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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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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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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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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10쪽

38화

DUMMY



"농담도 참 바로바로 잘 치네. 뭘 믿고 이렇게 여유가 넘칠 수 있을까? 꼭 영화처럼 중년 아저씨가 대학생 몸에 들어간 것 같네."


"오늘 처음 뵙는, 포X쉐 타고 나타나신, 최소 80D 이상의 글래머 초미녀 누님이, 과감한 앞섶 사이로 왕성한 클리비지를 마음껏 과시하시는 아름답고 보람찬 풍경 하에, 5성 호텔 스위트룸에서 34만 6천원짜리 저녁을 얻어먹을 수 있는 남자라면 여유 한 조각 정도 괜찮잖아요? 아, 맞다. 택스에 서비스료까지 20% 붙이면 41만 오천 이백원이네. 왜 굳이 가격을 세후가 아니라 세전으로 붙여서... 호텔쟁이 놈들 심뽀 하고는."


어이없음이 극에 달하며 장소영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이 녀석은 지금 일부러 나를 놀리며 도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 꼭대기에 앉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아, 오해 말아요. 전 숫자만 보면 자동으로 막 계산이 되는 나쁜 강박증이 있어서. 나름 공대생이라. 가격표 보고 속으로 재면서 주문한 거 아니랍니다. 누님의 순수한 호의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먹었어요."


원래라면 지금쯤 최음제 약효가 돌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며, 그 클리비지에 두 눈이 박혀 헐떡대고 있을 놈이 내게 마음껏 조롱을 날려대고 있었다.


이십 대 초반의 대학생이라면 보통 자기가 알아서 달려들 테니 리드가 전혀 필요 없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예상 밖으로 흘러가면 내가 굳이 나서 리드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하는 리드가 아니라, 살이 찢어지고 피가 터지는 방식으로.


장소영은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천천히 일어났다.


"말 나온 김에 누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우리 시현이 누나보다 연배가 좀 되시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모님은 좀 그렇잖아요? 예의가 아니지."


마음이 가라앉을 틈을 주지 않는 놈이다. 머릿 속에서 퓨즈가 끊어지며 장소영은 바로 훅을 내질렀다.


카메라로 보고 있던 마사히로가 식겁할 상황이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주먹을 날리면서도 장소영은 지금 이 같잖은 애송이의 도발에 왜 이리 쉽게 말려들었는지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


* * *


식당이 아닌 호텔방에 안내받아 들어가는 순간, 벌써부터 세팅이 다 끝나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방이 아니라 하루에 최소 백 만원은 내야 하는 스위트룸이라면, 나를 가두고 억류하는 게 목적이 아닐 것이다. 시현이가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부자는 아니니까.


아마도 시현이에게 내가 어떤 상태에서 뭔가를 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여주겠지.


그게 도발이 될지 이간질이 될지 협박이 될지는, 어떤 장르의 영상을 찍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재닛이라는 여자는 단순한 로비스트나 협상 전문가같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머리 쓰고 말로 먹고 사는 유형이라기에는, 신체능력이 너무 탁월했다.


말이 아닌 몸 쓰는 쪽이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는 타잎이다.


그런 사람이 가슴골을 저만치 드러내고 나한테 접근했다면, 이 방에서 촬영하기로 예정된 영상의 장르가 어떤 쪽일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헤벌레 하며 글래머 여자에게 달려드는 내 모습을 시현이에게 보여준다면, 그건 협박이 아닐텐데.


결국 시현이 입장에서 나한테 정이 떨어지게 하는 게 이들의 목적이라면, 아무래도 시현이의 약점을 잡고 뭔가 뜯어내려는 게 아닐 것이다.


유일하게 곁을 주는 나에게 배신당한 상황에서 윤시현이 할만한 결정을, 이들은 원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걸까. 가족도 하나 없는 상태에서, 남자친구와도 멀어지게 되면... 혹시 시현이가 한국을 떠나기를 원하나?


이들이 영업하려는 데에서 서로 구역이 겹쳐서? 시현이를 밀어내려고?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건비 많이 드는 번잡한 방식을 쓰지 않고, 바로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협박을 했겠지.


이쪽 나와바리에서는 손 떼고 영업하지 말라고.


정말로 그런 약점 잡을 수 있는 증거를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뻥카일 수도 있는 거니까.


손쉬운 협박이 아니라 굳이 이런 방법까지 써서 이들이 시현이에게 뭔하는 것이 있다면...


아. 그렇군. 이들은 시현이에게 뜯어내고자 하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윤시현 자체를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고 유능한 인력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


외국계 회사의 보안 부서라면, 정상적인 IT 쪽 인력이 아니라 위법적인 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현장의 실무 전문가를 원할 법도 하다.


