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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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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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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6,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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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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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
9쪽

37화

DUMMY



아니지. 검찰 경찰이면 이런 우회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현이를 잡아 조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놈들이다.


워낙 검은돈이 많이 오가는 업계이다 보니 별의 별 놈들이 다 있다고 들었다. 총을 들이대지 않는 게 다행인 거지.


하지만 어쩌나. 지금 나는 긴장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모드에 들어가있다.


세상은 급할 일 없이 잘만 돌아가고 있다. 이 여자가 아무리 무섭게 윽박질러도 또 그게 나름 매력으로 느껴질 것 같다.


이 여자랑 밤새 농담따먹기를 하며 술 먹고 놀아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 그래도 이건 좀 아닌 듯. 부교감신경이 너무 항진된 상태. 황윤건은 일부러 개입하며 벌레들의 숫자를 조절했다.


그래도 조금은 긴장할 수 있는 상태가 필요하다. 늘어져있던 자세도 바로 했다.


"조수석 불편한가요?"


"괜찮습니다. 운전석이라면 훨씬 편할 것 같은데, 안 되겠죠?"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센터페시아와 기어 부분을 쳐다보는 황윤건에게, 재닛은 웃으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는 느낌보다는, 젊은 남자애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 * *


황윤건. 만 22세. 서X대 생명과학부 4학년. 병역은 면제. 복싱과 주짓수를 3년 정도 익힘. 운동능력 좋은 편이라 생각됨. 해커 및 보안업계와의 관련성은 없음.


사전 조사 결과로는 이 남자애는 명백히 업계 사람이 아니었고, 혹시나 업계 사람일 확률 또한 거의 없었다.


그냥 키 크고 몸 좋고 잘 생긴 편이라 연상의 누나들이 선호할만한 인상이고, 또 그래서 윤시현과 일 년 넘게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이상할 일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보니,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누구라도 당황하고 겁을 낼만한 상황에서 미동조차 없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즐기고 있다.


초조함을 내보이지 않기 위한 허세? 그런 것을 감별해내는 전문직이 바로 자신, 장소영의 일이다.


이 남자애는 정말로 여유를 잃지 않은 것이다. 억지로 허세를 내보이고 있는 게 아니라.


차에 타기 전 학과 친구들이 보고 있을 때에는 정상적으로 당황한 모습이더니, 차 안에 들어오자마자 어딜 놀러가는 느낌으로 사람의 기색이 싹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술에 취한 것처럼 여유만만한 것이, 설마 이 녀석도 숨어서 약을 하고 있었나? 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약에 취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적인 피부 증상들이 있는데, 황윤건의 피부는 최근 일 년 동안 만나봤던 그 어떤 남자보다도 피부가 깨끗하다.


장소영 자신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 급의 교묘한 화장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한 아주 건강한 사람이다.


허세도 약도 아니다. 그저 이 남자애는, 업계에서 닳고 닳은 능구렁이에 가까운 느낌이 난다.


해킹과 도청을 하는 통신보안업계라 아니라.


장소영 자신이 몸담고 있는, 물리적 보안 업계 쪽 사람의 냄새가 났다.


필요하면 말이 아니라 연장으로 사람 조져놓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써늘한 냄새.


윤시현, 설마 보디가드를 고용했다가 정분이 난 건가?


그런데 그 보디가드가 서X대 학생이라고?


앞뒤가 너무 안 맞는다.


외견 상 하는 짓은 포X쉐 운전석에 한 번 앉아보고 싶어 안달이 난, 영락없이 그 나이대의 여느 남학생일 뿐인데.


그래도 한 번 포X쉐를 타봐야 페X리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런 실없는 농담에, 돈 많이 벌면 아X떼 타다가도 곧바로 페X리로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니,


심지어 자기가 너무 모범생스러운 사고를 하고 있었다고 자기반성까지 한다. 뭐냐 이 놈은.


미리 준비해둔 여의도의 고급 레지던스에 도착해서, 1층 레스토랑이 아니라 스위트룸의 룸서비스로 식사 안내를 했을 때에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몇 번 와봤다는 느낌으로 시큰둥했다.


윤시현은 대체 이 어린애한테 돈맛을 얼마나 흠뻑 먹여놨던 걸까?


무엇보다, 모르는 여자와 호텔 방에 단 둘이 들어오게 된 상태에서 의례히 나타날만한 감정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위화감, 뻘쭘함, 당혹스러움, 민망함,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려 침 흘리기 시작한 수컷들 특유의 흥분까지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앉으라고 하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테이블 의자에 앉아버리는 수더분함 정도만 있었다. 아니면 오만함일까.


