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15,351
추천수 :
4,305
글자수 :
236,481

작성
22.06.13 13:30
조회
1,260
추천
54
글자
9쪽

36화

DUMMY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어른스러운 정장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이대는 20대 중후반?


사실 연배가 좀 있어보이는 복장이나 화장 스타일에 비해 신체능력이나 대사량이 훨씬 높다.


신체 나이로만 보면 20대 초반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고, 골격근량과 근력 등 운동능력은 또래의 여학생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


황윤건이 신경을 쓰기 전부터 이미, 몸 안의 적혈구 지향성의 벌레들이 그 사람에 대한 가늠을 재빨리 끝내놓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대하며 노화의 정도, 심폐지구력, 골격근량, 체지방량, 수분량 등을 얼추 맞출 수 있다. 인간 인X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외모, 인상, 복장과 속알맹이가 너무 다르면, 즉 황윤건의 눈과 벌레들의 후각이 어긋나면 어긋날수록 더욱 강한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아마 주변의 아는 사람들을 통해 그 성별 그 연령대의 평균적인 스펙이 데이터로 쌓여있으니까.


그 데이터 상 정규분포 중간에서 너무 먼 사람들은 황윤건 자신의 눈보다 벌레들의 코에 먼저 걸리는 것이다.


이런 괴리감은 여인이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느끼고 있었다.


황윤건 속의 벌레들이 먼저 그 앞뒤 안 맞는 특이한 부분을 냄새맡기 시작했고, 덩달아 황윤건도 그런 부분을 반사적으로 알아채게 된다.


저 체격의 여자가 저 정도면 거의 현역 운동선수 아닐까?


"저를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쭈삣거리며 황윤건이 말했다. 뭘 어찌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이런 여자가 나를 미리 알고 찾아왔을만한 이유가 없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그랬고, 몸 속의 벌레들도 다소 긴장한 느낌이었다. 이건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맞다.


"윤시현씨 건으로 논의할 부분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이야기 나누기 좀 어렵지 않겠어요?"


여인이 불쑥 다가와 속삭이듯 작게 말했고, 반사적으로 황윤건은 몸을 뒤로 뺐다.


여자가 갑자기 몸을 들이대서 놀란 것도 있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서 윤시현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이 순간 섬뜩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윤시현을 알고 있고, 또 나를 찾아와 윤시현 이야기를 할만한 사람이라면...?


결국 그쪽 업계 사람인 건가?


그 순간 속에서, X된 게 아닐까- 라는 낭패감이 몰려왔다.


설마 돈세탁한 게 어디에서 걸렸나? 아오.


아니면 설마 지난번 국회의원 조진 것 때문에? 그때 나를 봤는데도 굳이 살려둔 그 경호원 입에서 뒤늦게나마 뭔가 흘러나왔던 걸까. 너무 일처리가 물러터졌었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와중에, 황윤건은 굳어진 표정을 관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양재동 그 깡패들 소굴에서 서 기자가 진열대의 칩 박스를 떨궜을 때에도 이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는데.


어느새 팔짱을 끼듯이 두 팔을 포갠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자기 팔등을 톡톡 두드리며 여인은 귀엽다는듯이 황윤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을 충분히 확인했다는, 원하던 대로 흘러가서 만족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시죠. 어디로 갈까요?"


억지 미소를 지어보이며, 황윤건은 들고 있던 캔커피 가득 든 봉지를 저 한쪽에 떨어져있던 친구에게 건네주고 돌아섰다.


친구들에게는 장난처럼 승리자의 얼굴로 웃고 싶었지만, 몸도 마음도 굳어버려 그럴 수 없었다. 빚쟁이가 찾아왔던 거라고 나중에 둘러대야 할까.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벌레들이 나서며 반사적으로 자율신경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하게 교감신경이 항진되자, 부교감신경 활동을 촉진하는 벌레들이 자동으로 증식을 시작한 것이다.


서서히 당혹감과 긴장감이 옅어지면서, 마음도 같이 가라앉았다.


윤시현으로부터의 급한 연락이 없었고,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성급하게 뭔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느긋하게 탐색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후우.


"명함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물론이죠. 그냥 재닛이라고 불러요."


조수석에 앉아 건네받은 명함에는 재닛 장(Janet Jang)이라는 이름만 눈에 들어왔다.


Simon & Fisher라는 외국계 회사. Security Department면 보안 관련 부서일 텐데.


직급이 Associate Director라는데 한국에서 대충 어느 정도 직함에 해당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Director면 되게 높은 거 아닌가? 과장? 차장? 저 젊은 나이에?


"보안 관련 일 하시나 봐요. 직급도 높으시네."


"맞아요. 회사가 작다 보니 통신 보안과 물리적 보안 둘 다 맡아서 하고 있죠."


차에 타자마자 황윤건에게서 당황한 기색이 사라지자, 재닛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한 번 바라보고 나서 차 시동을 걸었다.


시원스러운 배기음이 바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포X쉐.


"시현이 누나가 인터넷 보안 관련 컨설팅 일 한다고 알고 있어요. 누나한테 연락하셨으면 될 텐데 굳이 절 찾아오신 이유가 뭘까요?"


"윤시현씨와 소통하는 팀은 따로 있거든요. 아마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 같네요."


아차. 나랑 시현이 쪽에 동시에? 맘 먹고 들어왔군. 이놈들 좀 봐라?


"눈치가 없는 것 같지 않으니, 본론부터 말씀드리죠. 윤시현씨가 좀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시죠?"


재닛의 어조가 좀 바뀌었다. 무겁고 차가운 쪽으로.


"위험한... 일이요?"


