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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님의 서재입니다.

몸속에서 벌레 군대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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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아아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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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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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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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8화

DUMMY



탄저균의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은 그람음성균으로서, 한 번 몸 속에서 번식하기 시작하면 그 분비물이 인체에 그야말로 끔찍한 독소로 작용한다.


호흡기에서 바로 증식시키면 시간이 좀 걸린다뿐이지 100%에 가까운 확률로 대상은 죽는다. 물론 죽기 한참 전에 엄청난 고통과 함께 운신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체 상태가 붕괴된다.


사용자 입장에서 탄저균의 장점이 있다면, 주변의 제3자에게 감염이 거의 되지 않는다는 통제의 용이함에 있다.


박테리아 중에서도 특이하게도 대상을 특정하여 중독시키는 핀포인트 타게팅이 가능하다. 심지어 미운 놈을 골로 보내기 위해 소포로 부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생물학 병기지만 그 용법은 화학 병기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비호의적인 환경에서 아포를 형성해서 몇 십년 이상 불활성화된 상태로 보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지만, 그건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므로 장점이라 할 수 없다.


탄저균 이외의 전염성 높은 다른 균들은 섣불리 한 번 꺼냈다가 걷잡을 수 없이 주변사람들에게 감염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나 빼고 다 망하라는 미친놈도 아니고.


그런 연유로 그 막무가내 전염병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최종병기들은 이번에는 일단 꺼내지 않기로 했다. 페스트와 에볼라는 다음 기회에.


충치균으로 그 위치가 포착된 서른 한 명에게, 탄저균과 보툴리눔균을 급속 증식시켰다.


곧 건물 안에서 약간의 소란이 벌어지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목이 터지도록 연거푸 기침하다가, 다급하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


하지만 그런 소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잦아들었다.


3분이 지나고 나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 손잡이의 철제 부분이 이미 많이 삭아있었다.


잠겨있는 정문을 발로 밀어차 부수고 진입했다.


1층의 곳곳에 온몸이 굳어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이 보였다.


울면서 코와 입안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특징적이었다.


급하게 화농이 되면서 점액성 분비물이 상하부 기관지를 채워나가는 것이다. 폐 아래쪽 첨부까지 점액이 꽉 차거나, 기도를 막게 되면 질식으로 죽는다.


신속하게 건물의 모든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낯짝을 확인하며 사람의 수를 셌다.


지상 4층 건물에 지하에는 2층까지 있었는데, 일단 최상층에서 지하 1층까지 서른 한 명 전부가 분포한 상태였다.


장소영의 소지품과 휴대폰에서 이미 확인한 최진홍의 생김새와 비슷한 이를 찾았으나, 아쉽게도 없었다.


결국 오늘 밤 안에 몇 탕을 더 뛰어야 하나. 조금 김 새는 느낌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디 있는지 모를 사람의 위치를 포착해 찾아내는 초능력같은 건 없으니까.


건물에서 바로 나가지는 않았고, 수준높은 보안업체라 하니 좀 쓸만한 도구가 있을까 하여 건물 안을 뒤졌다.


스턴건 수십 자루와 질이 좋아보이는 삼단봉 등이 있었으나 지금 그다지 절실한 것들은 아니었다. 각각 두어개 정도만 챙겼다.


지하 2층에 길이 1m 정도의 길죽한 철제 물건들이 몇 개 쌓여있어서, 혹시라도 총기인가 싶어 내려가봤는데 지하 1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철문이 너무 두꺼웠다.


과포화된 렙토스피릴룸이 아무리 열일한다고 해도 열쇠 없이 쌩으로 저 문이 자연 부식되도록 기다리려면 밤을 새야 할 것 같았다.


죽어가는 놈들 하나를 붙잡고 열쇠 어디 있냐고 심문할만큼 여유있는 상황도 아니고.


포기하고 다시 올라가서 쓰러진 요원들의 상태를 살펴봤다. 대충 앞으로 10분 안에는 호흡근 마비든 점액으로 인한 기도폐색이든 사망자가 나올만한 단계였다.


유사시에 최진홍의 지시로 나나 우리 부모님의 뒤통수를 깔 수 있는 인력이라는 점에서 죽여두는 게 가장 깔끔하긴 한데, 그래도 그건 선제적인 조치로는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


일단 탄저균과 보툴리눔균을 사멸시키기 시작했다.


요원들 몸 안에서 증식된 군집들은 모두 없앴지만, 임계점을 넘어 건물 내부 공간에 넓게 퍼져있는 군집 전체를 깨끗하게 다 없애려면 시간이 꽤 들 것이다.


뭐 그런 것까지야 내가 어쩔 수 있는 바가 아니기도 하고.


나중에 경찰이 출동하여 재해가 발생한 건물 안에서 탄저균 군집을 발견하면, 또 그것만으로 업체 임원으로서 최진홍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 것이므로 나쁠 일은 없다.


탄저균은 제네바 생물무기금지협약에 포함된 1급 생화학 무기로서, 탄저균 소포가 주요국 관공서에 배달되는 사건은 외국에서도 국제 뉴스로 보도될 정도니까.


만일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안경호업체 자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탄저균이 잔뜩 발견된다?


