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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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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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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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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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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화

DUMMY



"슬슬 제독하러 나갈 테니 여기에서 이분 보살피면서 기다리세요. 좀 걸릴 겁니다."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중단하고, 통증 조절도 조금씩 완화시켰다.


아예 살점이 날아간 왼쪽 어깨와 살촉에 뚫렸던 등이 아파왔지만 너무 오랫동안 통각을 마비시켜서 좋을 일은 없다.


테이블과 수납장을 치우고 문을 열고 나가자, 여기저기에 거적대기처럼 쓰러져있는 조직원들이 보였다.


스무 명은 거뜬히 넘는 인원.


본인이 올린 토사물로 온몸이 범벅이 되어 꿈틀대고 있었다.


고통의 정도나 무력화에 이르기까지의 속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아메바 쪽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병원성 대장균보다 우수하다.


상재균이 아니라서 마킹을 해놓지 않은 상황에서는 영역 전체에 무작정 뿌릴 수 없다는 게 문제일 뿐.


황윤건은 창고 전체에 흩어져있던 자신의 세포를 찾아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땀도 땀이지만 이번에는 피를 꽤 많이 흘렸으니 잘못하다가 DNA 검사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특별히 꼼꼼하게 지웠다.


그러면서 창고 안 사무실을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잠겨있는 곳을 열 때에는 이놈들이 문을 부수는데 썼던 도끼가 아주 유용했다.


왼팔을 못 써서 한 손으로만 휘둘러야 하는 게 좀 불편했지만 말이다.


몇 번 털어봐서 그런지 이제 요령이 생겼다.


창고 규모가 있다 보니 문서가 꽤 많았는데 중요한 장부부터 챙겼고, 데스크탑의 하드디스크를 뜯고 노트북을 따로 압수했다.


수금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현금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10만원짜리 수표와 만원권만 담아도 사과박스 다섯 개가 나왔다.


저 다리 부러진 동행인이 말했던 카메라와 녹음기도 찾았다. 다행히도 파손되지 않은 채 보관 중이었다.


창고 여기저기에 널려있던, 짐 나르는 카트를 사용해 압수한 물건들을 건물 밖 차에 옮겨놓은 다음에야 두 사람을 찾았다.


이 팀장은 이미 이곳저곳을 뒤지며 쓰러져있는 조직원들 얼굴을 아주 작은 사진기로 찍고 있었다. 잡혀가면서도 용케 빼앗기지 않은 모양. 대체 어디에 숨겨두고 있었던 걸까.


"이제 나갑시다. 연락 너무 안 되다 보면 혹시나 외부 조직원들이 이쪽으로 지원 올 수도 있으니. 아, 그리고 그쪽 카메라와 녹음기 찾았어요."


다리를 부여잡고 있던 남자에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건네줬다.


"저기, 사무실을 좀 더 뒤져봐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중요해보이는 장부, 노트북, 하드는 다 챙겼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5분 드릴게요."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남자는 사무실에 들어가 아주 빠른 속도로 문서들을 뒤진 후 몇 개를 가방에 담았다.


확인하는 속도를 보니 이쪽 일에 능숙한 사람인 듯 했다.


정문 밖에 나가 주변을 살펴보다가 황윤건이 다시 다가가 남자를 부축했다.


"선생님, 이제 이동해야 합니다."


"서형원입니다. 기자 노릇 하고 있습니다."


"통성명은 일단 여기에서 나간 후에 하는 게 좋겠네요. 얼른 움직이시죠."


황윤건과 이 팀장이 서형원을 양쪽에서 부축하고 걷기 시작했다.


곧 자동차에 도착하여 두 명을 뒷좌석에 태우고, 황윤건은 얼른 운전석에 올랐다. 빨랑 여기에서 나가야 한다.


두 명에게 증식시켜두었던 충치균과 파울러리를 소거시켰다. 그 대신 수면유도물질을 분비하는 균을 옮겨서 천천히 증식시켰다.


양재 IC에 들어가기 전 신호에 걸렸을 때 꺼두었던 개인 휴대폰을 켰다.


윤시현에게 문자 여덟 개에 부재중 전화 세 통이 와있었다.


문득 창고 건물 안에서 깡패들에게 포위당했을 때보다 더 큰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뭐라고 둘러대지... 그래도 이럴 때야말로 강하게 나가야 한다.


뒷좌석의 두 명이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 황윤건! 너 지금 어디 있어!?


- 시현아. 이 팀장 확보했다. 연락 못한 건 미안.


- 뭐!?


- 다행히도 생명에 지장은 없어. 그런데 이분 동행인 중 크게 다친 사람이 한 명 있어서. 지금 운전중인데,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그 안가 용도로 쓸 수 있는 호텔 좀 알려줘.


황당한지 윤시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윤시현이 아무래도 공권력에게 노출되면 좋지 않은 류의 일을 자주 하다 보니 가끔 거처 문제가 생기곤 한다.


요양이 필요한데 일반 병원에 입원하기는 힘든 상황, 혹은 감시를 겸하여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생길 때 쓰는 숙소가 필요한 것이다.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통보를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별실을 내준다고. 꽤 큰 돈을 지불하긴 하지만.


