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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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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최근연재일 :
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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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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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10쪽

41화

DUMMY



더불어 부러진 발목 뼈 쪽은 골 생성과 인대의 결합조직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벌레 조합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라 할 수 있겠다.


손목 발목은 살이 별로 없는 부위로서, 열상이 아닌 타박으로 인한 골절이 일어났을 때 이런 종류의 실험에 적합하다.


반면에 엉덩이 좌골이나 허벅지의 대퇴골 골절의 경우 워낙 주변에 살도 많고 치밀 조직이 많아서 실험 모델 삼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사실 뇌조직이나 척수신경 손상을 유발해서 신경재생을 시험해보고 싶었으나 지금 상황이 그렇게 성공률 낮은 모험을 해볼만큼 여유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머리나 목덜미를 내려치려다가 꾹 참고 발목을 친 것이다. 가히 초인적인 인내심. 셀프 리스펙트.


하지만 자화자찬보다는 구질구질한 노동이 필요한 시간이다. 화장실에 있는 타월이란 타월은 모두 꺼내서 일단 피를 닦았다.


다행히도 스위트룸이라 그런지 타월량이 일반 룸의 두 배 정도였다. 스위트룸에서 묵는다고 해서 딱히 더 씻을 것 같지는 않지만. 참 돈이란 게 뭔지.


그 다음 혈액, 침, 소변 등 체액이라고 할만한 모든 것들을 마킹하여 흔적 없애는 청소부 벌레들을 붙였다. 내 것이든 재닛의 것이든.


상당량의 토사물까지 타월로 감싸고 훔쳐서 변기에 버렸고, 오염된 타월은 욕조 안에 넣고 물을 틀어놓았다. 차마 손세탁까지는 안 해도 되겠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아무리 여기에서 라이브로 야동을 찍을 예정이었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도청도 실시간 촬영도 되지 않고 재닛의 연락마저 끊겼다면 분명 지켜보고 있는 놈이 누군가를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적절히 대응해줘야겠지.


프론트에 전화를 걸었다.


"네. 룸을 하나 더 빌릴려고요. 바로 옆방이나 아랫방. 스위트룸 말고 그냥 디럭스로요. 아... 같은 층 끝에 하나 있다고요. 그럼 지금 바로 키 갖다주시고요. 결제는 이 방과 동일한 카드로... 퇴실할 때 해도 되죠?"


지금 이 장면을 계획한 호로새끼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게 뭔지 체감하게 해주지.


*******


최진홍이 찍어서 알려준 식당은 예상대로 발레 파킹 전용이었다.


생각없이 갖다맡기면 분명히 차키랑 차 안에 뭔가 장난질을 치겠지. 어련하시겠어.


그 옆으로 돌아나와 인근의 사립 주차장에 따로 주차를 하고 윤시현은 급히 식당으로 걸어갔다.


조급했다. 최진홍이 그 자료들을 보내주며 전달한 약속 시간은 딱 한 시간 30분 후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이동만 해도 모자랄 시간.


자료 안에는, 남자친구에 대한 사실상 모든 내용이 요약되어있었다.


황윤건의 요일 별 대략적인 동선에, 심지어 부모님의 일상 루틴까지 함께.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었다. 영락없는 최진홍, 레슬리 이이다의 방식이었다.


더 기다려주지 않을 테니 테이블 위에 앉으라는 협박.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이번 메시지까지 무시하면 황윤건이 많이 위험해질 수 있다.


혼자 뭔가 해보겠다고 그 지랄을 하더니 결국에는 몇 년 전 아버지 회사로 기어들어갔다고 들었다.


고민은 오래 해도 한 번 결정하면 미련을 두는 타잎이 아니니 아마도 지금까지 과할 정도로 실적에 집착해왔겠지.


게다가 상속권을 가진 혈육, 소위 로열패밀리이다 보니 아주 빠르게 직급도 높아졌을 것이고.


하지만 그런 정확한 사항을 다 확인하고 나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한참 조용하다가, 요 몇 달 사이 연거푸 연락할 때 그냥 문가에 소금 뿌리는 심정으로 무시하고 마는 게 아니었다.


토 나올 듯이 혐오스럽더라도, 적어도 머리에서는 의문을 가지고 갑자기 왜 이러는지 냉정하게 확인해봤어야 했다. 실수다.


같은 편일 때에는 몰라도, 적이 되면 아주 피곤해지는 남자 아닌가. 집요하고, 독하고, 가혹한.


황윤건 신상까지 붙들고 늘어지면서 만나자고 하는 상황이니, 적어도 그가 그려놓은 그림 안에 내 선택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걸 자기 뜻대로 굴러가도록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최진홍에게 메시지를 받은 직후 바로 연락했지만 황윤건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다. 이미 최진홍이 그럴만한 상황을 만들어놨겠지.


황윤건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리 외부에서 조사해봤자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당장 찾아나서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불안했다.