단지 회사의 신용도 차원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한일간 외교 문제로 번질 것이다. 한 번 제대로 X된다는 게 어떤 상황인지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황윤건은 일단 건물 안에 퍼진 자기 세포들의 흔적만 지워지도록 세팅했다.


"?"


그러던 사이에, 건물의 창 사이로 없던 빛이 밖에서 새어들어왔다. 곧 차 엔진 소리도 들려왔다. 누군가 온 것이다.


* * *


"아직입니까?"


"연락 한 번 더 취해보겠습니다."


뒷좌석 부사장의 채근에 정 부장은 내키지 않았지만 한 번 더 휴대폰을 들었다.


몇 시간 전 조사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진척이 전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사실상 상대편에서 일부러 신호를 노출시키지 않는 한은 오늘 안에 흔적 찾는 것은 글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똑똑한 회장 아드님도 그런 기술적인 부분을 모를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까지 채근하는 것을 보면 저 무표정한 얼굴과는 달리 속으로는 아주 조급해진 모양이다.


"...알았다. 찾을 때까지 조사팀 계속 돌린다. 부사장님 지시다."


들으나 마나한 통신보안 책임자 보고를 듣고, 조수석의 정 부장이 휴대폰을 끊었다.


"아직 장 실장 쪽 신호 못 잡았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경우는 장 실장 휴대폰이나 보조 신호기를 보안 쪽에 소양이 있는 누군가가 아예 포획해놓은 상태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답 없이 가만히 있는 최진홍을 룸미러로 흘끗 쳐다본 후 정 부장이 말을 이어갔다.


"장 실장이 꼼꼼하게 몇 가지 보호 신호기, 녹음기, 소형 카메라까지 구비하고 갔는데 단 하나도 추적이 안 되는 건 일반적으로는 벌어지기 힘든 상황입니다. 악의를 가진 누군가가 기기들을 다 무력화하거나 신호가 오가지 못하도록 잠가버렸다고 보는 쪽이 합리적입니다."


"윤시현과 황윤건 위치는요?"


"둘 다 마지막 흔적 찾아내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윤시현 쪽은 아예 이쪽의 시야에서 벗어나 잠적한 모양새고, 황윤건 쪽은 신호 추적되는 게 그 낙성대 쪽 원룸인데 지금 거기에 아무도 없습니다."


정 부장 역시 황윤건의 자료를 숙지했으나,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돌이켜봤을 때 애초에 조사 단계에서 미진함이 있었던 게 확실하다. 조사를 제대로 못한 장 실장의 자업자득이라는 것.


정황 상 현재 장 실장의 행방불명에 기여할 수 있는 변수는 황윤건밖에 없다.


황윤건과 아무 상관 없는 인물이 아주 우연히 상황에 관여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황윤건 본인이 일을 벌렸거나, 아니면 그 장 실장을 소리없이 묻어버릴 정도의 커넥션이 있다는 것인데.


그 어느 쪽이든 '만 22세의 평범한 명문대생'이라는 조사의 결론과 합치할 리 없다.


윤시현이야 워낙 잔뼈가 굵은 해커니까 마치 준비한 듯이 바로 잠적에 들어간 게 납득할만 하다.


그래도 단순히 이 둘이 연인관계라는 것만으로, 즉 윤시현의 지시를 황윤건이 곧이곧대로 실행하는 것만으로 장 실장이 행방불명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윤건 본인에게 뭔가가 있다. 이놈이 어떤 식으로든 액션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부장님. 초소 연결이 안 됩니다. 콜 세 번에 응답 없습니다."


운전하고 있던 요원이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참 가지가지 한다."


정 부장이 착잡한 기색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하필 회장님 막내아들이 부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이런 병신같은 상황이 자꾸 생기는지.


분위기 상 앞으로 앞으로 한동안 아주 힘들어지겠다 싶어 정 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끌끌 혀를 찼다.


"제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관사 정문에 들어가기 전 정차한 상태에서 정 부장이 재빨리 차에서 내려 초소로 향했다.


시시콜콜 잔소리를 늘어놓을만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냉막한 인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자니 못 견딜 것 같아서였다.


"?"


초소 문 밖으로 쓰러진 누군가의 손이 나와있는 것을 보자마자 정 부장은 반사적으로 점프하며 벽에 몸을 붙였다. 방독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고, 사주경계로 주변을 확인한 후 신속히 초소 쪽으로 다가갔다.


요원 두 명이 쓰러져있었다. 토사물로 범벅이 되어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가득했지만, 피비린내는 없었다.


경동맥을 촉지해보니 아직 미약하게 숨은 붙어있었지만, 두 명 다 몸이 불덩이같은 것이 체온이 무척 높아진 상태였다.


중독인가? 하지만 실전에서 신속 중독시킬 수 있는 생화학 무기 중에서 이런 계열이 있었던가.


사린가스나 VX로는 구토와 마비를 유발시킬 수는 있어도 이런 노골적인 발열 증상은 없을 텐데?


재빨리 뒤로 물러나 소지하고 있던 소독제를 뿌려 장갑을 닦은 후, 차의 조수석 쪽으로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중독 반응이다. 응급차 부르고, 관사 안쪽 인력에게 빨리 연락 넣어봐. 행정실부터 차례차례. 난 조장급 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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