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u****** 님의 서재입니다.

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1,420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작성
19.01.06 20:45
조회
39
추천
2
글자
18쪽

티아리스 2차전 결말

DUMMY

잠깐 동안 우리 둘 모두 제자리에 멈춰섰다. 아까처럼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대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의도가 조금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바로 다시 싸울 여력이 없는 이유가 컸다.


잠시동안 싸움터에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결코 길지는 않을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먼저 움직인 건 나였다.


시익.


자리를 옮기지는 않았다. 원거리 공격수단이 있는데 안 쓰고 근거리로 들어갈 이유는 없으니까. 그냥 허공에 대고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하지만 티아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자리에서 벗어났다.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아까처럼 한창 전투 도중도 아니다. 그냥 허공에다 미친놈처럼 검을 휘둘렀는데 아까 당한 걸 기억하고 있다면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하다. 나는 기술을 쓰지 않았으니까.


속임수였다는 걸 깨달았는지 티아가 이쪽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자리에서 피했다. 왜냐하면 내가 다시 그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또 다시 한 번 티아 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티아는 피했다.


그리고 이때까지와는 다른 현상이 일어났다.


시이익!


진짜 검을 지른 곳에서는 소리가 안 나고 티아가 있던 곳에서 소리가 난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 이런 가벼운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


거기다 티아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했다. 나는 그 표정에서 티아가 내 기술의 특징을 알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이때까지 본 게 총 세 번, 아니 이것까지 네 번밖에 안 된다. 거기다 제대로 본 건 이번 한 번뿐이니 몰랐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걸 쓴 건 악수였을 수도 있다. 나는 후회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시간을 쓸 수는 없다.


나는 다시 기술을 준비해 날렸다. 티아는 자신이 있던 곳을 예의주시하며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나 또한 움직였다. 아주 조금이라도 눈치 채는 걸 늦게 하기 위해 티아나 암살자들처럼 발소리도 안 나게 했다.


거기다 티아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곳을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나를 눈치 채는 게 늦었다.


"!"


나는 바로 티아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티아는 완전하지 않은 자세에서도 뛰어난 근력으로 내 공격을 받아쳤다.


캉! 캉!


하지만 내 전력을 담은 공격은 아무리 티아라 해도 쉽게 받아낼 수 없다. 티아는 자세가 무너져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한편 나는 티아가 받아칠 것까지 예상했던지라 바로 공격을 이을 수 있었다. 반격에서 비롯된 반발력을 무시하고 텅 빈 몸통을 향해 검을 찔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티아는 검을 놓았다. 그리고는 바닥에 손을 짚고 그곳을 중심점으로 몸을 돌렸다. 한 박자 늦게 검이 날아가 땅에 박혔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검을 뽑아 끈질기게 티아를 공격했다. 티아는 드레스 안쪽으로 손을 넣어 숨겨뒀던 나이프를 꺼내 던졌다.


당황하지 않고 바로 쳐냈지만 그동안 티아는 이미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수확은 있었다.


스르르! 탁!


나는 티아가 도주하는 동안 미처 챙기지 못한 검을 발로 밟아 뒤로 밀어냈다. 밀어낸 검이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둘이 싸울 때 무기를 잃으면 거의 승패가 기울어졌다고 봐도 좋다. 그만큼 맨손과 무기를 든 사람과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어쩌면 드레스 안에 방금 전처럼 단검이나 짧은 무기 몇 개, 정말 어쩌면 암기 몇 개를 넣어놨을 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설마 저런 옷에 긴 무기를 숨길 수는 없을 테고.


그런 생각으로 여유 있게 티아를 바라봤지만.


티아는 이미 내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


설마 저 년이 이제 와서 튀는 건가. 하는 생각도 지나갔지만 혹시 무슨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때문에 나는 바로 움직이지 않고 내가 뒤에 둔 티아의 검이 잘 있는지 확인했다. 물론 검은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티아는 달렸다. 그러나 내가 뒤따르려는 순간에 속도를 줄이더니 옆에 있는 작은 바위로 다가가 두 손을 대고 가뿐하게 들었다.


