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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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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1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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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6,481

작성
22.06.07 12:05
조회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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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0쪽

30화

DUMMY



재주를 넘듯 바닥을 짚고 튀어나간 황윤건이, 골프채를 아직 등 뒤로 돌리기 전 조직원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튕겨나가 넘어지는 남자를 기어가듯 쫓아가, 그 목젖을 노려 삼단봉 손잡이 끝으로 묵직하게 찍었다.


숨이 턱 막히는 소리와 함께 목을 부여잡은 남자가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고, 역시나 굴러서 일어난 황윤건의 앞에는 사시미칼을 든 조직원 한 명이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몸을 옆으로 돌려,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흉곽을 노리며 들어오는 칼을 겨우 피했다.


팔뚝을 잡으려 했지만 곧바로 뒤에서 쇠파이프가 날아와 포기했다.


한 번 뒤로 물러나며 피한 후, 다시금 파이프가 휘둘러지기 전에 남자에게 가까이 붙으며 겨드랑이 쪽을 밀었다.


노르에피네프린의 효과가 충분히 전신에 퍼지자,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절반까지는 아니고, 한 3/4 속도의 슬로우 모션처럼.


남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한쪽 발에 힘을 주며 비틀거렸고, 그 사이 황윤건은 삼단봉을 휘둘러 그 디딤발을 지탱하던 허벅지 안쪽을 가격했다.


제대로 맞으면 비명을 지르지 않기 힘든 부위였다.


"으아악!"


몸을 굽히며 꿈틀거리는 남자의 손목을 잡아채 꺾었는데, 바로 뒤에서 또 칼을 쥔 조직원이 달려들었다.


반사적으로 황윤건은 몸을 눕히며 남자의 꺾은 손목과 어깨를 잡아챘다.


제대로 들어가면 옆으로누우며던지기가 되겠지만, 자세가 완벽하지 않아 감아치기 비슷하게 들어갔다.


"앗!"


하지만 가까스로 칼을 피하는 데에는 성공했고, 메치기로 막 넘어가려던 남자의 어깨에 사시미칼이 박혔다.


낭패스러운 침음성이 칼을 들었던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정작 찔린 쪽은 몸이 순간 굳으면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지금 내가 알 바는 아니다.


당황하여 동료의 어깨에 박힌 칼을 빼려고 하던 남자의 귀를 그대로 삼단봉으로 세게 후려쳤다.


뺨의 피부가 터져나가는 격한 소리가 들리며 남자가 얼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삼단봉은 조금 전보다 더 많이 휘어있었다.


바로 황윤건은 주변을 둘러봤다. 골프채와 사시미칼, 심지어 일본도를 든 놈들이 다가오고 있었으나 조금 주저하는 기색이었다. 좋아. 이 분위기면 대충 해결이 될... 퓩.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리며 황윤건의 시야에서 아주 작던 것이 갑자기 아주 커졌다.


뛰어서 구를 시간조차 없었다. 온몸의 감각신경이 경고를 보냈고, 황윤건은 디딤발을 축으로 회전하듯 몸을 젖혔다.


순간 왼쪽 어깨에서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비켜. 새끼들아. 병신같이 애들 장단에 맞춰주고 있냐."


상처를 확인할 틈도 없이 옆으로 한 번 더 굴려 피하면서 앞쪽을 쳐다보았다. 좀 나이가 있어보이는 조직원이 넓다랗고 시커먼 기구를 들고 있었다.


석궁!? 그것도 사냥용 컴파운드 크로스보우?


퓩. 퓩. 연사가 가능한 제품인지 연이어 석궁촉이 날아왔고, 거의 엎드려있던 황윤건은 옆에서 꿈틀대고 있던 남자의 다리통을 잡아당기며 그 뒤로 피했다.


여전히 어깨에 칼이 박혀있는 남자의 몸뚱이를 둘러쓰듯 웅크렸다.


"으윽..."


