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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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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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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481

작성
22.06.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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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9화

DUMMY



물끄러미 바라본 뒷좌석의 최진홍 부사장은 여전히 무표정한 채였다. 위급 상황인데 놀라는 기색도 없다.


"행정실, 당직조 응답 없습니다."


조장급 세 명 모두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 운전하던 요원의 말을 듣고 나자 정 부장은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몸이 먼저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일단 응급차 부르겠습니다. 경찰 쪽에도 신고할까요?"


정 부장은 반사적으로 최 부사장을 쳐다보았다.


"잠깐. 응급차와 경찰 양쪽 다 부르지 말고."


고개를 갸웃하며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던 부사장이 운전하던 요원을 제지했다.


"두 사람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장비가 뭐뭐 있죠?"


"일반적인 무력 충돌 상황에 쓰일만한 것들은 거의 다 있습니다. 스턴건, 가스 스프레이, 삼단봉. 이 대리, 시위용 방패 뒷 트렁크에 구비되어있나?"


"총기는요?"


부사장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총기로는, 마취총이 있습니다."


정 부장이 잠깐 운전석의 이 대리 쪽을 쳐다봤다가 대답했다.


"그런 장난감 말고. 실탄 있죠?"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정 부장이었지만,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반 년 전에 제가 보내드린 것들 있잖습니까. 이 차량도 애초에 그런 용도로 주문 제작한 건데."


부사장의 말을 듣고 놀라서 커진 눈으로 이 대리가 정 부장과 부사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두 사람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으세요. 앰뷸런스와 경찰 부르지 않은 것, 그리고 또 실탄 사용하게 되는 상황 모두 부사장인 제가 책임집니다. 관사 내 서른 명이 넘는 인원들 중 단 하나도 지금 연락 안 되는 게 어떤 경우인지 감이 잡히시죠? 지금 이거 테러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없는 일이지만, 제가 있던 미국에서는 가끔 벌어지는 그런 일이죠."


뒷좌석에 있던 최진홍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면서 운전석 이 대리의 어깨와, 창문 사이로 뻗어 조수석 등받이를 잡고 있던 정 부장의 팔뚝에 손을 올렸다.


"응급차 부르라고 하신 걸 보면 초소의 두 명 아직 살아있는 것 같고. 아까 장 실장이 액션 들어갔던 시점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지났나 계산해보면, 지금 회사 건물이 돌파당하고 나서 30분 넘게 지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윤시현 측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다기에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에요. 아마 지금 범인들은 아직도 본관 안에서, 요원들 무력화시키고 데이터 뽑아내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사님, 그래도 대기하면서 지원을 부르시는 쪽이..."


"회사 가용 인력 중 절반이 날아간 상황인데 어디에다가 지원을 요청한다는 겁니까!? 게다가 규모있는 경찰 병력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저 테러범들은 회사 기밀 뽑아낼만큼 다 뽑아내고 여유있게 철수할 겁니다. 정 부장님, 지금으로부터 딱 십 년 전에 어디 계셨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까? 지금 어떤 상황인지 감이 안 잡혀요? 그 면도날같이 날카롭던 감각 다 어디로 간 겁니까. 이제는 다 녹슬어서 옛날 이야기 된 건가요?"


어금니를 악다물면서 정 부장의 양쪽 아랫턱이 불거져나왔다. 부모 잘 만나 서른 되기 전 이사직에 오른 이 젊은 놈에게 들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안다. 이 어린 놈이 지금 일부러 나를 도발하고 있다는 걸. 아마 내 경력을 믿고 지금 세 명만으로 어떻게 해보자는 이야기겠지.


범인들이 아직 회사 부지 내에 머물러있을 확률이 상당하다는 것, 그리고 잡으려면 시간을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건 인정한다.


그래도 안전을 고려하면 경찰 등의 외부지원을 기다리는 게 정석이지만, 이 어린 놈의 도발이 미묘하게 신경을 긁는다.


단순히 화가 나서 욱하는 게 아니라, 뱃속에서 뭔가 끓어오른달까. 진짜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옛날 생각도 나고 말이다. 지금은 지도에 없는 유고슬라비아.


"...말씀하신대로 책임은 이사님이 확실하게 지는 겁니다. 그리고 야전 상황 지휘는 제가 합니다."


"물론입니다, Sergeant Jung. 일단 별관 쪽으로 바로 들어가서 준비하죠."


정 부장의 무뚝뚝한 대답에 최 부사장이 씨익 웃었다.


* * *


본관 쪽이 이미 테러범들에게 점거되어있다면 우리 세 명이 본관으로 진입하는 건 극히 위험한 일이다.


차라리 빠르게 별관 쪽으로 이동한 후 거점화한 후 수성하며 상대방을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다.


어차피 건물 구조와 기능에 익숙한 건 이쪽이니까.


