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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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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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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6,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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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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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9화

DUMMY



조직 재생 용도의 벌레를 옮겨놓고 잠깐 시험해보니, 완전 골절은 아니고 골막이 찢긴 상태에서 아주 약간 금이 간 것 같았다.


아마도 각목이나 쇠파이프같은 데 맞아 생긴 타박상일 것이다. 못 걸을 정도는 아니지만 뛰는 건 언감생심인 상황.


"부축해드릴 테니 일단 나가시죠. 이 안에서는 고민해봤자 뭘 어쩔 방도가 없습니다."


"...이 창고 다른 방에 제 카메라와 녹음기 있을 겁니다. 확실한 증거자료가 거기 있어서 찾아가야 하는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며 다른 남자가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죠. 그건 피신한 이후에 다시 생각하시고."


사무실 문 옆에 두 사람을 세워놓은 후, 황윤건은 집중하며 뮤탄스균 집락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이 사무실 방 밖으로 나있는 구조와 엄폐 가능한 각도 등을 고려하며, 가급적 이쪽 세 명에게 시선이 안 나오고 사각이 형성되는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충치균으로 창고 건물 안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위치가 모두 마킹된 상태이다 보니, 이 두 사람이 나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게 어찌 보면 가장 큰 핸디캡일 것이다.


"제 동선을 그대로 따라오세요."


약 2분 정도 기다리다가 황윤건은 천천히 문을 열고 남자를 부축하여 옆쪽의 진열대 한 구석으로 이동했다.


이 팀장은 따라가면서도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천금같은 2분을 쓰며 기다렸다는 것은 적절한 도주 시점을 지켜보며 따지고 있었다는 뜻일 텐데.


창고 안에 들어와 이동식 무선 카메라나 충전식 CCTV를 붙여두고 외부 지원팀의 가이드를 받고 있는 게 아니라면, 대체 이 사람은 무슨 경로로 신호를 전달받은 것일까.


바깥에 아무런 지원이 없다고 한 게 거짓말이었나? 순간 의심이 들기도 했다. 허스키하긴 하지만 목소리도 아주 젊은 편이고.


하지만 사람을 잡아놓고 뼈가 부러질 정도로 두드려패면서 고문을 하다시피 한 조폭들이, 굳이 이런 어설픈 연기로 회유책을 쓸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잠깐 앉아서 대기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황윤건은 중간중간 주변을 주시하면서도,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귀 안에 눈에 안 보이는 보청기형 이어폰이라도 끼고 있나? 감도가 상당히 떨어져서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못 미더울 텐데. 이 팀장은 속으로 갸웃거렸다.


"약 5초 안에 이동합니다. 일어나시고, 자. 다섯, 넷, 셋... 지금 움직입니다."


진열대 건너편에서 물건을 살펴보던 조직원이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세 명은 다시 건너편 진열대 쪽으로 움직였다.


진열대에서 그나마 박스가 쌓여있는 공간 뒤쪽에 몸을 숨긴 후, 황윤건은 다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정문과 감금 용도의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이 자리를 비우고 사라진 게 아직 문제가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정문까지는 아직 15m는 더 가야 하는 상황. 주변에서 사람이 이동할 때를 기다려야 하는데, 벌레 증식시켜서 화장실로 쫓아버렸다가는 공연히 주의만 끌 것 같아 고민 중이었다.


나 혼자야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다친 사람 둘을 부축해서 데리고 가려니 여러모로 막막했다.


저녁 식사 후 어느 정도 지났을 시간대. 상식적으로 몸이 늘어지며 졸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면유도물질을 분비하는 벌레들을 주변의 조직원들에게 모두 옮긴 후 증식시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괜히 경계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곧 옆쪽 진열대를 돌아다니던 조직원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여기에서 정문으로 가는 동선 쪽에 시선이 바로 닿는, 즉 죽어도 사각이 안 나올만한 위치에 있는 두 명이 좀 다른 위치로 이동해야 할 텐데.


그 둘에게 좀 더 급하게 벌레를 증식시켰다. 쓰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도저히 졸음을 견딜 수 없도록.


곧 두 명이서 서로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가 같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교대해줄 사람을 찾으로 가는 것일 터.


"가급적 빠르게 움직입니다. 바로 정문으로 나갈 겁니다. 뛰지 말고 빠른 걸음으로만."


자리를 지키던 두 명이 걸어가며 진열대 하나가 엄폐물로 들어오는 순간 황윤건과 두 명이 움직였다.


정문 쪽은 어차피 그 반대편까지 엄폐물 하나 없이 시선이 뻥 뚫리는 위치이다. 즉 창고 안에 누군가가 고개만 돌리면 바로 보일 법한 위치.


동행 남자를 부축하고 있던 마음이 급해진 황윤건이 조금 속도를 높였다.


남자 쪽은 옅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억지로 통증을 참고 절뚝이며 따라왔다. 하지만 절뚝이는 움직임 자체가 커지면 그것조차 위험한 상황.


