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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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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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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481

작성
22.06.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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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10쪽

33화

DUMMY



"응. 그럴게."


"많이 아프지? 지금은 좀 괜찮아?"


"지금은 아직 덜 아물었는데 내일쯤이면 상처 다 덮이면서 통증도 거의 사라질 거야."


"그래... 자기가 그렇다니까 일단 믿을게. 밖의 두 사람은?"


"응급처치 해둬서 잘 쉬기만 하면 나을 거야. 옆에 서 기자라는 사람은 정강이 경골이 조금 부러졌는데 수술 안 해도 되게끔 만들어놨어."


얼굴에 멍이 적당히 가라앉으면, 그냥 생활하다가 당한 부상으로 자연스럽게 일반 병원에 가서 깁스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소한 경찰 수사에 노출되지는 않을 터.


"여기에서 일주일 정도는 머무를 수 있으니까 두 사람 언제 어떻게 보낼지는 자기가 알아서 해."


"시현아. 그것보다 우리 지금 찾아놔야 할 게 있는데."


"뭘 찾아? ...설마 자기 또 깡패들 돈 뜯었어?"


"출처 안 남는 현금을 가장 사랑하는 놈들이잖아. 그 물고기 잔뜩 나오는 게임으로 나오는 돈이 쏠쏠한 것 같더라고."


황당하다는 듯이 돌아보는 윤시현에게 황윤건이 씨익 웃었다.


지하철 코인라커에서 돈을 회수하고 윤시현과 밤참을 먹을 생각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어차피 오늘밤은 잠들기 글렀으니 포식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


의뢰받은 조사를 하던 중 조폭 개입을 확인한 후, 이 팀장은 현장 경험이 적은 부사수들 신변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직접 나섰다고 한다.


자세한 이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대 시절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 험한 일에 종사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일진이 연거푸 안 풀리는 날에는, 그리고 수적으로 너무 밀리면 다 소용없는 법.


미리 준비해둔 보험 두어 개까지 다 작동불능이 되어 결국 난투를 벌이다가 제압당해 잡혀갔다고.


서형원은 중견 주간지의 기자로서, 이 물고기 나오는 성인오락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점 수를 늘릴 때부터 구린내를 감지하고 꾸준히 취재를 해왔다고 한다.


서 기자는 예전부터 이 팀장의 회사와 비공식적인 정보를 주고 받고 있던 사람이다.


즉 정보원인 동시에 의뢰주 역할이었기 때문에 이번 일에도 협조하며 적당한 선까지만 동행하는 게 당초 계획이었는데.


일이 틀어지다 보니 같이 붙들려가 팔자에 없는 멍석말이를 당하여 다리까지 부러진 셈이다. 무릇 위험한 시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운이 언제나 따를 것이라 생각하며 행동하다 보면 결국 한 번은 나무에서 떨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건 황윤건 본인에게도 적용될만한 이야기겠지만.


어쨌든 위급 상황은 해결되었고 덤으로 조직 아지트까지 쓸어버리며 주요 자료까지 다 손에 넣었다.


원래 이 의뢰는 이 팀장의 회사 차원에서 단독으로 진행했던 건이며 윤시현과는 관계가 없었는데, 황윤건이 나서는 바람에 결국 기여도가 생기며 지분까지 얻게 되었다.


장부와 하드디스크 등 압수한 자료를 공유하며, 이후 클라이언트에게 받을 잔금을 절반 나누기로 했다.


이 팀장 입장에서는 목숨이 날아갈 뻔한 상황이었으니 언뜻 생각하면 사실 전부 다 받아야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윤시현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회성 자금보다는 계약 조건 자체를 건드렸다.


윤시현이 이 팀장 회사와 앞으로 협업할 때마다 수익 배분 상으로 10% 정도 유리한 비율을 약속받은 것이다.


참 이럴 때 보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


실제 현장에서 뛴 황윤건은 '특전사 출신의, 화생방 분야에 특화된 히트맨' 정도로 얼버무리고 넘어간 것 같지만.


어차피 검경 입장에서는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관련 자료를 경찰에 넘기지는 않았다.


또 그래서 양재동 창고에 널부러져있던 깡패들이 딱히 대규모로 검거된다거나 하는 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저 불법무기소지죄로 몇 명이 구금된 정도였다. 다른 건 몰라도 무허가 석궁과 일본도는 총포화약법에서도 대놓고 금지한 도구니까.


그래도 그 석궁에 직접 맞은 피해자가 종적을 감추었으니 그걸 소지만 하고 있었지 사람에게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었던 셈이다.


황윤건이 가까스로 피했던 화살촉 몇 개가 벽에 박혀있었다고 해도, 그냥 연습하다 그리 되었다 이야기하면 사실 경찰 입장에서도 할 말은 없다.


오히려 더 이슈가 된 것은 단체로 병원으로 실려간 조직원들의 병명이었다.


상세불명의 감염성 뇌염. 랩을 아무리 돌려도 확인이 안 되는 신종 전염병이 관련 전문가들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한 뇌수막염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조직학적으로 훨씬 큰 손상이 확인되어 병원 측도 발칵 뒤집혔다.


