 왔는지부터 시작하여 그 이전에 리안과 깡패놈들과의 일, 그리고 이번에 그라지노의 장남이 아이솔의 여동생을 납치해서 일을 벌인 점까지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물론 그 전에 제롬이 사람을 보내어 아이솔의 채무를 모두 값아 준 것까지도 말이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탁탁. 탁탁


제롬의 상세한 이야기를 듣게 된 후작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가 고민이 깊어질 때 하는 책상을 두드리는 습관이 그가 얼마나 머리를 굴리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감수성이 깊어서 리안을 도와주는 건 분명 아닐 것이다.


손익계산을 하며 여러 가지를 상상하고 있겠지. 리안이 신대륙에서 얻어올 정보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무력을 쌓은 재능 혹은 그 배경, 그 모든 걸 동반한 앞으로 있을 미래적인 가치를 따지고 계산하는 것이리라. 이번 일을 잘못하면 공작 측에 큰 빛을 질수도 있는 싸움이다. 그러한 것들을 감수할만한지 이것저것 따져보고 이쪽의 전력과 저쪽의 전력을 비교해 보았다. 분명 그러한 가지가 없었다면 리안의 일은 남 일이 되었겠지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감히 그란지노 따위가 날 업신여기는 건가? 분명 채무도 먼저 갚았고 리안이 내 사람이라는 걸 알텐데. 그리고 내가 뒤에 있는데 감히 윗선을 믿고 내게 덤벼?’


쌓아온 재력만큼이나 자존심 또한 높다. 삼대가문으로서 권력의 슈라이어 공작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력의 하비에르 후작과 함께 재력의 힘으로써 한 축을 담당하는 자신에게 자작 따위가 감히 이빨을 보이다니, 위험부담을 떠나서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서신을 쓸 것이야.”

“오!”


잠시 후 누런 종이위에 잉크를 머금은 깃털이 휘갈겨졌다. 그리고 후작가의 문양이 있는 밀납이 찍혀 집사가 고이 건네 받았다.


“라시온 백작에게 이 서신을 보내게, 업무 차 왕도에 왔으니 그의 저택에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각하.”


깊게 고개를 숙인 집사가 나가는 것을 본 제롬은 일이 잘 풀렸다는 것에 안도를 하였다. 하지만 후작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하였다.


“저쪽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으니 아마 거절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감히 라시온 백작이 후작님의 부탁을 거절하겠습니까?”

“그자는 그러고도 남아. 공작의 측근 아닌가. 내 부탁을 들어주게 되었다는 것이 공작의 귀에 들어가면 그의 입지도 흔들리겠지.”

“그럼 어째서 서신을 보내신 겁니까?”


제롬은 후작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회주는 잠시 동안 어떤 계산을 하였을까?


“공론화 시켜야 모양새가 좋지 않겠는가.”

“공론화라고 하시면...이 일을 키우시겠다는 겁니까?”

“못할 것도 없지. 내 몸값을 가지고 흥정 하려하네.”


제롬은 지금 회자구 어떤 입장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귀족파도 그렇다고 국왕파도 아닌 중립, 허나 이 일로 귀족파로 들어가게 된다면 혹은 그러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왕파의 귀족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말릴 것이다. 왜냐하면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엔.


“아!”

“이제 알겠는가? 저울이 한쪽으로 기운다면 반대쪽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겠는가? 힘이 있는 쪽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불안하겠지?”

“호, 혹시!”

“귀족파를 제지하기 위해선 국왕파를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네. 그리고 우린 다시 빠지면 그만일세. 그렇게 된다면 우린 잃은 것 없이 이번일을 잘 풀어 낼 수 있겠지.”


제롬은 후작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후작의 생각은 지금 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 최고의 선택은 공작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공작이 나서게 되면 분명 국왕파의 귀족들이 나서게 될 수밖에 없다. 마리오체 후작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면 세력의 균형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팽팽했던 대립이 무너져 이 나라는 다시한번 내란을 겪을 수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공작이 나선다는 것에서 말이다.


‘그란지노라. 어디 네놈 뜻대로 공작이 움직여 줄까? 괘씸한 놈.’


그란지노라는 자작의 생각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리안을 협상의 조건으로 귀족파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일 것이다. 생각은 훌륭하였으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고 행한 오류다. 이번 일을 조용히 끝냈으면 되었던 것을 그놈의 체면이 뭐라고 내 사람을 잡아들이다니 그것도 앞으로 신대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에이전트를 말이다.


“이번 서신의 내용이 공작의 귀까지 빨리 들어갔으면 좋겠군.”


* * *


라시온 백작은 뜬끔없이 찾아온 마리오체 후작가의 집사에게로부터 한통의 서신을 받게 되었다. 그곳엔 그란지노 자작가에 구금되어 있는 리안이라는 소년을 풀어달라는 내용이었다.


‘리안? 이자가 누구이기에 내게 이런 서신을 보낸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도 들어줄 수 없지만.’


