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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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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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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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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1화

DUMMY



충격보다 총의 격발음이 살짝 느리게 도착했다는 느낌은 그 바로 직후에 다가왔다. 고개가 충분히 들려 시야가 제대로 나오기도 전에, 저쪽이 쏜 총탄이 머리에 적중한 것이다.


헬멧이 없었으면 두개골 관통으로 즉사했을만한 상황.


섬뜩한 느낌이 가슴을 조여왔다. 황윤건은 오늘 처음으로 공포감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차체가 큰 지프차 뒤쪽에서도, 별관 정문의 정 반대편 방향으로 거의 기어가다시피 이동했다.


발사각을 줄여야 맞을 가능성이 그나마 줄어들 테니.


탕! 바닥을 짚고 있던 오른손 바로 20cm 옆의 바닥이 푹 패였다. 두 번째 총알이 날아왔고, 황윤건은 몸이 얼어버리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해야 하는 일이, 하기로 했던 일이 있었는데. 뭐였지? 아. 그렇지. 황윤건은 얼어붙은 머릿속을 탈탈 털면서 겨우 움직였다.


지난번 양재동에서 컴파운드 석궁에 당해 쥐새끼처럼 도망다닐 때, 이래서야 앞으로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효과가 발하기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걸리는 벌레 군집'에 대해 악착같이 연구했다.


적대적인 대상을 1초, 아니 0.5초라도 더 빨리 무력화시키는 벌레가 있을 것이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마련할 수 있었던 최우선순위 후보는 트리파노소마 크루지Tripanosoma Cruzi.


사람 몸에 기생하는 원충류 중에서도 상당히 치명적인 놈이며, 열대 전염성 풍토병인 샤가스병Chagas disease을 일으키는 벌레다.


샤가스병 자체도 사람 목숨을 심히 위협하는 지저분한 질환이지만, 이 벌레의 특징은 1형 면역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체질의 사람들에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제대로 나타나면 안면과 인후가 순식간에 부어오르며 기도를 막아 호흡곤란에 이르게 된다. 뇌고 심장이고 나발이고 인간을 가장 빠르게 치워버리려면 숨을 못 쉬게 만드는 것만한 게 없다.


즉 대상이 평소에도 알러지 반응이 좀 세게 나타나는 체질이라면, 이 벌레 군집이 제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1~2분 정도가 아니라 몇 초 안에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목구멍을 부여잡고 쌕쌕거리며 쓰러지는 것이다.


다만 이놈이 워낙 사이즈가 있는 녀석이다 보니 남의 몸 안에서 빠르게 증식시키기는 어렵고, 황윤건 자신의 몸 속에서 재빠르게 증식시킨 후 통째로 옮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몇 번 연습했던대로 종아리의 비복근 바깥쪽 표면에서 트리파노소마 크루지 군집을 급속 증식시키기 시작했다.


워낙 독한 놈이라 내장 근처나 큰 혈관 근처에서 증식시키면 황윤건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살과 근육이 가득 들어차있는 곳의 피부 가까운 곳에서 키워야 한다.


그래서 나온 후보가 엉덩이랑 종아리 뒤쪽인데, 증식을 시작하면 무시무시하게 간지러워지기 때문에 달리는데 지장이 생기며 엉덩이 증식 옵션은 탈락했다.


증식시킨지 1초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쓰라릴 정도로 양쪽 종아리가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탕! 허벅지가 찢기는 듯 아파왔다. 세 번째 총알은 엉거주춤 일어난 자세에서 황윤건의 오른쪽 다리 바로 뒤쪽 바닥을 패이게 만들었다.


살짝 스쳤는지 두꺼운 면바지가 바로 찢겨나가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총을 쥔 상대는 놀라운 속도로 달려와 트렁크 바로 옆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들고 있던 총을 주저없이 황윤건에게 겨눴다.


순간, 벌레들이 자발적으로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했다. 가히 폭발적인 농도로.


반사적으로 차체 앞바퀴 펜더 뒤쪽으로 몸을 날리며, 황윤건은 종아리 뒤쪽에서 증식시키던 트리파노소마 크루지 군집을 마음 속으로 던지는 것처럼 상대방의 인후부 쪽으로 전이시켰다.


아직 충분치 않지만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우측 가슴에서 격통이 몰려오며 몸이 뒤로 붕 떴다. 거의 동시에 머리에 또 한 번의 강한 충격이 전해지면서 헬멧 끈이 끊어지면서 풀려나갔다.


그와 함께 황윤건의 의식도 같이 날아갔다.


탕. 탕. 탕.


* * *


생각대로 녀석은 아마추어였다. 이렇게 큰 엄폐물이 있는 데에서 그렇게 엉성한 자세라니. 어이가 없었다.


팔다리가 심하게 저려오기 시작한 터라, 다리를 쏴서 무력화시킨 후 잡아놓을 여유도 없었다. 포획이고 취조고 뭐고 당장 이쪽이 쓰러지게 생겼다.


주저하지 않고 삼점사로 심장, 복부,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그 엉성한 자세에서도 놈은 놀라운 속도로 몸을 움직여 피했다. 마치 거대한 고양이과 짐승같았다.


심장에는 맞추지 못했지만 우측 흉곽에 적중했다. 운이 극도로 좋지 않은 게 아니라면 흉막과 폐실질 관통상으로 운신 불능이 될 것이다.


복부는 빗나갔고 머리쪽 탄알은 헬멧 옆쪽으로 빗맞았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놈인 것 같긴 하다. 그래봐야 총알이 폐를 뚫고 들어가 생긴 호흡곤란 상태에서는 답이 없다.


