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15,353
추천수 :
4,305
글자수 :
236,481

작성
22.06.14 19:50
조회
1,261
추천
83
글자
9쪽

39화

DUMMY



실제 그걸 눈으로 보니 참 대단하다 싶었다.


테이블 위 샹들리에에도 수상해보이는 금속 재질 작은 전자기기가 하나, 침대 근처 천정 모서리에도 하나, 텔레비전 진열대 옆에도 하나가 있었다.


물론 이중에서 몰카와 아무 상관없이 원래 이 방에 있던 기본 기기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뒤 가릴 때가 아니다. 좀 아니다 싶은 모든 곳에 쇠를 먹는 벌레를 급속 증식시켰다.


이 여자가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모르니까. 최대한 하나라도 기능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남은 일은, 슬슬 얼굴이 벌개지며 맥각균 알칼로이드에 반응하고 있는 장재닛이 먼저 행동하게 만드는 것.


내 추론이 맞는지 그녀의 언행을 통해 확인할 것이며, 무엇보다 배부르게 밥도 먹었는데 섣불리 먼저 움직이고 싶지 않다.


어디 저 체육인같은 스펙의 탄력있는 몸뚱이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볼까.


* * *


"으아아아!"


주먹에 맞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주먹을 막은 황윤건이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재빨리 테이블 옆으로 돌아가 파운딩 포지션을 잡으려고 했는데, 순간 휘청이며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뭐지?


"장재닛 누님. 왜 비싼 밥 먹고 사람을 때리고 그러세요... 막 무섭고 울고 싶어지네요."


어느새 벌떡 일어나 파이팅 포즈를 잡고 있던 황윤건이 애써 우는 소리를 냈다.


"장재닛 님아. 먼저 맞은 게 저에요. 이제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당신 책임이고, 모두 정당방위의 한 방편일 뿐이랍니다."


혀로 떨고 있는 엄살과는 달리, 황윤건의 두 눈은 기묘한 득의감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회사 연구팀에 있는 수석 엔지니어들에게서 가끔 볼 수 있는, 자신에게는 없는 일종의 광기와도 같은 느낌이라 장소영은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치마의 하단 버튼을 두 개 풀었다. 문득 스타킹을 신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방바닥이면 맨발인 쪽이 덜 미끄러우니까.


황윤건이 복싱을 몇 년 했다고는 들었지만, 앉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팔이 닿는 거리 안에서 내지르는 자신의 훅을 막는 건 선수들로서도 어려운 일이다.


보통 놈이 아니다. 얕보고 들어갈 수는 없다.


바지를 입고 올 걸 그랬나. 하지만 그랬다가는 애초부터 이 자리에 저 놈이 앉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사내들이란.


자꾸 시야가 흐려지며 어지러운 감이 들었지만, 그래봤자 실전에서 선빵 한 두 대 맞고 시작한 싸움과 비슷하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뒤통수를 각목으로 한 대 맞고 시작했다든가.


어지러운 정도가 아니라 몇 초 정도는 눈이 아예 안 보일 수도 있고, 좌우 중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모든 상황을 겪어보고 이겨낸 자신 아닌가. 만전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건 결코 변명이 될 수 없다.


장소영은 옆쪽에 있던 가벼운 스툴을 들어 황윤건에게 기습적으로 던졌다.


건들거리던 황윤건이 흠칫 놀라며 옆으로 피했고, 스툴은 벽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굴렀다.


자세가 무너진 황윤건에게 바로 달려들어 잽을 날렸다.


더킹으로 슬쩍 피하며 황윤건이 역시 잽으로 반격했다.


아무래도 저쪽이 덩치가 크고 리치가 길기 때문에 조금 불리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는 걸. 상대가 여자거나 자기보다 키 작은 남자였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견제용으로 두 번 정도 잽을 던지다가, 황윤건이 다시 접근할 때 바로 로우킥으로 오른다리를 노렸다.


