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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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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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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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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8화

DUMMY



계속 실험하고 있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조합인데, 동시에 증식시키는 경우 피부에 알러지 반응이 벌어지면서 피부가 전반적으로 울긋불긋해진다.


특히 얼굴에 발적 반응이 나타나면서 좀 붓고 피부결도 다소 거칠어진다. 술취해서 벌개지는 수준이 아니라, 급성 피부병에 준하는 상황이라 언뜻 봤을 때 알아보기 힘든 얼굴이 된다.


몇 주 지속되는 지연형이 아니고 즉시형 면역반응이라 오래 가지도 않고, 증식을 멈추고 반대 작용의 분비물을 내놓는 벌레들을 증식시키면 금방 피부는 회복된다.


완벽한 변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신원을 감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가끔 참기 힘들 정도로 끓어오르는 수퍼히어로 노릇에 대한 충동을 언제까지나 억누르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이런 준비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


창고 뒷편 으슥한 곳까지 접근한 후, 황윤건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시야는 막혀있는데 안에 대충 몇 명이 어디쯤 있는지 알아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현실성을 가지게 된다.


캡틴 아메리카도 아니고, 사람 패는데 이골이 난 열 몇 명이 연장 들고 달려드는데 창고같이 개방된 공간에서 혼자서 뭘 어쩐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창고와 그 주변 공간 전체에서, 연쇄상구균의 일종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 Streptococcus Mutans를 무제한으로 증식시켰다.


소위 충치균. 법랑질이 가장 겉표면에 위치하는 인간의 치아라면, 사람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이놈들이 아예 없을 수가 없다.


게다가 과다 증식시킨다 해도 바로 치통이 오지 않는다. 치과 가기 너무 싫어서 웬만큼 방치하고 있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쨌든 대상의 별다른 위화감 없이 위치 파악과 마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일 년 사이 반복적으로 증식 연습을 했었던 놈이다.


원래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공간 감지용으로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썼었다.


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같은 상재균은 감지용으로 쓰기에는, 복통이나 구역감 등 증식했을 때의 증상이 너무 뚜렷하다. 그래서 내놓았던 차선책인데.


그런데 또 열 명의 한 두 명 정도는 체내에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 예외로 인한 낭패를 막기 위해서 좀 더 확실한 벌레를 찾은 게 바로 저 뮤탄스균이다.


창고가 워낙 넓기 때문에 황윤건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증식시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오 분 정도는 내내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서서히 안쪽에서 뮤탄스균의 집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끔 움직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가만히 있었다.


아마도 그중에는 이 팀장의 입속에서 과증식한 군집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충치가 커지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조폭들에게 잡혀 두드려맞다가 변사체로 버려지는 결말보다는 이쪽이 더 나을 것이다.


창고는 정문 하나 옆문 하나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주변에 사람이 없는 옆문 쪽으로 다가갔다.


철컥철컥. 안타깝게도 잠겨있었고, 잠긴 부분을 살펴보니 걸쇠 너비가 2cm 이상이었다.


폭이나 두께가 크지 않았다면 지난번에 썼던 렙토스피릴룸처럼 쇠를 먹는 균들을 좀 이용해봤을 텐데, 이 정도면 몇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을 지경.


결국 정문으로 갈 수밖에 없다.


창고 건물의 옆쪽에서 천천히 움직여, 벽을 등진 채 뮤탄스균 집락의 위치에 가볍게 집중했다.


요행을 기대했지만 한 명이 열려있는 정문 앞에서 죽치고 있다. 경비 노릇이겠지.


몇 명이 한꺼번에 있다면 좀 곤란하겠지만, 이런 상황은 지난번처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병원성 대장균을 급속 증식시켰다.


2분도 지나지 않아 집락의 위치가 슬쩍슬쩍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곧 창고 안쪽으로 향했다.


살살 파고드는 복통 때문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버텨보다가 결국 화장실을 찾았을 것이다.


일단 한 놈은 해결. 화장실에서 최소한 30분 이상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재빨리 정문으로 접근하여 잠깐 문을 등졌다가 조심스레 안쪽을 살폈다.


뮤탄스균 집락은 문에서 한참 떨어져있었지만, 일반 건물이 아니라 창고라서 그 사이가 벽이나 패널 없이 뻥 뚫려있을 수도 있으니. 바로 걸리면 그것만큼 낭패가 없다.


정문부터 반대편 벽까지 복도처럼 뻥 뚫려있고, 그 양 옆으로 큰 진열대가 열을 지어 놓여있는 구조였다. 코스X코같은 구조랄까. 진열대에 변변한 물건은 없었지만.


다행히도 그 중앙 통로에 사람은 없었고, 뮤탄스균이 느껴지는 위치에 집중하며 엄폐물을 찾아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벌레를 증식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온 자는 일단 네글러리아 파울러리, 즉 뇌를 먹는 아메바를 옮겨놓고 천천히 증식시켰다.