최진홍 뒤에 있는 이들은 지금까지 황윤건이 맞닥뜨렸던 어설픈 동네 깡패같은 놈들이 아니니까. 그런 자들 상대로 황윤건이 정말 다치지 않고 괜찮을까?


이 의뭉스러운 남친은 아무리 캐묻고 구슬러도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만.


그래놓고서는 그렇게 죽을 만큼 다쳐서 와? 아 갑자기 진짜 몇 대 패버리고 싶네. 열 뻗쳐서.


그렇게 꿋꿋이 신비주의 고수할 거면 진짜 자기 말한대로 걱정하지 않게 만들어주든가.


지내다 보면 강가에 내놓은 아이 지켜보는 심정이다. 지 혼자 어른스러운 척 신비스러운 척은 다 하는데, 곁에서 계속 관찰하다 보면 영락없는 애다.


자기 손에 쥔 장난감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그걸 제대로 가지고 놀기 위해서 어떤 상황에서 무슨 위험한 일을 당할지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애.


애초에 연하랑 사귈 때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가끔 너무 생각이 없는 점이 눈에 들어와서 한숨이 나온다. 얘를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게다가 공돌이 특유의 오타쿠 기질과 공감능력 부족까지. 모든 악덕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물론... 그런 잡다한 단점을 뛰어넘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


하여간 그런 치밀하지 못한 점 때문에, 황윤건에 대해 불안함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다.


가끔은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는 남자들 특유의 허세까지.


물론 이번 일은 온전히 윤시현 본인 탓으로 벌어진 것이지만.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미안하고 말고를 떠나서, 평소에 딱 떨어지게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행동해줬으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을텐데.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 원망스러웠다.


황윤건만 아니면, 내가 이렇게 급하게 튀어나와 저 독사같은 최진홍과 직접 얼굴을 맞댈 일은 없었을 테니까.


나오느니 그저 한숨이다. 지금은 그저 황윤건이 괜찮을 거라고 믿고 부딪혀볼 수밖에 없다.


만일 정말 최진홍이 황윤건의 신병을 확보하여 제멋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상황이라면, 척후 질문을 몇 번 던져보면 대충 각이 나올 것이다.


아무리 독한 남자라 해도 아직 덜 여물었을 때부터 바로 옆에서 지켜봐왔으니.


자기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생각의 패턴과 윤곽이 있고, 그 정도는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윤시현은 전남친이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 * *


"오랜만이네. 마지막으로 본지 이 년 넘은 것 같아."


연푸른색 와이셔츠 차림의 최진홍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하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예전같이 오버하며 의자 꺼내주려는 기색도 없고.


저거저거 다 계산하고 하는 행동이지. 아무렴.


"이 년하고 십일 개월. 얼굴 좋아보이네? 회사원이 체질인가보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니 감동인데. 생각도 못했어."


"잊고 싶어도 자동으로 기억나는 것들이 있어. 뻘소리 말고 용건이나 이야기해."


정말 뭉클한 표정을 하길래 웃기지도 않았다. 독사같은 새끼가 누구 앞에서 연기질이야.


"식사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급할 건 없잖아. 여기 음식이 꽤 괜찮다고 들어서."


"이이다 상. 당신같으면 당신 면상 앞에 두고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어? 확 엎고 나가기 전에 할 말 빨랑 다 해."


"성질도 여전하네. 너야말로 보기 좋다. 예전처럼 건강해진 것 같아서 더 반갑고."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최진홍이 웃었다. 아씨. 진짜 저 화상 패버리고 싶네.


옛날 생각을 하니 속에서 열불이 치밀어오른다. 개새끼. X같은 새끼. 윤건이만 아니었어도 저 뱀대가리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볼 일이 평생 없었을텐데.


"일 같이 하자고. 연락을 그렇게 했는데 이렇게 만나기가 힘들어서야."


"무슨 일?"


"보안 쪽이지 뭐. 너 하는 일이랑 내 일이랑 겹치는 게 그 정도잖아."


"아시아에서 제일 큰 보안업체에서 이미 이사 노릇 하고 계실 분이 왜 굳이 나같은 변방의 프리랜서를 찾아?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


"통신 쪽에서 외부 임의 동기화는 너만한 사람이 없잖아. 닉네임이 클래비스Clavis였지?"


식전주를 한 모금 마시며 최진홍이 시선을 맞춰왔다. 아 저 기분나쁜 눈깔.


"헛소리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 꺼내. 스무 살도 안 된 화이트 해커들까지 다 긁어가는 회사에서 내가 왜 필요한데."


"그래. 나도 모르게 바이어들이랑 이야기할 때 버릇이 나왔네. 미안."


겸연쩍은 표정으로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최진홍이 말을 이어갔다.


"국가 단위에서 보안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라. 좀 큰 수주를 받았지."


"뭐?"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 PMC에 크게 투자하고 계셔. 내가 앞길 청소하고 개척해야 하는 입장이고."


PMC(Private Military Company), 즉 민간군사기업.


4년 전 9월 11일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가 떨어지고, 전격전으로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이 주둔과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기업화된 용병 집단을 고용했을 때부터 일반화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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