"모르는 척 하실 필요 없답니다. 회사 단위에서 윤시현씨 남자친구에게까지 찾아올 정도면, 앞뒤 사정이 어떠할지는 짐작할 수 있겠죠. 황윤건씨."


아아. 그러시겠지.


"정확히 말하자면, 위험한 일이라기보다는 위법한 일입니다. 가끔은 대놓고 범법행위까지 저지르고요. 해커 클래비스(Clavis)로 알려진, 윤시현씨 말이죠."


"누나가 IT 쪽 프리랜서라고 알고 있었는데 충격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해커라니. 무서버라."


"좀 놀란 기색이라도 있어야 믿어줄 텐데, 너무 태연하시네요. 황윤건씨. 지금 내가 농담하는 것 같나요?"


형사나 군인 느낌일까? 음성을 낮춰 윽박지르는 기세가 한 두 번 해본 뽄새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황윤건은 부교감신경이 잔뜩 활성화되어있어서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 상태다. 긴장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시현이 범법행위를 하든 말든 내가 알 게 뭐냐고.


교감신경이 다시 항진되어야 하는 순간, 예를 들어 물리적인 위협이 가해진다든가 하는 상황이 온다면 벌레들이 알아서 세팅을 바꿔줄 것이다.


나 혼자 조급하게 모든 것을 다 책임지려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공생관계인데 이놈들이 살기 위해서는 내가 해를 당하면 안 되는 것이고, 벌레들도 나서야 한다.


그래도 너무 느긋해졌나?


"그러게요. 농담 따먹기 하러 이 바쁜 걸음 해주시고 저한테 포X쉐 시승도 시켜주신 건 아닐 것 같네요. 저야 좋긴 하지만. 이 차 오천 씨씨 넘죠? 배기음 죽이네. 어쨌든, 그래서요?"


윤시현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하다가, 이 여자 말대로 지금 다른 팀에서도 작업 들어가고 있는 와중이라면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뒤를 밟혔다고 생각하고 더 심란해질 것이다.


아마 내가 인질 비슷하게 잡혔다고 생각하며 화도 나고 걱정되기도 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겠지. 즉 당장 연락해봤자 별로 실익이 없다.


또한 이쪽 업계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가 윤시현에게 당연히 연락할 거라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일을 꾸몄을 공산이 클 것이다.


그래도 지겹게 들은 게 있어서, 지금 있는 분당의 오피스텔 보안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게 아니다. 혹시라도 물리적으로 침입하려는 시도가 있으면 시현이는 바로 빠져나갈 것이다.


안전에 대해서는 강박이라고 할만큼 완벽주의를 고수하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내가 섣불리 움직이는 게 더 위험하다. 괜히 걱정된다고 급히 오피스텔 쪽으로 이동하다가, 노리고 있던 놈들에게 오피스텔의 정확한 위치만 노출시킬 공산이 크다.


게다가 이들이 어디까지 알고 뭘 모르는지에 대해 아무런 감이 없지 않은가. 당황스러운 상태에서 허접한 시도에 낚이기는 싫다.


"남자친구도 보통 분이 아니시네. 하긴 그 윤시현씨니까요."


한손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재닛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우리 어디 가나요? 밥 사주나요? 곧 저녁 시간인데."


"바쁜 시간 내주셨는데 당연히 식사 대접해야죠. 곧 도착할 겁니다."


"그쵸.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 보니 오늘 저녁 시간이 제 졸업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거든요. 그 정도 식사 자리는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학생이라 아무 거나 다 잘 먹을 줄 좀 쉽게 생각했는데, 수준을 좀 높여야겠네요."


긴장된 상황이었지만 슬슬 긁어도 바로바로 받아치는 걸 보면 이 여자도 보통은 아니다.


하긴 당연히 사람 쥐락펴락 해오던 가락이 있는 인물이니까 초면의 나를 찾아왔겠지. 설마 경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55화 +17 22.06.26 1,264 74 7쪽
55 54화 +3 22.06.26 804 48 10쪽
54 53화 22.06.26 840 41 10쪽
53 52화 +22 22.06.19 1,392 79 18쪽
52 51화 +6 22.06.19 1,064 76 10쪽
51 50화 +8 22.06.19 953 50 10쪽
50 49화 +3 22.06.19 953 52 10쪽
49 48화 +5 22.06.19 947 52 10쪽
48 47화 +8 22.06.18 1,068 72 9쪽
47 46화 +3 22.06.18 990 56 9쪽
46 45화 +6 22.06.17 1,171 58 9쪽
45 44화 +4 22.06.17 1,041 41 9쪽
44 43화 +13 22.06.16 1,210 63 9쪽
43 42화 +5 22.06.16 1,091 49 9쪽
42 41화 +3 22.06.15 1,282 67 10쪽
41 40화 +5 22.06.15 1,143 57 9쪽
40 39화 +12 22.06.14 1,261 83 9쪽
39 38화 22.06.14 1,155 61 10쪽
38 37화 +7 22.06.13 1,398 76 9쪽
» 36화 +2 22.06.13 1,261 54 9쪽
36 35화 +8 22.06.12 1,548 63 10쪽
35 34화 +6 22.06.11 1,510 73 10쪽
34 33화 +2 22.06.10 1,538 67 10쪽
33 32화 +4 22.06.09 1,482 54 10쪽
32 31화 +1 22.06.08 1,503 54 10쪽
31 30화 +4 22.06.07 1,545 57 10쪽
30 29화 +1 22.06.06 1,565 51 9쪽
29 28화 +1 22.06.05 1,657 57 9쪽
28 27화 +2 22.06.04 1,758 53 10쪽
27 26화 +4 22.06.03 1,865 6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