살이 터지는 파육음이 들리며 황윤건도 아찔한 통증을 느꼈다. 남자의 팔뚝을 관통한 살촉이 황윤건의 등판을 비록 얕지만 찌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지독한 관통력이었다. 이 정도 되면 작은 구경의 공기총이나 다를 바가 없다.


연사를 끝낸 남자가 탄창을 갈아끼우는 모습이 보였고, 황윤건은 절뚝거리며 도망간 두 명을 확인했다. 사무실 문에 거의 다가간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통각을 마비시키는 물질을 분비하는 벌레들을 과증식시키며, 사시미칼과 석궁에 둘 다 맞은 불쌍한 남자의 몸을 밀어내며 황윤건이 옆쪽으로 튀어나갔다.


옆쪽에 있던 조직원이 쇠파이프를 횡으로 휘둘렀으나 거의 바닥에 넘어지듯 구르며 피했다.


기어가듯 사무실 문으로 접근하여 막 들어가고 있던 두 사람을 어깨로 들이받으며 밀어버렸다.


엉덩이를 끼우듯 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저 한쪽에서 날아온 사시미 칼이 문에 큰 소리를 내며 박혔다. 가슴이 철렁했다.


재빨리 문을 닫아 잠궜다. 다행히도 안쪽으로 열리는 문이었다.


옆에 있던 테이블과 수납장을 문 앞으로 끌고 와 막았다.


그리고 나서야 왼쪽 어깨를 살펴봤다. 어느새 흐른 피가 팔 소매를 그득히 적시고 있는 어깨는, 살점 한 뭉텅이가 아예 날아가서 보이지 않았다.


힘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저런 걸 가슴이나 머리에 맞았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섬뜩한 기분에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죽어라 훈련했던 대로, 이미 벌레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세동맥 하나쯤은 끊겼을만한 상처였지만 거의 출혈은 멈춘 상태였다. 곧 다음 벌레 군집이 폭증하며 조직 재생이 시작될 것이다.


이 팀장도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남자는 덜덜 떨며 다친 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부러진 다리로 이를 악물고 걸어왔는데 달려오던 내게 태클까지 당했으니 이만저만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칼에 찔려 죽는 것보다는 나을 터.


밖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소리가 들렸고, 바로 쾅쾅 소리가 들리며 문이 부서지듯 흔들렸다.


두 세 개의 골프채가 거의 동시에 문을 때리고 있었다.


"야! 도끼 가져와! 새끼들이 저걸로 어느 세월에.."


아이씨. 무식한 놈들이 진짜.


"혹시 남는 무기가 있다면 저도 주시죠."


고통스러워하던 남자를 돌보던 이 팀장이 일어나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까지 몰렸으니 피신은 이미 불가능할 상황.


"괜찮습니다. 그냥 조용히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그게 어려워졌을 뿐이에요. 이 테이블이나 밀리지 않게 잡아주세요. 최대한 시간 끌어주시고."


불안함이 어린, 그러면서도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는 이 팀장의 시선을 외면하고 황윤건은 문을 막은 수납장을 등지고 앉아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충치균으로 마킹된 조직원들에게 한 명씩 손수 옮겨놓았던 네글러리아 파울러리를 급속 증식시켰다.


아메바와 비슷한 체급으로 덩치가 큰 놈이라 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금방 증식시킬 수가 없다.


결국 저 무식한 조폭들이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뇌를 먹는 아메바가 저놈들의 뇌간을 파먹는 게 먼저일지의 승부가 된 셈.


밖에서 도끼로 문고리 부분을 부수는 진동을 수납장 뒤에 붙인 등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며, 황윤건은 네글러리아 파울러리에 집중했다.


애리조나에 널려있는 저수지를 막무가내로 돌아다니며, 그 쌩고생을 하고 나서 찾아낸 놈들이니 지금 뭔가를 해줘야 한다. 이놈들이 작동을 해야 내가 산다.