룸서비스가 와서 식사를 할 때에도 정말 먹는 데에 집중했다. 이인분, 아니 삼인분까지 먹어치우는 바람에 메인디쉬를 한 번 더 주문하기도 했다.


그냥 젊고 건강한 남자애라 많이 먹는 게 아니라, 타고나기로 대식가인 느낌이었다. 체대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심지어 와인 한 병을 거의 다 비우고, 식후주로 쉐리까지 마셨다.


조금도 조심할 생각이 없는 모습에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되고 있다.


상당량의 알코올까지 들어갔으니, 음식 안의 최음제가 아주 효과적으로 흡수될 것이다.


최진홍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또 그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보게 될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무척 더러웠지만.


그래도 워낙 익숙한 일이니까. 임무 수행 중에 간혹 필요한 작업의 일종이니까. 그야말로 '작업'.


* * *


"그렇구나. 요컨대 시현이 누나가 나쁜 일을 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범죄로 걸고 넘어질 수도 있는데, 그 증거를 그쪽 회사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누나한테 협박하고 있다- 라는 거군요."


"그런 셈이죠."


"아, 멋지네. 이쪽 업계는 다 이 모양입니까? 일처리 방식이 참 험해. 교섭이라 읽고 사실은 협박이라는 말이죠? 나같이 어리버리하고 성격 순한 사람들은 발도 못 붙이겠다."


이런 상황에서도 넉살을 부리고 있는 게 좀 우스웠지만,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황윤건의 명확했던 발음은 조금씩 꼬이고 있었고, 술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약이 효과를 발하고 있는지 얼굴도 벌개진 상태였다.


장소영은 식사할 때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않았지만, 조금 풀어진 모습을 보일 차례였다.


일부러 자세도 좀 낮춰서 시선이 자연스레 목선 아래 가슴 쪽으로 모이게 하면서.


"근데 참 신기한 게요. 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인데요. 굳이 내가 누나랑 떨어져있을 때 액션을 취하실 건 또 뭐람. 제가 누나랑 같이 있으면 뭐 방해나 될까봐요? 오히려 내가 누나한테 방해될 텐데. 게다가 이렇게 비싼 호텔에서 비싼 저녁까지. 덕분에 저야 잘 먹었지만. 포X쉐 시승도 해보고. 시운전이 되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요."


"내 출퇴근용 차량에 대해 정말 미련이 많아보이네요."


"남자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어쨌든. 요는 그게 아니고... 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그렇지. 가진 게 하나도 없는 나한테 원하는 게 뭐에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신들이 나한테 가져갈 게 뭐가 있나요? 난 진짜 모르겠는데."


"윤시현씨 지금 남아있는 가족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알고 있나요?"


슬슬 풀려가던 황윤건의 눈동자가 잠시 멈칫했다.


"제대로 못 들었나보구나. 하긴 남자친구라고 해도 다 오픈할만한 사람은 아니지, 윤시현씨가."


"연을 끊은 게 아니라... 없다는 게, 다 죽었다는 이야기?"


"아이고.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우리 황윤건씨. 애처로워서 어째."


장소영은 속으로 미소지었다. 나이와 처지에 맞지 않던 황윤건의 여유가 깨져나가는 느낌이라 어느 정도 승리감도 들었다.


"어쨌든 윤시현씨가 비즈니스 관계 이상으로 사적으로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이, 황윤건 당신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인지상정 상 당신이 윤시현에게 상당히 중요한 사람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어요."


"세상 천지에 정 붙일 사람이 나밖에 없는 불쌍한 여자를 협박하려고 나를 이용하겠다? 그래요. 충분히 상식적이고 납득 가능한 발상이네요. 그런데 날 어떻게 이용할까? 유괴라도 하시게요? 아까 음식에 독이라도 넣었나? 수면제?"


조금 가라앉은 눈빛으로 황윤건이 피식 웃었다. 노골적으로, 우습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이 남자애는 대체 뭘 믿고 있길래 저런 배짱이 나올까?


어이없다는 느낌은 문득 분노로 이어졌다. 장소영은 뱃속에서부터 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화딱지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얼굴과, 눈과, 귀가 모두 달아오르는 느낌. 그래서인지 순간 좀 어지럽기도 했고.


"윤건씨는 원래 그렇게 남자다워요?"


"아뇨. 원래 이렇지도 않고 남자답지도 않아요. 어찌 보면 소녀 감성이랄까...?"


황윤건이 테이블 한쪽의 꽃병에 데코레이션으로 꽂혀있던 프리지아 생화 한 송이를 꺼내들어, 담배처럼 손가락 사이에 끼고 고개를 기울였다. 살짝 미친 놈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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