아무리 작다 해도 웬만한 성인의 몸무게는 될 바위가 가녀린 여자의 손에 들리는 광경은 경이롭다. 하지만 나는 많이 본 패턴인지라 놀라지 않고 티아를 살폈다.


그나마 합리적인 가능성으로 바위를 나한테 던지고 그 틈을 노려 검을 되찾으려는 게 아닐까... 도 예상해봤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티아는 자신의 옆에 바위를 대충 던지더니 쪼그려 앉아서 맨손으로 땅을 팠다. 그 속도는 엄청났지만 행동 자체는 그랬다.


"..."


타탓!


뭔가 그걸 보고 있으니 티아의 행동을 여러 방향으로 유추하는 게 바보 같아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아니더라도 적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른다면 일단 막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나는 티아에게 달려가며 검을 쳐들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을 것임에도 티아는 나를 무시하며 계속 땅을 팠다.


그럼 나도 내 할 일을 하면 그만이었다. 나는 티아를 향해 검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그때 티아가 파헤쳐진 흙 사이에서 무언가를 잡았다.


그것은 마치 손잡이처럼 보였다.


나는 그제야 기행의 이유를 깨닫고 물러났다. 티아가 땅속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아까 던진 나이프와 원래 검의 중간 정도의 길이의, 실전과 몸에 숨기기 모두 적합할 것 같은 검이었다.


티아가 흙을 털어내려는 듯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리고 나는 옆으로 피했다.


화아악!


흙 묻은 검에서 불길이 쏟아지듯 날아왔다. 불길이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를 태웠다. 실제 유용성은 둘째치고 위력은 아까 내가 티아한테 기술을 날릴 때랑 비교가 안 됐다.


검에 존재하는 위력을 진작에 느꼈던 나는 안전권인 타이밍에 몸을 빼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공격을 피한 나는 티아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뭐, 일단 귀족이신 몸뚱어리니까 마법검을 쓰는 건 뭐라 안 할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잘 아는 지형으로 데려와서는 숨겨 놓은 무기까지 꺼내는 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냐?"


다시 공격해오면 피하려고 다리에 힘을 주고 기다렸다. 다행히 티아는 평소와 달리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진검승부니까.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야지."


지당한 말이었다. 솔직히 목숨 걸고 싸우는데 비겁을 논하는 놈이 멍청한 거지. 그냥 오랜만에 결투를 하느라 이런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해서 위치를 티아한테 맡긴 내가 병신일 뿐이다.


하지만 물론 그걸 얘기해줄 의리는 없다.


"하. 그러세요. 그럼 아주 부하들까지 다 데려오시지 그랬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야 하는데."


"..."


"비겁한 년."


나의 가장 큰 특기는 도발이고, 숨겨진 특기는 내로남불이다. 누가 나한테 이딴 소리를 지껄였다면 무시하고 목을 잘라줬겠지만 티아는 왠지 흔들리는 것 같길래 계속했다.


"내가 왠만큼 속임수를 사용하거나 하는 건 이해해. 나도 그러니까. 그런데 이건 너도 하면서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냐?"


"..."


"더러운 년. 한때나마 너를 좋게 봤던 내가 부끄럽다."


이대로 계속해 '이딴 것 없어도 너를 죽이는 건 문제 없어'같은 대사를 치며 검을 버리게 만드는 상황까지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무리인 듯했다.


"...마음대로 지껄여."


티아가 이를 악물며 다시 불꽃을 뿜어냈으니까. 나는 다시 자리에서 벗어나 피해냈다. 불꽃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반격 같은 건 꿈도 못 꿨다.


화르륵! 화르륵!


불꽃이 주변 나무에 옮겨붙었다. 시발. 저 년은 산불을 내고 지랄이야. 올라오는 연기와 불길 때문에 시야가 좁아졌다. 나는 기감과 오감을 동시에 이용해 티아의 위치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덕분에 불길 사이로 돌진해오는 티아를 놓치지 않았다. 나는 뒤로 몸을 빼며 검을 받아냈다.