물론, 저쪽이 유도에 전혀 걸리지 않고 본관 일만 끝내고 바로 안전하게 내빼버리면 그것도 문제이다.


그런 경우 중거리 혹은 장거리 저격을 해야 하는데 야간 시간임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본관에서 출입할 수 있는 문이 두 개인데, 조명 감안했을 때 나온 후 2초 정도가 저격이 가능한 한계.


그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에는 인력이 너무 부족하고.


어차피 차에서 내려 별관에 진입한 후 세 명이 자리잡을 때까지 최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테러범들이 5분 이상 아주 신중하게 살피다가 별관 쪽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 한 최초 진입 시 대응 사격은 불가능하다.


아니, 무엇보다 이쪽에 총기가 있다는 사실을 저쪽이 알아버리면 무조건 도주할 확률이 높으므로 놈들이 확실히 도망가는 상황이 아닌 한 총을 먼저 쓰지 않는 게 낫다.


본관 안쪽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초소에서 쓰러져있던 두 명에게 총상은 없었으므로 테러범들도 총기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총기가 있어도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이사님, 사격 숙련도는 얼마나 됩니까."


"학생 때부터 주말마다 사격장에 출근하다시피 해서 최소한 한국의 예비역 병장들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최 부사장이 건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별관으로 바로 진입할 겁니다. 본관 쪽에서 사각인 곳에 차를 댈 테니 지체 없이 별관 뒷문으로 들어갑니다. 이 대리, 뒷문 열 수 있는 ID 카드 준비해."


"네, 넵!"


"이 대리, 자네더러 전열에 나서라고 안 할 테니까 긴장 풀어. 뒤에서 엄호만 해도 된다."


이 친구는 무술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전쟁이나 테러 상황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 총기 훈련도 군대 가있을 때 빼고는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예 후방에 두고 올까 싶었지만 손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또한, 혹시라도 테러범 머릿수가 많은 상황이라면 놀란 애를 혼자 놔두고 대기시키는 것 자체가 더 위험할 수도 있고.


"별관 104번 방에 방탄조끼와 헬멧 등 방호구 있습니다. 두 사람은 바로 그쪽으로 이동해서 복장 착용합니다. 아, 중독 정황 있으므로 방독면부터 일순위로 착용합니다. 전 2분 동안 본관 쪽 주시하다가 진입할 겁니다."


베레타 권총에 탄창을 넣고 홀스터에 장착하며 정 부장이 말했다. 이 대리는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지만, 뒷좌석의 부사장은 별로 그런 기색이 없었다.


이 어린 놈은 대체 무슨 배짱인 건지. 하긴, 애초부터 세 명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보자고 제안한 것 자체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대리, 담벼락 쪽 장애인 주차장에 사선으로 세운다. 정신 차리고. 가자!"


* * *


5분 넘게 정문 앞에서 정차 중이던 대형 지프차가 빠르게 움직였다.


어차피 외부에서 누군가 왔다면 초소 안에 쓰러진 요원들부터 먼저 확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걸 확인하고 바로 차 돌려서 도주했다면, 곧바로 쫓아가려 했다. 건물 안에서 확보한 차 키가 몇 개 있는데, 이중 적어도 하나는 본관 앞에 주차된 차들을 움직일 수 있을테니.


혹시라도 지금 도착한 차 안에 최진홍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환영할만한 상황이고. 밤중에서 새벽녘까지 여러 탕을 뛰지 않아도 될 테니.


그런 생각을 하며 정문 앞에서 바로 튀어나갈 수 있도록 대기하다가, 지프차가 오히려 안쪽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황윤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이 좀 더 편해질 것 같아서.


노르에피네프린 때문인지 가슴이 계속 두근거리는 것이, 왠지 긴장보다 흥분 쪽에 가까운 느낌이다.


사실 조금 전 탄저균과 보툴리눔 균을 사멸시킬 때에도 내심 내키지는 않았다.


마음같아서는 이 관사 부지 전체에 쫙 다 뿌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아무래도 아드레날린 펌핑을 과하게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까지 자제가 안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그래서 가급적 모든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지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고.


최진홍이 저 차 안에 타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혹시라도 도심으로 쫓아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밀집된 건물 안에서 최진홍을 발견한다면, 딱 그놈만 정확하게 타게팅해서 처리할 자신이 없었다.


지프차가 재빠르게 이동했지만 멈춘 위치가 본관 기준으로 별관의 반대편 담벼락 쪽이었기 때문에 시야가 나오지 않았다. 뭐 나라도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만.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황윤건은 옆문으로 재빨리 나와 별관 쪽으로 이동했다. 거리는 약 50m 정도.


차 안에 누가누가 있는지 그 낯짝을 어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들도 나름 고민하다가 용감하게 이쪽으로 진입하는 쪽을 택한 것 아니겠는가. 제발, 최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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