콰직! 문고리가 부서지며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도끼질은 바로 이어졌다. 문을 틀어막은 테이블도 원목같은 게 아니라 합판을 붙여 만든 엉성한 싸구려라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수납장은 말할 것도 없다.


황윤건은 입술을 앙다물고 집중을 이어갔다. 수납장 뒷편을 꽉 붙잡고 있던 양쪽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아이씨! 새끼가 더럽게 뭐하고 있냐. 왜 갑자기 토하고 지랄이야."


밖에서 슬슬 입질이 오는 느낌이었다.


한국 기후에서는 아메바류 기원의 감염 질환이 많지 않다. 이질균 중 아주 일부 정도. 하지만 요즘 시대에 이질은 흔치 않다.


즉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단 한 번도 이런 류의 벌레에 감염된 적이 없을 것이고, 항체 형성이 되어있지 않아 면역체계에서 증식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곧 여러 명이 웅얼웅얼대는 소리가 등시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메바성 뇌염은 환각이나 섬망 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순간 악악 거리는 괴성을 토해내며, 고함을 간헐적으로 내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와 함께 풍겨오는 역하고 시큼한 냄새. 여러 명이 비슷한 타이밍에 토했을 것이다. 울렁거리는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자기 분사성 구토가 나올 수 있다.


파울러리가 연수의 구토중추까지 침범한 경우일 것이다.


구토중추는 호흡중추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뇌염으로 구토가 계속 나오는 경우 그 사람은 얼마 안 가 정상 호흡이 어려워지며 정신을 잃을 확률이 높다.


"씨발 뭔데. 다들 왜 그..."


앞에 있던 몇 명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다. 내려찍던 도끼의 힘도 왠지 약해지면서, 급기야 땡그렁 소리가 들리며 도끼가 바닥에 떨어졌다.


고성과 웅얼거림이 계속되었지만, 점점 목소리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증식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통증을 조절하고는 있어도 살점이 떨어져나간 어깨가 너무 아프다.


"이게 대체..."


의혹이 가득한 이 팀장이 중얼거렸다.


"화생방 전문입니다. 그래서 혼자 온거죠."


대충 주워섬기며 집중을 지속했다. 곧 웅얼거림도 사라지고, 창고 전체가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황윤건은 증식을 중단하고, 아메바들이 서서히 조금씩 죽어가도록 신호를 부여했다.


파울러리 집락을 너무 빨리 소거하면 면역력이 강한 이들은 예상보다 정신을 일찍 차릴 수도 있을 것이며, 그렇다고 사멸시키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곧 이 건물 안 조직원들 전체가 집단 폐사할 테니.


양쪽 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특히 후자는 뒷처리가 골치아파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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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6 레드라스
    작성일
    22.06.13 08:24
    No. 1

    화생방 전문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에크나트
    작성일
    22.06.13 18:55
    No. 2

    주인공능력에 상상력이 자극되서 몇자적자면 미트콘드리아가 몸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벌레'인걸 잘이용하면 무산소성 폭팔적인운동을 장기적으로 한다거나 아예 지치지않는 체력도 가능할수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물론 그에 따른 에너지원도 필요하겠지만 현대사회에서 미트콘드리아에게 줄 에너지만큼 구하기 쉬운게 어딨겠습니까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에크나트
    작성일
    22.06.14 22:04
    No. 3

    이거 소나 초식동물처럼 1.식이섬유를 먹는 박테리아를 키움 2. 식물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동물박테리아를 키움 3.동물성 단백질 박테리아를 소화시켜 단백질을 얻음도 어떻습니까?
    거기다 플라스틱 분해박테리아나 전기를만드는 쉬와넬라균도 있군요. 알면알수록 엄청신기한거 많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Asyih309..
    작성일
    22.06.20 13:49
    No. 4

    소잡는 칼은 액세서리로 두고 계속 연필칼로 액션영화 찍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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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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