그래도 천천히 움직이면 안 되는 구간인 건 변하지 않는다.


제발 10초만 더 이쪽을 안 봐주면 좋겠는데. 황윤건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해가 다 지고 어둠으로 뒤덮인 정문 바깥의 풍경이 좀 더 가까워질 무렵, 황윤건과 부축하던 남자의 다리가 꼬였다.


침음성을 흘리며 남자가 넘어지려 했고, 그가 쓰러지는 것을 막으려 황윤건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지탱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황윤건이 디딤발로 둔 바로 그 위치에 남자가 다친 다리를 디뎌버렸다.


"윽!"


발목이 꺾이며 결국 남자의 몸이 옆으로 쓰러지듯 기울었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반사적으로 잡은 진열대가 흔들렸다.


그리고 하필 그 진열대에는 오락실에서 쓰는 구슬과 코인 박스가 올려져있었다. 그것도 대충 비스듬하게 얹어진 상태.


박스가 떨어지며, 창고 바닥으로 엄청난 양의 구슬과 코인이 쏟아져내리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로 경쾌한 소리와 함께.


씨발. 좆됐다.


*******


"저 새끼들 뭐야!"


"잡아!!"


정문까지의 거리는 약 12미터. 그런데 정문 근처에 있던 네 명 정도가 달려오고 있다. 이쪽 동선과 겹친다.


저들을 몇 초 안에 눕히고 도주한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황윤건은 두 명을 잡아끌며 깡패들과 가장 거리가 떨어진 옆쪽 사무실로 내달렸다. 아니, 그러려 했다.


넘어진 남자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금 갔던 부분이 넘어지며 제대로 부러진 것일까.


"이 팀장님, 저 분 부축해서 어떻게든 저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어쩌려고요?"


"시간 좀 끌어볼게요."


황윤건은 바로 진열대 위의 박스들을 바닥에 내팽개치기 시작했다. 아주 허술하지만 발에 걸리는 장애물이 없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


엄청난 양의 구슬과 코인이 바닥에 뿌려지기 시작했고, 연장을 들고 달려오던 조직원들은 잠깐 멈칫했을 뿐 구슬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 코믹 영화라면 더더욱.


황윤건은 뒤로 물러서며, 벨트 뒤에 걸어놨던 삼단봉을 뽑아 스프링을 튕긴 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새끼들아! 다 덤벼!"


최대한 또라이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 벌레들을 증식시키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별 미친 자식을 다 보겠네. 겨우 한 명 들어와서 뭔 지랄이냐?"


우습다는 듯이 골프채를 들고 온 조직원 한 명이 자세를 잡고 스윙을 날렸다.


황윤건은 재빨리 옆으로 물러나 골프채를 피했고, 그러면서 손에 걸리는 박스들을 다시금 바닥에 내팽개쳤다.


하지만 뒤로 절뚝이며 도망가는 두 명이 있어 멀리 몸을 뺄 수는 없었다.


"야들아. 거기 밖으로 가는 문 없어~ 병신들이 진짜 쑈를 하는구나."


"재밌다 야. 계속 좀 해봐라."


어느새 잔뜩 몰려온 깡패들이 황윤건과 두 명을 보고 피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렇지. 제발 계속 그렇게 얕봐주라.


저 인원이 몽땅 나서 군기 팍 잡힌 채 뒤로 우회하여 몸 성치 않은 두 명부터 쑤시기 시작하면 그거야말로 곤란한 일이다.


"씨펄! 와봐!"


노르에피네프린, 소위 아드레날린이 전신을 채우며 팔다리의 혈관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손끝 발끝이 차가워지며, 왠지 주변이 조용하게 느려지며 내 주의력만 예민해지는 느낌.


이 아드레날린 부스팅을 할 시간이 없어서 그때 그 경호원에게 개처럼 두드려맞았었지.


와신상담하며 한 두 번 연습한 게 아니다. 오늘밤, 아니 내일밤까지 꼬박 새도 좋으니 제대로만 작동해주길 바랄 뿐.


쇠파이프를 든 두 명이 오락실용 구슬을 발로 쓸어내며 다가와 양옆에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완전히 합이 안 맞아 시간차가 있었고, 털이 선 고양이처럼 예민해진 황윤건은 그 차이를 이용해 앞뒤로 움직이며 파이프를 피했다.


두 번째 공격이 날아올 때 한 타이밍 빠르게 들어가 파이프를 든 손목을 삼단봉으로 가격했다.


"악! 이 개씨부랄!"


손을 부여잡고 물러나려는 놈을 쫓아가 정강이를 삼단봉으로 강하게 때렸다.


철심과 다리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남자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와중에 삼단봉도 약간 휘었지만 별 수 없다.


바로 뒤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황윤건은 반사적으로 옆으로 뛰어 바닥을 굴렀다.


간발의 차로 뒤통수가 있던 자리를 스쳐지나간 골프채가 바닥과 부딪히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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