차앙!


티아가 휘두른 검에 의해 몸이 밀렸다. 정면으로 받아냈다면 자세가 무너졌을 것이다. 역시 근력으로는 밀린다. 전력을 내게 하면 안 된다. 기습하거나 방해하며 내 페이스로 끌고 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지금 그런 짓을 했다가는 뿜어져 나온 불길로 통구이가 될 테니까.


나는 곧 다시 쏟아져 나올 불길을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날렸다. 그 덕분에 자세가 흐트러졌지만 티아는 마법을 쓰지 않았다.


"?"


나는 마력이 다 떨어진 건가 의심했지만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하니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마력이 떨어졌다면 그냥 돌진해왔겠지.


그러나 티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찡그린 얼굴로 자신의 검을 내려봤을 뿐이다.


나는 그것에서 티아의 생각을 깨닫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심을 담아 비아냥거렸다.


"설마 이미 써놓고선 비겁한 수를 썼다고 후회하고 있는 거냐?"


"..."


"그만둬. 병신년아."


옆에서 불길이 계속해서 타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나는 확실하게 들릴 수 있도록 크게 말했다.


"이제 와서 정정당당한 척하지 마! 이미 내 실력을 올린답시고 미아드를 그렇게 만든 시점에서 넌 개년이야!"


"..."


도발의 방향을 조금만 돌리면 저 검을 버리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티아는 후회하는 얼굴이었으니까.


하지만 고작 승률을 조금 올리기 위해서 저 년에게 자기합리화를 시켜주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웠다'


싸움이 끝나고 그딴 생각을 하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이기는 게 아니라 티아에게 받은 굴욕을 돌려주는 거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조금 상황을 위험하게 만드는 건 감수할 수 있었다.


내 외침을 들은 티아는 이를 악물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나는 다시 몸을 날려 피해냈다. 티아는 뒷걸음을 쳐 나와 거리를 두며 불길의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갔다.


주변 모두가 불길로 가득 찼다. 점점 더 내가 설 수 있는 위치가 줄었다. 불길이 산소를 빨아들여 호흡하기도 어려워졌다.


기감이 아니면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이쯤 되니까 아까 티아가 내 쪽으로 공격해온 것도 나름 정정당당하게 싸우려고 그랬던 게 아닐까 싶었다.


검의 화력이 생각보다 더 뛰어나서 멀리서 불길을 뿜는 전술만으로도 대부분의 검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타죽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물론 나는 벗어나려면 벗어날 수야 있었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그 다음에는 마법검을 가진 티아랑 싸워야 할 테니까.


이쯤 되니까 방금 전에 티아한테 그냥 검을 쓰라고 도발한 게 후회됐다.


하지만 난 내가 한 일을 후회할지언정 한 번도 부정한 적은 없다. 언제나 스스로가 걸어온 과거를 받아들이고 대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타닥타닥.


나는 자세를 숙이고 티아를 향해 일직선으로 뛰었다. 저 검을 든 티아를 상대로 장기전은 가망이 없다.


그러니까 다음 번 공격에 전부를 건다. 몸의 생기를 끌어올려 강렬한 공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발소리는 줄였지만 티아라면 눈치 챌 위험이 있다. 기습이 이상적이지만 들킨다면 어쩔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티아에게 달려가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생각을 했다. 계획은 세웠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본능의 싸움이다.


반드시 이길 것이다. 목표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다.


불길을 뚫고 나오자 티아가 보였다. 역시 티아는 내 기습을 알아차렸는지 이쪽을 향해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슬라이딩해 상체를 태우려는 불길을 피하며 인사차 티아에게 기술을 날렸다.


티아는 불길을 거두며 제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티아는 곧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서걱!


하는 소리가 자신의 다리에서 들려왔으니까.


"!"


이게 티아의 마법과 나의 기술의 다른 점이다.


