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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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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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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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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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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황윤건은 조금 전 남자에게 옮겨놓은, 이뇨 물질을 분비하는 벌레를 천천히 증식시켰다.


역시나 자기 몸에서 증식시키며 연거푸 변이를 일으킨, 황윤건 특제 바이러스를 그 벌레 군집에 약간 묻혀놓은 채.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즉 EBV 한 종을 골라 자연상태에서 좀처럼 발생하기 힘든 종류의 변이를 몇 번 거치도록 유도한 놈이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품종'이라, 그 색다른 특징 때문에 감지하기가 아주 용이하다.


이러면 남의 몸속으로 옮겨놓은 벌레가 일종의 마킹이 된 상태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고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있어도 조절이 가능해진다.


아마도 남자는 곧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윤건은 준비해놓은 겉옷을 바꿔입고, 야구모자를 쓰고, 다른 색깔의 마스크로 갈아끼고, 알 없는 안경을 썼다.


여기까지 오면서 겉으로 드러난 CCTV 위치도 조심스럽게 확인해두었다.


CCTV 관련으로는 윤시현에게 여러 번 교육을 받아서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략적인 위치, 통상적으로 설치하는 곳, 애써 위치를 숨기려고 했을 때 보통 고르게 되는 장소들.


상가 건물 구조라는 게 보통 거기에서 거기라서, 설치된 CCTV 대부분은 윤시현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이미 옮겨놓은 맥각균 세트도 증식시키기 시작했다. 대충 작업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


양변기가 있는 칸에 들어간 후 문을 살짝만 열어두었고, 곧 환전해주던 남자가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기 앞에 서서 바지를 내렸다.


쪼르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맥각균 세트를 급속 증식시켰다.


이 년 전과는 다르다. 이런 진균류가 젊은 남자 몸 안에서 증식하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근육량과 대사량 수준에 따라 심부 체온이 미묘하게 변하는데, 진균류가 보통 온습도에 예민한 놈들이라 조건 설정만 조금 변경시켜도 증식 효율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검증된 조건식을 세워 반복적으로 훈련한 벌레들의 증식 속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차원이 다르다.


조금 있다가 바지를 올리고 벨트를 채우는 남자가 자꾸 헛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에이... 뭐야 이게."


그러시겠지. 술도 안 먹었는데 왜 이러는지 기분이 이상하고 불쾌하겠지.


순간 휘청이며 쓰러지려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남자의 뒷덜미를 잡아 양변기 칸 안으로 끌어당겼다.


변기 위쪽에 내던지듯 앉힌 후, 바로 명치를 훅으로 한 번 무겁게 갈겼다.


"욱!"


"어이. 여기에서 토하면 곤란해."


헛숨을 크게 들이킨 남자 턱을 가볍게 팔꿈치로 쳐서 돌렸다. 다행히도 토하지는 않았지만.


순간 고개가 아래로 꺾이려는 것을 멱살을 잡아 막았다.


즉시 맥각균 세트 중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벌레의 수를 좀 줄였다.


남자가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뒷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소뇌 레벨까지 맥각균 알칼로이드로 범벅이 된 이상 무리일 것이다. 양쪽 손가락을 맞닿게 하는 일도 어려울 정도로 떨리는 손이 말을 들을 리가 없을 테니.


"왜. 칼이라도 꺼내게?"


왼쪽 손목을 잡아 바깥쪽으로 크게 꺾은 후 양 손에 힘을 주어 굳히기에 들어갔다.


아마 지금부터는 어깨죽지를 꿈틀거리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끝내자. 도중에 토하지나 마라."


맥각균 세트와 함께 프로스타글란딘을 분비하는 벌레도 급속 증식시켰다. 진실을 털어놓을 시간이 됐다. 심문 모드 온.


아. 여기는 밖이지. 평활근을 마비시키는 물질을 분비하는 벌레를 성대 주변으로 옮겼다.


곧 쉰 목소리로 작게밖에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크게 소리쳐봤자 공기만 새어나올 것이고.


다만 이 벌레들은 잘못하다가 기도 주변까지 퍼지면 호흡이 멈추며 순식간에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사여... 주세오..."


끔찍한 통증과 무서운 환각에 동시에 휩싸이며,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중얼대기 시작했다.


*******


남자에게 빼앗은 열쇠로 접수 창구 안쪽으로 가는 옆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안쪽의 꽤 넓은 공간을 창고처럼 쓰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상품권, 산처럼 쌓여있는 동전, 천원짜리 지폐, 오천원자리 지폐 등이 박스 별로 분류되어있었는데.


당장 느긋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만원권과 십만원짜리 자기앞수표 정도만 챙겼다.


그래도 상당 기간 수금이 안 되었는지 등산가방 하나를 채울 정도는 나왔다.


이게 주변의 업소 한 두 개 정도에서만 나온 매출일 텐데, 전국을 다 합치면 정말 어마무시한 규모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박이라는 게 참... 끝까지 가면 마약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실제로 중증 도박중독자들은 뇌내 도파민 대사의 양상이 마약중독자들과 비슷하다.