뒤로 톡 뛰어 피하는 것이 마치 독이 오른 고양이같은 몸짓이었는데, 키가 180cm를 넘는 저 덩치라고는 믿을 수 없는 민첩성이었다.


여전히 얼굴은 긴장한 기색이 별로 없는, 어느 정도 얼이 빠진 듯 묘하게 웃고 있었다.


정말 이놈도 약을 빨고 있는 건가? 그럼 윤시현은 어떻게 된 거지? 정말 약을 끊은 게 맞나? 좀 혼란스러웠다.


차를 탄 후 황윤건의 감정선이나 반응 양태는 정상인의 것이라 하기에 너무 기괴했다.


상단 중단으로 가볍게 잽을 날린 후 바로 황윤건이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복싱-주짓수 조합으로 몸 만든 놈들의 수법은 다소 뻔하다. 지겹게 상대해왔다.


게다가 체급에 비해 아주 빠르기는 해도 동작 자체는 너무 전형적이고 모범적이다.


바로 자세를 옆으로 돌리며 엉덩이를 뒤로 뺐고, 들어오는 얼굴에 팔꿈치를 돌려 한 번 넣어줬다.


정타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태클을 막기에는 충분했고, 주춤하는 황윤건에게 바로 하복부를 밀어찼다.


두 팔을 들어 킥을 막았지만 장소영은 바로 가드가 풀린 황윤건의 얼굴에 훅을 날렸다.


하지만 황윤건은 스웨이백으로 길게 몸을 젖히며 미꾸라지처럼 피했다. 깻잎 한장 차이였는데.


이번에는 자신도 당할 뻔 했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이 굳은 채 뒤로 세 보 정도 바로 빠졌다.


애초부터 인파이팅 스타일이 아니다.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두고 머리를 써가며 싸우는 타잎이다.


그런 와중에 장소영은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팔다리가 말을 안 듣는 느낌이었다. 힘이 들어갈 때와 뺄 때 좌우의 균형이 안 맞았다.


신경독에 당하기 시작할 때의 증상과 유사했다.


설마 그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건가. 게다가, 음식에 탔던 약은 대체 이 녀석에게 왜 효과가 없었던 거지?


최음제 계열이라 미리 피독하거나 제독 조치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잇몸을 살짝 깨물어 통증으로 정신을 각성시키며 장소영은 나이프를 써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그래도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베테랑이 아닌 한 건장한 특전사 대원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는데. 저런 애송이 꼬마 따위.


전투복에 장갑까지 낀 상태였다면 벌써 끝났을텐데. 마사히로가 쓸데없는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무신경의 극치. 나쁜 놈.


몇 년만에 만났는데 이런 어이없는 그림을 그려두고 강요하지 않나. 또 그 와중에 콘돔을 안 써? 개버릇 남 못 준다더니. 그걸 알고 미리 약 먹고 있던 나는 또 뭐고. 젠장.


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순간 눈이 감기는 느낌이 들다가 흠칫 놀라는 사이에 황윤건은 페인트로 잽을 한 번 던지더니, 옆에 있던 물잔을 들어 던졌다.


아니, 정확히는 커다란 물잔에 가득 차있던 얼음물을 뿌렸다. 피하긴 했지만 상의 왼쪽에 그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물이 묻은 피부가 얼어붙는 듯 차가워졌다. 전신에 오한이 들면서, 손발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열이 40도까지 올라 오한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벌거벗겨져 냉탕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음식에 약을 쓴 건 내가 아니라 저 애송이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삼인분을 거뜬히 먹은 저 놈은 전혀 중독된 모양새가 아니다.


나름대로 제대로 뒤를 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저놈은 평범한 명문대 대학생이 아니다.


우리 회사의 정보망을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 이 한국에서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게 그저 경악스러울 뿐.


하지만 혼란한 마음보다 위기를 느낀 몸이 먼저 반응했다.