상황은 거의 종료된 상태.


쓰러진 테러범 상태를 주시하며 정 부장은 세 네 걸음 전진했다.


오금에 힘이 빠지고 고관절에 감각이 사라져 걷는 게 부자연스러워, 약간 다리를 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지독한 독성이군. 대체 살포를 어떤 방식으로 했길래.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도 피부 접촉으로 미량만 들어와도 중독되는 약품인가? 설마 방사능 동위원소? 정말 러시아 쪽 용병인가?


그러는 사이에 쓰러졌던 테러범이 꿈틀거렸다. 그렇지. 탄알이 심장과 뇌를 피해 즉사는 아니었지.


헬멧이 날아간 놈의 머리를 겨눴다. 확실하게 끝내야 한다.


시야가 흐려진 데다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이가 지긋한 인상은 아니었다. 상관없다. 미성년이든 여자든 노인이든 적은 사살한다.


"쿨럭!"


순간 사래가 들린 듯 기침이 훅 터져나왔다. 목구멍을 가득 채웠던 끈적한 가래가 기침이 터져나오며 제어할 수 없이 입밖으로 튀어나가며, 불쾌한 냄새와 함께 방독면 안을 적셨다.


거품기가 가득한 가래에서 풍겨나오는 짙은 피냄새가 코를 찔렀다. 왜 가래에 피가 이렇게 섞였지? 어느 사이에?


그러면서 급속도로 목구멍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털게를 생으로 먹었을 때처럼 목이 부어오르는 느낌이 몸속에서 강하게 차올랐다.


"우욱."


누군가 목을 조이는 듯 인후가 빠르게 부어올랐고, 숨이 막히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앞도 잘 안 보이는 게, 중독으로 시야가 흐려진 것도 있지만 눈두덩이가 다 부어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것도 한몫했다.


급한 마음에 쓰러진 테러범을 확인사살하러 총을 겨눴다.


가래거품이 묻은 방독면 안에서 자꾸 터져나오는 기침으로 순간 김이 차서 시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혈압약을 며칠 안 먹은 상태처럼 뒷골이 당기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망할 고혈압. 정 부장은 짜증스럽게 방독면을 벗기 시작했다.


그런데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방독면의 슬랩 부분을 당겨 벗겨내려는데 자꾸만 손아귀가 헛나갔다. 돌겠군.


별 수 없이 총을 차위에 잠깐 올려놓고 두 손으로 슬랩을 풀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렇게 방독면과 실랑이를 하다가, 문득 뭔가가 바닥을 미약하게 긁는 소리가 들리며 정 부장은 재빨리 트렁크 위에 올려놓은 총을 다시 집었다.


그 순간, 어깨와 가슴에 넓게 격통이 몰려왔다.


* * *


체감 상으로는 꽤 오랜 시간이 날아간 느낌이었지만, 실제로는 아주 잠깐 기절했었던 것 같다.


머리 대신 헬멧이 총탄을 대신 맞으며 짧은 시간 안에 두 번이나 턱이 크게 돌아갔던지라 황윤건은 목이 많이 아팠다. 무방비 상태에서 미들급 이상의 복서가 맘먹고 휘두른 훅을 맞으면 이 정도일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른쪽 가슴이 훨씬 더 아팠다. 정말 박살나버린 느낌. 오함마로 가슴 부분을 그대로 찍히면 이렇게 아플까. 너무나 아파서 피가 흐르는지 아닌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케블러 베스트를 덧댄 방호복을 입고 있어서 아마도 소구경 권총으로는 관통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충격과 통증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원래라면 들것에 실려나가 후방으로 호송될만한 상황이겠지만. 빠르게 돌아오는 시야로, 저 한쪽에 서있는 사람의 형상이 들어왔다.


복면인지 방독면인지 얼굴에 뒤집어쓴 뭔가를 벗으려다가, 총을 옆의 차 트렁크 위에 얹어두는 게 보였다.


막 기절했었던지라 정신이 여전히 얼떨떨한 상태였지만, 기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쳐갔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기보다는, 자신 안의 벌레들이 멱살을 잡고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우는 느낌.


눈앞이 노래질 정도의 격통이 온몸을 덮쳤지만, 황윤건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앞쪽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만신창이인 채로 몸을 부딪혀가며 태클을 날렸다.


무거운 충격과 함께, 남자의 손끝에 걸려있던 권총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반쯤 걸쳐있던 방독면 역시 그 와중에 완전히 벗겨지며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중년 초입의 단단해보이는 인상.


통증으로 굳어버린 오른쪽 어깨 대신, 왼쪽 어깨를 한껏 뒤로 젖혀 훅을 날렸다.


깔려 넘어지는 와중에도 가드를 올린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황윤건의 주먹을 막았다.


그러면서 손목을 붙잡아 바로 꺾으려 했다. 보툴리늄 군 덕분인지 자세와 동작이 부자연스러웠지만, 몸놀림 자체는 극도로 능숙했다. 이런 상황을 한 두 번 겪어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오른팔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붙잡힌 손목을 빼내긴 어려웠다.


남자가 손목을 뒤틀어 꺾으려 잡아끌 때, 본능적으로 황윤건은 저항하지 않고 몸이 같이 딸려가게 놔뒀다.


머리만 빼고.


빡! 승모근과 목의 모든 근육에 힘을 쫙 풀었다 급히 집어넣으며, 황윤건은 결정적인 타이밍에 고개를 돌려 옆머리로 남자의 안면을 박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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