얼른 가방을 챙겨 옆문을 잠그고 나오는데, 환전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여기요! 대체 환전 언제 해주는 거요? 바빠죽겠는데."


그러시겠지. 게임하느라 너무 바빠 눈코 뜰 사이가 없을 것이다.


오늘 딴 것 환전해서 며칠 안에 두 세 배는 더 잃는 게 보통이겠지만. 그렇게 꼬박꼬박 수수료 10%씩 이놈들 목구멍 안으로 들어올 테고.


"지금 담당자가 잠깐 약국 갔거든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마스크 안으로 피식 웃으며 황윤건은 재빨리 건물을 빠져나왔다. 약이 그 약은 아니지만 약국 비스므리하다는 점에서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가까운 지하철 내방역의 물품보관함에 배낭을 넣어둔 후, 황윤건은 좀 떨어진 곳에 주차시켜뒀던 차를 몰고 양재동 쪽으로 내려갔다.


윤시현의 정보망에서 나왔던 이야기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폭들은 벌써 작년 말부터 이 성인오락실 사업에 뛰어든 상태였다.


강남-논현-역삼-선릉의 핵심 라인까지 끼어들지 못했던 군소 파벌 하나가 방배-도곡-양재 라인에서 슬금슬금 구역을 장악해가고 있던 와중.


돈이 된다는 소문에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금방 회수할 수 있는 현금이 막 날라다니다 보니 조직원도 빠르게 늘어났다.


프론트 보던 남자도 작년 말에야 합류한 경우였다. 환전소 일을 맡을 정도로 신뢰를 받기 시작한 건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며칠 전 방배동 인근에서 '여기저기 찔러보고 다니던 수상한 놈'에 대한 건은 그냥 들어서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현장 뛰는 조직원들이 그놈을 잡아서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


실제 '집행'한 인원들은 양재동 쪽에 있는 친구들이라 했다.


양재동에서 이쪽 인원이 굴리는 업소와 환전소 주소까지 모두 알아낸 후, 황윤건은 역시나 좀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한 시간 정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위치와 대략적인 분위기를 확인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직원이 한 명만 있는 환전소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어차피 아까 그 친구는 문이 잠긴 양변기 칸 안에서 족히 하루는 잠들어있을 것이다. 휴대폰은 꺼진 채 내 손에 있고.


환전소 전체를 뒤집어놓고 나온 건 아니니 아마도 오늘 밤이 지날 때까지는 조직 차원에서 비상이 뜨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역시나 한 명만 있는 직원 인상이 무척 험상궂다. 아마도 장부나 영수증 처리 없이 눈먼 돈이 왔다갔다하는 곳이니 자기들 식구 이외에 고용한 직원에게 선뜻 맡기기는 어려울 터.


주변을 좀 더 지켜본 후 사람이 없을 때 비슷하게 접근했고, 다행히도 중간에 방해받지 않고 얻을 것만 얻어내고 정리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공용 화장실 크기도 큰 건물이었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는 처리 못 했을 것이다.


오락실이야 그렇다 쳐도 환전소야 입지가 좋을 이유가 없으니, 사람들 눈에도 덜 띄고 임대료로 저렴하여 이렇게 이면도로의 낡은 건물에 위치한 게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당연함은 오히려 황윤건에게는 유리한 조건이었다.


역시나 만원권과 자기앞수표만 챙겨 양재역 물품보관함에 수납한 후, 황윤건은 조금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심문한 친구도 '찔러보던 놈을 포위해서 잡아내던' 상황에 직접 있지는 않았지만, 같이 일하는 조직원이 현장에 있었다고.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고, 지금 이 팀장은 양재동에서 내곡동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좀 떨어진 창고에 있다고 했다. 아직 살아있다면 말이다.


황윤건이 알던 바와 좀 다른 내용이 있다면, 일행이 있었다는 것 정도. 남자 한 명이 동행하던 중이었고, 그 사람도 같이 잡혔다고.


윤시현에게 대놓고 물어보며 브리핑을 제대로 받은 게 아니라서 이런 부분이 좀 곤혹스럽다. 미필적 고의에 기대다 보니 생기는 문제.


뭐 어때. 사람만 살리면 되는 거지.


이미 해는 떨어진 상태였고, 차를 천천히 몰며 주변을 넓게 몇 번 돌면서 위치를 파악했다.


다행히도 출입 도로가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이라 접근하는 것 자체가 크게 경계를 살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 더 가까이 가다가, 창고 기준으로 다른 건물과 수풀에 가려 사각이 만들어지는 위치에 주차했다.


창고까지 약 100m 좀 넘게 떨어진 곳이었고.


차에서 내린 황윤건은 복장과 텅 비어있는 큰 배낭을 확인한 후, 미리 준비해두었던 벌레 군집을 증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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