재빨리 테이블 뒤로 돌아와 백 안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근데 촉감이 이상했다. 날이 변색되어 잔뜩 녹슬어있었고, 손잡이의 가죽 역시 헤져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대체 언제 이런 짓을!?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던 황윤건과 시선이 마주쳤다.


예의 맛간 눈빛으로 씨익 웃는 모습이 문자 그대로 몸서리가 쳐졌다.


안 그래도 심한 오한 때문에 몸이 떨리는데, 정말로 양쪽 승모근이 올라와 목에 붙을 정도로 섬뜩했다.


명백한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어디에 숨겨두고 있었는지 황윤건이 삼단봉을 휘둘러 길게 만들었다. 철컹.


그 비둘기를 노리는 들고양이같은 눈빛에 장소영은 순간 공포심이 몰려왔다.


원래라면 곧 얻어터져 바닥을 구르며 살려달라고 질질 짤 미친놈을 가소롭게 내려다봐야 하는 게 정상적인 내 입장이어야 할 텐데.


정말 일이 꼬여도 대차게 꼬였다는 느낌에 장소영은 이를 악물며 두 턱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욱- 하는 느낌과 함께 구역감도 올라오며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어지러웠다.


"장재니이이잇... 어쩌나. 칼을 들었네. 정당방위 요건을 알아서 내주니까 너무 반갑네~"


사이코 새끼. 이미 차에 타기 전부터 다 준비하고 있었던 말인가?



"애초에 총을 가져왔으면 더 좋았을 걸. 안 그래요? 장재닛 누님?"


쥐고 있던 삼단봉을 기분나쁘게 흔들거리며 황윤건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장소영은 녹이 잔뜩 슨 나이프를 손에 쥐며 두 발자국 정도 물러났다.


문득 방 안의 조명이 너무 밝아 눈이 부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어지럽고 시야가 흐려지는데,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백한 신경독 중독 반응. 아니면... 마약인가?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다는 LSD류의?


작가의말

내일 올라올 40화의 경우 다소 잔인한 장면이 나올 수 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해당 묘사를 그냥 넘기시기를 권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55화 +17 22.06.26 1,264 74 7쪽
55 54화 +3 22.06.26 804 48 10쪽
54 53화 22.06.26 840 41 10쪽
53 52화 +22 22.06.19 1,393 79 18쪽
52 51화 +6 22.06.19 1,064 76 10쪽
51 50화 +8 22.06.19 953 50 10쪽
50 49화 +3 22.06.19 953 52 10쪽
49 48화 +5 22.06.19 947 52 10쪽
48 47화 +8 22.06.18 1,068 72 9쪽
47 46화 +3 22.06.18 990 56 9쪽
46 45화 +6 22.06.17 1,171 58 9쪽
45 44화 +4 22.06.17 1,041 41 9쪽
44 43화 +13 22.06.16 1,210 63 9쪽
43 42화 +5 22.06.16 1,091 49 9쪽
42 41화 +3 22.06.15 1,282 67 10쪽
41 40화 +5 22.06.15 1,143 57 9쪽
» 39화 +12 22.06.14 1,262 83 9쪽
39 38화 22.06.14 1,155 61 10쪽
38 37화 +7 22.06.13 1,398 76 9쪽
37 36화 +2 22.06.13 1,261 54 9쪽
36 35화 +8 22.06.12 1,548 63 10쪽
35 34화 +6 22.06.11 1,510 73 10쪽
34 33화 +2 22.06.10 1,538 67 10쪽
33 32화 +4 22.06.09 1,482 54 10쪽
32 31화 +1 22.06.08 1,503 54 10쪽
31 30화 +4 22.06.07 1,545 57 10쪽
30 29화 +1 22.06.06 1,565 51 9쪽
29 28화 +1 22.06.05 1,657 57 9쪽
28 27화 +2 22.06.04 1,758 53 10쪽
27 26화 +4 22.06.03 1,865 6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