티아의 마법은 궁수가 활에 화살을 걸어 날리는 것과 위력과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내 공격은 궤도를 예측할 수 없다. 공격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생기나 마법 공격과 달리 내 공격은 예상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을 쓸 땐 소리가 나지 않으니 시작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참격은 직선으로 날아오니 검을 겨누는 방향을 잘 보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라고 티아는 생각했겠지만 그건 오산이다. 애초에 내 공격은 공간이동이니까. 티아의 실력으로 내 공격을 확실히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까지 직선 방향으로만 공격을 날린 건 단지 저렇게 생각하기 만들기 위해서였을 뿐. 실제로는 검을 휘두르는 방향과 공격을 날리는 방향은 아무 상관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계속해서 숨겨 왔던 사실이다. 그리고 그 노림수는 제대로 맞아들어갔다.


티아는 자리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당연한 일이다. 다리를 반 가까이 베인 사람은 걸을 수 없으니까. 힘줄이 끊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티아의 다리에서 마법검의 불길을 연상시키듯이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어느새 약해진 불길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까까지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마법에 의한 부과적인 산불이 아니라 마법 그 자체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누가 봐도 자살행위라고 생각할 만한 행동.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불길을 빙 둘러 갔을 때는 이미 티아는 자신의 태세를 회복한 뒤일 테니까.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할 거라면 차라리 지금이 낫다.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불길이 약해져 있을 때. 그리고 기감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때.


조금이라도 기다려서 냉정을 회복했을 때 불길로 뛰어든다면 통구이 엔딩으로 끝날 뿐이다.


나는 불길이 오는 방향, 그러니 티아의 검이 있는 방향으로 검을 들이대고 위치를 높여 머리와 심장 부근만은 보호했다. 곧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바깥에서 느꼈을 때 불길이 약해졌다고 느낀 게 거짓말 같았다. 금방이라도 타죽어버릴 것처럼 뜨거웠다. 특히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은 다른 부위보다 불에 가까워서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감았는데도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해봤자 1초도, 아니 0.5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도 불을 빠져나가는 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끝이 있다면 언젠가 오는 법이다.


슈와악!


불길을 뚫고 나가 눈을 뜬 내 앞에 원하던 광경이 존재했다. 빈틈을 훤히 드러낸 티아의 모습이.


운동 에너지로 인해 목표에 도착했음에도 몸이 계속 움직였다. 티아의 얼굴이 시야에 가득찰 정도로 가깝게 다가왔다.


난 그 얼굴을 감상하는 대신 고개를 숙였다. 티아의 안면을 향해 날아가는 게 내 얼굴에서 머리로 변경됐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운동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빠각!


예전에 티아한테 맞았을 때 한 번 들어본 것 같은, 그럼에도 그때 들었을 때와 느낌이 엄청나게 다른 소리가 들렸다.


머리와 얼굴이 부딪힌 반발력으로 내 몸이 티아의 몸 위에 쓰러졌다. 나는 바로 일어나서 검을 들어 티아의 손가락을 잘라냈다.


서걱!


티아의 손가락이 꼭 쥐고 있던 검과 한쪽으로 날아갔다. 그와 함께 약해지던 불길이 완전히 꺼졌다.


그리고는 티아에게서 멀어져 상태를 살폈다.


아직 눈은 살아 있었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났다고 봐도 좋았다.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채였고 특히 다리는 반쯤 잘려나가 피가 뿜어져 나오는 상태였다. 아까 지혈한 옆구리는 터졌는지 다시 피가 새어나왔다.


내가 티아를 죽일 생각이라면 더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대로 놔둔다면 이제 시간문제일 테니까.


티아도 그걸 아는지 힘겹게 말했다.


"...죽여."


나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이 년이 분위기에 취했구만.


"싫어."


"...그래... 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


티아가 분위기에 취해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뭐?"


"미쳤냐?"


내가 얘를 왜 죽이겠는가. 이딴 짓까지 하고선.


나는 검을 놓고 티아에게 다가가서 너덜너덜해진 드레스를 찢었다. 여기저기 멍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매력적인 알몸이 보였다.