정확한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우선 그란지노 자작을 호출하였다.


한편 후작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라시온 백작은 감히 후작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물론 그의 선에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공작에게 있어서 마리오체 후작은 애물딴지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었다. 삼키자니 체할까 두렵고 방치하자니 그가 가진 힘이 무시할만한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중립을 표방하지만 그의 속내가 어떤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이 사실은 공작전하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그 전에 정확히 속사정을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똑똑


“그란지노 자작님이 도착하였습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예.”


집사의 공손한 음성을 뒤로하고 잠시 후 그란지노 자작이 들어왔다. 깊게 예의를 보인 자작은 백작의 손짓에 쇼파에 앉게 되었다.


“내게 할 이야기가 많겠지.”

“예. 사실 그것 때문에 백작님께 긴히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대충 소식은 들었네. 자.”


탁.


쇼파 앞 원목테이블에 서신이 한 장 올려졌다. 방금 전 백작이 던지다시피 올린 서신 한 장, 그곳엔 역시나 낮익은 문양이 보였다.


‘소식이 빨리도 전해졌군.’


“자 그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소상하게 듣고 싶네만?”

“그게 제 아들놈 일입니다. 실은...”


그란지노는 아들의 부끄러운 행적은 ‘가급적’ 제외하고 평민인 리안이 제롬의 양성소에서 검투사로 있으며 제롬 뒤에 있는 마리오체 후작을 등에 업고 자신의 아들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토로하였다.


“그렇군. 그런데 보통의 평민이 아닌 모양이야. 후작이 직접 내게 이렇게 부탁을 하니 말일세.”

“저도 의외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녀석의 이름값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이름값?”

“혹시 검은 사신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놈의 별명입니다.”

“내가 검투경기를 잘 보는 것도 아니고 그걸 어찌 알겠는가.”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어쩔거야? 후작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라시온 백작은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지만 혹시 측근의 생각이 어떤지 물어봤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 구색도 차리면서 체면도 설 것이니 말이다. 그란지노 자작과 함께한 시간동안 그의 성격이 대충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아마 그의 생각은 윗선까지 소식이 닫는 것이겠지. 그럼 내가 그의 부탁을 들어 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면 된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알고 있으니 듣는 척이라도 해주는 것이다. 물론 부가적인 서비스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혹시 공작전하에게 이 소식을 전달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 이참에 내 손이 어디까지 닿는지 보자. 마리오체 후작? 어디 공작 전하 앞에서 나설 수 있을까? 내가 이번 일만 잘 풀리면 내 권위도 상승하겠지. 흐흐흐.’


사람은 무릇 권력이 생기면 사용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이때까지 공작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백작 밑에서 얼마나 많은 허드렛일을 하였는가? 아들의 일 따위 공작 전하께서 분명 잘 처리를 해 주시리라 믿었다. 또한 자신을 따르는 아랫사람의 자그마한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수많은 귀족들이 공작을 따르려 할까? 이번 일은 무조건 들어주실 것이다.


“혹시 가능하시겠습니까?”


그란지노 자작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마리오체 후작과 맡서 싸워 이기는 달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그럼 자네이니 만큼 특별히 그리 전해드리겠네. 그런데 말일세.”

“에?”

“어허. 큼. 나도 이런 일로 공작 전하를 뵙기가 어험...”

“크, 큼. 네네 당연히 사례는 해 드려야지요. 아무렴요.”

“자네가 뭐 그렇게까지 해준다면야 잘 이야기를 드려봄세. 어허 애들 싸움에.. 허 참.”


‘내가 네놈에게 얼마나 가져다 바쳤는데!!! 이, 익.’


부탁을 그냥 들어줄 것 같았던 백작이 은근히 말꼬리를 늘어트리자 자작은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표면상에서만 본다면 애들 싸움에 이 나라의 공작이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한 정치적인 부분이 온 갓 들어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공작이라는 계급은 그냥 귀족도 아니고 왕족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현 황제와 사촌지간이니 말이다. 황제의 아버지와 공작의 아버지는 같은 형제였다. 감히 그런 분께 부탁하는 일이다.


“그래 자네의 정성을 봐서라도 그렇게 이야기 드림세. 자네 아니었으면 말도 못했겠지만 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전하에게 꼭 말씀을 드리겠네.”

“가, 감사합니다.”


더욱 얄밉게 보이는 백작이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 된다면 잠시 고민 좀 해봐야겠다. 같은 귀족파의 일원이었으나 어디 백작이 라시온 백작 한명 뿐이겠는가. 공작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백작들은 그 말고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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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재판 21.12.22 32 0 12쪽
100 재판 21.12.21 38 0 12쪽
99 정치 21.12.20 33 0 12쪽
98 정치 21.12.17 44 0 12쪽
» 정치 21.12.16 47 0 12쪽
96 일상 21.12.15 53 0 11쪽
95 일상 21.12.14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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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분수령 21.12.10 6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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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기초평가 21.11.18 86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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