다행히도 염증 진행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자는 없었지만.


마치 작은 기생충이 뇌로 직접 들어가 세포를 갉아먹은 듯한 형상이었을 테니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천천히 소멸되게 세팅해두었던, 네글러리아 파울러리의 사체가 뇌척수액에 용해되어 종적을 감추었으니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을 터.


오죽했으면 같은 대학 병원 감염내과 쪽에서 우리 학과 쪽으로 자료협조 요청까지 다 했을까.


학교에서 조교 형한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터져나오는 실소를 참느라 좀 고생하긴 했다.


형, 그거 애리조나 특산품으로 내가 공수해온 건데... 나한테 웃겨죽을 것 같은 개그가 듣는 사람 입장에서 극 썰렁한 이야기일 테니 참을 수밖에.


이래서 공돌이들은 안 되는 것이다.


업소에서 압수한 돈은 윤시현이 천천히 세탁을 하며 몇 개월 후 집을 구입하는 용도로 썼다.


하나는 도곡동 쪽에 주상복합인데, 이건 회사 명의로 구입했다.


윤시현이 적자 처리한 투자회사의 소유자를 황윤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회계 상의 대차대조를 맞추기 위해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하는데, 설명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확신이 안 선다.


나머지 하나는 반포 서래마을 근처의 구축 아파트를 샀고, 이건 내 명의였다.


윤시현이 내 주식계좌를 지난 1년 넘게 어루만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초기 자본금 200만원으로 시작하여, 투자 명목으로 몇 다리 건너서 불입한 돈을 모아 총 자금 규모를 100배 정도로 만든 다음에, 일부러 대출을 끼고 구입했다.


황윤건은 외견 상 대학생 신분이었고 지금 딱히 부모님에게 증여받은 재산이 없기 때문에, 과외 등으로 대충 대학생이 만들었을만한 종잣돈을 윤시현이 굴리는 투자회사에서 기적적으로 높은 수익율을 통해 불렸다는 것인데.


물론 1년만에 백 배 수익이 날 리는 없고, 외국계 투자사를 끼고 외부 자금과 섞어 세탁한 돈이었다.


나중에 표적 수사가 들어와 걸면 걸리긴 하겠지만 일단 장부 상으로는 탈세의 혐의가 없고, 또 세무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자까지 내가면서 대출을 끼었다는 것이다. 원리금 갚을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 사이에 장부상 수익을 잘 만들어서 계상하면 그만이다.


물론, 어차피 저 돈은 지난번 약쟁이 털어서 나온 현금과 국회의원의 구린 돈을 압수한 결과라서 결국은 내 소유가 맞긴 하다.


그래도, 저 정성을 들여 '누가 봐도 흠이 없는' 돈으로 세탁해냈다는 점에서 윤시현은 좀 고마워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저게 얼마나 품이 많이 들고 귀찮은 일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언뜻 생각해도 물려받은 돈 없는 대학생이 반포에 아파트 하나를 자가로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수상하긴 하니까.


철 나고 나서부터 이 '수상함'이라는 키워드와 투쟁해온 것이 내 인생의 중요한 한 축인 것 같아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대학교 졸업반 나이에 강남의 아파트 한 채와 주상복합 한 채를 합법적으로 소유하게 되었으니 마음 한 켠이 따듯해지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똑똑하고 유능한 여자친구를 잘 둔 덕이겠지?


아직 내 명의로 돌리지는 못했지만 박스 째로 쌓여있는 현금과 금궤도 있고, 가공 수익을 계상하기 위한 벤처회사 하나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필요할 때 법인세와 소득세 좀 내주면서 방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막대한 현금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사고만 크게 안 친다면, 시간은 내 편이다.


*******


15분으로 찍혀있던 전광판의 연착 시간이 30분으로 미뤄졌을 때에도 장 실장은 그렇게까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다행이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바쁘디 바쁜 그녀가 지금 공항까지 나와 마중하러 온 사람은, 그녀 입장에서는 그렇게 반갑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얼굴을 하고 맞이해야 할지 이렇다 할 확신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 VIP 입국장 도착하시기 전까지 3분 남았습니다.


시간 한 번 빨리 가네. 문자를 확인한 후 그녀는 한숨을 쉬고 카페에서 일어나 입국장 쪽으로 이동했다.


* * *


"장 과장님 잘 지냈어요? 아차, 이제 장 실장님이지. 실례했습니다."


캐리어를 받아 옆에 있던 부하직원에게 넘기며 장 실장이 각 잡힌 인사를 건넸다.


"본부장님, 아니 부사장님 덕분에 잘 있었습니다. 이동하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전세기를 그냥 두시고 일반 항공편으로 이동하신다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놀라실 것까지야. 이제 승진도 했으니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한동안 눌러앉겠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전세기는 두고 왔어요. 나 말고도 회사에 바쁘신 분들이 좀 많습니까."


캐주얼 수트 차림의, 부사장으로 불린 남자가 웃으며 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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