강남과 분당 주변에 위치한, 연식이 좀 있는 관광호텔 어디라고 전에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 지금 이 팀장님 옆에 있어?


- 두 명 다 재웠어.


- 아, 그렇지... OK. I see. 과천에서 평촌가는 길에 있어. 문자로 주소랑 프론트에서 무슨 말 해야 하는지 찍어줄게. 내가 미리 예약해둘 테니까 자기는 준비할 거 없어. 따로 필요한 건?


- 지금은 없어. 혹시 생기면 연락할게. 미리 상의 안 하고 일 저질러서 미안.


- 하아... 만나서 이야기해.


- 그러자.


- 잠깐, 자기 안 다쳤지? 멀쩡한 거 맞지?


- 좀 스치기만 했어. 괜찮아.


- 스치다니 뭐가? 다쳤어? 어디?


- 왼쪽 어깨 조금. 진짜 괜찮아. 나 지금 고속도로 진입했거든. 일단 끊을게.


말이 길어져서 좋을 상황이 아닌 것 같아 일단 둘러대며 통화를 끝냈다.


아무리 조직 재생을 빡세게 시켜도 오늘 안에 어깨 표피까지 다 덮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걱정이다.


상처 보면 또 엄청 소리 들을텐데.


깡패놈들보다 윤시현에게 볶이는 게 더 무섭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뭐 사실이니까.


*******


호텔 앞에 이미 담당직원이 나와있었고, 차 번호만 확인한 후 이름도 묻지 않고 아예 본관이 아닌 별관으로 안내를 했다.


힘 좀 깨나 쓰는 듯한 다른 호텔직원이 병원에서나 쓸 법한 이동식 침대를 가져와 잠든 이 팀장과 서형원을 방까지 옮겨주었다.


예전에 다른 용도로 썼을 것 같은 별관은 현재 딱히 영업 목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았고, 지금 황윤건이 들어가게 된 3층의 방 일부만 쓰이고 있는 듯 했다.


직원은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 달라고, 프론트 전화번호가 아닌 다른 일반전호와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나서 방을 나섰다.


응급실 출신 경험 많은 간호사를 며칠 고용할 수 있다고도 귀띔해주었다.


윤시현이 이미 여러 상황을 전달했는지, 숙소 침대가 아예 병원용 침대로 따로 설치되어있었다. 여기 서비스가 확실하네.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두 명을 바라보며, 일단 황윤건은 자기 몸부터 챙기기로 했다. 두 명 다 응급치료를 요하는 상황이 아니니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내부 충격이나 타박은 없었고 등쪽의 얕은 관통상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살점이 상당 부분 떨어져나간 왼쪽 어깨 쪽이 완전히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몸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한도로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벌레 군집을 증식시켰다.


보통 이 상태에서는 누워서 한 잠 자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일단 눈앞에 치료가 필요한 두 사람이 있다.


일단 혈액에 관련된 벌레로 마킹을 한 후, 두 사람의 출혈 상태를 확인했다.


타박이 심했는지 온몸에 출혈된 혈액이 피떡이 되어 남아있었고, 특히 서 기자 쪽은 만만찮은 복강 출혈이 감지되었다.


부위로 보면 얻어터지다가 비장 쪽이 좀 상한 것 같았다. 완전 파열은 아니고 부분적으로만 괴사된 듯 하다.


살릴 수 있을까? 사실 내장 조직 재생 분야는 지속적으로 시도해보고 있는 수준이다.


능숙하다는 느낌이나 확신은 없으며, 아직까지 완전치 않기 때문에 황윤건으로서도 일종의 도전이기도 하다.


모든 내장 조직, 특히 심장, 궁극적으로는 뇌까지 임의로 재생시킬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근사치로 가까워지기만 해도 대단한 경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초반 현대인의 시선으로도,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이적일 테니.


크게 심호흡을 하고, 황윤건은 일단 쉽사리 할 수 있는 일부터 끝내놓기로 했다.


마커가 되는 벌레들을 투입하여, 두 사람 전신을 스캔했다.


터진 혈관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출혈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는지. 혈전을 우려할 정도로 피떡이 크게 생긴 곳이 있는지.


미세 출혈이 끝나지 않은 부위는 서 기자는 물론이고 이 팀장에게도 있었다.


지혈 인자를 분비하는 벌레들을 옮겨놓고 너무 급하지 않게 증식하도록 세팅해놓았다.


그 다음으로, 창상으로 인해 감염이 된 부위가 있는지 찾았다. 이건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일이다.


포도상구균이나 녹농균 등의 화농균이 원래 없어야 할 진피 조직 이하에 일정 이상 집락을 만들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곳곳에 약간씩 있는 감염은 한 번에 치워버렸다.


그런데 서 기자의 부러진 다리 부위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골막이 찢어지고 그 사이로 골편이 튀어나가면서 상처가 벌어졌고, 그 안에 황색 포도상구균이 아주 큰 집락을 만들고 있었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강하게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면역계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며칠 안에 자칫 패혈증까지도 가서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황윤건에게는 아주 우스운, 누워서 떡먹기나 다를 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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