만일 그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무언가가, 어떠한 위법적인 수단을 써야 하는 종류의 일이라면. 더더욱 시현이같은 해커가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건 시현이가 지금처럼 한국에서, 분당 오피스텔에 아지트를 갖추고 프리랜서처럼 지내며 겸직이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자체로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일이라면, 계약이 끝나자마자 무관한 관계가 되어 언제 변심할지 모르는 프리랜서에게 던져줄 수 없을 것이다.


아예 회사 측에서 시현이에 대한 일을 시킬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며 빠져나가지도 못하도록 하겠지.


물론, 제한된 정보에서 눈치만으로 끄집어낸 가설일 뿐이다.


만약 지금 내 추리가 근거없는 망상이라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게 되겠지만.


세상이라는 게 원래 모든 변인을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불확실하면 불확실한 대로 부딪치는 수밖에.


지금까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모하게 몇 번 질러본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아주 심각한 사고는 안 치고 살아왔다.


고민에 빠져 옴쭉달싹 못하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낫다.


차 안에서 이미 재닛에게 옮겨놓고 조금씩 키우고 있던 벌레들을 급속 증식시키기 시작했다.


맥각균 알칼로이드가 프로스타글란딘과 함께 들어가는, 전통의 '행복한 심문' 조합.


나중에 혹시나 CIA같은 곳에 이 조합의 비율을 특허비용 받고 판다면, 자백제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올 것이라 감히 선언하겠다.


내가 개발한 결과물 중에서는, 조직 재생 분야 이외에 이 조합만큼 대박의 효율을 보여주는 발명품이 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꾸준히 단련하며 훈련받은 사람이라도, 결국 그 뇌는 두개골 안 뇌척수액 사이를 둥둥 떠다니는 단백질 순두부일 뿐.


벌레들이 분비하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물질들에 절여지면 그에 따라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 뇌를 지켜주는 혈뇌장벽BBB 역시 완벽하지 않다.


더불어, 방에 들어온 직후 방 내부와 벽 사이에 있는 모든 철제 기구에 옮겨놓은 렙토스피릴룸, 소위 철을 먹는 박테리아 역시 빠르게 증식시켰다.


벽 안의 철골, 에어컨디셔너 배관, 각종 가전기기와 가구 등 철제 물건이 있을만한 곳이 아닌 곳에 철제로 만든 무언가가 있다면, 역시나 수상한 물건일 것이다.


물론 이런 방에서 몰카나 도청기가 설치될만한 위치에 대해서는 시현이에게 집중 교육을 받았던 바 있다.


나와 내 소지품을 제외한 방 안의 모든 것, 특히 재닛의 소지품과 의복 전체에도 렙토스피릴룸을 뿌려두었다.


물론 정말 일을 편하게 하려면 철이 아니라 카메라의 감광 센서를 구성하는 반도체를 타겟으로 삼으면 좋겠지.


반도체의 주재료인 규소만 먹어치우는 벌레를 뿌리면 딱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게다가 규소라는 놈은 그 자체로 항균 작용이 강한 놈이라 벌레들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소형으로 휴대 가능한 디지털 녹음기 역시 마찬가지다. 저장장치의 플래터를 구성하는 알루미늄만 탐식하는 벌레 역시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아니면 망간이나 코발트를 먹는 벌레도 괜찮은데. 역시나 손에 넣지 못했다. 학계에서도 아직 탐색과 연구 중인 주제라서.


앞으로 십년 이십년 지나면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배양과 증식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안 나왔다.


철을 먹이로 삼는 벌레 정도가 지금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무기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렙토스피릴룸의 증식 상황을 확인했다.


일단 재닛이 들고다니는 백 안에 뭐가 많았다. 립스틱을 포함한 메이크업 세트 수준이 아닌, 철로 만들어진 이런저런 물건들.


형태를 감안하면 저건 아마도 스턴건일 것이다. 날붙이만 20cm에 달할 나이프도 하나 있었다. 설마 저런 걸 손톱소제용으로 쓰지는 않겠지.


그 외에도 잡다한 전자기기들이 있었다. 누님, 대체 누굴 잡으려고 이렇게까지 준비를 하신 겁니까.


차마 그 통탄의 목소리를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지만, 일단 기기의 회로 부분과 나이프의 날 부분에 집중적으로 벌레를 증식시켰다.


중요한 건 디지털 녹음기와 카메라니까, 그것들부터 무력화시키는 게 일차 목표다. 휴대폰을 포함해서.


재미있는 건 옷차림이었다. 예의를 갖춘 자리에 나올 법한 정숙한 누님의 블라우스라면 아마 풀어져있지 않을 윗 단추와, 복부 바로 위의 여섯 번째 단추 하나가 재질이 다르다.


즉 다른 단추들은 다 플라스틱인데, 저 둘만 금속이 섞여있었다. 시현이 왈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져서 옷 단추와 벨트 모양의 몰카가 많이 보급되었다니 그 말이 사실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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