그 행동에 무슨 생각을 한 건지 티아가 중얼거렸다.


"...나도 처음은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는데... 그보다 한 번 할 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 수 있으려나..."


"뭐래. 음란한 년이."


머리에 든 게 뭐길래 이런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찢은 드레스를 적당히 반으로 나눠 한쪽은 다리를 지혈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허리에 대충 묶인 드레스 조각을 풀어버리고 다시 묶었다.


그리고 풀은 드레스 조각에서 적당히 깨끗한 부분을 찢어 손가락을 묶었다. 그 외에도 출혈이 일어나는 곳은 몇 곳 있었지만 이걸로 일단은 안심일 것이다.


그래도 만약의 사태를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최대한 빨리 치료원에 데려다줘야 할 것이다.


"야. 일어나. 빨리 가야 돼. 저기 화재 났으니까 곧 사람들 몰려올 거야."


"안 죽여?"


"안 죽인다니까. 진짜 짜증나게..."


나는 평소답지 않게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는 녀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덕지덕지 손가락이 붙어 있는 검을 녀석의 손에 들려주었다.


"생각해 봐. 내가 널 왜 죽이겠어?"


나는 티아와 눈을 마주쳤다. 부러진 코뼈와 코피가 여기저기 묻어 예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것에 통쾌함을 느끼져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나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나랑 내 친구들을 열심히 보호해줄 귀하신 분인데."


애초에 이 싸움의 목적은 그거였다. 티아를 굴복시키는 것.


죽이는 건 티아와 대화를 해보기 전에 고려한 선택 사항일 뿐. 티아가 여전히 나를 보호할 생각이란 걸 알았을 때부턴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일어나. 치료부터 받고 남은 일 이야기를 해야지."


그럼에도 이 싸움을 일으킨 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다음에..."


나는 여전히 싱긋 웃고 있었다.


"우리 둘의 관계를 재조정해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과 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노트북이 고장났습니다 18.12.16 42 0 -
93 시간 회귀 마법 +2 19.02.13 48 1 15쪽
92 질문 +1 19.02.08 28 1 15쪽
91 곤곤곤의 회의 +1 19.02.04 27 1 16쪽
90 장로들 +1 19.01.31 31 1 16쪽
89 대장 엘프랑 협상 +1 19.01.27 42 1 15쪽
88 톤톤톤 때리기 +1 19.01.25 33 1 15쪽
87 라라라의 마법 +1 19.01.23 28 1 17쪽
86 인질극 +1 19.01.21 34 1 15쪽
85 몰살과 구출 +1 19.01.19 60 2 16쪽
84 잠입 +1 19.01.18 44 2 15쪽
83 엘프랑 가해자랑 대화 +1 19.01.16 45 2 15쪽
82 도망치는 엘프 +1 19.01.14 43 1 15쪽
81 3권 후기 +3 19.01.13 47 2 4쪽
80 3권 마지막 화 +1 19.01.12 47 2 19쪽
79 패배 예고 +1 19.01.09 40 2 18쪽
» 티아리스 2차전 결말 +1 19.01.06 40 2 18쪽
77 티아리스 2차전 +1 19.01.03 53 2 15쪽
76 티아와 전투 준비 +1 18.12.31 54 2 16쪽
75 금발놈에게의 복수 +2 18.12.28 57 2 15쪽
74 금발놈과 시합 전에 +1 18.12.26 53 2 22쪽
73 내일을 위한 휴식 +1 18.12.23 48 2 11쪽
72 미아드의 비밀 +1 18.12.19 52 2 16쪽
71 각성 +1 18.12.13 66 2 18쪽
70 브릿 대 금발놈 +1 18.12.10 51 2 16쪽
69 티아의 계획 +1 18.12.07 55 2 17쪽
68 재능 +1 18.12.04 51 2 15쪽
67 안 좋은 날 +1 18.12.01 66 2 15쪽
66 토너먼트 진행 중 +1 18.11.28 48 2 15쪽
65 금발놈 승리 +1 18.11.25 58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