너무 빨라도 문제다. 아직 멀쩡한 자들이 경계하기 시작하면 곤란해지니까.


건물의 양쪽 옆에는 사무실로 쓰이는 듯 문이 달려있는 방들이 꽤 있었다.


이 팀장이 시멘트 통에 담겨 인천 앞바다에 아직 버려지지 않았다면, 저 방들 중 하나 안에 갇혀있을 것이다.


동행하던 사람 한 명이 같이 잡혀있다고 했으니 아마도 굳이 떨어뜨려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뮤탄스균 집락 위치가 비교적 낮은 곳에서 두 명이 서로 가깝게 붙어있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저기인가. 옆문 반대편의 한 사무실에서 기대했던 배열이 느껴졌다.


혹시나 저곳이 조폭 신입들이 단체로 머무는 숙소같은 방이라면 완전히 잘못 찍는 것이다.


기숙사나 감방이나 사람들 누워있는 모양새가 비슷할 테니.


그래도 이쪽저쪽 진열대 사이를 바퀴벌레처럼 피해다녀야 할만큼 이 창고 안에는 인원이 많다. 깡패 조직 하나의 소굴같은 느낌.


오랫동안 짱박힌 상태에서 이 깡패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 가까이 접근하자,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사무실 문 바로 옆에 한 명이 더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높이로 봐서는 아마도 앉아있는 상태.


안쪽의 두 명을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 곤란한데.


웬만한 대장균이면 배가 아파올 때 다른 인원이랑 교대하려 할 수도 있으니, 사람을 상당히 급하게 만드는 놈을 써야 할 것 같다.


장염 비브리오Vibrio 균을 급속 증식시켰다.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 중에서 가장 독한 부류에 속하는 벌레다.


평범한 식중독과는 복통과 구역감의 레벨이 다르다.


대충 화장실 위치를 파악해뒀기 때문에, 어차피 저 친구가 가야 하는 방향은 정해져있다.


1분도 안 되어 얼굴이 허옇게 질린 남자 한 명이 왠지 절뚝이는 느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주머니를 뒤져 열쇠 주머니를 꺼낸 후 급하게 열쇠들을 확인했다. 아마도 저 방 열쇠를 찾아 잠그고 가려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순간 얼굴이 확 찌푸려지며 그냥 문만 대충 닫고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급똥의 심정이 어떤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말 급박해보였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따져보면 콜레라와 형제쯤 되는 벌레다.


콜레라에 걸린 환자는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방에서 갑자기 설사와 구토를 하는 게 특징인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브리오 역시 사람 체면을 세워줄 만큼 만만한 균은 아닌 것이다.


황윤건은 사무실 바로 옆 진열대 뒤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다가, 남자가 화장실이 있는 통로로 몸을 돌리자마자 바로 튀어나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간단한 테이블과 수납장이 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방문 두 개가 더 있었다.


둘 다 밖에서 잠그는 보조 자물쇠가 달려있었다. 또한 왼쪽 방 안에는 두 명이 누워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제대로 찾아온 느낌.


다행히도 보조 자물쇠는 열쇠 없이 걸쇠를 손으로 돌려 맞추는 방식이었다.


바깥문을 가만히 닫은 후 황윤건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보조 자물쇠를 풀고, 문고리 잠금도 해제한 후 육중한 나무문을 열었다.


묵을 만큼 묵은 꾼내가 이 정도일까.


심한 땀내, 지린내, 피비린내를 한데 모아 발효시킨 것 같은 꿉꿉함이 몰려왔고, 그 냄새의 충격을 넘고 나서야 허름한 창고방에 누워있는 두 명의 남자가 보였다.


후각을 잠깐 둔하게 만드는 감각신경 마비 물질을 분비하는 벌레를 아주 조금만 코 주변에서 증식시킨 후, 황윤건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 팀장님?"


쓰러져있던 남자 중 한 명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보다 조금 늦게 그 옆의 남자도 안간힘을 써서 일어나려 했다.


피투성이의 얼굴이 엉망으로 부어있어서 인상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어쨌든 다행히도 운신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닌 듯 했다.


"협업하던 팀에서 나왔습니다. 바깥 상황 정리 안 되었으니 조용히 일어나세요. 몰래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 건물 바깥에 지원이 있습니까."


쉬어버린 목소리로 이 팀장이 입을 열었다.


"없습니다. 저 한 명입니다. 창고에서 100m 거리에 차 대놨어요. 이동을 좀 해야 합니다. 보행 가능합니까?"


"전 가능한데 이 친구가 다리를 좀 다쳤어요."


겨우 난간을 잡고 일어선, 이 팀장과 같이 있던 남자의 오른쪽 정강이에 찢긴 바지 사이로 피떡이 크게 져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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